JP모건은 중동 원유 수출량이 전쟁 이전의 98%까지 회복됐다고 추산했지만, 브렌트유는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 괴리는 현재의 고유가가 단순한 원유 물량 부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회 수송에 따른 운임·보험료 상승, 정제제품 공급 부족, 전쟁 기간 줄어든 재고, 실제 생산량 회복 지연, 그리고 호르무즈가 다시 막힐 수 있다는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동시에 가격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심 질문은 ‘정말 98%까지 회복됐는가’보다 ‘98%가 맞는데도 왜 유가는 100달러인가’이며, 이는 원유 흐름의 정상화와 석유시장 전체의 정상화가 서로 다른 문제임을 시사한다.
특별정비구역 지정은 새로운 수익이 생겼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다시 지을 수 있는 절차가 본격화됐다는 뜻에 가깝다. 재건축에서 기존 건물값을 제3자가 보상해주는 것은 아니며, 조합원 스스로 시행자가 되어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축비를 부담한다. 그 비용은 대지지분 일부의 개발가치를 일반분양자에게 넘겨 충당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추가분담금으로 메운다. 과거에는 토지가격 상승과 높은 일반분양 수익 덕분에 대지지분을 줄이고도 환급금이 남아 재건축 자체가 돈을 버는 사업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토지를 줄이고도 돈을 더 내는 사업이 늘고 있다. 아직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이라면 조기 철거로 잔존 사용가치까지 포기하게 된다. 따라서 특별정비구역 지정 소식에 호가부터 올리기보다, 얼마나 많은 토지 권리를 내놓고 얼마의 건축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재건축의 경제적 실질에 가깝다.
중국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만으로 이해하면 역사 전체를 지나치게 짧게 보게 된다. 중국의 통치 이념은 주나라의 예, 춘추전국의 제자백가, 진의 법가, 한 이후의 유가, 중국화된 불교와 성리학, 근대의 민족주의와 공산주의에 이르기까지 시대마다 바뀌었지만, 거대한 인구와 농업 잉여, 시장과 물류망, 중앙집권적 국가 운영 경험이라는 기반은 오래 지속되었다. 특히 송대 전후 농업 생산성이 높아지고 비농업 인구와 전문 수공업을 부양할 수 있게 되면서 중국은 비단·도자기·금속제품 등을 대량 생산하는 거대한 실물경제로 발전했고, 그 생산력은 유목국가에 지급하는 세폐가 되기도 하고 세계의 은을 끌어들이는 수출품이 되기도 했다. 현대 중국의 제조업 부상은 아무것도 없던 곳에 공장을 만든 사건이라기보다, 오래된 실물생산 기반이 개혁개방을 통해 현대적 기술·자본·세계 공급망과 다시 결합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은마아파트 조합원은 약 3억원을 추가로 내는 반면 잠실주공5단지 조합원은 약 5억원을 환급받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 차이를 단순히 분담금이나 사업성만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 재건축은 기존 아파트와 대지지분 전체를 신축 아파트와 새로운 대지권으로 바꾸는 과정인 만큼, 실제 이익을 따지려면 종전자산 평가액과 권리가액뿐 아니라 재건축 전후 대지지분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재건축과 교육에서는 먼저 경험한 사람들이 비용과 기대의 한계를 이야기하는데도,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새집과 좋은 졸업장의 이점이 강조된다. 그러나 새집과 졸업장이 유용하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을 얻기 위한 모든 지출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재건축에는 기존 자산과 대지지분, 공사비와 기다림이 들어가고, 교육에는 주거비와 교육비, 부모와 아이의 시간이 투입된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면 출구의 경험을 입구의 설명에 반영하고, 얻는 것의 가치와 지불하는 전체 비용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
잠실주공5단지는 재건축으로 3930가구에서 6411가구로 늘어나며, 전체 대지면적이 같다면 세대당 평균 대지지분은 줄어든다. 기존 36평형 소유자가 신축 84㎡를 선택하면 현재 추정상 약 8억6054만원을 환급받지만, 이는 기존 자산의 권리가액과 새 아파트 조합원 분양가의 차액이지 그 자체가 재건축 수익은 아니다. 개별 대지지분과 최종 환급금·분담금은 향후 계획과 사업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재건축 전후의 전체 자산 변화를 함께 살펴야 한다.
얼마 전까지 세종을 둘러싼 논의는 청사·주거·교통·정주 여건의 부족을 이전의 장애물처럼 다뤘지만, 최근에는 그 부족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로 질문이 바뀌고 있다. CTX 종촌역 논의, 주택 공급과 이전 공무원 정착 지원, 조치원·연기비행장 이전 부지의 활용 구상까지 이어지면서 세종은 ‘준비되지 않은 도시’가 아니라 ‘다음 공간을 준비하는 도시’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아직 모든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없다”에서 “그러면 만들자”로 담론이 이동했다는 점에서 세종의 정책 단계가 검토에서 실행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6년 미국 중간선거는 고유가와 고금리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문제를 끝내는 사건은 아니다. 공화당이 양원을 유지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전략을 더 길게 끌고 갈 정치적 여유를 얻을 수 있고,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군사행동 견제는 강화되지만 이미 이란 합의를 “JCPOA보다 나쁜 협상”이라고 비판해온 만큼 조기 타협 역시 정치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선거 결과는 이란전쟁과 유가의 경로를 바꿀 수 있지만,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임금 상승, 탈세계화와 공급망 재편, 정부부채와 국채 공급 증가, 미국 금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리 연동 같은 구조적 압력은 그대로 남는다. 따라서 유가와 금리는 단기적으로 내려갈 수 있어도 2010년대의 저유가·저금리 체제로 곧바로 복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재건축 아파트를 ‘몇 년 불편을 견디면 새 아파트가 되는 몸테크’로 설명하는 것은 이제 현실과 맞지 않는다. 노후 아파트의 핵심 자산은 낡은 건물이 아니라 대지지분이며, 재건축은 그 토지와 개발이익을 투입하고 부족한 건축비를 추가분담금으로 부담해 새 건물을 짓는 사업이다. 과거에는 낮은 공사비, 넓은 대지지분, 낮은 용적률, 풍부한 일반분양 수익이 비용을 가려줬지만,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크게 오른 지금은 그 착시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 재건축의 가치는 ‘얼마짜리 신축이 되느냐’보다 ‘얼마의 땅을 가지고 있고, 얼마나 더 개발할 수 있으며, 새 건물을 짓기 위해 얼마를 더 내야 하느냐’로 판단해야 한다.
카드론 대환대출과 리볼빙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카드 사용이 많아졌다는 뜻이 아니라, 기존 부채를 정상적으로 갚지 못하고 새로운 빚으로 상환 시점을 미루는 가계가 늘고 있다는 신호다. 누가 카드빚을 돌려막고 있는지를 보려면 카드론 통계만이 아니라 소득에 비해 얼마나 많은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특히 장기 주택담보대출은 초기에는 월 상환액을 낮춰 주지만 원금이 천천히 줄어들기 때문에 금리 재산정 시점에 현금흐름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부족한 생활비와 원리금을 신용대출·카드론·리볼빙으로 메우는 경로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카드빚 문제의 핵심은 소득 수준 자체보다 이미 쌓인 부채와 이를 매달 감당할 현금흐름의 여유에 있다.
반포 재건축 입주권 245억원 호가를 다룬 기사들은 신축 전용면적 확대와 평당 가격은 크게 부각하면서, 정작 재건축 과정에서 조합원의 대지지분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는 거의 설명하지 않는다. 기존 건물은 철거되지만 토지는 남고, 조합원은 대지지분 일부의 개발가치를 사업비와 신축 건물로 전환하는 구조에 참여한다. 따라서 재건축의 경제적 실체를 보려면 ‘몇 평짜리 새 아파트를 받는가’뿐 아니라 ‘기존 대지지분이 얼마였고 준공 후 얼마나 남는가’, ‘그 감소분이 어떤 가치로 전환되는가’, ‘실제 사업가치와 시장 호가 사이에 얼마의 미래 기대가 붙어 있는가’를 함께 봐야 한다.
2021년 저금리 시기에 40년 만기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에게 중요한 것은 한 번의 금리 변경이 아니라 앞으로 반복될 5년, 또 5년의 금리 환경이다. 미국의 높은 금리가 쉽게 내려오지 않는 가운데 일본마저 제로금리에서 벗어나 금리의 바닥을 밀어 올리고 있다. 공급망 충격이 이어지면 물가 때문에 금리를 낮추기 어렵고, 반대로 공급망이 안정돼도 고용과 임금이 강하면 역시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 뉴노멀은 금리가 계속 오르는 세상이 아니라, 내려가더라도 예전의 저금리 수준까지 돌아가지 않는 세상일 수 있다. 장기대출자에게는 금리의 고점보다 바닥이 더 중요하다.
2021년 무렵 5년 고정금리·40년 원리금균등상환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금리 변경 시점을 앞두고 있다. 긴 상환 기간 때문에 첫 5년간 갚은 원금은 생각보다 적다. 따라서 새 금리가 적용되면 여전히 큰 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월 상환액이 늘 수 있다. 금리의 향방을 예측하기보다 자신의 금리 변경일과 남은 원금, 변경 후 월 상환액을 확인할 때다.
미국은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을 나포하고, 이란은 미군의 무인잠수정을 붙잡았다고 맞서며 서로의 실물을 빼앗는 힘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결 뒤에는 다른 종류의 힘이 있다. 중국은 직접 싸우지 않지만 이란산 원유를 사고, 중국산 상품과 산업재를 공급하며 미국의 제재가 만드는 고립의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이것이 내가 말해온 ‘실물패권’이다. 한때 ‘세계의 공장’은 낮은 자리처럼 보였지만, 세계가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물건을 만들고 원자재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위치는 어느 순간 거대한 협상력이 됐다. 중국은 미국처럼 전 세계에 군대를 파견하거나 달러를 당장 대체할 필요가 없다. 미국이 해상로와 동맹, 군사기지와 금융질서를 유지하는 비용을 부담하는 동안 중국은 그 질서 안에서 상품을 팔고 원자재를 사고, 미국이 중국의 협조를 필요로 할 때 대만과 기술규제, 관세와 제재 같은 자신의 요구를 하나씩 올려놓을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불완전한 구도는 중국에 반드시 불리하지 않다. 미국이 이란을 압박할수록 중국의 중간자적 가치가 커지고, 미국이 중국의 실물패권을 흔들기 위해 공급망 재편과 리쇼어링에 더 많은 비용을 쓸수록 중국은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벌 수 있다. 중국이 원하는 것이 반드시 미국을 밀어내고 새로운 패권국이 되는 것이라면 모를까, 미국이 패권의 비용을 계속 지불하면서도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 상태라면 그 자체로 상당히 유리한 자리다. 미국과 이란이 맞붙는 동안 중국은 직접 싸우지 않고 양쪽의 비용과 필요를 지렛대로 삼는다. 이이제이의 중국은 그렇게 실물패권으로 미국과 이란 사이에 서 있다.
AI 시대에도 서울 집중은 쉽게 끝나지 않겠지만, 집중의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최고급 일자리와 자본은 서울 핵심지에 더 강하게 모일 수 있는 반면, 원격근무와 디지털 서비스의 확산, 세종처럼 교육·주거·생활 인프라를 갖춘 거점도시의 성장으로 ‘좋은 교육과 생활을 위해 반드시 서울에 살아야 한다’는 이유는 약해질 수 있다. 앞으로 도시의 경쟁력은 단순히 서울이냐 지방이냐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와 교육·의료·교통·주거를 한 생활권 안에서 제공해 사람들이 굳이 떠날 필요가 없는 도시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GTX-C 같은 광역교통망의 확장은 단순히 외곽 지역의 집값 상승 재료가 아니라 강남 부동산의 가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수도권 곳곳에서 강남까지 20~30분대 접근이 가능해지면 ‘직장과 가까워서 비싼 집’의 프리미엄은 일부 약해질 수 있다. 결국 앞으로 강남의 가격을 지탱하는 힘은 통근 편의보다 학군, 상권, 의료, 주거환경, 네트워크처럼 강남에서만 누릴 수 있는 희소성에 더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재건축 기사들은 대지지분과 수억원의 환급금을 강조하지만, 기존 건물은 철거되어 소멸하고 넓은 대지지분 역시 재건축 사업에 투입된다는 사실은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환급금의 상당 부분은 새로 생긴 이익이 아니라 기존 토지 가치 가운데 신축 아파트로 받지 않은 몫을 현금으로 정산받는, 쉽게 말해 ‘땅 판 돈’에 가깝다. 진짜 재건축 수익은 기존 토지가치와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새로 만들어진 개발이익이 얼마인지로 판단해야 한다.
1기 신도시 재건축에서 용적률 상향은 사업성을 높이는 핵심 수단으로 여겨져 왔지만,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추가분담금, 통합재건축의 이해관계 조정까지 고려하면 더 높은 용적률이 곧바로 주민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재건축 사업은 늘어난 일반분양 물량을 높은 가격에 소화할 미래 매수자의 구매력에 의존하는 만큼, 인구 감소와 소득 정체가 이어지는 시대에는 ‘얼마나 더 지을 수 있느냐’보다 ‘완공된 새 아파트를 누가 살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네타냐후의 유엔 연설 때 사우디 대표단이 퇴장한 장면은 미국 중심 질서의 균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우디는 미국의 오랜 안보 파트너이자 페트로달러 체제의 핵심 축이었지만, 이제 미국의 중요한 파트너들조차 모든 사안에서 워싱턴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미국은 제조업의 해외 이전, 달러 패권과 금융제재의 과용, 정권교체와 군사압박의 반복적 성공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해왔고, 중국은 이런 미국의 압박을 받는 국가들에게 완전한 대체재는 아니더라도 두 번째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는 여전히 미국을 필요로 하지만 더 이상 무조건적인 추종을 약속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이 지켜야 할 진짜 역린은 달러 그 자체가 아니라, 미국과 함께하는 편이 여전히 낫다고 믿게 만드는 신뢰이며, 앞으로 필요한 것은 힘을 더 세게 휘두르는 미국이 아니라 그 힘을 절제할 줄 아는 ‘점잖은 미국’이다.
어린 시절 지혜와 절제의 책으로 읽었던 탈무드를 떠올리며, 오늘날 이스라엘의 정치 지도자들이 그 전통이 강조해온 겸손과 평화의 원칙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묻는다. 건국 이후 반복된 전쟁과 안보 위협이 이스라엘의 강경한 선택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언제나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네타냐후 시대의 대외정책과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을 돌아보며, 미국 역시 동맹의 공포를 자신의 전쟁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다른 수단과 다른 시기를 선택할 수 없었는지 질문한다. 결국 이 글은 이스라엘과 미국 모두에게 ‘얼마나 강한가’보다 ‘그 힘을 언제 쓰지 않을 줄 아는가’가 더 중요한 지혜일 수 있다고 묻는다.
최근 강남 아파트의 약세를 단순히 보유세나 세제 변화 때문으로 보는 것은 부족하다. 자산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다면 보유비용 증가는 버틸 수 있지만, 금리 상승으로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고 매수자의 대출 여력이 줄어들면 세금은 원인이 아니라 매도를 앞당기는 촉매가 된다. 부동산 하락은 보통 가격보다 거래량에서 먼저 시작되며, 강남은 서울 주택시장의 가격 상단을 형성하기 때문에 강남이 살아 있는 동안 비강남이 약해지는 것은 가능해도 강남이 추세적으로 꺾인 상태에서 비강남만 장기간 상승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강남의 몇 퍼센트 하락이 아니라 낮아진 가격에서 거래가 다시 살아나는지, 그리고 강남의 거래 부진이 비강남의 거래량 감소와 상승률 둔화로 확산되는지 여부다. 그 흐름이 확인된다면 최근 움직임은 세금의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 사이클 자체가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전투 중단을 포함한 휴전안을 내놓았지만 트럼프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보도되면서, 미국이 왜 전쟁을 계속하려는지와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미국은 오랫동안 세계질서와 동맹망, 해상교통로를 유지해왔지만 그것은 일방적인 봉사가 아니라 달러의 국제적 지위와 금융·군사적 영향력이라는 막대한 대가를 이미 받아온 체제였다. 그런데 과거의 역할을 미수금처럼 여기며 동맹에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동시에, 미국이 선택한 이란전쟁으로 발생한 유가와 물가 상승까지 동맹국이 부담하게 된다면 미국 중심 질서에 대한 설득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패권의 힘은 단순히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필요할 때 다른 나라들이 자발적으로 함께 움직이게 만드는 데 있으며, 그 점에서 지금의 미국은 힘은 충분히 강하지만 그 힘을 오래 유지하는 법에서는 아직 조금 덜 성숙해 보인다.
대출은 개인의 권리가 아니라 미래 소득을 담보로 한 금융 계약이다. 주택 구매 역시 소득과 상환 능력 안에서 결정되어야 하며, DSR 같은 기준은 기회를 빼앗는 장치가 아니라 감당 가능한 부채 수준을 판단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주거 사다리라는 명분 아래 신용을 확대하면 단기적으로는 구매 기회를 늘릴 수 있지만, 공급이 따라오지 않는 시장에서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다음 세대가 더 높은 사다리를 필요로 하는 역설을 만들 수 있다. 금리는 시장이 위험을 평가해 돈의 가격을 조정하는 과정이며, 결국 건강한 주거 정책은 빚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소득·생산성·공급을 통해 실제 구매력을 높이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란전이 길어질수록 트럼프가 선택할 수 있는 군사·협상·압박·버티기의 비용은 모두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은 단순한 경쟁국 정상이 아니라, 이란의 원유·금융·경제적 생존 공간에 영향을 미쳐 트럼프가 부담해야 할 ‘전쟁의 출구가격’을 낮출 수 있는 중요한 협상상대가 된다. 미국이 중국에 굴복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는 장기적인 미중 경쟁보다 당장의 이란전 종결과 물가·유가 안정이 더 급할 수 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이례적인 의전과 제한적인 공개 성과를 함께 보면, 핵심은 공개된 합의보다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무엇을 필요로 했고 그 대가로 어떤 조정이 논의됐는지를 앞으로의 대이란·대중국 정책 변화에서 확인하는 데 있다.
과천 재건축을 비롯한 도시 재편 논의에서 먼저 봐야 할 것은 "도시의 급"이나 브랜드 가치가 아니라 그 가치를 만드는 비용 구조다. 기존 약 1만3500가구가 약 1만8300가구로 늘어나는 과정은 새 주거 공급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같은 토지를 더 많은 세대가 나누면서 세대당 대지지분은 약 26% 줄어드는 구조이기도 하다. 재건축은 새로운 땅의 가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입지 위에 건축물을 교체하는 과정이며, 핵심은 그동안 축적된 토지 가치가 건축비와 재투자 비용을 감당할 만큼 남아 있었는가이다. 세대수 증가와 대지지분 희석을 언제까지 사업성이라는 이름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도시의 미래를 논하기 전에 분담금 부담 능력과 토지 권리 구조부터 살펴봐야 한다.
레이 달리오의 장기 부채 사이클 관점에서 보면 전세대출 대위변제 급증은 한국 주거시장이 신용 확대의 후반부에서 조정 비용을 마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세대출은 주거 안정과 거래 확대에 기여했지만, 동시에 미래 소득을 현재 주거비로 당겨 쓰는 구조를 키웠다. 저금리와 자산 상승기에는 레버리지가 능력처럼 보였지만, 금리 환경이 바뀌면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빌릴 수 있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지속 가능한 부채 구조를 갖고 있는가가 된다. 전세대출 사고는 단순한 개인의 상환 문제가 아니라, 가격·소득·신용 사이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지 묻는 신호다.
레이 달리오의 경제 모형으로 보면 현재 서울 주택시장은 장기 부채 사이클 후반부, 레버리지 확대 이후 조정 가능성을 점검하는 구간으로 볼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는 저축 중심에서 차입 중심으로 이동했고, 낮은 금리와 신용 확대는 주택 가격을 소득과 생산성보다 빠르게 끌어올렸다. 서울은 분명 높은 생산성을 가진 공간이지만, 그 가치가 임금·저축·재투자로 충분히 연결되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재건축이 세대수 증가와 미래 개발 기대에 의존하는 현실은 이미 형성된 자산 가치가 다음 주거를 재생산할 만큼 축적되었는지 묻게 한다. 결국 앞으로 서울에 누가 살 수 있는가는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이 만들어내는 생산성이 주거 비용과 미래 재생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인가의 문제다.
목동 재건축 논란은 단순히 49층 건축과 고도제한의 문제가 아니다. 좋은 학군과 입지로 오랜 기간 높은 가치를 만들어낸 지역이라면, 그 가치가 낡은 주거를 다시 만드는 비용으로 얼마나 축적되었는지 묻는 문제다. 재건축 과정에서 세대수 증가와 일반분양 확대가 사업성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되지만, 세대를 거듭할수록 대지지분을 줄이는 방식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한 해법인지 고민해야 한다. 주택은 소비재이면서 동시에 자본재이며, 감가상각과 재투자 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장기적인 주거 가치가 완성된다.
미국은 오랫동안 이스라엘의 군사·외교적 후원자 역할을 해왔지만, 가자 전쟁 이후 일부 정치권과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가능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비판 자체가 아니라, 과거 자신의 정책과 지원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보지 않은 채 마치 처음부터 도덕적 심판자의 위치에 있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태도다. 역사적으로 박정희 정권의 강한 반공 선전처럼, 과거와 단절하거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상대를 절대악으로 묘사하는 정치적 방식은 반복되어 왔다. 국제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누구를 비판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동일한 기준을 자신과 동맹에게도 적용하는 일관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