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미국과 이란의 MOU는 전쟁을 끝낸 문서가 아니라 핵, 호르무즈, 제재, 원유, 해상질서라는 서로 충돌하는 문제들을 60일 뒤로 미뤄둔 문서였다. 당시에는 시간을 산 임시봉합처럼 보였지만 지금 돌아보면 현재의 교착과 비용을 모두 품고 있던 압축파일에 가까웠다. 호르무즈 통제권을 둘러싼 충돌은 계속되고 유가는 미국 국내정치의 부담으로 돌아왔으며, 결국 트럼프는 미국인들에게 더 높은 기름값을 감수하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MOU 이후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이미 MOU 안에 들어 있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씩 압축이 풀렸을 뿐이다. 특히 전쟁 비용을 국민에게 정당화하기 시작한 순간 트럼프는 오히려 더 큰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떠안았고, 이는 향후 이란과의 타협과 전쟁의 출구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의 사임 이유는 공식적으로는 가족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가 트럼프와 관계를 끊었느냐가 아니라 권력의 최전선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는 사실이다. 정치적 야심이 뚜렷한 20대 정치인에게 백악관 대변인 자리는 막대한 자산인 만큼, 트럼프가 여전히 확실한 ‘황금동아줄’이라면 지금 그 자리를 포기하는 선택은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특히 이란전 장기화와 호르무즈를 둘러싼 트럼프의 거침없는 행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모든 말을 직접 방어해야 하는 부담은 커지고 있다. ‘외부 자문’이라는 관계를 남겨둔 것도 반드시 강한 충성의 증거라기보다, 인간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드러운 거리두기의 방식일 수 있다. 레빗의 속내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권력의 변곡점은 때때로 여론조사보다 그 주변 사람들이 자기 의자를 조금씩 뒤로 빼기 시작하는 모습에서 먼저 드러난다.
서울 역시 주민등록인구가 장기간 감소하고 있지만, 부동산 투자에서는 단순한 인구 숫자보다 실제로 사람이 계속 모이는 ‘생활인구’와 일자리·교통·의료·상업시설·거래량을 함께 봐야 한다. 특히 최근 금리 인상 기조까지 겹치면서 앞으로는 저금리와 유동성에 기대어 오르던 부동산보다, 인구가 줄어도 수요가 유지되고 필요할 때 팔 수 있으며 높은 이자비용도 감당할 수 있는 자산이 상대적으로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인구감소와 고금리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장에서는 ‘서울이냐 지방이냐’보다 사람이 계속 올 이유가 있는 곳인지, 그리고 금리가 더 올라도 버틸 수 있는 자산인지가 투자 판단의 핵심이 된다.
세계 최강의 군수지원 체계를 가진 미국도 항공모함 수천 명의 장병을 장기간 먹이고 씻기고 쉬게 하는 과정에서 식량·생활시설·소모품·정비 문제를 겪는다. 항구와 보급함, 항공수송과 군수기지까지 갖춘 지구의 바다에서도 보급이 흔들리면 생활과 전투 지속능력이 함께 흔들린다. 그렇다면 수천만 km 떨어진 화성에서는 어떨까. 화성 정착의 진짜 난제는 로켓을 한 번 보내는 것이 아니라 물과 식량, 산소, 부품과 소모품을 끊임없이 공급하고 고장 난 장비를 수리하며 그 체계를 수십 년간 유지하는 데 있다. 화성에 가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그곳에서 매일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이다.
미국의 40조 달러에 육박하는 국가부채는 원금을 반드시 상환해야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자를 감당하면서 경제가 부채보다 빠르게 성장한다면 기존 부채의 상대적 부담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문제는 미국이 이를 위해 AI·반도체·리쇼어링 등으로 실질성장을 높이는 동시에 중국과의 패권경쟁에 자원을 집중해야 하지만, 달러패권과 동맹질서를 유지하려면 중동과 유럽에서도 계속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프가니스탄 철수는 제한된 역량을 인도·태평양에 집중하려는 흐름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의 충돌은 미국을 다시 그 지역에 묶어두고 있다. 결국 미국의 진짜 과제는 40조 달러의 빚을 갚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 역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패권 유지비용을 감당하면서 부채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느냐에 있다.
MAGA는 미국이 한때 위대했지만 그 위대함을 잃었다는 진단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의 위대함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잘못 짚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힘은 강한 대통령 한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틀릴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의회·법원·관료제·정보기관·언론·싱크탱크·동맹이 서로 견제하고 보완하는 시스템에서 나왔다. 그런데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고 이 복잡한 조정과 견제의 과정을 비효율로 취급할수록 국가는 점점 한 사람의 판단에 의존하게 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면 시스템을 대통령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위대하지 않아도 국가가 위대할 수 있도록 만든 그 시스템을 다시 작동시켜야 한다.
트럼프의 SNS 게시물을 일반 이용자보다 0.001초 먼저 받아보는 서비스에 월 최대 10만 달러의 가격이 붙었다는 사실은 단순한 유료 정보 접근의 문제가 아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과 외교·안보 조직, 싱크탱크를 가진 미국에서 정책의 방향을 분석하는 것보다 대통령 개인의 SNS 한 줄을 먼저 아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정보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전문가가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들의 분석을 검토하고 조정해 대통령의 판단을 국가전략으로 만드는 정책 시스템이 약화됐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힘은 대통령 한 사람의 직관이 아니라 수많은 전문가와 기관의 판단을 하나의 전략으로 묶는 능력에서 나왔지만, 그 과정이 무너지면 세계 최강의 국가도 결국 한 사람의 판단만큼만 영리해질 수 있다.
근대국가가 과거의 왕조나 봉건국가보다 쉽게 분열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중앙권력이 강해서가 아니라, 지방 권력이 독립된 정치체로 성장하기 어렵도록 제도가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병권과 행정권을 분리하고, 과세와 재정 권한을 법률로 정하며, 관료와 군 지휘관을 비세습적·순환적으로 운영하고, 중앙과 지방의 권한을 하나의 법질서 안에 묶어 놓는다. 지방정부가 상당한 자율권을 가져도 그것이 법이 예정한 범위 안에 있다면 국가는 여전히 하나의 순환체계로 움직인다. 반대로 지방이 독자적으로 세금을 걷고 조직과 무력을 유지하며 중앙의 법과 인사명령을 거부하기 시작하면 별도의 권력 순환계가 만들어지고, 그때부터 국가분열의 실질적 조건이 형성된다. 결국 근대국가의 핵심적인 분열 방지장치는 권력을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나누되 하나의 법질서에 종속시키는 것이다.
촉한과 조위의 대립은 단순한 삼국 간 패권 경쟁이 아니라 ‘한나라의 정통을 누가 계승했는가’를 둘러싼 충돌이었다. 조위는 헌제의 선양과 새로운 왕조 질서를 근거로 정통성을 주장했고, 촉한은 유씨 황통과 한실 계승을 내세워 이를 찬탈로 규정했다. 이런 구조는 무함마드 사후의 정통 계승을 둘러싼 수니파와 시아파의 분화와 얼핏 닮아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왕조 정통론에서는 최종적인 정치적 승리와 통일이 후대의 정통성을 크게 좌우한 반면, 시아파에서는 정치적 패배와 순교가 오히려 정통성의 기억과 종교적 의미를 강화했다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결국 두 사례의 비교는 ‘누가 정통인가’라는 공통된 질문에서 시작하지만, 패배한 정통성을 역사와 공동체가 어떻게 기억하는가에서 서로 다른 세계관을 드러낸다.
미국은 이제 모든 지역을 과거처럼 직접 책임질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섰고,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NATO 방위비 압박, 인도·태평양 집중은 그런 구조조정의 일부다. 문제는 무엇을 줄이느냐에 따라 패권의 기반까지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동맹, 해외주둔, 자유항행 보장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투자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자원을 아껴야 하는 시점에 이란·이스라엘 문제로 다시 중동에 깊이 개입하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장기 전략보다 트럼프 개인의 즉흥적 판단이 앞서는 모습은 위험하다. 지금 미국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지출 축소가 아니라 무엇이 비용이고 무엇이 자산인지 구분해 패권 유지비를 정교하게 재배분하는 일이다.
트럼프의 이란 전쟁에서 가장 큰 패착은 군사력의 부족이 아니라 미국이 가진 정치·외교적 힘을 하나의 전략으로 묶지 못한 데 있었다. 지도부 제거 이후에도 전쟁의 최종 목표는 정권교체, 핵 제거, 지역 위협 억제, 호르무즈 재개방 사이를 오갔고,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과의 목표 차이는 커졌으며 동맹국과 공화당, 미국 여론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 반면 이란은 체제 생존과 완전한 굴복 회피라는 단순한 목표 아래 버티며 호르무즈를 협상 카드로 남겼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경제력, 동맹망을 가진 미국이었지만 이를 결집시키는 정치가 부재했고, 결국 트럼프는 미국을 가지고도 혼자 싸운 셈이다.
트럼프의 대이란 전략 변화는 단순한 군사전술의 조정이 아니라, 대통령 개인의 판단과 미국의 제도적 의사결정 구조가 충돌하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 이란은 미국과 정면으로 싸워 이기기보다 경제제재와 해상압박을 버티면서 호르무즈와 유가, 중간선거를 지렛대로 미국 내부의 정치적 피로가 커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가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과 참모들의 우려에도 자신의 판단을 앞세우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강한 대통령을 원하는 트럼프에게 의회·법원·관료조직·선거라는 미국의 견제장치는 장애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미국 시스템의 본질이다. 결국 지금의 대이란 갈등은 미국과 이란의 국력 경쟁인 동시에, 트럼프식 대통령 리더십과 미국식 대통령제 사이의 긴장을 시험하는 싸움이 되고 있다.
서울 주택은 공급 부족과 신축 희소성만 보고 장기적으로 반드시 유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서울의 높은 주택가격은 정치·경제적 중심성, 화이트칼라 중심의 일자리 구조, 지속적인 신규 인구 유입, 충분한 대출 여건을 전제로 유지돼 왔지만, 행정기능의 이전과 인구 감소, AI에 따른 지식노동 수요 변화, 재건축 비용 상승, DSR과 은행 자본규제 강화는 이 전제들을 조금씩 약화시킬 수 있다. 특히 재건축은 일반분양 수요가 비용을 충분히 떠받치지 못하면 기존 소유자의 추가분담금으로 돌아오고,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 집을 산 사람은 장기간의 원리금 부담에 더해 예상치 못한 생활비와 재건축 비용까지 감당해야 할 수 있다. 결국 가장 위험한 생각은 이런 장기 위험을 모르고 사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알면서도 “지금은 오를 것이고 나는 남들보다 먼저 팔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주택은 유동성이 낮아 모두가 빠져나가려는 순간 먼저 팔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집을 살 때는 “얼마나 오를까”보다 “오르지 않아도 오래 감당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 집 자체의 장기 가치를 믿는 것인가, 아니면 나보다 비싸게 사줄 다음 사람을 믿는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주택대출은 앞으로 갑자기 막히기보다 여러 규제가 겹치며 점점 선별적으로 공급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차주에게는 DSR과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고, 은행에는 RWA·LGD·Output Floor 같은 자본규제가 작동하며,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까지 관리한다. 특히 DSR 40%는 규제상 허용되는 상한일 뿐 가계에 반드시 안전한 수준은 아니다. 30~40년 동안 상당한 소득을 주택 원리금에 배정한 상태에서 교육비·의료비·은퇴자금은 물론 재건축 추가분담금 같은 큰 지출이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는 ‘얼마까지 빌릴 수 있는가’보다 ‘빚을 제외하고 얼마의 자기자본을 가지고 있는가’가 주택 구매력을 더욱 크게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은 이미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산업 구조도 금융·IT·전문서비스 등 AI에 노출되기 쉬운 화이트칼라·서비스업 비중이 높아 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보다 수요 기반의 약화에 더 민감할 수 있다. 특히 재건축은 공사비 상승 자체보다, 과거처럼 일반분양 수입으로 사업비를 충분히 분담하기 어려워지면서 조합원 부담이 커지는 구조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재건축은 서울에 머무는 비용을 높이는 선택이기도 하므로, 현재의 공급 부족만 보고 “서울이니 결국 된다”는 기대보다는 향후 서울이 지금만큼 많은 사람과 높은 구매력을 계속 끌어들일 수 있는지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
후한 말 조조가 실권을 잃은 헌제를 확보해 ‘협천자’의 효과를 누렸던 것은 권력이 군사력뿐 아니라 사람들이 중앙으로 인정하는 제도와 장소에도 축적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현대 한국에도 황제는 없지만 대통령실·국회·중앙부처가 모인 수도는 비슷한 의미의 정치적 중심성을 가진다. 세종으로의 행정수도 이전은 어느 한 정부에서 갑자기 시작된 정책이 아니라 수십 년간 행정기관과 도시 인프라가 이동하며 축적되어 온 과정이며, 장기화된 분단으로 서울을 수도로 만들었던 지정학적 조건 역시 달라졌다. 수도의 수명이란 도시 자체의 수명이 아니라 그곳을 수도로 만들었던 조건의 수명일 수 있다. 따라서 행정수도 이전의 본질은 건물과 공무원을 어디로 옮기느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다음 정치적 중심을 어디에 형성할 것인가에 있다.
자동차 경제성을 따질 때 연비나 유류비 차이에만 집중하면 가장 큰 비용을 놓치기 쉽다. 6천만 원짜리 차를 10년 타면 연간 600만 원, 15년 타면 400만 원, 20년 타면 300만 원의 차량가격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어서, 실제로는 연비보다 차량의 수명과 교체주기가 경제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가솔린이냐 하이브리드냐를 먼저 따질 것이 아니라, 차종별 장기 내구성과 수리비, 부품 수급, 관리 가능성을 살펴보고 중고차 시장에서 실제 감가상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결국 자동차를 경제적으로 이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오래 탈 만한 차를 고르고, 제대로 관리해, 실제로 오래 타는 데 있다.
현재의 국경과 국제질서는 영원한 정답이 아니라 특정 시점의 힘의 균형이 제도화된 결과에 가깝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헤즈볼라·후티 같은 무장세력의 충돌도 단순한 선악 구도로 보기보다 기존 국가질서가 해결하지 못한 영토·민족·종교·안보 갈등이 계속 표출되는 과정으로 볼 필요가 있다. 전후 국제질서는 무력에 의한 국경 변경을 억제했지만 동시에 이미 영토와 힘을 확보한 국가에 유리한 현상 유지 장치이기도 하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동맹국에 대한 부담 이전은 미국이 세계질서를 무한정 직접 관리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신호이며, 달러 패권과 현재의 국경 역시 영원하지 않다. 지각이 고정돼 보이더라도 그 아래 맨틀이 계속 움직이듯, 국제질서 아래의 인구·경제력·군사력과 세력균형도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 전보다 분명히 나아진 결과를 얻지 못해 쉽게 멈출 수 없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새로운 지렛대와 시간을 얻었기 때문에 서둘러 양보할 이유가 없다. 트럼프가 급히 체결한 MOU도 당장의 충돌을 봉합했을 뿐, 60일 이후 항로 관리 문제에서 이란이 목소리를 낼 문서적 여지를 남기며 근본적인 퇴로를 만들지 못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강경책에서 스스로 후퇴하기 어려운 정치적 구조에 갇혀 있고, 대통령 교체까지도 2년 이상 남았다. 그 전에 판을 바꿀 새로운 카드가 나오지 않는다면 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후임 대통령 역시 승리를 완성하는 마무리투수가 아니라 이미 악화된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 패전처리조에 가까울 수 있다.
세계화와 미국 중심 질서가 후퇴한다고 이스라엘이 문자 그대로 1948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현재 전략적 위치는 자국의 군사력만이 아니라 미국의 무기·외교력·해양질서·중동 개입이라는 거대한 외부 안전장치 위에서 형성돼 왔다. 지금 이란은 미국에 “앞으로도 이 비용을 계속 감당할 것인가”라고 묻고 있고, 미국 사회는 그 답을 장기간에 걸쳐 다시 조정하는 중이다. 동시에 튀르키예·사우디아라비아·걸프국 등 지역 강국들은 미국만을 전제로 하지 않는 새로운 안보·물류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변화가 계속된다면 이스라엘의 가장 큰 위험은 미국이 적국이 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여전히 강한 채로 “이스라엘의 존재는 지키되 이스라엘이 원하는 중동까지 지켜주지는 않겠다”고 답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은 국가적으로 건국 이전으로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의 생존은 누가 보장하는가”라는 건국 이전의 오래된 질문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세계화가 정점을 지나 후퇴하기 시작한 지금, 미국 중심 세계질서의 핵심 문제는 더 이상 미국이 힘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힘을 유지하는 비용을 미국 사회가 계속 감당할 의지가 있느냐에 있다. 미국의 민심이 국가전략으로 바뀌기까지는 여러 번의 선거와 정책 조정을 거쳐야 하므로 이 질문에 대한 답 역시 단번에 나오지 않는다. 호르무즈에서 이란은 사실상 “미국은 앞으로도 비용을 치르며 자유항행과 달러 중심 질서를 지킬 것인가”라는 장기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반대로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미국이 그 답을 천천히 찾아갈 시간을 허용하지 않고 즉각적인 선택을 요구한다. 결국 현재의 혼란은 미국 패권이 갑자기 끝나는 과정이라기보다, 세계화 시대에 하나의 패키지로 묶여 있던 안보·무역·달러·동맹의 비용을 각국이 다시 계산하고 협상하는 긴 전환기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2026년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단순한 통항료나 중동 지역분쟁을 넘어, 수십 년간 당연하게 여겨졌던 미국 중심 세계질서의 유지비를 누가 부담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란은 자유항행이 국제질서의 원칙이라면 미국이 군사력과 비용으로 이를 실제 보장하라고 압박하고, 그렇지 않다면 호르무즈에 대한 이란의 관리권을 인정하라는 딜레마를 만들고 있다. 미국은 달러·금융·동맹체제라는 패권의 이익을 유지하면서도 세계 해상질서를 지키는 비용을 동맹국과 수혜국에 분담시키려 하고, 중국 역시 미국 패권은 약화시키고 싶지만 미국이 제공해온 자유항행이라는 공공재가 사라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결국 호르무즈에서 시작된 질문은 하나다. 수십 년 동안 공짜처럼 보였던 세계질서의 비용을 앞으로 누가 지불할 것인가.
전쟁은 전장에서만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미사일과 탄약의 소모, 군수물자 재생산을 위한 원자재·노동 수요 증가, 호르무즈 해협 불안에 따른 유가·보험료·운송비 상승을 통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만든다. 특히 미국이 전쟁으로 소진한 군수재고를 장기간 보충해야 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연준은 금리를 쉽게 내리기 어렵고, 미국의 고금리는 달러 강세와 엔화·원화 약세를 통해 일본과 한국의 수입물가까지 끌어올린다. 결국 전쟁발 인플레이션은 미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물류·금리·환율을 거쳐 세계 각국으로 전파되며,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군수재고 복구와 호르무즈의 위험 프리미엄 때문에 그 경제적 후유증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미국은 하메네이와 이란 지휘부를 제거하고 군사시설을 파괴하며 압도적인 힘을 과시했지만, 이란의 굴복이나 핵 문제 해결, 호르무즈해협의 안정이라는 전략적 성과로 연결하지 못했다. “석기시대로 돌려보내겠다”는 트럼프식 위협은 이란 국민의 생활기반까지 겨냥한 말로 받아들여져 정권과 민간을 구분한다는 명분을 약화했고, 국내 반전여론과 장기전 부담 속에서 미국의 협상력까지 제한했다. 특히 급하게 작성된 MOU 문구는 이란이 호르무즈 통행 수수료와 관리권을 주장할 빌미를 제공했다. 미국의 군사력이라는 구속은 여전히 강하지만, 트럼프의 위협 일변도 구질과 외교적 제구력에는 문제가 드러난 만큼, 이제는 전쟁을 확대할 선발투수보다 상황을 정리할 외교적 구원투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에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자신의 체면과 정치적 이익이다. 이란이 대화를 구걸했다고 주장하며 공습 취소를 승리로 포장하는 대신, 추가 전쟁이 미국의 안보와 경제, 동맹국의 안전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야 한다. 이란 지도부 제거에 대해 직접 사과하기 어렵다면 정권교체와 추가 표적 제거를 포기하고, 이란의 주권을 인정하며 행동으로 책임을 보여야 한다. 민주국가에서는 지도자의 목을 바칠 필요가 없지만, 잘못된 전쟁을 시작한 지도자는 정치적 생명과 권력을 내놓아야 한다. 트럼프가 끝내 자신의 이익보다 미국의 이익을 앞세우지 못한다면, 새로운 정권이 전임자의 오류를 계승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평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
트럼프의 ‘TRUMP 2028’ 발언이 진담인지 농담인지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나 금기를 먼저 던지고, 상대와 지지층의 반응을 살핀 뒤 유리하면 밀어붙이고 불리하면 농담이나 협상술로 돌리는 것은 그가 평생 사용해온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란 사태도 강한 압박으로 상대를 굴복시킨 뒤 협상으로 전환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틀에 놓여 있다. 다만 관세나 정치적 발언은 철회할 수 있지만, 이란 최고지도자와 핵심 지도부를 제거하고 시작한 전쟁은 되돌릴 수 없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트럼프의 방식이 통하거나 물러설 여지가 있는 상대를 만났지만, 이번에는 죽음과 보복, 체제 생존이 얽힌 엄중한 상황이어서 말을 주워 담듯 전쟁을 주워 담기는 어렵다. 못 먹는 감도 일단 찔러보는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이어졌지만, 어떤 감은 한 번 찌르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이후 미국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자 엑손모빌과 셰브런을 향해 가격을 낮추라고 압박했지만, 고유가의 근본 원인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불안과 원유 공급 차질에 있다. 이 상황을 중간선거를 앞둔 단순한 책임 전가로만 볼 수도 있으나, 6월 미국·이란 양해각서에 담긴 원유 제재 면제, 동결자산의 통제된 사용, 미국산 농산물 구매 조건과 중국에 대한 불개입 요구를 함께 보면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통해 이란을 자국이 관리할 수 있는 원유·금융질서로 복귀시키려 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압박한 뒤 협상 국면에서 내려오려 했지만, 이란의 군사적 무력화를 더 원했던 이스라엘과 금융·해협 통제권을 지키려 했던 이란은 서로 다른 종착지를 보고 있었다. 결국 출구전략은 어긋났고, 호르무즈 불안과 유가 상승은 석유기업의 이익, 미국 소비자의 부담, 트럼프의 선거 악재로 돌아왔다.
제2차 세계 대전 전후는 오늘날의 국경과 국제 질서가 본격적으로 굳어진 시기였다. 독일과 한반도는 강대국의 점령과 협상에 따라 분단되었고, 중동에서는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식민지배가 남긴 경계 위에 이스라엘 건국과 팔레스타인 문제가 더해졌다. 미국은 전후 국제기구와 경제·안보 체제를 주도하며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했고, 이스라엘의 국제적 승인 과정에도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시에는 주권과 민족자결의 원칙이 존재했지만 식민지와 위임통치 지역 주민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지는 않았으며, 외부 세력이 내린 결정의 비용은 전쟁·분단·난민·국경 분쟁의 형태로 후대에 남았다. 오늘날의 갈등을 이해하려면 현재의 국경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선이 누구에 의해 어떤 이해관계 속에서 그어졌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중동 분쟁과 미·중 패권 경쟁이 보여주듯 현대 국가의 실질적인 힘은 금융자산의 명목가격이 아니라 기술, 제조능력, 자원과 공급망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역량에서 나온다. 한국 역시 집값 상승으로 국가의 장부가를 부풀리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반도체·조선·원전·방산·인공지능처럼 다른 국가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생산성 증가 없이 자산가격만 오르면 노동의 상대적 가치는 낮아지고, 연구개발과 창업에 투입될 자본이 기존 자산 거래로 쏠린다. 과학기술이 국가의 파이를 키우는 힘이라면 철학은 그 성과를 어디에 투자하고 어떻게 나눌지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결국 대한민국이 높여야 할 것은 부동산의 명목가치가 아니라 미래에도 세계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국가의 진짜 몸값이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기대와 달리 두꺼비는 마법사가 아니다. 아파트 재건축의 이익은 낡은 건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지지분과 추가 개발 가능성에서 나오며, 건물 평단가만으로 가격을 비교하면 같은 전용면적이라도 서로 다른 토지권리와 사업성을 가리게 된다. 따라서 아파트를 살 때는 전용면적 1평당 가격보다 건물이 포함된 토지 1㎡를 얼마에 사는지, 대지지분과 용적률, 부지의 경사와 추가 공사비를 함께 따져야 한다. 건물은 원래 수십 년 동안 사용하는 재산이므로 안전하게 오래 쓸수록 경제적인데도 재건축 기대감 때문에 아직 쓸 수 있는 건물을 빨리 부수려는 태도는 남은 사용가치를 스스로 버리는 일일 수 있다. 특히 30년이나 40년짜리 주택담보대출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재건축 분담금과 이주비, 추가 대출까지 겹치면 가계 현금흐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결국 새집을 만들어주는 것은 두꺼비가 아니라 내가 가진 토지와 내가 추가로 부담하는 돈이며, 아파트를 단순한 건물 평단가가 아니라 건물의 사용가치와 토지권리의 결합으로 평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