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아니라 미국을 위한 종전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에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자신의 체면과 정치적 이익이다. 이란이 대화를 구걸했다고 주장하며 공습 취소를 승리로 포장하는 대신, 추가 전쟁이 미국의 안보와 경제, 동맹국의 안전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야 한다. 이란 지도부 제거에 대해 직접 사과하기 어렵다면 정권교체와 추가 표적 제거를 포기하고, 이란의 주권을 인정하며 행동으로 책임을 보여야 한다. 민주국가에서는 지도자의 목을 바칠 필요가 없지만, 잘못된 전쟁을 시작한 지도자는 정치적 생명과 권력을 내놓아야 한다. 트럼프가 끝내 자신의 이익보다 미국의 이익을 앞세우지 못한다면, 새로운 정권이 전임자의 오류를 계승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평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이란 공습을 취소한 뒤 이란이 미국에 대화를 구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과 직접 협상하고 있지 않으며, 진행 중인 것은 오만과의 호르무즈해협 관련 협의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확인된 것도 미국에 대한 이란의 항복이 아니라 이란과 오만 사이의 기술적 협상이었다. 미국 언론 역시 트럼프의 설명을 사실로 단정하지 않고 서로 충돌하는 양측의 주장으로 다루고 있다.
물론 물밑에서는 여러 경로로 메시지가 오갔을 수 있다. 이란이 중재국을 통해 미국의 의중을 확인했을 수도 있고, 미국 역시 걸프 국가들을 통해 이란의 조건을 전달받았을 것이다. 외교에서는 직접 대화가 없더라도 간접 접촉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것을 이란이 구걸한 것으로 표현하는 순간, 외교적 접촉은 다시 트럼프 개인의 승리 서사를 위한 재료가 된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물러서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인지, 지지자들이 자신을 승자로 볼 것인지도 우선순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직 미국에 무엇이 이익인지 생각해야 한다.
추가 공격으로 이란을 완전히 굴복시킬 수 있는가. 이란의 핵무장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막을 수 있는가. 호르무즈해협을 안정적으로 열고 미국인과 동맹국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가. 전쟁을 계속할 때 얻을 수 있는 것과 잃게 될 것을 냉정하게 비교해야 한다. 이미 수개월간의 군사작전에도 이란의 해협 통제력을 완전히 무력화하지 못했고, 현재 논의되는 해법도 결국 군사적 점령이 아니라 이란과 오만이 참여하는 통항 합의다.
이란 최고지도자와 핵심 정치·군사 지도부를 제거한 문제는 더욱 무겁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다수의 핵심 인사가 사망했다. 이는 관세를 철회하거나 거친 말을 취소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한번 제거된 사람은 되살릴 수 없고, 그 죽음이 남긴 복수심과 공포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거둘 수 없다.
이 일에 대해서는 사과가 필요하다. 다만 현직 미국 대통령이 군사행동 자체를 잘못이라고 직접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전쟁의 정당성과 자신의 책임, 동맹과의 관계까지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과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사과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이란 국민이 겪은 죽음과 고통에 유감을 표하고, 더 이상의 지도부 제거와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이란의 정치적 미래는 이란 국민이 결정한다는 원칙도 확인해야 한다. 추가 공격을 멈추고 민간 피해를 줄이며, 핵 문제와 해협 문제를 군사적 위협이 아닌 검증과 협상의 영역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말로 사과할 수 없다면 행동으로 사과해야 한다.
이것은 이란에 베푸는 호의가 아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한 선택이다. 이란 지도부를 계속 위협하면 이란은 협상보다 보복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이다. 정권이 언제든 다시 공격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핵무기를 포기할 이유도 줄어든다. 상대를 완전히 굴복시키려는 압박이 오히려 미국이 가장 막고자 했던 핵무장을 재촉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먼저 던지고 상대의 반응을 살핀 뒤, 유리하면 밀어붙이고 불리하면 농담이나 협상술이었다고 물러서는 방식을 자주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말을 주워 담듯 전쟁을 주워 담을 수 없다. 최고지도자와 핵심 지도부를 제거한 뒤에도 상대가 자신에게 굴복했다고 조롱한다면, 협상의 문은 열어놓으면서 그 문으로 들어올 사람의 체면은 짓밟는 셈이다.
전쟁을 끝내려면 미국에도 퇴로가 필요하지만 이란에도 퇴로가 필요하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고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한 통항을 보장하는 것을 성과로 삼을 수 있다. 이란은 정권교체 위협을 막고 국가의 주권을 지켰다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평화협정은 어느 한쪽의 항복문서가 아니라 양쪽이 서로 다른 이유로 전쟁을 멈출 수 있게 하는 문서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먼저 자신의 이익을 버려야 한다. 자신이 승리자로 보일 방법보다 미국인이 더 이상 죽지 않을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체면보다 미국의 안보와 경제, 동맹국의 안전, 다음 세대가 짊어질 적개심을 먼저 보아야 한다.
농담처럼 말하자면 고대국가였다면 전쟁을 일으킨 왕의 목을 바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었을지도 모른다. 왕의 신체가 곧 국가였던 시대에는 왕을 희생시켜 피의 책임을 끝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서는 사람의 목을 칠 필요가 없다. 대신 정치적 생명을 내놓고 제도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 전쟁을 결정한 지도자는 자신의 권력과 정치적 유산을 지키기 위해 국가를 더 깊은 전쟁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 국민은 선거와 의회를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새로운 정권은 전임자의 오류와 체면까지 계승할 의무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면 적어도 다음 정권이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 정권은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추가적인 지도부 제거를 중단하며, 이란과의 관계를 굴복과 보복의 언어가 아닌 검증과 공존의 언어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전임자의 잘못된 판단을 계승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사과가 될 수 있다.
이미 찔러버린 감을 다시 온전하게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더 깊이 찔러 완전히 썩게 할 것인지, 상처 난 부분을 도려내고 남은 것을 건질 것인지는 아직 선택할 수 있다.
지금 미국이 바쳐야 할 것은 트럼프의 목이 아니다. 트럼프 개인의 체면과 정치적 욕심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끝내 그것을 내려놓지 못한다면, 민주주의가 그의 정치적 생명을 거두고 새로운 정권이 미국을 위한 다른 길을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