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을 쏠수록 석기시대에 가까워진다
전쟁은 전장에서만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미사일과 탄약의 소모, 군수물자 재생산을 위한 원자재·노동 수요 증가, 호르무즈 해협 불안에 따른 유가·보험료·운송비 상승을 통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만든다. 특히 미국이 전쟁으로 소진한 군수재고를 장기간 보충해야 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연준은 금리를 쉽게 내리기 어렵고, 미국의 고금리는 달러 강세와 엔화·원화 약세를 통해 일본과 한국의 수입물가까지 끌어올린다. 결국 전쟁발 인플레이션은 미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물류·금리·환율을 거쳐 세계 각국으로 전파되며,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군수재고 복구와 호르무즈의 위험 프리미엄 때문에 그 경제적 후유증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전쟁은 어떻게 세계의 물가가 되는가
호르무즈에서 시작된 충격이 연준의 금리와 원화 가치까지 흔드는 과정
전쟁에는 눈에 보이는 비용과 보이지 않는 비용이 있다. 전투에서 파괴된 시설과 사상자, 발사된 미사일과 소모된 탄약은 눈에 보인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경제에 남는 비용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희소해진 물자와 높아진 에너지 가격, 늘어난 재정지출, 그리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올라가는 금리다.
이 문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중국 삼국시대에도 유비가 익주를 장악한 뒤 부족해진 재정을 메우기 위해 유파의 건의에 따라 고액 명목화폐인 직백전을 발행한 사례가 있다. 형태는 현대의 전쟁재정과 다르지만 원리는 비슷하다. 전쟁을 수행하려면 국가가 곡물과 철, 말과 노동력을 민간에서 군사 부문으로 끌어와야 한다. 재화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 누군가는 그 비용을 부담한다. 세금으로 부담할 수도 있고, 국채로 미래에 넘길 수도 있으며, 화폐가치 하락이라는 형태로 사회 전체에 분산시킬 수도 있다.
실제로 200년 이상의 역사적 사례를 검토한 연구에서도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의 관계는 특히 전쟁 중 정부가 이른바 ‘인플레이션세’에 의존했을 때 강하게 나타난다. 최근 145개국, 115개 분쟁을 분석한 연구 역시 전쟁 뒤 정부 재정이 악화되고 통화량과 물가수준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현대 미국은 물론 직백전을 찍어 군수품을 사지는 않는다. 그러나 실물경제에서 벌어지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사일 한 발이 이란을 향해 날아가면 미국의 창고에서 단지 미사일 한 발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특수강과 알루미늄, 구리, 반도체, 정밀센서, 화약, 로켓모터, 그리고 이를 만드는 데 투입된 숙련노동과 생산설비의 시간이 함께 소모된다.
2026년 이란과의 전쟁에서 미국은 장거리 정밀미사일을 대량으로 사용했다. 로이터는 미군이 ATACMS와 PrSM 등 장거리 정밀타격 수단의 상당 부분을 소진했고 패트리엇·THAAD 요격탄과 토마호크 재고에도 큰 부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도 일부 탄약의 부족을 인정하면서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돈을 지급한다고 미사일이 즉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일부 증산 계획은 실제 생산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수년이 필요하다.
따라서 전쟁이 끝나는 순간 경제적 비용도 끝난다는 생각은 착각일 수 있다.
소모한 군수물자를 원래 수준으로 복구하려면 미국 정부는 앞으로 상당 기간 방산업체에 주문을 넣어야 한다. 방산업체는 다시 금속과 전자부품을 사고 숙련공과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새로운 생산설비를 건설한다. 그 물자는 민간 자동차·항공·전자·건설산업에서도 필요하고, 그 노동력 역시 다른 산업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자원이다.
전쟁은 이처럼 미래의 생산능력 일부를 군수재고 복원에 묶어 놓는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이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를 지나는 선박으로부터 안정적으로 ‘통행료’를 걷는 체제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최근 거론된 화물가액의 5~7% 수준의 이란 측 통행료 구상 역시 국제해운업계의 반발, 미국의 제재, 보험계약 문제 때문에 실제 시행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역시 무통행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이 실제로 돈을 받느냐는 본질이 아니다.
이란이 호르무즈의 안전을 불확실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경제는 이미 일종의 ‘호르무즈 통행세’를 낸다. 그것은 이란 정부에 지급되는 돈이 아니라 높은 원유가격과 선박보험료, 운임, 우회비용, 재고비용의 형태로 지급된다.
8월 7일 현재 브렌트유는 호르무즈 재개방 조건에 대한 불확실성만으로도 다시 상승했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전쟁이 끝났다”는 선언이 아니라 앞으로 배가 안전하게 계속 지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다.
따라서 종전이 이루어져도 유가와 물류비가 즉시 전쟁 이전으로 돌아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선주와 보험회사는 평화협정의 문구보다 실제 항해의 안전성을 본다. 기업 역시 다시 봉쇄될 가능성에 대비해 더 많은 재고를 갖고 공급망을 분산시키려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비용이다.
전쟁이 계속된다면 충격은 더 직접적이다.
호르무즈는 전쟁 이전 세계 석유와 LNG 수송의 약 20%가 지나가던 해상 요충지였다. 유가가 오르면 운송비만 오르는 것이 아니다. 발전·석유화학·비료·농업·항공·육상운송의 비용이 연쇄적으로 올라간다. 연준도 지난 7월 통화정책보고서에서 중동전쟁으로 호르무즈 운송이 심각하게 제약되고 에너지 기반시설이 훼손되면서 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PCE 에너지 가격은 5월까지 1년 동안 24% 상승했고 전체 PCE 물가상승률도 4.1%에 이르렀다.
여기서 전쟁발 물가는 통화정책의 문제가 된다.
연준은 7월 29일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그러나 12명의 위원 가운데 3명은 오히려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다. 연준은 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이 2% 목표보다 높으며 에너지를 비롯한 공급충격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것은 중요한 변화다.
전쟁으로 공급이 줄어든다고 해서 중앙은행이 석유를 만들거나 미사일 생산라인을 증설할 수는 없다.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것은 수요를 눌러 물가가 더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결국 금리를 올리거나 높은 금리를 오래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전쟁의 충격은 미국 국경을 넘어간다.
미국 금리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달러 자산의 매력이 커지고 다른 나라 통화에는 약세 압력이 생긴다. 에너지를 달러로 수입하는 일본이나 한국은 여기서 이중으로 맞는다. 국제유가 자체가 올랐는데 엔화나 원화까지 약해지면 자국 통화로 환산한 원유가격은 더욱 상승한다.
일본에서는 엔화 가치 하락이 심해지면서 미국과 일본이 이례적으로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추가 개입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미국의 매파적 통화정책과 미·일 금리차가 엔화 약세의 중요한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엔화 약세는 다시 일본의 수입물가를 높인다.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한국은행은 7월 16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인상했다. 한국은행은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중동사태로 상승한 에너지가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공개된 금융통화위원회 논의에서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
결국 하나의 긴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
전쟁 → 군수물자 소모 → 군수품 재생산 수요 → 원재료·노동력의 희소성 증가
동시에,
호르무즈 불안 → 원유·LNG·보험·운송비 상승 → 세계 생산비 상승
그리고 다시,
미국 물가상승 →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 달러 강세 → 엔·원 등 주변국 통화 약세 → 수입물가 상승 →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압력
이렇게 보면 전쟁발 인플레이션은 한 나라의 물가문제가 아니다. 에너지와 국제금융을 매개로 전 세계에 전달되는 일종의 파동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파동이 전쟁 종료와 동시에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다.
유가가 한 번 오른 뒤 그대로 안정된다면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직접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진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남을 수 있다. 호르무즈의 위험 프리미엄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수 있고, 미국은 소진한 군수재고를 수년에 걸쳐 복구해야 한다. 정부의 방위비 지출은 계속되고 방산업체의 원자재와 노동수요도 계속된다. 공급망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기업들의 중복투자와 재고 확대 또한 비용을 높인다.
전쟁이 끝나면 포성은 멎을 수 있다. 그러나 전쟁 중 사라진 물자는 스스로 창고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 물자를 다시 채우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철과 구리, 석유와 전기, 노동과 자본은 모두 다른 곳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자원이다.
그래서 전쟁이 강요하는 것은 단순히 정부의 국방예산 증가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사용할 수 있는 실물자원의 희소성 증가다. 이를 세금과 소비 감소로 직접 부담하지 않는다면 일부는 재정적자로, 일부는 금리로, 일부는 환율로, 그리고 상당 부분은 물가로 나타난다.
현재 미국이 직면한 선택도 여기에 있다. 금리를 내리면 물가 재상승 위험이 커지고, 높은 금리를 유지하면 경제와 주변국이 그 비용을 부담한다. 금리를 더 올리면 경기침체 위험이 커진다. 그러나 어떤 정책을 택하더라도 이미 소모된 미사일과 비싸진 에너지, 불안해진 항로라는 실물경제의 문제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쟁의 승패는 어느 날 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의 경제적 청구서는 그날부터 오히려 본격적으로 도착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