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모함도 보급이 무너지는데 화성에서 살 수 있을까
세계 최강의 군수지원 체계를 가진 미국도 항공모함 수천 명의 장병을 장기간 먹이고 씻기고 쉬게 하는 과정에서 식량·생활시설·소모품·정비 문제를 겪는다. 항구와 보급함, 항공수송과 군수기지까지 갖춘 지구의 바다에서도 보급이 흔들리면 생활과 전투 지속능력이 함께 흔들린다. 그렇다면 수천만 km 떨어진 화성에서는 어떨까. 화성 정착의 진짜 난제는 로켓을 한 번 보내는 것이 아니라 물과 식량, 산소, 부품과 소모품을 끊임없이 공급하고 고장 난 장비를 수리하며 그 체계를 수십 년간 유지하는 데 있다. 화성에 가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그곳에서 매일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이다.
미국, 이래서 화성은 갈 수 있겠어?
미국 해군 항공모함은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가장 거대한 이동식 생활공간 가운데 하나다. 수천 명의 사람이 몇 달 동안 바다 위에서 먹고 자고 일한다. 배 안에는 발전시설과 병원, 주방과 세탁시설이 있고 바닷물을 생활용수로 바꾸는 장치도 있다. 필요한 물자는 세계 최강의 군수지원 체계가 뒤에서 공급한다.
그런데 이런 항공모함에서도 보급이 흔들리면 생활은 빠르게 무너진다.
최근 보도된 에이브러햄 링컨함의 상황은 그 사실을 꽤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장기간 작전이 이어지면서 식사의 질이 떨어지고 생필품이 부족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샤워실과 화장실, 세탁시설에도 문제가 생겼고 승조원들의 피로와 정신적 압박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내용이다.
항공모함의 핵심 무기는 전투기와 미사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서 몇 달을 살아야 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훨씬 평범한 것들이다.
밥을 먹을 수 있는가. 씻을 수 있는가. 옷을 빨 수 있는가. 변기를 사용할 수 있는가. 잠을 잘 수 있는가.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화성 이야기가 시작된다.
항공모함도 결국 보급 없이는 움직이지 못한다
항공모함은 흔히 바다 위의 도시라고 불린다.
실제로 규모만 놓고 보면 그렇게 부를 만하다. 수천 명이 거주하고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며 물도 만든다. 병원이 있고 식당이 있으며 정비시설도 갖추고 있다. 원자로 추진 항공모함이라면 함정을 움직이는 에너지만 놓고 보면 오랫동안 외부 연료 공급 없이 운항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자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먹는 식량은 계속 들어와야 한다. 항공기가 사용하는 연료와 탄약도 필요하다. 기계가 고장 나면 부품이 필요하고 필터와 윤활유, 세제와 의약품 같은 소모품도 끊임없이 사용된다.
컵 하나가 깨지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수천 명이 매일 컵을 사용하면 컵도 언젠가는 부족해진다. 비누 한 개가 사라지는 것도 문제가 아니다. 수천 명이 몇 달 동안 비누를 사용하면 그것 역시 거대한 보급량이 된다.
현대적인 대형 함정이 강력한 이유는 배 안에 모든 것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필요한 것이 떨어지기 전에 계속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 해군은 이를 위해 보급함을 운용하고 항공수송을 사용하며 세계 곳곳에 항구와 군수기지를 확보한다. 어떤 장비가 고장 나면 육상에서 부품을 보내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함정을 항구로 불러들여 정비할 수도 있다.
그래도 작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보급과 정비의 여유가 줄어들면 균열이 생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해군도 결국 물류망 위에 떠 있는 것이다.
항공모함이 움직이는 것은 원자로 때문만이 아니다.
뒤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보급선 때문이다.
문제는 거대한 무기가 아니라 사소한 물건이다
보급의 어려움은 아주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정수시설 전체가 폭발해야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펌프 하나가 고장 나도 된다. 밸브 하나가 깨져도 된다. 필터가 예상보다 빨리 막힐 수도 있고 세탁기가 멈출 수도 있다.
생활시설 하나가 고장 나면 처음에는 작은 불편이다.
그러나 사람이 수천 명이면 작은 불편도 금세 큰 문제가 된다.
화장실 몇 곳이 고장 나면 다른 화장실에 사람이 몰린다. 세탁시설이 줄어들면 위생 문제가 커진다. 식재료가 부족하면 배식의 질이 떨어지고 식사의 반복은 사기에 영향을 준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사람 사이의 갈등도 커진다.
전투함에서조차 사람은 단순한 승무원이 아니다.
하루 세 끼를 먹고 물을 마시고 씻고 자고 배설하며 때로는 아프고 다치는 생물이다.
그래서 장기간 작전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반드시 미사일 부족만이 아니다.
수천 가지의 평범한 물건 가운데 어느 하나가 예상보다 빨리 소진되는 것이다.
그리고 화성에서는 이 문제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화성에서는 보급함을 부를 수 없다
화성기지에서 물을 정화하는 펌프가 고장 났다고 생각해보자.
지구의 군함이라면 상황에 따라 부품을 항공기로 보내거나 다음 보급 때 실어 보낼 수 있다. 가까운 기지에서 가져올 수도 있고 필요하다면 항구에 들어가 수리할 수도 있다.
화성에서는 다르다.
먼저 부품이 지구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그것을 우주선에 실을 수 있는지 계산해야 한다. 부품 자체의 무게만 따지는 것이 아니다. 포장과 운송장치가 필요하고 그 물건을 지구 중력권 밖으로 올릴 추진제도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는다.
언제 보낼 수 있는가.
지구와 화성은 계속 움직인다. 두 행성의 거리는 일정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화성으로 우주선을 보내기 좋은 시기도 제한된다.
택배를 주문하고 다음 날 받는 일이 아니다.
한 번의 부품 부족이 몇 달의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화성에서는 부품 하나를 보내는 것보다 처음부터 예비부품을 가져가는 것이 낫다.
그러면 예비 펌프를 싣는다.
펌프가 고장 날 가능성에 대비해 두 개를 가져갈 수도 있다.
센서도 예비품이 필요하다. 밸브도 필요하다. 필터도 필요하다. 전선과 커넥터와 퓨즈와 모터도 필요하다.
그 순간 화성기지는 급격히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보급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물건을 많이 가져갈수록 우주선이 무거워진다.
우주선이 무거워지면 더 많은 추진제가 필요하다.
추진제가 늘어나면 탱크와 구조물이 커진다.
결국 안전을 위해 가져간 예비부품이 다시 우주선 전체의 규모를 키운다.
지난 글에서 사람이 사람의 몸무게만큼만 무거운 것이 아니라고 했다면 이번에는 같은 말을 보급에 적용할 수 있다.
화성에서는 부품 하나도 부품 하나의 무게로 끝나지 않는다.
직접 만들면 된다는 말도 생각보다 어렵다
여기서 흔히 나오는 답이 있다.
필요한 것을 화성에서 직접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장기적으로 화성기지가 존재하려면 결국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부터 문제가 더 커진다.
펌프를 직접 만들려면 공작기계가 필요하다. 공작기계를 사용하려면 금속 소재가 필요하다. 금속을 얻으려면 광물을 채굴하고 정제하고 제련해야 한다.
고무 패킹을 만들려면 적절한 재료와 화학공정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부품을 생산하려면 원료를 만들 수 있는 화학산업이 필요하다.
전자제어장치가 고장 나면 상황은 더 복잡하다.
회로기판을 만들고 센서를 생산하고 반도체를 제조하려면 단순한 작업장 정도가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산업기반이 필요하다.
물론 모든 것을 현지에서 만들 필요는 없다. 핵심 전자부품은 지구에서 가져오고 단순한 구조물만 현지 생산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다시 지구 보급에 의존하게 된다.
결국 화성기지가 자립에 가까워질수록 필요한 것은 집 몇 채와 온실 몇 동이 아니다.
광산이 필요하고 발전소가 필요하다. 제련시설과 화학공장이 필요하며 공작기계와 정비시설도 필요하다.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확보할 체계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 시설들 역시 고장 난다.
펌프를 만드는 기계가 고장 나면 그 기계를 고칠 부품이 필요하다.
부품을 만드는 기계가 고장 나면 또 다른 기계가 필요하다.
이 과정은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 화성에 자립도시를 만든다는 말은 몇 사람이 감자를 키우며 살아간다는 뜻과 전혀 다르다.
현대 산업문명의 공급망을 다른 행성에 조금씩 복제한다는 뜻에 가깝다.
항공모함에는 그래도 지구가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함의 상황에서 흥미로운 점은 그 배가 어디까지나 지구에 있다는 것이다.
밖에는 숨 쉴 수 있는 공기가 있다.
중력도 정상이다.
주변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있다.
문제가 생기면 다른 함정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필요한 물건을 배나 항공기로 보낼 수 있다.
아픈 사람이 생기면 상황에 따라 육상으로 후송할 수도 있다.
함정 자체가 심각하게 고장 나면 결국 항구로 돌아가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승조원들에게는 임무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간다는 전제가 있다.
그래도 장기간 배치가 이어지면 사람은 지친다.
먹는 것과 씻는 것, 잠자는 것과 인간관계 같은 평범한 문제가 쌓인다. 좁은 공간에서 계속 같은 사람들과 생활하고 긴장 상태를 유지하면 정신적인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화성에서는 이 모든 조건이 더 나빠진다.
밖에 공기가 없다.
물은 찾아내고 채굴하고 정화해야 한다.
거주시설에 문제가 생겼다고 밖으로 나가 천막을 치고 잘 수도 없다.
아픈 사람이 있다고 지구의 대형병원으로 바로 후송할 수도 없다.
생활시설의 고장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존 문제가 될 수 있다.
항공모함의 화장실 고장은 고통스러운 생활문제다.
화성기지의 산소 발생기 고장은 생명유지 문제다.
항공모함의 정수설비 고장은 보급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
화성의 정수설비가 완전히 멈추면 시간을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부터 계산해야 한다.
항공모함에서는 보급 실패가 생활환경을 악화시킨다.
화성에서는 보급 실패가 기지의 존립을 위협한다.
사람은 식량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보급이라고 하면 식량과 물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항공모함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사람에게 필요한 보급이 그것보다 훨씬 넓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칼로리만 공급한다고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씻어야 하고 잠을 자야 한다. 깨끗한 옷을 입어야 하고 적당한 사생활이 필요하다.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하고 다른 사람과 갈등이 생기면 해결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몇 달 동안 반복되는 단조로운 생활 자체도 스트레스가 된다.
화성에서는 이런 문제를 물자로만 해결할 수도 없다.
식량을 2년 치 보낼 수는 있다.
예비 필터를 백 개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정신적인 피로까지 창고에 넣어 가져갈 수는 없다.
지구에서는 힘들면 휴가를 갈 수 있다. 직장을 옮길 수도 있다. 사람을 새로 만나거나 혼자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초기 화성기지에서는 선택지가 극도로 줄어든다.
몇 명 되지 않는 사람과 계속 함께 살아야 한다.
갈등이 생긴다고 다른 도시로 이사할 수도 없다.
밖으로 나가 산책하는 것조차 우주복과 안전절차를 요구한다.
그리고 지구는 밤하늘의 작은 점보다도 멀리 있다.
화성에서는 식량과 산소뿐 아니라 인간이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환경까지 제한된다.
그것은 로켓의 적재량만 계산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화성에 가는 것과 화성에서 사는 것은 다르다
인간이 화성에 도착하는 것은 언젠가 가능할 것이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로켓과 우주선의 발전을 생각하면 영원히 불가능한 목표라고 단정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사람을 화성에 보내는 것과 화성에서 수십 년 동안 살아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도착은 한 번의 사건이다.
생활은 매일 반복된다.
아침마다 물이 나와야 한다.
매일 산소가 공급되어야 한다.
전기는 단 하루도 장기간 끊겨서는 안 된다.
식량을 계속 생산하거나 보급해야 한다.
하수와 배설물을 처리해야 한다.
농업시설의 펌프와 정수시설의 필터와 발전기의 부품이 계속 작동해야 한다.
사람은 병에 걸리고 기계는 고장 나며 물건은 닳는다.
그래서 화성도시의 가장 어려운 기술은 어쩌면 거대한 로켓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하루를 수십 년 동안 반복하는 능력일 수 있다.
항공모함도 마찬가지다.
전투기가 하루에 몇 번 출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뒤에서 수천 명에게 다음 날 아침밥을 먹이고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체계가 계속 돌아가야 한다.
그 체계가 흔들리면 아무리 강력한 항공모함도 오래 버틸 수 없다.
미국, 이래서 화성은 갈 수 있겠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수지원 체계를 가진 미국조차 지구의 바다 위에서 수천 명을 장기간 생활시키는 일이 간단하지 않다.
항구도 있고 보급함도 있다.
항공기도 있고 군수기지도 있다.
필요하면 부품을 보내고 사람을 교대하며 함정을 귀환시킬 수도 있다.
그 모든 조건을 갖추고도 작전이 길어지면 식량과 생활시설, 정비와 사람의 피로가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화성은 어떨까.
화성에는 항구가 없다.
바로 옆에 보급함도 없다.
부품을 실은 수송기를 몇 시간 뒤에 띄울 수도 없다.
무언가 하나를 빼먹었다고 다음 주에 가져다주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는 말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어쩌면 ‘화성’도 아니고 ‘로켓’도 아니다.
보급이다.
우리는 거대한 로켓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에 익숙하다. 엔진 출력과 탑재중량, 우주선의 크기를 보면서 인류가 다른 행성에 살 날을 상상한다.
그러나 문명은 발사 순간에 존재하지 않는다.
문명은 그다음 날 아침에도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고, 변기가 작동하고, 고장 난 펌프를 수리할 부품이 창고에 있으며, 그 부품이 떨어졌을 때 다시 만들거나 가져올 수 있을 때 비로소 존재한다.
미국 항공모함의 보급 문제가 흥미로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자본과 군사력을 가진 조직도 수천 명의 인간을 장기간 유지하려면 끝없는 보급과 정비가 필요하다.
화성은 그것보다 훨씬 멀고 훨씬 춥고 훨씬 위험하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다.
로켓을 화성에 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그 로켓에서 내린 사람들이 다음 날에도, 그다음 달에도, 10년 뒤에도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이다.
화성에서는 거대한 우주선보다 작은 필터 하나가 더 중요해지는 날이 반드시 온다.
그때 지구처럼 전화 한 통으로 부품을 주문할 수 없다.
미국, 정말 이래서 화성은 갈 수 있겠어?
정확히 말하면 화성까지 가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언제나 그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