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아직 이 전쟁을 끝낼 수 없고, 트럼프 임기 내에는 안 끝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 전보다 분명히 나아진 결과를 얻지 못해 쉽게 멈출 수 없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새로운 지렛대와 시간을 얻었기 때문에 서둘러 양보할 이유가 없다. 트럼프가 급히 체결한 MOU도 당장의 충돌을 봉합했을 뿐, 60일 이후 항로 관리 문제에서 이란이 목소리를 낼 문서적 여지를 남기며 근본적인 퇴로를 만들지 못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강경책에서 스스로 후퇴하기 어려운 정치적 구조에 갇혀 있고, 대통령 교체까지도 2년 이상 남았다. 그 전에 판을 바꿀 새로운 카드가 나오지 않는다면 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후임 대통령 역시 승리를 완성하는 마무리투수가 아니라 이미 악화된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 패전처리조에 가까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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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임기 내에는 안 끝난다

전쟁은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는 것이 어렵다.

특히 전쟁을 시작할 때 내세운 목표가 크고, 실제로 얻은 것이 분명하지 않을수록 그렇다. 어느 한쪽이 승리를 선언할 수 있을 만큼 결과가 명확하지 않다면, 종전은 곧 실패를 인정하는 일이 되기 쉽다.

지금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이 처한 상황이 그렇다.

미국은 여기서 전쟁을 끝내기 어렵다. 전쟁 이전보다 무엇이 나아졌는지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란 정권이 무너진 것도 아니고, 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도 아니다. 이란의 지역 영향력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협상 카드가 됐다.

그렇다면 미국은 무엇을 얻었는가.

명확한 답을 내놓기 어렵다.

이 상태에서 미국이 먼저 전쟁을 끝낸다면 그것은 휴전으로 보이기보다 목표 달성에 실패한 채 물러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능력과 미사일 전력, 그리고 중동 전역에 걸친 이란의 영향력을 구조적으로 약화시키려 했다. 그런데 그 목표가 완전히 달성되지 않은 상태라면 이스라엘 역시 쉽게 멈추기 어렵다.

미국은 얻은 것이 없어서 끝낼 수 없고, 이스라엘은 원하는 것이 남아 있어서 끝낼 수 없다.

그렇다고 이란이 먼저 물러설 이유도 많지 않다.

오히려 최근의 흐름은 이란에 다른 계산을 가능하게 했다.

트럼프가 급하게 체결한 MOU가 대표적이다.

당장의 충돌을 멈추기 위해서는 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문제를 해결한 합의라기보다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조치에 가까웠다.

말 그대로 언 발에 오줌 누기였다.

특히 중요한 것은 60일이라는 시간이다.

미국은 당장의 항행 문제를 봉합했지만, 이후 호르무즈의 항로 관리와 운영 문제를 둘러싸고 이란이 다시 협상 당사자로 등장할 수 있는 문서적 여지를 남겼다.

이 문서가 60일 뒤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자동으로 넘긴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이란이 향후 “해협의 질서는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정치적·외교적 근거를 하나 더 얻었다는 점은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래서 MOU 직후 이란이 승리 분위기에 젖었던 것을 단순한 선전전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이란은 미국을 군사적으로 굴복시킨 것이 아니었다.

대신 더 중요한 사실 하나를 확인했다.

미국도 이 전쟁을 무한정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호르무즈라는 카드가 실제로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 순간부터 이란의 시간 계산은 달라진다.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

미국은 대통령에게 임기가 있고, 이란 정권에는 그런 시계가 없다.

트럼프의 임기는 2029년 1월까지다.

아직 2년 넘게 남았다.

정치에서는 짧을 수 있지만 전쟁에서는 매우 긴 시간이다.

문제는 그 2년 동안 미국에 새로운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쟁을 지금 끝내려면 미국은 현재의 교착 상태를 바꿀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군사적으로 압도적인 성과를 내든, 이란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경제적 조건을 제시하든, 혹은 미국도 패배로 보이지 않고 이란도 굴복으로 보이지 않는 새로운 외교적 틀을 만들든 해야 한다.

어떤 형태든 지금까지와는 다른 카드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까지의 MOU는 새로운 카드가 아니었다.

단지 시간을 샀을 뿐이다.

그리고 미국이 시간을 산 만큼 이란에도 시간을 주었다.

이란은 그 시간을 이용해 호르무즈의 의미를 키울 수 있다. 군사력을 복구할 수도 있고,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할 수도 있으며, 중동 국가들과 새로운 이해관계를 만들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른다고 미국의 상황이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과 다른 전쟁이 된다.

처음에는 핵 문제였던 것이 해협 문제가 되고, 해협 문제가 원유와 물류 문제가 되고, 다시 걸프 국가들의 안보 문제로 연결된다.

동맹국의 이해관계도 변한다.

국제 여론도 변한다.

군사적 비용도 누적된다.

그런데 미국은 이 모든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전쟁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쉽지 않다.

여기서 트럼프라는 개인의 문제가 중요해진다.

트럼프의 정치 방식은 모든 성과를 자신에게 귀속시키는 방식이었다.

협상이 성공하면 자신의 협상력 덕분이고, 군사작전이 성공하면 자신의 결단이며, 상대국이 양보하면 자신의 압박이 통했다고 설명한다.

성과를 개인화하면 실패도 개인화된다.

따라서 트럼프는 다른 대통령보다 후퇴하기가 어렵다.

자신이 강하게 밀어붙인 정책에서 자신이 다시 물러선다면 정책 수정이 아니라 패배처럼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에게 양보하면서도 자신이 이겼다고 설명할 수 있는 합의다.

그런데 그런 합의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시간이다.

트럼프의 가장 확실한 퇴로는 결국 임기의 종료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물러나면 해결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트럼프가 물러나기 전까지는 미국이 기존 정책을 근본적으로 뒤집을 정치적 명분이 생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가 물러난다고 해서 미국에 좋은 퇴로가 자동으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다음 대통령이 받을 상황은 전쟁 이전보다 나아진 미국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 점에서 야구의 투수교체에 비유할 수 있다.

지금 마운드에 있는 투수를 바꾼다고 해서 다음 투수가 압도적인 마무리투수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패전처리조일 가능성이 높다.

경기를 뒤집으라고 올라오는 투수가 아니라 이미 벌어진 점수 차를 더 벌어지지 않게 막고 경기를 끝내기 위해 올라오는 투수다.

트럼프 이후의 미국 대통령 역시 그런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있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손실을 정리하는 것이다.

어디까지 양보할 것인지 결정하고, 어떤 제재를 유지할 것인지 선택하고, 이란의 지역적 영향력을 어느 정도 현실로 인정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이스라엘에도 더 이상 얻을 수 없는 것과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을 구분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 과정은 승리가 아니다.

패배를 관리하는 과정에 더 가까울 수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쉬운 일도 아니다.

새 대통령이 등장했다고 이란이 갑자기 양보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이란이 2년 동안 더 많은 카드를 확보한다면 후임 대통령의 협상 조건은 지금보다 나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대통령 교체는 해결책이 아니라 그나마 새로운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일 뿐이다.

투수를 바꾸면 타자의 타이밍은 한번 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점수 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면 그것만으로 경기가 뒤집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트럼프 임기 안에 이 상황을 끝내고 싶다면 결국 지금까지 없었던 신선한 카드가 필요하다.

그 카드가 없다면 미국은 계속 공격할 이유가 있고, 이스라엘은 계속 싸울 이유가 있으며, 이란은 계속 버틸 이유가 있다.

세 나라 모두에게 당장 끝내야 할 결정적인 이유가 없다.

반대로 모두에게 쉽게 끝낼 수 없는 이유는 충분하다.

그래서 이 전쟁은 생각보다 오래 갈 가능성이 높다.

몇 주나 몇 달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트럼프의 남은 임기 자체가 이 전쟁의 시간표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때가 되어 다음 대통령이 마운드에 올라온다고 해도, 그에게 주어지는 공은 승리를 위한 공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미 끝났어야 할 경기를 어떻게든 끝내기 위한 공일 것이다.

현재의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 사태는 트럼프 임기 내에는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