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평단가와 재건축 기대가 가리는 토지권리의 진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기대와 달리 두꺼비는 마법사가 아니다. 아파트 재건축의 이익은 낡은 건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지지분과 추가 개발 가능성에서 나오며, 건물 평단가만으로 가격을 비교하면 같은 전용면적이라도 서로 다른 토지권리와 사업성을 가리게 된다. 따라서 아파트를 살 때는 전용면적 1평당 가격보다 건물이 포함된 토지 1㎡를 얼마에 사는지, 대지지분과 용적률, 부지의 경사와 추가 공사비를 함께 따져야 한다. 건물은 원래 수십 년 동안 사용하는 재산이므로 안전하게 오래 쓸수록 경제적인데도 재건축 기대감 때문에 아직 쓸 수 있는 건물을 빨리 부수려는 태도는 남은 사용가치를 스스로 버리는 일일 수 있다. 특히 30년이나 40년짜리 주택담보대출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재건축 분담금과 이주비, 추가 대출까지 겹치면 가계 현금흐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결국 새집을 만들어주는 것은 두꺼비가 아니라 내가 가진 토지와 내가 추가로 부담하는 돈이며, 아파트를 단순한 건물 평단가가 아니라 건물의 사용가치와 토지권리의 결합으로 평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아파트를 건물 평단가로만 평가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어릴 적 모래집을 지으며 부르던 이 노래는 우리나라의 재건축 기대 심리를 놀라울 만큼 잘 표현한다. 낡은 아파트를 내놓으면 어느 날 새 아파트가 되어 돌아오고, 집의 면적도 넓어지며 재산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두꺼비는 마법사가 아니다.
헌 집을 새집으로 바꾸려면 누군가는 철거비와 공사비를 부담해야 하고, 새로 생기는 가치의 원천도 있어야 한다. 재건축은 낡은 건물을 새 건물로 무료 교환해주는 제도가 아니다. 내가 가진 토지 위에 더 많은 건물을 지어 그 수익으로 새집의 비용을 충당하는 개발사업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파트의 가치를 판단할 때 이 기본적인 사실을 자주 잊는다. 같은 전용 84㎡라면 비슷한 물건으로 보고, 매매가격이나 분양가격을 전용면적 또는 공급면적으로 나눈 ‘평당 가격’으로 단지를 비교한다.
이 방식은 현재 사용하는 실내 공간의 가격을 비교하는 데에는 편리하다. 그러나 그 아파트를 장기간 보유했을 때 남는 권리가 무엇인지는 거의 보여주지 못한다.
아파트 소유자는 건물만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건물이 들어선 토지의 일부도 대지권의 형태로 함께 소유한다. 같은 전용 84㎡ 아파트라도 어떤 집은 넓은 대지지분을 가지고 있고, 어떤 집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지지분만 가질 수 있다.
그런데 건물 평단가만 보면 이 차이는 사라진다.
분양가가 같은 두 아파트가 있다고 하자. 한쪽은 평지의 넓고 정형화된 부지에 지어져 세대당 대지지분이 충분하다. 다른 한쪽은 경사지에 들어서 대규모 절토와 옹벽, 지반 보강에 막대한 비용이 들었지만 세대당 대지지분은 매우 작다.
소비자가 낸 돈은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돈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첫 번째 아파트의 가격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토지권리가 포함되어 있다. 두 번째 아파트의 가격에는 산을 깎고 땅을 다듬어 건물을 세운 토공사 비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토공사비는 분양가를 높이지만 소유자의 대지지분을 늘려주지는 않는다. 옹벽과 기반시설에 많은 돈을 썼다고 해서 재건축 때 사용할 수 있는 토지가 더 생기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건물과 시설은 노후화되지만, 대지지분은 여전히 소유자의 권리로 남는다.
쉽게 말해 비싼 공사비는 이미 지출된 비용이고, 대지지분은 앞으로도 남는 권리다.
그런데 현재의 평단가 중심 문화는 이 둘을 하나의 가격 속에 섞어버린다. 소비자는 토지를 많이 산 것인지, 어려운 땅에 건물을 짓는 비용을 많이 부담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이러한 눈가림은 “아파트는 오래되면 재건축해서 돈을 번다”는 착시를 만들었다.
과거 재건축으로 큰 이익을 얻은 단지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단지들이 단순히 낡았기 때문에 돈을 번 것은 아니다. 넓은 대지, 낮은 기존 용적률, 적은 세대 수, 우수한 입지와 높은 신규 주택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 주민이 사용하던 건물보다 훨씬 많은 건물을 새로 지을 수 있었고, 추가로 지은 주택을 일반분양해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새집이 공짜로 생긴 것이 아니라, 소유하고 있던 토지의 개발 가능성을 현실화한 것이다.
반대로 대지지분이 작고 기존 용적률이 이미 높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새로 지을 수 있는 면적이 제한되고 일반분양 물량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 철거비와 건축비, 금융비용, 각종 기반시설 비용은 결국 조합원이 부담해야 한다.
경사지 단지라면 상황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최초 건축 당시 부담했던 절토, 옹벽, 지반 보강 비용을 재건축 과정에서 다시 부담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분양 당시에도 비싼 공사비를 냈고, 재건축 때도 어려운 부지 때문에 높은 공사비를 내는 셈이다.
이런 단지에 “재건축만 하면 새집도 받고 돈도 번다”는 공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아파트 건물은 몇 년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 정상적으로 관리하고 보수한다면 수십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장기 재산이다. 흔히 40년 안팎의 사용기간을 상정하는 자산이라면, 경제적인 태도는 가능한 한 안전하게 오래 사용하는 것이다. 건물을 오래 사용할수록 최초 건축에 들어간 막대한 비용을 더 긴 기간에 걸쳐 나누어 부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건물을 오래 쓰는 것을 자산관리로 보기보다, 재건축이 늦어져 손해를 보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아직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을 두고도 하루빨리 부수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까지 나타난다.
이는 상당히 이상한 태도다.
자동차나 기계라면 관리 상태가 양호한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들여 지은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오래 사용할수록 손해이고, 빨리 철거할수록 이익이라는 정반대의 인식이 퍼져 있다.
건물의 노후화와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면 당연히 철거나 재건축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단지 새 아파트가 더 비싸게 거래된다는 이유로 아직 쓸 수 있는 건물을 조기에 철거하려 한다면, 그것은 낡은 재산을 되살리는 일이 아니라 남아 있는 사용가치를 스스로 폐기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건물을 오래 사용한다는 것은 낡은 환경을 무조건 참고 살자는 뜻이 아니다. 배관과 승강기, 주차장, 단열, 창호, 외벽과 공용시설을 꾸준히 보수하고 개선하면서 건물의 수명을 충분히 활용하자는 뜻이다. 재건축만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재건축을 서두르는 문화는 가계부채의 측면에서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최근에는 주택담보대출을 30년이나 40년에 걸쳐 상환하는 가구가 많다. 그런데 주택담보대출의 원금도 다 갚지 못한 시점에 재건축이 추진되어 수억원의 조합원 분담금까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한 채의 집을 사기 위해 받은 장기대출을 계속 갚으면서, 그 집을 철거하고 다시 짓기 위한 추가 자금까지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기존 대출에 재건축 분담금 대출이나 이주비 대출, 추가 금융비용이 겹치면 가계는 사실상 같은 주거자산에 대해 두 겹의 장기부채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거나 공사비가 오르면 부담은 더 커진다. 입주 시기가 늦어질수록 이주비와 임시 거주비가 늘고, 추가분담금도 당초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은퇴 전후의 가구라면 재건축 기대이익보다 당장의 현금 부담이 훨씬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분담금을 낼 현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장부상 자산가격은 높지만 매달 대출을 상환해야 하고, 재건축을 위해 다시 큰돈을 빌려야 한다면 그 가계의 재무구조가 건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재건축은 단순히 “새집을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얼마나 갚았는가.”
“추가분담금을 소득과 현금흐름으로 감당할 수 있는가.”
“이주비와 임시 거주비, 금융비용까지 포함하면 총부담이 얼마인가.”
“재건축 후 예상되는 자산가치가 그 비용과 위험을 충분히 보상하는가.”
이 질문이 함께 제기되어야 한다.
낡은 건물 자체는 개발이익의 원천이 아니다. 개발이익의 원천은 토지와 추가 개발 가능성이다. 재건축 사업성은 대지지분, 용적률, 토지의 형태와 경사, 건축 가능 면적, 일반분양 수익과 공사비의 관계에서 나온다.
따라서 아파트 가격을 평가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전용면적이나 공급면적을 기준으로 평당 얼마인지만 따질 것이 아니라, 건물이 포함된 토지 1㎡를 내가 실제로 얼마에 사고 있는가를 따져보는 편이 더 낫다.
아파트 가격을 세대별 대지지분으로 나누어 보면, 비슷한 전용면적과 비슷한 가격을 가진 두 아파트가 실제로는 전혀 다른 토지권리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물론 이 수치가 순수한 토지가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사용 중인 건물의 가치도 가격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건물면적당 가격만 보는 것보다는 내가 취득하는 토지권리의 크기와 그 권리에 지급하는 가격을 훨씬 분명하게 보여준다.
세대별 대지지분과 대지지분당 취득가격을 비교하고, 현재 용적률과 재건축 후 허용 가능한 용적률의 차이도 확인해야 한다. 부지가 평지인지 경사지인지, 정형지인지 부정형지인지, 대규모 옹벽과 지하 구조물이 필요한지도 살펴야 한다.
또한 현재 건물을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사용할 수 있는지, 유지·보수와 리모델링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재건축보다 경제적인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재건축 예상이익만 계산하고 철거하는 건물의 잔존가치와 새로 부담할 금융비용을 제외한다면 올바른 경제성 분석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대지지분만으로 아파트의 모든 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다. 교통, 학군, 생활환경, 조망, 건물의 품질과 관리 상태도 중요하다. 같은 면적의 토지라도 입지와 형상, 경사도, 개발 가능성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그러나 적어도 수십 년 뒤의 재건축 가능성과 자산가치를 이야기하려면 건물면적과 대지지분을 구별해야 한다.
전용 84㎡라는 숫자는 현재 내가 사용하는 공간을 보여준다. 대지지분은 건물이 사라진 뒤에도 내가 가지고 있는 권리를 보여준다.
둘은 같은 숫자가 아니며, 같은 가치도 아니다.
분양광고와 부동산 정보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평당 분양가’만 크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세대별 대지지분, 대지지분당 취득가격, 용적률과 건폐율, 토지의 경사와 주요 기반시설 비용을 소비자가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소비자도 “84㎡가 얼마인가”에서 질문을 멈춰서는 안 된다.
“이 가격으로 얼마의 토지를 소유하게 되는가.”
“건물이 포함된 토지 1㎡에 나는 얼마를 지급하는가.”
“분양가 가운데 토지가격과 건축비, 특수 토목공사비는 각각 얼마인가.”
“건물이 낡은 뒤에도 남는 권리는 무엇인가.”
“이 건물을 더 오래 사용하는 것과 지금 철거하는 것 중 어느 쪽이 경제적인가.”
“아직 남아 있는 주택담보대출과 재건축 분담금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가.”
“재건축할 때 새집을 지어줄 재원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이 질문을 해야 한다.
헌 집을 주면 새집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새집을 만드는 비용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넓은 토지와 개발 여력이 있다면 그 가치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소유자가 상당한 분담금과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더구나 아직 쓸 수 있는 헌 집이라면, 그것을 일찍 부수는 순간 남아 있던 사용가치도 함께 사라진다.
두꺼비가 새집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결국 새집을 만드는 것은 내가 가진 토지와 내가 부담하는 돈이다.
아파트를 건물 평단가로만 평가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사는 것은 단순한 84㎡의 실내 공간이 아니라, 건물의 사용가치와 토지권리가 결합된 부동산이다.
건물은 오래 사용할수록 경제적이고, 토지에 대한 권리는 건물이 사라진 뒤에도 남는다.
두꺼비는 마법사가 아니다. 재건축의 마법처럼 보였던 것은 사실 토지의 힘이었고, 그 마법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결국 소유자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