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국채금리, 정말 내려갈 일만 남았을까

미국 장기국채금리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향후 하락을 당연시하기는 어렵다. 반복되는 유가 스파이크와 공급망 불안, 효율보다 안보를 우선하는 ‘비싼 세계화’, 중국이 저임금 생산기지에서 기술·공급망을 가진 독립적 생산자로 성장하며 높아지는 대체비용, 미국의 만성적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 증가는 모두 장기금리의 바닥을 과거보다 높일 수 있다. 장기국채금리는 기준금리의 결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금융여건과 인플레이션 기대를 통해 다시 연준의 정책에도 영향을 준다. 핵심은 금리가 내려가느냐가 아니라, 경기침체와 금리인하가 와도 2010년대 수준까지 돌아갈 수 있느냐다. 우리가 지금 ‘높다’고 보는 4~5%대 장기금리가 새로운 세계에서는 평범한 금리가 될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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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를 낮게 만들었던 세계가 사라지고 있다

미국 장기국채금리는 정말 다시 내려갈 것인가

미국 장기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제 금리가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2026년 8월 18일 미국 국채금리는 2년물 4.19%, 10년물 4.71%, 30년물 5.28%다. 특히 10년 물가연동국채(TIPS)의 실질금리도 2.41%에 이른다. 반면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목표범위는 3.50~3.75%다. 장기금리가 정책금리보다 상당히 높은 수익률곡선이 형성되어 있다.

이 숫자만 보면 장기국채에 투자하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10년물에서 4%대 후반의 금리를 확보할 수 있고, 앞으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채권가격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숨어 있다.

지금의 높은 금리가 경기순환상의 일시적인 고점이라는 전제다.

나는 오히려 반대 가능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이 금리 사이클의 마지막이 아니라, 지난 수십 년 동안 금리를 낮게 만들어준 세계경제의 조건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금리가 언제 내려갈 것인가’가 아니라,

‘앞으로 금리가 내려간다고 해도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는가.’

이것이 앞으로 미국 장기국채를 바라보는 더 중요한 질문이다.

금리를 낮게 만들었던 시대

1980년대 이후 세계경제에는 거대한 디스인플레이션의 흐름이 있었다.

냉전이 끝나고 세계화가 확대됐다. 중국과 동유럽의 막대한 노동력이 세계시장에 편입됐고, 기업들은 가장 싼 곳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정보통신과 물류의 발전은 생산공정을 세계 곳곳으로 분산시켰으며, 기업들은 재고를 최소화하고 공급망을 극단적으로 효율화했다.

세계화의 목적은 명확했다.

더 싸게 만드는 것이었다.

값싼 노동력, 값싼 상품, 효율적인 공급망은 선진국의 상품가격을 억제했고 중앙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세계경제의 목표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WTO의 최근 글로벌 가치사슬 보고서 역시 세계 공급망이 사라지고 있다기보다는 지정학, 녹색전환, 기술경쟁에 따라 재편되고 있으며 기업과 정부의 관심이 효율성에서 회복력과 안정성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가장 싼 공급망 대신 가장 안전한 공급망을 선택한다.

재고를 최소화하는 대신 비상시에 대비한 전략적 재고를 보유한다.

한 나라에 생산을 집중하는 대신 여러 지역에 생산설비를 중복해서 만든다.

오프쇼어링 대신 리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을 선택한다.

경제안보 측면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비용이다.

우리는 지금 효율성을 포기하고 안정성을 구매하고 있다.

첫 번째 변수는 유가다

이 변화 위에 에너지 문제가 올라온다.

연준은 2026년 7월 통화정책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졌으며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에너지를 포함한 공급충격을 명시했다. 5월까지 12개월 PCE 물가는 4.1%, 근원 PCE는 3.4% 상승했고, 중동 분쟁에 따른 원유 공급 제약과 에너지가격 상승이 물가 압력에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유가가 지금 몇 달러인가가 아니다.

유가 스파이크가 반복되는가가 중요하다.

유가가 한 번 100달러를 넘은 뒤 공급이 정상화되어 다시 60~70달러로 내려간다면 중앙은행은 이를 일시적인 공급충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실제로 EIA의 기본 전망도 현재의 유가 상승이 영구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EIA는 글로벌 공급 증가를 전제로 브렌트유가 2026년 2분기 평균 103달러에서 4분기 70달러 수준으로 내려가고 2027년에는 평균 65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 전망이 맞는다면 채권시장에는 상당한 호재다.

하지만 전망의 전제가 무너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중동 분쟁, 호르무즈 해협, 산유국 간 갈등, 자원 무기화와 해상운송 차질이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현상이 된다면 기업은 에너지 비용을 일시적인 충격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생산계획과 가격정책 자체를 바꾼다.

운송기업은 높은 연료비를 운임에 반영하고, 제조기업은 원재료와 물류비를 제품가격에 반영한다. 노동자는 높은 생활비를 임금에 반영한다. 기업은 다시 높아진 임금을 가격에 반영한다.

이 단계에 들어가면 유가는 단순한 원자재 가격이 아니다.

경제 전체의 비용 구조를 바꾸는 변수가 된다.

나는 이것을 일종의 경제적 고혈압이라고 생각한다.

혈압이 한 번 급등했다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정상 혈압 자체가 조금씩 높아지는 것이다.

두 번째 변수는 탈세계화가 아니라 ‘비싼 세계화’다

여기서 탈세계화라는 표현도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다.

세계무역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급망도 없어지지 않는다.

대신 세계화의 목적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효율성이 최우선이었다면 이제는 안보와 전략이 생산비보다 앞서는 경우가 늘어난다. WTO 역시 최근의 변화를 글로벌 가치사슬의 붕괴가 아니라 재배치와 재구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세계를 ‘탈세계화’라고만 부르기보다 비싼 세계화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100원에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안보상의 이유로 미국이나 우방국에서 120원에 만든다면 공급망은 더 안전해진다.

하지만 사라진 20원은 누군가 부담해야 한다.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거나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더구나 관세 역시 비용을 높인다. 연준 연구에서는 2025년까지 도입된 관세가 2026년 2월까지 미국의 근원 상품 PCE 가격을 상당히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비용은 통화정책으로 제거하기 어렵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고 미국에 새로운 희토류 광산이 생기지도 않고,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위험이 사라지지도 않으며, 중국에 있던 공급망이 미국으로 이동하는 비용이 없어지지도 않는다.

통화정책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수요를 억제해 다른 물가를 낮추는 것이다.

따라서 공급 측 인플레이션이 반복될수록 연준은 더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리고 중국도 달라졌다

여기에 지난 20~30년의 세계화와 지금의 세계화를 구분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가 있다.

중국 자체가 달라졌다.

과거의 중국은 흔히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렸다.

미국과 유럽 기업이 제품을 설계하고 브랜드와 유통망을 장악하면 중국은 값싼 노동력과 막대한 생산설비를 이용해 제품을 제조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 구조에서는 서구 기업이 주문자였고 중국은 생산기지였다.

그러나 중국은 점점 단순한 공장에서 독립적인 생산자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핵심소재 같은 전략산업에서는 단순 조립을 넘어 기술, 부품, 원재료 가공, 생산설비와 완제품에 이르는 공급망 전체에서 강한 위치를 확보했다.

2025년 중국은 세계 전기차 생산의 약 70%, 배터리셀 생산의 80% 이상을 담당했다. 양극재 생산에서는 약 85%, 음극재에서는 90% 이상을 차지했다. 중국 밖에서 이러한 공급망을 단기간에 대체할 수 있는 생산능력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IEA의 평가다.

이것은 단순한 시장점유율 변화가 아니다.

협상력의 변화다.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하청 생산기지는 주문자가 다른 국가를 찾으면 쉽게 압박받는다.

그러나 기술과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기업이 핵심 부품과 소재까지 지배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거에는 중국을 이용하는 것이 싸기 때문에 중국에 생산했다면, 앞으로 특정 산업에서는 중국을 대체하는 것 자체가 매우 비싸질 수 있다.

중국을 배제하려면 새로운 공장을 지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새로운 광물 정제시설을 만들고 새로운 부품업체를 육성해야 한다.

수년간 중복투자를 감수해야 한다.

그 비용이 바로 중국의 새로운 협상력이다.

중국은 더 이상 저물가를 제공하기만 하는 국가가 아니다

다만 이 부분에서는 중요한 반론도 인정해야 한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 강화 자체가 반드시 세계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 효과도 크다.

막대한 생산능력과 치열한 내부 경쟁 때문에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같은 산업에서 가격을 빠르게 낮춰왔다. 중국의 과잉 생산능력이 세계시장으로 흘러나오면 중국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디스인플레이션을 수출할 수도 있다.

따라서 문제를 ‘중국이 강해졌기 때문에 세계 물가가 오른다’고 설명하면 정확하지 않다.

문제는 조금 다르다.

중국이 싸게 공급할 능력은 커졌는데, 서방이 전략적 이유 때문에 그것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산 배터리가 가장 싸더라도 안보 때문에 미국산 배터리 공장을 만들어야 한다면 비용은 올라간다.

중국산 태양광 제품이 가장 싸더라도 관세를 부과하거나 공급망을 분리한다면 에너지 전환 비용은 올라간다.

즉 중국의 산업 발전이 직접 인플레이션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대체비용 상승과 미·중 전략경쟁이 결합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과거 중국은 세계에 값싼 상품을 공급하는 생산기지였다.

앞으로의 중국은 그 역할을 계속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장악한 산업에서는 독립적인 이해관계와 협상력을 가진 생산자가 된다.

세계경제에는 상당히 중요한 변화다.

세 번째 변수는 미국 정부 자신이다

그리고 미국에는 중국이나 유가보다 더 직접적인 문제가 있다.

미국 정부가 너무 많은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CBO는 2026회계연도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약 1조9천억 달러, GDP의 5.8%로 전망한다. 현재 법률을 전제로 하면 재정적자는 2036년 3조1천억 달러까지 커지고, 공공보유 연방부채는 2026년 GDP의 101%에서 2036년 120%까지 증가한다. 특히 앞으로의 재정적자 확대에서 순이자비용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문제는 채권시장에서는 아주 단순하다.

국채를 많이 발행하면 누군가는 그것을 사야 한다.

미 재무부는 2026년 7~9월에 민간 시장에서 순시장성 국채 7,390억 달러를 조달하고, 10~12월에도 6,280억 달러를 추가 조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채 공급 증가가 반드시 국채금리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요가 그만큼 증가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따라서 진짜 질문은 발행량이 아니라 이것이다.

세계가 그 많은 미국 국채를 지금과 같은 가격에 계속 사줄 것인가.

중국과 일본이 미국채를 버린다는 이야기는 아직 과장이다

여기에서도 사실관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들이 미국채를 대규모로 버리고 있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2026년 6월 외국인 투자자는 미국 장기증권을 2,071억 달러 순매수했고, 민간 투자자뿐 아니라 해외 공식기관에서도 순매수가 나타났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해외자금은 여전히 막대하다.

달러는 여전히 세계의 핵심 준비통화이고 미국 국채시장은 규모와 유동성에서 대체재를 찾기 어렵다.

그러므로 ‘중국과 일본이 더 이상 미국채를 사지 않으니 금리가 폭등한다’는 식의 주장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봐야 할 문제는 다르다.

미국의 국채 발행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 투자자가 미국채를 계속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늘어난 공급까지 추가로 흡수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자가 그 추가 물량을 받아들이기 위해 이전보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면 그 차이가 기간 프리미엄으로 나타난다.

이 경우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추더라도 장기국채 금리는 생각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기준금리는 정말 독립적인가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생긴다.

보통 사람들은 기준금리가 국채금리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국채금리가 내려가고,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국채금리가 올라간다는 식이다.

단기금리에서는 대체로 맞다.

그러나 10년물과 30년물에서는 관계가 훨씬 복잡하다.

장기금리는 앞으로 예상되는 단기금리의 경로뿐 아니라 기대인플레이션, 실질성장률, 국채 수급과 기간 프리미엄을 반영한다.

그래서 관계는 일방향이 아니다.

기준금리가 장기금리에 영향을 주지만, 장기금리 역시 다시 기준금리에 영향을 준다.

연준의 2026년 7월 보고서에서도 올해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시장이 예상하는 향후 연방기금금리 경로 역시 높아졌고, 그 배경에 중동 충돌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를 구조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유가와 공급망 충격이 물가를 높인다.

시장은 미래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금리경로를 상향한다.

장기국채 금리가 올라간다.

장기금리 상승은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기업대출 금리를 높여 경제를 긴축한다.

연준은 그 긴축 효과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보면서 다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따라서

기준금리 → 국채금리

라는 관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물가와 재정 → 국채금리 → 금융여건 → 성장과 물가 → 기준금리

라는 피드백 구조가 존재한다.

장기금리가 오르면 연준이 반드시 따라서 올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기에서 또 하나의 구분이 필요하다.

장기금리가 상승했다고 연준이 반드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아니다.

국채 공급 증가 때문에 기간 프리미엄이 올라 장기금리가 상승했다면 그것만으로 주택과 기업 금융이 긴축된다.

그 경우 연준은 오히려 추가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덜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장기금리 상승의 원인이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시장이 앞으로도 물가가 높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장기금리가 상승한다면 연준은 그 기대를 방치하기 어렵다.

기준금리를 더 오래 높은 수준에 유지하거나 경우에 따라 다시 올려야 한다.

즉 앞으로 금리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10년물이 5%를 넘느냐가 아니다.

왜 5%를 넘었느냐가 더 중요하다.

네 가지 구조적 압력

결국 앞으로 미국의 고금리 환경을 만드는 힘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반복되는 유가와 지정학적 공급충격이다.

두 번째는 효율보다 안보를 우선하면서 발생하는 세계 공급망의 구조적인 비용 상승이다.

세 번째는 중국이 단순한 저임금 생산기지에서 기술과 공급망을 가진 독립적 생산자로 변하면서 발생하는 협상력과 대체비용의 변화다.

네 번째는 미국의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그에 따라 계속 증가하는 국채 공급이다.

이 네 가지는 서로 독립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서로 강화한다.

중동 분쟁이 유가를 높인다.

미·중 갈등은 공급망을 분리한다.

공급망을 새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산업보조금을 투입한다.

재정지출이 늘고 국채 발행량이 증가한다.

국채금리가 오른다.

높아진 금융비용이 정부의 이자지출까지 늘린다.

그 결과 다시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과거처럼 단순한 경기침체와 연준의 금리인하만으로 모든 금리가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물론 금리가 내려갈 시나리오도 강력하다

그렇다고 장기국채 금리가 계속 상승할 수밖에 있다는 주장도 경계해야 한다.

금리를 크게 낮출 힘 역시 존재한다.

가장 강력한 것은 경기침체다.

고금리와 고유가가 미국 소비와 기업투자를 크게 훼손하면 인플레이션보다 경기침체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유가가 공급 증가로 다시 60~70달러대로 안정되고 중국의 과잉 생산능력이 세계에 값싼 상품을 공급하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면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안전자산 선호까지 더해져 장기국채 금리는 급락할 것이다.

실제로 CBO의 기본 전망 역시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다시 2% 부근으로 내려간다는 전제를 두고 있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CBO조차 2026년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를 전망하면서도 10년 국채금리는 2027년에 다시 완만하게 상승한 뒤 높은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사실이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는 것과 장기금리가 장기적으로 내려가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금리 상승론’보다 ‘금리 바닥 상승론’에 가깝다

장기국채 금리가 계속 5%, 6%, 7%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지나치게 강한 주장이다.

경기침체가 오면 금리는 내려갈 것이다.

유가가 안정되어도 내려갈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낮아져도 내려갈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어디까지 내려갈 것인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는 미국 10년 국채금리 1~2%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하지만 그 시대에는 저렴한 중국 생산기지, 세계화된 공급망,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낮은 인플레이션과 훨씬 작은 국채 공급 부담이라는 조건이 있었다.

앞으로 그 조건들이 상당 부분 달라진다면 2010년대의 금리를 ‘정상금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일 수 있다.

2026년 8월 18일 현재 10년 명목국채 금리는 4.71%인데 10년 TIPS 실질금리는 2.41%다. 현재의 높은 장기금리가 단순히 높은 기대인플레이션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질금리 자체도 높은 상태임을 보여준다.

이것이 지속될지 여부가 핵심이다.

세계경제의 생산성과 자본수요, 재정적자와 국채공급이 실질금리의 정상 수준을 높여놓았다면 인플레이션이 2%대로 내려가더라도 장기금리는 과거보다 상당히 높은 곳에서 멈출 수 있다.

‘금리가 높다’는 말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말 가운데 하나는 아마 이런 표현일 것이다.

“금리가 이미 이렇게 높은데 얼마나 더 올라가겠는가.”

여기에는 과거 평균으로 반드시 돌아간다는 가정이 들어 있다.

그러나 경제의 체제가 바뀌면 평균도 바뀐다.

1970년대의 정상금리와 2010년대의 정상금리가 달랐던 것처럼 앞으로의 정상금리가 2010년대와 같아야 할 이유도 없다.

유가 충격이 반복되고,

세계화가 효율보다 안보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중국이 값싼 하청공장을 넘어 기술과 공급망을 보유한 생산자로 성장하고,

미국 정부가 매년 막대한 규모의 국채를 시장에 공급해야 한다면,

세계경제는 과거보다 높은 물가와 높은 금리에 적응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그것이 반드시 새로운 1970년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10년대로 돌아간다는 보장도 없다.

장기국채 투자자가 물어야 할 질문

그래서 미국 장기국채를 볼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연준이 다음 FOMC에서 금리를 25bp 내리느냐가 아니다.

더 큰 질문이 있다.

세계경제의 정상금리가 변하고 있는가.

만약 답이 아니고 이번 인플레이션이 결국 일시적인 공급충격이었다면 지금의 장기국채 금리는 매력적인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

유가는 안정되고, 공급망은 적응하며, 중국은 다시 값싼 상품을 공급하고, 경기둔화로 연준은 금리를 내릴 것이다.

10년물 금리는 크게 내려갈 수 있다.

그러나 반대라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유가 충격이 반복되고, 공급망 재편 비용이 계속 발생하며, 중국을 대체하기 위한 비용이 올라가고, 미국 정부가 점점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면 연준의 몇 차례 금리인하만으로 장기금리가 과거 수준까지 내려가기는 어렵다.

기준금리 역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경제의 인플레이션 바닥이 높아지면 연준이 유지해야 할 기준금리의 평균 수준도 높아진다.

그 결과 우리는 경기침체 때마다 금리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지만, 저점 자체가 점점 높아지는 세계를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의 미국 금리를 단순한 고금리 지속론으로 보지 않는다.

더 정확한 표현은 금리 바닥의 상승이다.

미국 장기국채의 가장 큰 위험은 현재 금리가 너무 높다는 데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다.

우리가 지금 ‘높다’고 생각하는 금리가, 새로운 세계에서는 생각보다 평범한 금리가 되는 것.

지금 장기국채 시장에서 가장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나리오는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