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개 금고가 사라졌다…새마을금고 합병이 은행 점포폐쇄와 다른 이유
새마을금고 고객의 고령화는 단순히 지방 인구가 늙어가는 문제만으로 볼 수 없다. 2021년 21.7%였던 30대 이하 고객 비중은 2025년 17.9%로 줄었고, 60대 이상은 32.2%에서 38.1%로 늘었다. 새마을금고는 광고모델을 젊게 바꾸고 디지털 채널을 강화하며 청년층에 손짓하고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독립법인인 개별 금고들이 각자의 인사·경영·여신체계를 갖는 태생적 구조에 있다. 제한적인 인사순환과 금융 전문성의 편차, 고금리 수신에 따른 높은 조달비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위험대출 유인, 부실이 터졌을 때 연체·충당금·처리비용이 다시 수익성을 압박하는 악순환까지 생각하면 ‘젊은 고객을 어떻게 끌어올 것인가’보다 ‘젊은 고객이 굳이 새마을금고를 주거래 금융기관으로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가 먼저다. 최근 상호금융권 전체에서도 예금 이탈과 실적 악화, 신뢰 회복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젊은 고객은 새마을금고를 선택할 수 있을까
새마을금고 고객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거래 고객 가운데 60대 이상은 38.1%다. 2021년 32.2%에서 4년 만에 5.9%포인트 늘었다. 반면 30대 이하 고객 비중은 같은 기간 21.7%에서 17.9%로 줄었다.
이를 두고 흔히 “젊은 고객을 끌어들일 디지털 채널과 맞춤형 상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질문의 순서가 잘못됐다.
새마을금고는 과연 젊은 고객이 자신의 주거래 금융기관으로 선택할 만한 금융기관인가.
새마을금고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 구조부터 볼 필요가 있다.
겉으로는 전국 어디를 가도 똑같은 ‘MG새마을금고’ 간판을 달고 있지만, 시중은행과 같은 조직은 아니다.
국민은행의 서울지점과 부산지점은 하나의 은행 안에 있는 지점이다. 본점이 인사를 하고, 직원을 다른 지역이나 본부로 순환시키며, 여신심사·감사·준법·리스크관리 조직도 하나의 체계 안에서 움직인다.
새마을금고는 다르다.
각 금고는 별도로 설립된 독립 법인이고, 중앙회 역시 이들 금고를 회원으로 하는 별도의 법인이다. 중앙회가 존재한다고 해서 개별 새마을금고가 중앙회의 지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개별 금고가 별도의 경영주체라는 것은 지역밀착이라는 장점이 있는 동시에 인사와 전문성의 한계가 될 수 있다. 전국을 하나의 인력시장으로 활용하는 시중은행처럼 지역과 본부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순환인사를 하기 어렵다. 특정 지역에서 동일한 임직원과 거래처의 관계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커진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것이 소액 생활금융에서는 경쟁력일 수 있다.
그러나 수십억, 수백억원짜리 기업대출이나 부동산 대출, 공동대출과 PF를 다루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역을 잘 아는 것과 금융 리스크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같은 능력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새마을금고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불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백억원대 불법대출 사건에 전직 새마을금고 임원이 연루되고, 장기간 고객 돈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25년에는 대구의 한 금고 직원이 현금을 빼낸 뒤 온라인에서 구입한 가짜 5만원권을 돈다발 사이에 채워 횡령을 숨긴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런 범죄를 전체 새마을금고 임직원의 문제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금융기관에서 발생해서는 안 될 사건이 반복될 때 이를 계속 개인의 일탈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금융업에서 내부통제는 사람을 믿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담당자가 바뀌고, 결재자가 바뀌고, 감사가 들어오고, 서로 다른 조직이 같은 거래를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이유가 있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사람이 언제든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관계에 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마을금고의 분산된 조직구조와 제한적인 인사순환은 과거에는 지역금융의 장점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다시 검토해야 할 요소가 됐다.
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합병’이다.
시중은행의 지점 통폐합은 내부 구조조정이다. 같은 법인의 A지점을 없애고 B지점으로 기능을 옮기는 것이다.
새마을금고의 합병은 다르다.
별도의 법인인 한 금고가 다른 금고에 합쳐지면서 독립된 경영주체 하나가 사라진다.
그런 합병이 2023년 하반기 5개, 2024년 12개, 2025년 25개에 이어 2026년 상반기에만 21개 발생했다. 3년 동안 63개다. 정부 역시 이를 ‘구조조정’이라고 표현하고 특별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합병이 부실에 따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시중은행의 점포 통폐합 숫자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자기 조합원과 임직원, 자산과 부채를 갖고 있던 하나의 독립 금융기관이 다른 금융기관에 흡수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량금고가 부실금고를 인수한다’는 표현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같은 새마을금고 가운데 자본과 자산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금고는 존재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우량한 새마을금고’와 ‘구조적으로 위험이 낮은 금융기관’은 같은 말이 아니다.
새마을금고의 생리는 상당 부분 서로 닮아 있다.
그중 하나가 높은 조달비용이다.
새마을금고가 은행보다 높은 예금금리를 내걸면 예금자 입장에서는 좋은 상품이다. 그러나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그만큼 비싼 가격으로 돈을 조달하는 것이다.
높은 비용으로 돈을 끌어왔으면 그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곳에 돈을 굴려야 한다.
안전자산만 운용해서는 높은 예금이자와 인건비, 점포비용 등 각종 비용을 감당하고 충분한 이익을 내기 어렵다.
결국 더 높은 수익을 주는 기업대출, 부동산 대출, 공동대출, PF 등에 눈을 돌릴 유인이 생긴다.
이를 단순화하면 새마을금고의 사업구조에는 다음과 같은 긴장이 존재한다.
High Cost → High Return 추구 → High Risk
그리고 리스크가 실제로 터지는 순간 방향이 뒤집힌다.
연체가 늘어난다.
이자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부실채권을 할인해서 팔면서 손실이 발생한다.
자본은 줄어든다.
하지만 예금자에게 지급해야 할 높은 이자는 그대로다.
High Risk → 연체 증가 → 충당금·부실채권 처리비용 증가 → 수익성 악화 → 다시 높은 수익률에 대한 압박.
위험이 비용을 낳고, 그 비용이 다시 더 높은 수익을 요구하는 악순환이다.
실제로 새마을금고는 2025년 1조2천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연체율은 2025년 6월 8.37%에서 연말 5.08%로 크게 낮아졌다는 점도 함께 평가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는 부실채권 매각과 충당금 적립이라는 상당한 정리비용이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젊은 고객 문제로 돌아가 보자.
흥미로운 것은 새마을금고 자신도 이미 오래전부터 ‘젊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광고다.
2017년 새마을금고가 광고모델로 선택한 배우는 김상중이었다. 당시 새마을금고는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쌓은 그의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모델 선정 이유로 내세웠다.
그런데 2019년에는 배우 신혜선을 공동모델로 내세우면서 훨씬 노골적인 설명을 했다.
김상중이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4050세대에게 안정감을 준다면, 신혜선을 통해서는 2030세대에게 다가가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모델은 더 젊어졌다.
2023년에는 남궁민을 전속모델로 발탁했고, 새마을금고는 그의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남궁민은 2025년까지 모델 계약을 이어갔다.
2026년 전속모델은 조정석이다.
그런데 이제 사람만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청년 대상 콘텐츠에는 아예 고양이가 등장했다.
이름도 절묘하다.
‘MG새마을금고양’.
고양이 밴드가 등장해 ‘청년을 고양시키는 금융’을 노래한다. 실제 새마을금고 공식 채널에 올라온 청년 대상 캠페인이다.
김상중에서 남궁민으로, 조정석으로, 급기야 고양이 밴드까지.
광고만 보면 새마을금고는 정말 빠르게 젊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고객은 반대로 늙어가고 있다.
이 역설이야말로 지금 새마을금고가 처한 문제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광고의 얼굴을 젊게 만드는 것과 금융기관 자체가 젊은 세대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바뀌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2030세대는 집 근처에 점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금융기관을 선택하지 않는다.
모바일에서 모든 업무가 가능해야 한다. 급여, 결제, 투자, 대출 등 금융생활 전체가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돈을 맡길 금융기관의 시스템과 내부통제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고객에게 고양이가 등장하는 광고와 새로운 앱을 보여준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오히려 고객 고령화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지역에 기반한 독립금고라는 20세기의 장점이 21세기 금융환경에서는 인사 고착, 전문성 격차, 내부통제의 어려움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은가.
금융업무의 규모와 위험은 대형 금융기관에 가까워졌는데 조직과 지배구조는 여전히 지역 협동조합 시절의 틀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새마을금고가 젊은 고객을 원한다면 젊은 사람에게 맞는 상품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젊은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금융기관으로 먼저 바뀌어야 한다.
중앙회의 역할도 공동 브랜드와 사후 감독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여신심사와 리스크관리의 전문성을 높이고, 금고 간 인력교류와 순환근무를 확대하며, 일정 규모 이상의 금고에는 그 규모에 걸맞은 금융전문가 중심의 경영과 내부통제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새마을금고의 태생 자체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지역 주민이 스스로 만든 협동조합 금융이라는 탄생 배경은 오히려 새마을금고가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
문제는 태생이 아니라 성장한 뒤에도 태생 당시의 구조를 얼마나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다.
수백조원의 자산을 다루는 금융시스템이 됐다면 그 규모에 맞는 지배구조와 전문성, 내부통제 역시 갖춰야 한다.
광고모델을 젊게 만드는 것은 쉽다.
김상중을 남궁민으로 바꾸고, 다시 조정석으로 바꿀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고양이도 등장시킬 수 있다.
그러나 고객층은 광고모델을 교체하듯 바꿀 수 없다.
젊은 고객이 떠나는 것을 걱정하기 전에 새마을금고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우리는 젊은 고객을 어떻게 끌어올 것인가”가 아니다.
“젊은 고객이 굳이 우리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그 질문에 ‘높은 예금금리’와 ‘젊어진 광고’ 말고 다른 답을 내놓을 수 있을 때, 새마을금고의 고객 고령화도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새마을금고가 ‘헌마을금고’가 되지 않으려면, 猫案이 아닌 妙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