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의 매도 타이밍…분양신청 전에 고민해야 하는 이유

재건축은 사업이 진행될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고 가격에 기대감도 반영되지만, 동시에 조합원이 빠져나갈 수 있는 선택지는 줄어든다. 특히 분양신청 이후에는 공사비 상승 등으로 예상보다 큰 추가분담금이 발생하더라도 단순히 마음을 바꿔 사업에서 빠지기 어렵고, 총회에서 증액에 반대했더라도 적법하게 의결되면 그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따라서 재건축을 끝까지 감당할 자금과 의지가 없다면 무조건 완공 직전까지 버티기보다, 재건축 기대감은 가격에 충분히 반영됐지만 아직 자신의 선택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시점을 매도 시기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고가에서 파는 것보다 돌아설 수 있을 때 파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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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아파트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한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더 오르지 않을까.”

재건축은 단계가 진행될수록 기대감이 커지고, 기대감이 커질수록 집값도 움직인다. 정비구역 지정, 조합 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 같은 굵직한 단계가 하나씩 넘어갈 때마다 사업의 불확실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유자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오래 들고 가는 것이 가장 큰 이익을 얻는 방법처럼 보인다.

그런데 재건축에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사업이 진행될수록 집값의 불확실성은 줄어들지만, 조합원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도 함께 줄어든다.

최근 동아일보가 소개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처음에는 추가분담금이 3억 원 정도일 것으로 예상해 재건축에 참여했다. 그런데 사업이 진행되면서 공사비와 사업비가 올라 추가분담금이 6억 원으로 늘어났다. 조합원이 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졌다고 하더라도 적법하게 안건이 통과됐다면 그 결정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여기에서 재건축 투자의 독특한 위험이 드러난다.

주식을 샀다가 전망이 달라지면 팔면 된다. 상가를 샀다가 수익성이 나빠지면 역시 매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재건축은 시간이 흐를수록 개인의 선택보다 사업 전체의 진행이 우선되는 구조로 변한다.

특히 분양신청까지 마치고 나면 상황은 훨씬 복잡해진다.

처음 예상했던 분담금보다 몇 억 원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더라도 “그러면 나는 재건축을 하지 않겠다”고 단순히 돌아서기 어렵다. 수백 명, 수천 명이 함께 움직이는 사업인 만큼 한 사람의 변심에 따라 사업을 되돌릴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건축 조짐이 보이는 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언제 빠져나오는 것이 가장 좋을까.

많은 사람은 최고가에 팔 수 있는 순간을 찾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최고가를 미리 알 수 없다.

오히려 재건축에서는 다른 기준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격에 재건축 기대감은 충분히 반영됐지만, 아직 내가 선택할 수 있을 때’다.

재건축 초기에는 사업이 실제로 될지 불확실하다. 그래서 가격에 반영되는 기대도 제한적이다. 반대로 사업이 거의 끝까지 진행되면 새 아파트를 받을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이미 각종 사업비와 분담금, 조합의 의사결정에 깊숙이 묶여 있게 된다.

결국 매도자에게 가장 편안한 구간은 이 두 극단의 중간에 존재한다.

정비사업이 어느 정도 가시화돼 시장이 재건축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사업의 최종 비용과 새 아파트의 분양을 스스로 떠안기로 결정하기 전의 시점이다.

특히 중요한 경계가 분양신청이다.

분양신청은 단순히 “새 아파트를 받고 싶다”는 의사표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후 사업이 진행되면서 공사비가 오르고 분담금이 증가하더라도 이전보다 빠져나가기 어려운 단계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건축을 끝까지 가져갈 생각이 확고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적어도 분양신청이 가까워질 때에는 한 번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앞으로 받을 새 아파트의 가치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추가분담금이 예상보다 1억 원 더 늘어나는 경우, 2억 원 더 늘어나는 경우, 심지어 몇 억 원 더 늘어나는 경우에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공사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졌을 때도 버틸 수 있는지, 이주비와 금융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도 계산해야 한다.

이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끝까지 가는 선택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재건축이 완성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수익을 짜내려고 하는 것보다, 시장에 기대감이 살아 있을 때 선택권을 현금으로 바꾸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재건축에서 흔히 하는 착각이 있다.

“사업이 더 진행되면 집값은 더 오를 테니 나중에 팔면 된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올라가는 것은 집값만이 아니다. 공사비도 오를 수 있고, 금융비용도 늘 수 있으며, 추가분담금도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어느 순간부터는 소유자가 단순한 부동산 투자자가 아니라 거대한 공동사업의 참여자가 된다.

그때부터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쉽게 자리를 떠날 수 없다.

그래서 재건축 아파트의 매도 시점을 판단할 때는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까”라는 질문 하나만 해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 내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함께 해야 한다.

재건축에서 가장 좋은 매도 시점은 반드시 가격이 가장 높은 날이 아니다.

기대이익은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됐지만, 아직 사업의 위험을 떠안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구간.

끝까지 갈 자신이 없는 사람에게는 바로 그때가 가장 좋은 출구일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에서 마지막 몇 퍼센트의 수익을 더 얻으려다 수억 원의 추가분담금과 몇 년의 시간을 함께 떠안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때로는 최고점에서 파는 것보다, 돌아설 수 있을 때 파는 것이 더 좋은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