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을 높이면 정말 부자가 될까…재건축의 마지막 착각

1기 신도시 재건축에서 용적률 상향은 사업성을 높이는 핵심 수단으로 여겨져 왔지만,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추가분담금, 통합재건축의 이해관계 조정까지 고려하면 더 높은 용적률이 곧바로 주민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재건축 사업은 늘어난 일반분양 물량을 높은 가격에 소화할 미래 매수자의 구매력에 의존하는 만큼, 인구 감소와 소득 정체가 이어지는 시대에는 ‘얼마나 더 지을 수 있느냐’보다 ‘완공된 새 아파트를 누가 살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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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이야기에서 가장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숫자가 있다. 바로 용적률이다.

용적률이 올라가면 같은 땅에 더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늘어난 아파트를 일반분양해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으니 조합원의 부담은 줄고, 새 아파트를 받으면서 자산가치는 올라간다. 오랫동안 재건축 시장을 움직여온 공식이다.

그래서 오래된 아파트의 용적률이 낮다는 말은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여기는 용적률이 낮아서 재건축하면 사업성이 좋다”는 말은 부동산 시장에서 거의 상식처럼 통했다.

하지만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본격화되면서 이 공식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에서는 정부가 목표로 제시했던 2027년 첫 착공을 향해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분당의 선도지구들은 특별정비구역 지정과 사업시행자 지정을 마쳤고, 산본 일부 지역은 시공사 선정 단계까지 들어갔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촉진하기 위해 꺼내든 중요한 카드 가운데 하나도 용적률이다. 기존보다 훨씬 높은 용적률을 허용해 사업성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는 용적률보다 다른 숫자들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공사비다.

건설비가 크게 오르면서 아파트를 한 채 더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 자체가 과거와 달라졌다. 용적률이 올라가 일반분양 물량이 늘더라도 공사비 상승분을 충분히 상쇄하지 못하면 조합원의 추가분담금은 생각만큼 줄어들지 않는다.

금리도 문제다.

재건축은 몇 년 동안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장기 프로젝트다. 이주비부터 사업비까지 상당 부분을 금융에 의존한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사업기간 자체가 비용이 된다.

통합재건축이라는 새로운 문제도 있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상당수는 여러 아파트 단지를 하나로 묶어 재건축하는 방식이다. 같은 지역에 살고 있어도 단지마다 대지지분과 기존 주택 면적, 감정평가액이 다르다. 누가 얼마를 부담하고 새 아파트를 어떤 기준으로 배정받을지를 결정하는 과정이 간단하지 않다.

결국 용적률 300%가 330%가 되고, 다시 350%가 된다고 해서 그 차이가 그대로 주민의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더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

그렇게 많이 지은 아파트를 누가 살 것인가.

재건축의 사업성은 결국 일반분양에서 나온다. 새로 늘어난 아파트를 높은 가격에 분양할 수 있어야 그 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고 기존 소유자의 분담금을 낮출 수 있다.

과거에는 이 전제가 비교적 자연스러웠다.

수도권 인구가 증가했고 가구 수가 늘었다. 소득도 상승했고 장기간 낮은 금리가 이어졌다.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 집을 사려는 사람도 계속 시장에 들어왔다.

좋은 지역에 새 아파트를 지으면 결국 누군가는 산다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재건축은 다른 환경에서 진행된다.

인구 증가가 멈추고 청년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주택 가격은 이미 평균적인 근로소득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왔다. 금리가 과거처럼 장기간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재건축은 하나의 역설과 마주하게 된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용적률을 높인다.
용적률이 올라가면 아파트가 더 많이 생긴다.
늘어난 아파트를 비싸게 팔아야 재건축 사업성이 좋아진다.
그러나 가격이 높아질수록 그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든다.

용적률을 높일수록 오히려 미래의 구매력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1기 신도시 가운데 일산에서 사업성을 둘러싼 논쟁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것도 이런 문제를 보여준다. 기준용적률을 얼마나 적용받느냐도 중요하지만, 실제 주민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최종 분담금이다.

“몇 층까지 지을 수 있는가”보다 “내가 얼마를 더 내야 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리고 재건축 사업 전체로 보면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남는다.

“완공된 새 아파트를 얼마에 팔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결국 미래의 소득과 인구, 금리와 구매력을 봐야 한다.

재건축 시장에는 오래된 믿음이 하나 있다.

낡은 아파트는 언젠가 새 아파트가 되고, 새 아파트가 되면 가격은 오른다는 믿음이다.

과거에는 상당 부분 맞았다.

하지만 앞으로도 항상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재건축은 건물을 새로 짓는 사업이지만 경제적으로 보면 미래의 주택 수요를 미리 당겨오는 사업이기도 하다. 지금의 소유자는 10년 뒤 시장에서 새 아파트를 살 사람의 돈을 기대하며 사업을 시작한다.

그래서 재건축의 진짜 사업성은 용적률표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용적률이 300%인지 350%인지보다 더 중요한 숫자는 10년 뒤 이 아파트를 살 사람의 소득일 수 있다.

정부가 규제를 풀고 용적률을 높이는 것은 재건축의 출발을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주민을 부자로 만들어줄 수는 없다.

결국 부동산 가격을 지탱하는 것은 콘크리트의 양이 아니라 그것을 살 수 있는 사람의 구매력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도 결국 여기에 있다.

얼마나 더 높이 지을 수 있는가가 아니다.

그렇게 지어진 집을, 앞으로 누가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