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의 미래는 다음 세대의 월급에 달려 있다

서울 아파트의 높은 가격은 서울이라는 입지가 제공하는 경제적 기회와 미래 세대의 구매력을 전제로 형성되어 왔다. 그러나 주택가격에 비해 서울에서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경제적 편익은 줄어들고 있으며, AI의 확산은 신규 세대의 노동시장 진입과 소득 축적 기회마저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인구 감소와 주택 노후화에 따른 재건축 비용까지 고려하면 주택의 장기적인 자산 효율성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집값이 얼마인가가 아니라, 20~30년 뒤 그 집을 현재와 같은 가격에 구매할 경제력을 갖춘 사람이 존재할 것인가이다. 주택의 미래 가치는 결국 다음 세대의 구매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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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구매하는 집은 나중에 살 사람이 없다

최근 젊은 세대가 서울 아파트 구매를 포기한다는 이야기가 화제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집을 살 돈이 없으니 포기를 합리화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집에 인생을 저당 잡힐 필요가 없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이 문제를 세대 간 가치관의 대립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훨씬 단순하고 근본적인 경제적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택이라는 자산의 경제적 효율성이 과거보다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의 가치는 결국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편익과 연결된다. 특히 서울의 높은 주택가격은 서울이라는 입지가 제공하는 경제적 기회와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과거 서울에 진입하는 것은 단순히 거주지를 옮기는 행위가 아니었다. 더 많은 일자리와 높은 임금, 교육 기회와 사회적 이동 가능성을 얻는 과정이었다. 높은 주거비를 부담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존재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서울의 주택가격은 오랫동안 상승해 왔지만, 서울에 진입함으로써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기대소득이 그만큼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를 수익률의 관점에서 보면 명확해진다. 서울 거주로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경제적 편익을 분자로, 이를 얻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주거비를 분모로 놓으면 된다.

분자인 기대편익은 정체하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는데, 분모인 자산가격은 이미 높아져 있다.

결국 서울에 진입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자본 대비 기대수익이 낮아지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서울 아파트를 외면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주거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높은 가격을 지불할 경제적 이유가 과거보다 약해졌기 때문일 수 있다.

더 중요한 변화는 노동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기성세대와 신규 진입세대는 더 이상 동일한 출발선에서 경쟁하지 않는다. 기성세대는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해 경력과 경험, 조직 내 지위와 인적 관계를 축적했다. 반면 신규 진입세대는 그러한 자산을 이제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등장은 이 진입 과정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의 신입사원들은 자료를 조사하고, 문서를 작성하고, 데이터를 정리하고, 기초적인 분석을 수행하면서 경험을 축적했다. 이러한 업무를 거쳐 판단과 책임이 필요한 상위 직무로 이동하는 것이 전통적인 경력 형성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제 기업은 그중 상당 부분을 AI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기업에는 생산성 향상의 기회이지만,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려는 사람에게는 일자리를 얻고 경험을 축적할 기회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 역시 2026년 청년고용 관련 연구에서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청년고용 감소가 나타나고 있으며, 경력 형성의 사다리가 약화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물론 청년고용 위축의 원인을 전적으로 AI에 돌릴 수는 없지만, 노동시장 진입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변화는 부동산시장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의 주택시장은 젊은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소득을 늘리고, 자산을 축적하면서 다음 세대의 구매자로 성장한다는 구조를 전제로 작동해 왔다.

현재의 50대가 보유한 아파트를 미래의 30대와 40대가 구매할 수 있으려면, 그들 역시 충분한 노동소득과 자산을 축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미래 세대의 경제적 진입 기회가 줄어든다면 어떻게 될까.

주택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주택을 현재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들 수 있다.

여기에 인구구조의 변화까지 더해진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9~34세 청년인구는 2022년 1,061만 명에서 2040년까지 약 339만 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청년인구의 감소가 곧바로 주택 수요의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1인 가구 증가와 특정 지역으로의 인구 집중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서울의 핵심 입지는 앞으로도 강한 수요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주택을 구매할 새로운 세대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여기에 한 가지 비용을 더 생각해야 한다.

아파트는 한 번 구매하면 영원히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토지는 물리적으로 소모되지 않지만, 건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노후화된다. 시설은 낡고 설비는 교체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수선이나 재건축의 필요성이 발생한다.

우리는 아파트 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해 왔다는 사실에는 익숙하지만,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자본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지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생각한다.

재건축은 공짜가 아니다. 토지의 가치가 높아 재건축의 경제성이 충분한 곳도 있겠지만, 모든 아파트가 그런 조건을 갖추는 것은 아니다. 향후 공사비와 조합원 분담금, 사업 기간과 각종 불확실성까지 고려하면 노후 아파트의 경제적 가치는 현재 가격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오늘 높은 가격에 구매한 아파트를 수십 년 후에도 비슷한 실질가치로 처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는 여러 전제가 필요하다.

미래에도 서울에 거주하려는 수요가 충분해야 하고, 그들에게 현재와 같은 가격을 감당할 경제력이 있어야 하며, 노후화된 건물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추가 비용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된다는 보장은 없다.

물론 서울 아파트 가격이 반드시 하락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서울의 일자리와 교육 인프라, 제한된 주택 공급, 기존 자산가들의 구매력은 앞으로도 가격을 지탱할 수 있다.

특히 노동소득이 아니라 기존 자산이나 상속·증여를 통해 주택을 구매하는 비중이 커진다면, 청년층의 소득 여건이 악화되더라도 일부 지역의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주택가격이 그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창출하는 소득보다 기존 자산의 축적과 이전에 더 크게 의존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한 시장에서는 주택의 소유권은 이전될 수 있어도, 노동을 통해 새롭게 자산을 형성한 세대가 그 소유권을 취득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젊은 세대가 왜 아파트 구매를 포기하느냐가 아니다.

지금의 아파트 가격을 미래 세대가 과연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과거의 높은 주택가격은 미래에도 더 높은 소득을 얻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그들이 이전 세대의 자산을 구매할 것이라는 기대 위에서 정당화될 수 있었다.

하지만 AI가 노동시장 진입 기회를 변화시키고, 인구구조가 바뀌고, 주택의 노후화에 따른 비용마저 증가한다면 그 기대는 다시 평가받아야 한다.

집은 앞으로도 필요하다. 서울이라는 입지 역시 가치를 가질 것이다.

그러나 집이 필요하다는 사실과 지금의 가격으로 그 집을 구매할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문제다.

부동산을 구매할 때 사람들은 지금 얼마에 거래되는지를 살펴본다. 그러나 장기적인 자산가치를 판단하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20년 뒤, 30년 뒤에 이 집을 사줄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 사람은 지금의 나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갖게 될 것인가.

현재의 주택가격은 과거 세대가 축적한 부를 반영하지만, 미래의 주택가격은 다음 세대의 구매력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 우리가 구매하는 것은 단순히 집 한 채가 아니다. 미래 세대의 소득과 구매력에 대한 기대까지 함께 구매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 기대를 뒷받침할 노동시장의 사다리가 이미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