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8만 건의 경고, 언제까지 키 맞추기만 타령할 것인가

서울 아파트 매물이 8만 건에 육박하고 강남권에서는 이미 가격 조정 신호가 나타났지만, 일부 지역의 상승을 두고 여전히 '키 맞추기'라는 설명이 나온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강남 집값이 하락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원인이다. 금리 상승과 대출 여력 축소, 가계의 구매력 약화가 원인이라면 그 영향은 강남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소고기값이 떨어진 원인이 소비자의 지불 능력 감소라면 돼지고기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동안 소득과 주택가격의 간극을 메워온 부채가 더 이상 확대되기 어려워지면 매수자의 구매력은 줄어들고, 거래 위축은 결국 일부 매도자의 버티기 한계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이미 두 차례 '호미질'에 나섰고 11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부동산 신드롬의 2절이 시작되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전히 1절의 상승 논리만 반복하는 것은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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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분위기 파악 못하는 사람이 있다 부동산 신드롬의 2절 어느 모임에나 꼭 분위기 파악 못하는 사람이 있다. 한창 흥겨울 때는 가만히 있다가 사람들이 자리를 정리할 무렵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다.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걸 모르는지, 알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모를 일이다. 클럽에서도 마찬가지다. 신나는 음악이 멈추고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여전히 혼자 흥겹게 춤추는 사람이 있다. 요즘 부동산 뉴스를 읽다 보면 그런 장면이 떠오른다. 10월 31일 「재건축 소식에 집값 좀 뛰었거든요…강남 아파트로 눈돌리는 분당 주민들」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분당 아파트값이 오르고, 상급지인 강남3구로 이동하는 수요가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재건축 기대감이 자산가격을 밀어 올렸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그런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하필 지금이다. 같은 날 「내놔도 안 팔리는 서울 아파트…매물 8만건 육박」이라는 기사도 실렸다. 10월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 9,919건으로, 불과 석 달 사이 32.3%가 증가했다. 매물이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에서 늘어났다. 가격이 상승한다는 뉴스가 이어지는 동안, 그 이면에서는 몇 달 동안 매물이 쌓여온 것이다.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과 그 가격을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올해 2월 이미 강남권(강남·서초·송파)에서는 가격 조정 신호가 나타났다. 서울 전체는 상승세였지만 시장 주도 지역에서 먼저 하락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강남이 하락하고 다른 지역이 오르자 일부에서는 이를 '키 맞추기'라고 설명했다. 강남만 너무 올랐으니 덜 오른 지역이 뒤늦게 따라간다는 논리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강남이 떨어지는데 다른 지역이 오른다고 해서 그 가격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소고기 가격이 비싸져 돼지고기 수요가 늘어날 순 있어도, 소고기 가격이 떨어진 원인이 '구매력 감소'라면 돼지고기 역시 안전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강남 집값을 떨어뜨린 원인이 금리 상승과 대출 여력 축소, 즉 '지불 능력의 한계'라면 그 영향은 성북구에도, 서대문구에도, 분당에도 작용한다. 강남이 하락하는 동안 다른 지역이 올랐다고 해서 이를 단순한 키 맞추기로만 해석하면 중요한 문제를 놓치게 된다. 더욱이 상급지 가격이 하락하면 그동안 대체재 역할을 하던 지역의 매력도 약해진다. 강남이 오를 때는 따라 오른다고 하고, 내릴 때는 키를 맞추느라 오른다고 하니, 집값이 내려야 할 이유는 영원히 없는 셈이다.

실제 통계를 보면 10월 넷째 주 강남권은 하락한 반면, 일부 강북 지역은 상승했다. 여전히 키 맞추기가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기간 성북구의 아파트 매물은 57.1%나 급증했다. 가격은 오르는데 매물은 빠르게 쌓이고 있는 것이다. 매수세가 약해지는 가운데 매물이 누적되면, 매수자들은 선택지가 넓어지고 매도자들끼리 경쟁하게 된다. 가격이 내려간 상급지 아파트까지 선택지에 들어오면 비교 대상은 더욱 늘어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느 지역이 오르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가격을 유지할 '구매력'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다. 그리고 그 구매력의 이면에는 '부채'가 있다. 자기자본에 대출을 더해 주택을 구매하는 구조가 가격을 밀어올려 온 것이 바로 '부동산 신드롬의 1절'이었다.

하지만 부채는 소득이 아니다. 미래의 돈을 겨우 앞당겨 쓰는 것일 뿐이다. 15억 원짜리 아파트의 임대수익률이 2.4%에 불과한데 조달비용이 4% 안팎이라면, 현재의 소득과 임대수익만으로는 그 가격을 설명하기 어렵다. 결국 미래에 더 비싸게 받아줄 매수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 매수자의 구매력을 받쳐주던 부채가 더 이상 늘어나기 어렵다면 어떻게 될까. 집주인은 15억 원을 원하지만 매수자는 높아진 금리와 대출규제 속에서 그 가격을 감당할 수 없다. 간격이 벌어지면 거래가 줄어든다. 당장 팔 필요가 없는 집주인은 버티겠지만, 대출이자와 원금 상환에 직면한 일부 매도자는 가격을 낮추어 거래를 만들어낸다. 주식시장에서 적은 거래량이 전체 시가총액을 바꾸듯, 부동산 역시 자금이 급한 몇몇의 거래가 새로운 기준이 된다. 빚이 집값을 끌어올렸던 1절이 지나고, 이제는 그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집값을 끌어내리는 거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바로 이때 시장의 음악이 바뀐다. 한국은행은 이미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이를 '호미질'에 비유했고, 11월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늘어도 민간소비는 오히려 감소하는 등, 성장의 과실이 모든 가계에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변동금리 차주들의 자금 부담을 가중시킨다. 재건축 기대감으로 분당 집값이 올랐다 해도, 그 집을 실제로 팔아서 강남으로 갈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하지만 매수자 역시 같은 금융환경에 놓여 있다. 상급지로의 이동 사슬은 금리와 대출 규제 앞에서 이전보다 약해질 수밖에 없다. 시장은 언제나 한꺼번에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곳은 가격이 먼저 반응하고, 어떤 곳은 매물이 쌓인다. 가격지표가 아직 오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이 견고하다고 믿는 것은 위험하다.

부동산 신드롬의 1절에서는 '집을 사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사람들을 움직였다. 하지만 2절에서는 '집을 팔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가격이 폭락하기 전, 거래가 줄고 매물이 누적되는 동안 이미 시작된다. 서울 아파트 매물 8만 건이라는 숫자가 의미심장한 이유다. 가격이 오르는 지역에서도 매물이 쌓이고 있다면, 그 가격에 집을 살 사람이 정말 충분한지 물어야 한다. 클럽에서 조용한 음악으로 바뀌면 사람들은 하나둘 춤을 멈춘다. 잠시 후 다시 신나는 음악이 나올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 어떤 음악이 흐르고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 강남은 조정 신호가 나타나고, 서울 전역에 매물이 쌓이며, 한국은행은 거듭 호미를 꺼내 들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재건축 타령을 하며 혼자서 1절을 부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부동산 신드롬의 2절은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