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오른다’의 시대는 끝나는가 — 잠실과 세종이 보여주는 새로운 부동산 계산법

서울 핵심지 아파트의 시대가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그래도 집값은 오른다”는 기대가 보유세와 관리비, 재건축 비용 같은 현실적 부담을 덮어주었지만,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확신이 약해지면서 고가 주택 보유자조차 현금흐름과 유지비를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세종에서는 정부 기능 이전이라는 변화가 서울에 집중된 일자리와 기회의 일부를 다른 도시로 이동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한국의 주거 문제는 단순히 서울에 집을 얼마나 더 지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왜 모든 사람이 서울이라는 비싼 공간을 반드시 필요로 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서울 프리미엄의 미래는 주택 공급량보다 서울이 독점해온 기회와 기능을 얼마나 다른 도시와 나눌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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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잠실을 팔까, 세종에 집을 볼까 — 서울 프리미엄은 언제 비용이 되는가

서울 잠실에서 한 1주택자가 고민에 빠졌다. 잠실주공5단지를 12년 보유하고 8년을 실제로 살았다. 자녀도 이곳에서 키웠다. 집값은 크게 올랐고 현재 시세는 50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그는 팔까 고민한다. 이유는 집값 하락이 아니다. 앞으로 이 집을 계속 보유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맞는지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은퇴가 가까워지고 있다. 자녀 교육이라는 잠실 거주의 중요한 이유도 줄어들었다. 여기에 보유세 부담까지 커질 가능성이 있다.

50억원짜리 집을 가진 사람이 왜 연간 수천만원의 비용을 고민할까. 이 질문은 단순히 세금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앞으로도 서울 핵심지 아파트의 가격 상승이 현재의 모든 비용을 계속 압도할 수 있는가이다.

과거 서울 부동산의 논리는 단순했다. 집값은 오른다. 서울은 계속 성장한다. 좋은 일자리와 교육, 문화와 의료는 서울에 집중된다. 땅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니 좋은 서울 땅의 가격은 장기적으로 상승한다.

이 믿음이 강할 때 보유세와 관리비, 금융비용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한 해 몇억원씩 오르는 자산 앞에서 수천만원의 비용은 작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확신이 약해지는 순간 그동안 보이지 않던 비용들이 나타난다. 보유세, 관리비, 재건축 비용, 기회비용, 은퇴 이후 현금흐름이다. 집은 50억원짜리 자산이지만 동시에 계속 비용이 발생하는 거주공간이기도 하다.

서울 핵심지 부동산의 변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물론 잠실주공5단지 사례 하나로 서울 집값의 미래를 판단할 수는 없다. 서울 핵심지역의 희소성과 수요는 여전히 강하다.

하지만 중요한 변화는 있다. 과거에는 “그래도 오른다”는 기대가 모든 계산을 덮었다면, 이제는 보유 자체의 경제성을 따지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세종에서는 다른 움직임이 나타났다. 정부가 수도권에 남아 있는 일부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을 추진하자 서울에서 세종 주택을 보러 가겠다는 문의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 세종 집값이 서울처럼 상승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 몇 년간 가격 조정을 겪었다. 그런데 왜 시장은 반응했을까.

답은 집이 아니다. 일자리다.

세종의 가치가 움직인 이유는 아파트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서울에 집중되어 있던 기능 일부가 이동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람은 주택만 사는 것이 아니다. 그 위치가 제공하는 기회를 산다. 서울 아파트가 비싼 이유는 콘크리트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그 땅에서 접근할 수 있는 직장, 교육, 의료, 문화, 네트워크의 가치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 주택 문제의 해법은 두 가지 방향이 있다. 하나는 서울 안에 더 많은 집을 공급하는 것이다. 재건축을 하고 재개발을 하고 용적률을 높이고 수도권 교통망을 확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서울에 있어야만 얻을 수 있었던 기회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다.

세종은 바로 그 실험이다. 지방에 값싼 집을 만들어 놓고 사람이 오기를 기다린 것이 아니다. 일자리를 먼저 옮겼다. 정부기관이 이동했고, 사람이 따라왔고, 도시 기능이 만들어졌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지방의 문제는 집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집은 이미 많다. 부족한 것은 그곳에서 살아갈 이유다.

아무리 싼 집이 있어도 좋은 일자리가 없다면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 반대로 일자리가 움직이면 주택 수요도 움직인다.

그래서 세종의 의미는 집값 상승 가능성이 아니다. 서울의 주택 수요를 다른 곳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가에 있다.

서울 주택 한 채를 더 만드는 것도 공급이다. 하지만 서울에 있어야만 했던 일자리 하나를 다른 도시로 옮기는 것도 다른 형태의 공급이다. 건물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 집중된 필요를 줄이는 것이다.

물론 세종 역시 같은 문제를 반복할 위험이 있다. 정부기관 이전으로 집값만 오르고, 새롭게 내려오는 젊은 가구가 높은 주거비를 부담하게 된다면 서울의 축소판이 될 뿐이다.

세종의 성공은 집값이 서울을 따라잡는 것이 아니다. 좋은 일자리와 도시 기능이 늘어나면서도 보통의 가계가 자신의 소득으로 살아갈 수 있는 도시가 되는 것이다.

서울 역시 마찬가지다. 집값이 계속 오른다고 해서 반드시 도시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도시의 성공은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회를 얻고, 다음 세대가 정착할 수 있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최근 잠실과 세종에서 나타난 두 장면은 같은 질문을 던진다. 한쪽에서는 50억원짜리 서울 아파트를 가진 사람이 앞으로 그 집을 계속 보유할 이유를 계산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서울 사람이 세종의 집을 보기 시작한다.

하나는 서울 프리미엄을 계속 지불할 것인가의 문제다. 다른 하나는 그 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고도 같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가의 문제다.

결국 핵심은 집이 아니다. 서울이라는 위치가 제공하던 기회를 앞으로도 계속 한곳에 집중할 것인가이다.

성장의 시대에는 사람이 기회를 찾아 서울로 이동했다. 하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는 기회가 사람을 따라 이동해야 할 수도 있다.

서울에 집을 더 짓는 것만큼 중요한 정책은 어쩌면 서울에 있어야 할 이유를 줄이는 것이다.

50억원짜리 잠실 아파트의 소유자가 보유비용을 고민하고, 서울의 누군가가 세종의 집을 바라보기 시작한 지금, 대한민국 도시구조는 조용한 질문 앞에 서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모든 기회를 서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담아둘 것인가. 아니면 사람들이 더 다양한 곳에서 같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인가.

서울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집의 숫자가 아니라, 사람들이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