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때 집 사고 익절하라던 김제경 소장, 지금은 분담금을 경고한다. 혹시 지금일까?

그동안 재건축 시장은 높은 집값이 높은 일반분양가를 만들고, 높은 분양가가 더 높은 공사비와 사업비를 감당하며, 그 비용이 다시 신축 가격과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자기강화 구조로 움직여왔다. 대지지분과 토지가치는 건물 평당가 뒤에 가려졌고, 용적률을 높여 일반분양 물량을 늘려도 공사비와 사업비가 함께 팽창하면서 조합원에게는 거액의 분담금이 남았다. 문제는 이제 이 구조의 최종 부담자인 조합원과 일반분양자 모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재건축 상승 가능성을 이야기해온 김제경 소장조차 분담금 납부능력과 대지지분을 강조하고, 청년층은 당첨돼도 분양대금을 마련할 수 없다며 청약통장을 깨고 있다. 가격 상승이 모든 비용을 정당화해주던 시기가 끝나간다면 지금 필요한 질문은 집값이 더 오를지가 아니라, 현재 가격 속에서 토지·건축비·개발이익이 어떻게 배분됐으며 누가 그 비용을 최종적으로 떠안고 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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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 좋은 거다? 이젠 나쁜 게 나쁜 거다

한동안 우리 아파트 시장에서는 웬만한 문제는 가격 상승으로 덮였다. 공사비가 올라도 집값이 오르면 됐고, 재건축 분담금이 늘어도 완공 뒤 신축 가격이 더 오르면 됐다. 분양가가 비싸도 주변 집값이 따라 올라주면 청약자는 손해를 보지 않았다. 시공사는 더 높은 공사비를 요구하고,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높여 이를 충당하고, 높은 분양가는 다시 주변 아파트의 시세가 됐다. 누구도 이 구조를 세밀하게 뜯어볼 필요가 없었다. 결국 가격만 오르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좋은 게 좋은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나오는 두 종류의 이야기는 이 구조가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쪽에서는 재건축 분담금이 5억원이면 오히려 낮은 편이고 앞으로 1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20·30대가 청약에 당첨되어도 수십억원에 이르는 분양대금을 감당할 수 없다며 청약통장을 해지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얼핏 보면 하나는 재건축 조합원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무주택 청년의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같은 구조의 양 끝이다.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조합원도 버티기 어렵고, 그 비용을 일반분양가에 얹어 넘겨받을 청약자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재건축 분담금을 경고한 사람이 김제경 소장이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그는 적어도 시장을 지속적으로 비관해온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상승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매수를 권했던 쪽에 가까웠다. 개인적으로는 몇 년은 더 오를 테니 지금이라도 사서 그 안에 팔면 된다는 식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부동산 하락장은 가격표에 ‘오늘부터 하락장’이라고 쓰여 시작되지 않는다. 대개 먼저 거래가 끊긴다. 막상 모두가 빠져나오고 싶을 때는 받아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부동산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런 인물조차 이제는 재건축에서 입지나 기대수익만 볼 것이 아니라 분담금을 낼 능력이 있는지부터 보라고 말한다. 용적률이 높다는 것은 결국 한 세대가 가지는 대지지분이 작다는 뜻이라는 설명까지 전면에 등장한다. 과거 같으면 ‘용적률을 높여 사업성을 개선한다’는 말 몇 마디로 지나갔을 부분이다. 시장을 설명하는 언어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을 이야기하는 방식부터 이상한 구석이 있다. 우리는 아파트의 가치를 말할 때 거의 언제나 전용면적과 평당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 전용 84㎡가 얼마인지, 평당 얼마인지를 말한다. 대지지분은 뒤로 밀린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남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토지다.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가되고 결국 철거된다. 반면 토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노후 아파트일수록 경제적 가치의 상당 부분은 건물보다 토지와 개발 가능성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지지분이 크게 다른 두 아파트라도 전용면적과 입지가 비슷하면 가격이 비슷하게 형성되어도 별다른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우리는 마치 건물이 영구자산인 것처럼 가격을 이야기해왔다.

재건축이 가까워진 낡은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현상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오래된 건물 자체의 가치가 갑자기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건물 가격 속에 뒤섞여 있던 토지와 개발권의 가치가 전면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다시 ‘아파트값 상승’이라고 부른다. 토지가치와 건물가치를 분리하지 않으니 오래된 아파트에서는 토지가격이 건물가격처럼 표현되고, 재건축을 시작하면 이번에는 새로운 건축비가 막대한 숫자로 등장한다.

여기서 건축비라는 숫자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건축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른 것은 사실이고, 금융비용도 과거보다 커졌다. 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몇 년 전 1억~2억원 수준으로 인식되던 한 세대의 건물 몫이 어느 순간 4억원, 7억원, 10억원에 가까운 숫자가 되는 것을 전부 실제 물리적 공사원가의 상승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최근 분양공고만 보더라도 비슷한 시기 서울에서 분양하는 단지들의 대지비와 건축비 배분비율은 놀랄 만큼 다르다. 어떤 단지는 분양가의 절반 이상을 대지비로 잡고, 어떤 단지는 70% 가까이를 건축비로 잡는다. 그렇다면 공고에 적힌 ‘건축비’를 철근, 콘크리트, 인건비를 합한 순수한 건설원가라고 단순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정비사업에서 공사비 검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도 여기에 연결된다. 공사비가 과다하게 책정되었다는 검증 결과가 나오더라도 조합원들이 사업 지연을 더 두려워해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어차피 일반분양가를 높이면 상당 부분을 외부에 넘길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면 비용을 줄이려는 유인도 약해질 수 있다. 사업이 몇 년 늦어지는 손실과 당장 공사비 몇 퍼센트를 줄이는 이익을 비교하면 조합원 입장에서도 그냥 넘어가는 선택이 합리적일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선택이 반복되면 높은 사업비 자체가 새로운 기준이 된다는 점이다.

용적률은 이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이다. 용적률을 높인다는 것은 같은 토지 위에 더 많은 건물을 짓는다는 뜻이다. 기존 조합원이 제공한 토지 위에 추가 주택을 만들어 일반분양하고, 그 수입으로 공사비와 각종 사업비를 충당하는 것이 재건축의 기본 구조다. 물론 용적률이 높아졌다고 분담금이 반드시 없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추가로 짓는 건물에도 돈이 들고, 기부채납과 공공기여, 임대주택, 기반시설, 철거비, 이주비 금융비용 등이 들어간다. 기존 용적률이 이미 높은 단지라면 일반분양분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질문은 남는다. 기존 토지를 제공하고, 그 토지의 대지지분을 더 잘게 나누어 더 많은 주택을 만들어 팔고, 그 일반분양가격이 15억원, 20억원, 25억원에 이르는데도 왜 조합원은 다시 5억원, 10억원의 분담금을 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인과관계를 뒤집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보통 공사비가 올랐기 때문에 분양가가 올랐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방향은 존재한다. 그러나 반대 방향도 있을 수 있다. 주변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더 높은 일반분양가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긴다. 예상 분양가가 높아지면 사업의 총수입 예상치도 커진다. 수입이 커지면 사업이 감당할 수 있는 공사비와 금융비용, 각종 특화설계비와 사업비의 범위도 넓어진다. 그렇게 높아진 비용은 다시 높은 분양가의 근거가 된다. 완공된 신축의 높은 가격은 주변 구축 아파트와 재건축 대상 토지의 가격을 다시 올리고, 그 가격은 다음 정비사업의 더 높은 예상 분양가를 정당화한다. 토지가격, 건축비, 용적률, 일반분양가와 분담금이 각각 독립적으로 오른 것이 아니라 서로를 밀어 올리고 서로를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주장을 ‘건축비는 전부 거품이다’라는 말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실제 원가 상승도 있었고, 정비사업 특유의 비용도 존재한다. 용적률을 높인다고 공짜로 새 아파트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분담금 자체가 비정상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런 요인을 모두 인정하고도 남는 부분을 봐야 한다. 실제 투입원가의 상승폭보다 최종 판매가격과 사업비, 조합원 분담금이 훨씬 빠르게 커졌다면 그 차이를 무엇이 설명하는가. 가격이 비용의 결과이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더 높은 비용을 허용하고 그 비용이 다시 더 높은 가격을 정당화해온 것은 아닌가.

지금까지는 이 구조가 돌아갔다. 마지막에 더 비싼 가격을 받아줄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합원은 분담금을 내더라도 새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고, 일반분양자는 비싼 가격에 당첨돼도 주변 시세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공사는 높은 공사비를 요구할 수 있었고 조합은 높은 일반분양가로 이를 메울 수 있었다. 모든 문제는 미래의 더 높은 가격으로 해결됐다. 좋은 게 좋은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마지막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재건축 조합원에게는 분담금이 너무 커지고 있다. 무주택자에게는 일반분양가가 너무 높아지고 있다. 당첨되면 인생이 바뀌던 청약이 당첨돼도 돈을 마련할 수 없는 청약으로 변한다면 일반분양가는 더 이상 무한정 비용을 전가할 수 있는 통로가 아니다. 조합원에게도 완공 후 시세차익이 모든 분담금을 정당화해주는 수준을 넘어선다면 재건축 자체가 부담이 된다. 공급하는 쪽과 받아주는 쪽이 동시에 한계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집값이 다음 달부터 떨어지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변곡점은 가격표가 꺾이는 날에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가격 상승을 가능하게 했던 비용전가 구조가 더 이상 자연스럽게 작동하지 않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아무리 비용을 높여도 누군가는 최종적으로 그 돈을 내야 한다. 조합원도 못 내고 일반분양자도 못 낸다면 숫자를 더 높게 적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그래서 지금이 가격구조를 가장 차분하게 뜯어볼 시점이다. 지금의 아파트 가격 가운데 토지는 얼마인가. 건물의 실제 경제적 원가는 얼마인가. 기존 토지를 더 잘게 나누어 추가로 만들어낸 개발이익은 어디로 갔는가. 용적률 상승으로 생긴 일반분양 수입은 어느 비용을 충당했는가. 2019년에 1억~2억원으로 가능했던 건물의 몫이 불과 몇 년 만에 왜 몇 배가 되었는가. 그리고 그렇게 일반분양가가 뛰었는데도 왜 기존 토지 소유자는 다시 거액의 분담금을 내야 하는가.

상승기에는 이런 질문을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15억원짜리가 20억원이 되면 전 단계의 모든 숫자가 결과적으로 맞는 숫자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좋은 게 좋은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비용이 잘못 책정되면 정말 비용 부담이 되고, 분양가가 너무 높으면 정말 팔리지 않으며, 분담금이 과도하면 정말 사업이 멈출 수 있다. 높은 가격이 모든 잘못된 숫자를 덮어주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면, 이제는 나쁜 것은 그냥 나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