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적 몸테크를 아직도 이야기하나?

재건축 아파트를 ‘몇 년 불편을 견디면 새 아파트가 되는 몸테크’로 설명하는 것은 이제 현실과 맞지 않는다. 노후 아파트의 핵심 자산은 낡은 건물이 아니라 대지지분이며, 재건축은 그 토지와 개발이익을 투입하고 부족한 건축비를 추가분담금으로 부담해 새 건물을 짓는 사업이다. 과거에는 낮은 공사비, 넓은 대지지분, 낮은 용적률, 풍부한 일반분양 수익이 비용을 가려줬지만,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크게 오른 지금은 그 착시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 재건축의 가치는 ‘얼마짜리 신축이 되느냐’보다 ‘얼마의 땅을 가지고 있고, 얼마나 더 개발할 수 있으며, 새 건물을 짓기 위해 얼마를 더 내야 하느냐’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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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테크의 시대가 끝나고 대지지분이 보인다

서울에서 10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노원구에 몰리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서울 전체 10억원 미만 아파트 거래 가운데 상당수가 노원구에서 이뤄졌고, 상계주공 등 재건축 기대가 있는 노후 대단지의 거래가 두드러졌다는 내용이다.

이런 기사가 나오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몸테크’다.

낡은 아파트에서 몇 년 불편을 감수하며 버티면 언젠가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자산가치까지 크게 올라간다는 이야기다.

주차가 불편해도 참고, 녹물이 나와도 참고, 엘리베이터와 난방이 불편해도 참고 살면 언젠가 신축 아파트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번 물어볼 때가 됐다.

언제적 몸테크를 아직도 이야기하는가.

몸테크라는 말에는 중요한 전제가 숨어 있다. 낡은 아파트를 가지고 있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새 아파트로 바뀐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재건축은 낡은 집을 새집으로 교환해주는 사업이 아니다.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물을 다시 짓는 사업이다.

그리고 그 사업의 출발점은 건물이 아니라 땅이다.

노후 아파트의 건물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줄어든다. 재건축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앞으로 철거해야 할 대상에 가까워진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 대지지분이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면 재건축을 앞둔 낡은 아파트는 ‘많은 돈을 들여 새 건물을 다시 지어야 하는 땅’에 가깝다.

그런데 우리는 오랫동안 아파트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도록 익숙해져 왔다.

전용면적이 몇 평인지, 몇 동 몇 층인지, 역에서 얼마나 가까운지, 학군은 어떤지, 브랜드가 무엇인지에는 민감했다.

그런데 정작 내가 그 아파트를 소유함으로써 토지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취급했다.

대지지분을 이야기하면 오히려 “요즘 누가 그런 걸 보느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나는 이것이 오랫동안 이어진 일종의 시장 착시라고 본다.

심하게 말하면 우리는 대지지분은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오랫동안 길들여져 왔다.

물론 입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학군도 중요하고 교통도 중요하고 브랜드도 중요하다.

하지만 재건축 아파트를 이야기하면서 대지지분을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재건축은 결국 토지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같은 전용 84㎡ 아파트라도 대지지분 7평을 가진 아파트와 15평을 가진 아파트는 경제적으로 같은 자산이 아니다.

현재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의 크기는 비슷할지 몰라도, 나중에 기존 건물을 허물고 다시 개발할 때 투입할 수 있는 토지자산의 크기가 다르다.

재건축의 사업성은 결국 여기서 시작된다.

내가 가진 토지는 얼마나 되는가.

현재 그 토지 위에 건물이 얼마나 빽빽하게 올라가 있는가.

용적률을 얼마나 더 높일 수 있는가.

추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일반분양 물량은 얼마나 되는가.

그 일반분양으로 얼마의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으로도 부족한 돈을 조합원이 얼마나 더 부담해야 하는가.

이 계산이 재건축의 본질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이 본질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사비가 지금보다 훨씬 낮았고, 개발 초기의 저밀도 단지들은 대지지분이 넓었으며, 용적률을 크게 올릴 여지도 많았다.

기존 5층짜리 저층 아파트를 20층, 30층 아파트로 바꾸면 엄청난 수의 새 아파트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중 상당 부분을 일반분양으로 팔아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땅값과 분양가는 계속 올랐고 건축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진 토지와 개발이익이 건축비를 대신 부담해주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니 겉으로 보기에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 헌 집이 새 집으로 바뀌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몸테크’라는 말이 탄생했다.

몇 년만 고생하면 새 아파트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새 아파트는 몸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대지지분이 만들었고, 용적률이 만들었고, 일반분양 수익이 만들었고, 낮은 공사비가 만들었다.

몸은 그저 그 기간 동안 그 집에 살고 있었을 뿐이다.

몸테크라는 표현은 그 경제적 구조를 너무 단순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그 단순한 설명이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재건축의 핵심 자산이 대지지분이라는 사실을 잊기 시작했다.

상승장에서 이 문제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집값이 빠르게 오르면 대부분의 문제는 가격 상승이 덮어버린다.

추가분담금이 조금 늘어나도 신축 가격이 더 많이 오르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공사비가 예상보다 늘어나도 주변 시세가 크게 오르면 감당할 수 있다.

대지지분이 상대적으로 작아도 분양가가 계속 올라가면 사업은 돌아간다.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들의 관심은 땅보다 신축 프리미엄에 쏠렸다.

“재건축만 되면 얼마가 된다.”

“신축이 되면 주변보다 몇 억은 비싸진다.”

“몇 년만 고생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공사비는 크게 올랐다.

금융비용도 늘었다.

사업기간이 길어지면서 이주비와 각종 금융 부담도 커졌다.

기존 용적률이 이미 높은 단지들은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일반분양 물량도 많지 않다.

기부채납과 기반시설 부담도 있다.

결국 일반분양 수익으로 공사비 대부분을 해결하던 과거의 공식이 작동하지 않는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가 수억원대 추가분담금이다.

여기서 다시 대지지분이 등장한다.

평소에는 등기부에 적혀 있는 작은 숫자처럼 보이던 대지지분이, 막상 건물을 다시 지으려고 하니 사업성의 핵심 변수로 돌아온다.

그때야 사람들은 묻게 된다.

왜 같은 전용면적의 아파트인데 이 단지는 분담금이 이렇게 크고, 저 단지는 상대적으로 적은가.

왜 어떤 단지는 재건축을 하면 일반분양 물량이 많이 나오는데, 어떤 단지는 거의 나오지 않는가.

왜 어떤 단지는 용적률을 조금만 올려도 사업성이 생기고, 어떤 단지는 용적률을 크게 올려도 부족한가.

그 답의 상당 부분이 토지에 있다.

기존 조합원이 얼마나 많은 토지를 가지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재건축 아파트를 평가할 때 가장 위험한 질문은 “이 집이 재건축되면 얼마가 될까”다.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나는 지금 얼마만큼의 땅을 사고 있는가.

그리고 그 땅 위에 새 건물을 짓기 위해 앞으로 얼마를 더 내야 하는가.

재건축의 수익은 신축 가격과 현재 가격의 단순 차이가 아니다.

가령 8억원에 산 노후 아파트가 재건축 후 15억원이 됐다고 하자.

겉으로 보면 7억원을 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8억원 안에는 이미 토지가치와 재건축 기대가치가 포함돼 있다.

여기에 수억원의 추가분담금을 냈다면 그 돈도 투자원가다.

사업기간 동안의 금융비용도 들어간다.

이주비용과 임시거주 비용도 있다.

10년 가까운 사업기간이라면 그 자금을 다른 곳에 투자하지 못한 기회비용도 있다.

이 모든 비용을 빼고 나서야 비로소 재건축의 실제 수익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몸테크라는 말은 이 모든 계산을 지워버린다.

불편한 집에서 버텼더니 새 집이 됐다는 결과만 남긴다.

그래서 몸테크는 특정 조건에서만 성립했던 착시라고 보는 편이 맞다.

넓은 대지지분.

낮은 기존 용적률.

충분한 일반분양 물량.

낮은 공사비.

지속적인 분양가 상승.

이 조건이 동시에 맞아떨어질 때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그 시대를 경험한 성공 사례가 너무 강렬하다 보니 그 공식이 모든 재건축에 적용되는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 공식이 깨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노원구의 중저가 아파트 거래 증가를 단순히 ‘몸테크 수요’로 설명하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노원구에는 서울 안에서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대규모 노후 아파트가 많다.

장기적으로 정비사업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단지도 많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예전과 같은 몸테크 공식이 재현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각 단지의 대지지분과 용적률, 예상 공사비와 일반분양 물량을 계산하는 일이다.

특히 상계주공처럼 오래된 대단지일수록 “낡았으니 재건축 호재”라는 한 문장으로 평가할 수 없다.

오래됐다는 것은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뜻이지, 재건축이 수익성이 높다는 뜻은 아니다.

낡은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새 건물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새 건물을 짓는 비용을 내야 한다.

과거에는 그 돈을 일반분양 수익과 개발이익이 상당 부분 대신 내줬다.

그래서 조합원이 직접 돈을 내는 느낌이 적었다.

지금은 그 비용이 다시 조합원 앞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제야 재건축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재건축은 집을 바꿔주는 사업이 아니라 토지를 개발하고 새 건물을 다시 짓는 사업이다.

그리고 그 사업의 가장 기초적인 자산이 대지지분이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건물을 중심으로 아파트를 바라봤다.

몇 평이냐, 몇 층이냐, 몇 년 됐느냐를 물었다.

그러나 재건축 시대에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이 아파트는 땅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그 땅을 얼마나 더 개발할 수 있는가.

그 개발이익으로 건축비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가.

그리고 마지막에 내가 얼마를 더 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몇 년 몸테크하면 신축이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제 너무 오래된 설명이다.

몸만 버티면 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땅과 비용을 봐야 한다.

그것이 재건축을 다시 보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