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우상향했는데 재건축할 돈은 없다, 왜 부쉈어요?

몇 년 전까지 부동산 시장을 지배한 ‘우상향’ 논리는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화폐가 계속 늘어나는 한 실물자산의 명목가격도 장기적으로 오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문제는 화폐와 소득보다 훨씬 빠르게 오른 집값 가운데 상당 부분이 저금리와 신용팽창에 기대고 있었다는 점이다. 신용이 수축하면 그 초과상승분은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 순간 그동안 집값 상승에 가려졌던 비용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 사용할 수 있는 기존 건물의 잔존가치를 없애고 철거비를 낸 뒤, 새 건물을 다시 현금으로 지어야 한다. 그런데 수십억원짜리 아파트를 가진 사람조차 그 건축비를 직접 감당하기 어려워 일반분양을 늘리고 토지지분을 나누고 대출을 끌어온다. 우리는 우상향으로 집의 가격은 크게 올려놓았지만, 정작 그 집을 다시 지을 돈은 충분히 만들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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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집을 다시 지을 돈도 없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시장에는 하나의 강력한 문장이 있었다. 집값은 결국 우상향한다. 지역에 따라 속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고, 중간에 조정도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결국 오른다는 믿음이었다. 서울은 더 그렇고, 좋은 입지는 더 그렇고,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했다.

나 역시 우상향이라는 말 자체가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화폐가 계속 공급되고 물가와 명목소득이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경제에서 실물자산의 명목가격 역시 긴 시간으로 보면 올라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30년 전 1억원과 지금의 1억원이 같은 구매력을 가지지 않는 것처럼, 같은 집의 명목가격이 수십 년 동안 그대로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쪽이 오히려 이상하다.

문제는 우상향의 속도다. 화폐와 명목경제가 커지는 속도보다 집값이 훨씬 빠르게 올랐다면 그 차이는 어디에서 왔는지를 물어야 한다. 특히 저금리와 대출 확대를 통해 신용이 빠르게 팽창하는 동안에는 미래 소득을 현재로 끌어와 자산을 살 수 있다. 살 수 있는 돈이 늘어나면 자산가격은 화폐량이나 소득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그때 사람들은 가격 상승을 자산 자체가 만들어낸 부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신용은 화폐와 조금 다르다. 늘어날 수도 있지만 줄어들 수도 있다.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때는 미래의 구매력이 현재 가격을 밀어 올리지만, 금리가 오르고 금융기관이 대출을 줄이며 기존 차입자가 원금을 갚기 시작하면 그 과정은 반대로 움직인다. 화폐가 장기적으로 계속 늘어난다고 해서 신용팽창으로 만들어진 모든 가격 상승분까지 영구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장기적인 명목 우상향과 중간의 가격 조정은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화폐와 소득의 증가 속도를 크게 뛰어넘는 자산가격 상승이 신용팽창에 의존했다면, 신용이 수축하는 시기에는 그 초과분이 조정받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우상향이라는 긴 추세 안에도 상승과 하락의 사이클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몇 년 전의 우상향 논리는 이런 구분을 거의 하지 않았다. 장기적인 명목가격 상승 가능성이 마치 현재 어떤 가격을 지불해도 된다는 논리처럼 사용됐다. 가격이 많이 올랐으면 앞으로도 오를 것이고, 대출을 많이 받아도 시간이 해결해주며, 공사비가 늘어나도 신축 가격 상승이 보상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믿음은 단순한 가격 전망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설명해주는 만능 논리였다. 건물이 낡아도 괜찮았다. 오래될수록 재건축이 가까워진다고 했다. 주차장이 부족하고 배관이 오래되고 평면이 불편해져도 그것은 감가의 이유가 아니라 미래 신축으로 가는 과정처럼 받아들여졌다. 분담금이 생겨도 괜찮았다. 2억원을 더 내더라도 재건축이 끝난 뒤 집값이 4억원, 5억원 오르면 된다고 했다. 사업이 10년 걸려도 괜찮았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집값은 오른다고 믿었다. 공사비가 올라도 괜찮았다. 결국 신축 아파트 가격이 더 많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비용의 끝에는 항상 더 높은 미래 가격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기존 건물을 부수면 무엇이 사라지는가. 낡은 단독주택 한 채를 생각해보자. 아직 사람이 살 수 있고 임대를 놓으면 월세도 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 건물 자체에 2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하자. 그 집을 철거하고 새 집을 짓기로 했다. 그러면 기존 건물의 2억원은 새 건물의 건축비가 되는가. 그렇지 않다. 철거하는 순간 그 2억원의 건물은 사라진다. 철거비까지 추가로 든다. 그리고 새 건물은 다시 돈을 들여 처음부터 지어야 한다. 기존 건물에 남아 있던 가치만큼은 사업 전체에서 순수하게 소멸한다.

그런데 아파트 재건축에서는 이 당연한 계산이 오랫동안 거의 보이지 않았다. 30년 된 아파트에도 사람이 산다. 전세와 월세가 거래된다. 수선을 하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건물에는 분명히 남아 있는 사용가치가 있다. 앞으로 15년을 더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을 지금 철거한다면 그 15년의 사용가치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손실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재건축이 빨라졌다고 했다. 오래된 건물을 더 빨리 철거할 수 있는 것을 호재라고 했고, 재건축 연한을 줄이는 것을 자산가치 상승의 재료로 받아들였다.

우상향의 시대에는 그것이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기존 건물에서 2억원의 가치가 사라져도 재건축 후 집값이 10억원 오른다면 누가 그 2억원을 따지겠는가. 철거비가 들어가도, 공사비가 올라도, 금융비용이 생겨도 마지막 숫자가 더 크면 모든 과정은 이익처럼 보인다. 우상향이라는 믿음은 가격을 올린 것만이 아니다. 비용을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건물의 잔존가치도 보이지 않게 만들었고, 기다림의 비용도 보이지 않게 만들었고, 건물을 다시 짓는 데 들어가는 실제 현금도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그래서 집값이 오르는 동안 우리는 이상한 착각을 하게 됐다. 집값이 많이 올랐으니 우리도 그만큼 부자가 됐다고 생각했다. 5억원에 산 아파트가 20억원이 되면 15억원을 번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상승분 가운데 상당 부분이 신용팽창과 낮은 할인율이 만들어낸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용이 팽창할 때는 자산가격이 소득보다 빠르게 오를 수 있지만, 신용이 수축하면 자산가격 역시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건물이 낡아 다시 지어야 하는 순간에는 가격표와 현금의 차이가 더욱 선명해진다. 20억원짜리 아파트를 가진 사람에게 수억원의 분담금 고지서가 온다. 그때 알게 된다. 아파트 가격이 20억원이라는 사실과 3억원의 현금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같은 말이 아니라는 것을. 집값은 올랐지만 현금은 생기지 않았다. 토지가격은 올랐지만 철근과 콘크리트 값을 대신 내주지는 않는다.

재건축은 결국 건설공사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짓는다. 새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자재를 사고 인건비를 지급해야 한다. 금융비용도 내야 하고 각종 사업비도 부담해야 한다. 그 모든 것은 현금으로 지불한다. 그런데 막상 그때가 되니 자신의 건물을 다시 지을 돈이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사업성을 찾는다. 용적률이 더 올라가기를 기다린다. 더 많은 세대를 넣을 수 있기를 기다린다. 일반분양 물량을 늘린다. 기존 조합원이 가지고 있던 토지를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주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낸 돈으로 공사비를 충당한다.

우리는 이것을 ‘사업성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이렇다. 자기 땅 위에 새 건물을 지을 현금이 부족하니 자신의 토지 일부를 새로운 소유자와 나누고 그 대가로 건축비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 자체가 나쁜 선택은 아니다. 부동산 자산은 많지만 현금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충분히 합리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그것이 새로운 부를 만들어내는 마술은 아니다. 기존 건물의 남은 가치는 철거와 함께 사라지고, 토지는 더 많은 사람에게 나뉘며, 새 건물은 새 돈을 들여 짓는다. 재건축의 ‘사업성’이라는 말 뒤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비용이 있다. 조합원이 직접 부담하거나, 일반분양자가 부담하거나, 금융기관에서 빌리거나, 기존 소유자가 토지지분 일부를 포기한다. 돈은 어디에서도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그동안은 신용팽창과 우상향이 이 단순한 사실을 가려줬다. 대출이 계속 늘어나고 집값이 계속 오르면 건물의 잔존가치를 버리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분담금도 결국 회수할 수 있는 투자금처럼 느껴졌다. 10년을 기다리는 시간도 가격 상승이 보상해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신용의 방향이 바뀌면 계산도 바뀐다. 금리가 높아지면 같은 소득으로 받을 수 있는 대출이 줄어들고, 이미 빌린 사람의 이자부담은 커진다. 금융기관이 위험관리를 강화하면 신규 신용도 이전처럼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 팽창기에는 미래의 돈을 현재로 끌어와 자산가격을 올렸다면, 수축기에는 현재의 돈으로 과거에 끌어다 쓴 신용을 갚아야 한다.

여기에 재건축의 비용까지 겹친다. 사업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자가 붙는다. 공사비와 인건비도 높아졌다. 기존 건물을 일찍 철거하면 포기하는 잔존가치도 그대로 남는다. 자산가격은 올랐지만 그 자산을 유지하고 새로 만드는 데 필요한 현금의 가격 역시 올라간 것이다.

동시에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소유자 가운데 상당수는 은퇴기에 들어가고 있다. 집값으로 보면 부자다. 그러나 근로소득은 줄어든다. 20억원짜리 집을 가지고 있어도 3억원의 분담금을 쉽게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기묘한 장면이 만들어진다. 자산가격은 크게 올랐는데 자기 집을 다시 짓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일반분양자가 필요하다. 수십억원짜리 토지를 가지고 있는데 건축비를 내기 위해 그 토지를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눠줘야 한다. 집값은 그렇게 많이 올랐는데 새 집을 지을 현금은 부족하다.

몇 년 전 우리는 말했다. 집은 결국 우상향한다. 그러니 좋은 입지의 집을 사라. 오래된 아파트도 괜찮다. 재건축이 있으니까. 분담금도 괜찮다. 신축이 되면 더 오를 테니까. 기다려도 괜찮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가격이 보상해줄 테니까.

우상향이라는 말 자체는 앞으로도 틀리지 않을 수 있다. 화폐가 계속 늘어나고 명목경제가 성장하는 이상 수십 년 뒤의 집값이 지금보다 높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늘의 가격이 언제나 적정하다는 뜻이 아니다. 신용팽창으로 화폐와 소득보다 훨씬 앞서 달려간 가격까지 영원히 우상향한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장기적인 우상향과 신용수축기의 조정은 얼마든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재건축이라는 현실적인 순간 앞에서는 그런 장기 전망보다 훨씬 단순한 질문을 받는다. 집값이 앞으로 오르느냐가 아니다. 당신은 지금 그 집을 다시 지을 돈이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는 시세표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억원이라는 숫자도 공사비가 되지 않고, 30억원이라는 평가액도 분담금을 대신 내주지 않는다. 건물을 다시 지으려면 결국 돈을 내야 한다. 없으면 빌려야 하고, 빌리기 어렵다면 토지를 더 나누어야 한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집값이 얼마나 오르는지만 이야기했다. 화폐가 늘고 신용이 팽창하는 동안 집값은 실제로 크게 올랐다. 토지가격도 몇 배씩 올랐고 재건축 기대감은 그 위에 또 붙었다.

그런데 정작 건물이 수명을 다해가자 가장 기초적인 문제가 남았다.

새 건물은 공짜로 생기지 않는다.

집값이 아무리 우상향해도 건축비는 별도로 내야 한다.

우리는 우상향으로 수십억원짜리 집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 집을 다시 지을 돈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