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벨트함은 출항했지만, 뱃길은 길고 이란은 넓다

미국의 중동 항모 추가 파견을 곧바로 확전 준비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현재 배치된 부시함과 워싱턴함의 전체 임무 기간을 고려하면, 루스벨트함의 이동은 기존 전력을 유지하기 위한 교대일 수 있다. 교대가 겹치는 동안 항모 세 척으로 공격할 수는 있지만, 강화된 작전을 지속하려면 기존 항모의 귀환을 미루거나 다음 교대 항모를 추가로 보내야 한다. 이번 파병의 의미는 새로 출항한 항모보다, 기존 항모를 언제 돌려보내고 그다음 전력을 어떻게 준비하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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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확전하려면 항모를 한 대 더 보내야 한다

미국이 중동에 항공모함과 병력 약 1만 명을 추가 파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이 9월 27일 샌디에이고를 떠났고, 제13해병원정대를 태운 마킨아일랜드 상륙준비단도 다음 날 출항했다. 보도된 도착 예정은 11월 말까지다. 트럼프가 중간선거 이후 이란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한 시점과 겹친다.

기사 제목만 보면 미국이 확전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항모가 한 척 더 출항했다는 사실과, 중동에서 사용할 항모가 한 척 더 늘어난다는 사실은 다르다.

새로 오는 배를 세기 전에, 돌아갈 배를 세어야 한다.

현재 중동에 배치된 항모는 조지 H.W. 부시함과 조지 워싱턴함이다. 루스벨트함이 도착할 때 두 척이 모두 남아 있다면 세 척이 된다. 한 척이 돌아가면 다시 두 척이다.

같은 출항이지만 결과는 다르다.

한쪽은 전력 증강이고, 다른 쪽은 전력 유지다.

항모는 도착한 날부터 피로해지는 것이 아니다

부시함은 3월 31일 노퍽을 떠났다. 루스벨트함이 도착할 11월 말이면 출항 후 약 8개월이 된다.

워싱턴함은 8월에 중동에 도착했다. 그 날짜만 보면 아직 교대할 때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워싱턴함은 이미 5월에 일본 요코스카를 떠나 순찰 임무를 시작했다. 11월 말이면 전체 배치 기간은 약 6∼7개월이다.

중동에 온 지 석 달이라는 말과, 모항을 떠난 지 반년이 넘었다는 말은 같은 배의 다른 시간이다.

교대를 판단할 때 필요한 것은 두 번째 시간이다.

8월에 보급과 생활 여건 문제로 논란이 된 에이브러햄 링컨함이 그 사례다. 링컨함은 지난해 11월 21일 출항해 올해 8월 20일 워싱턴함과 교대하고 귀항길에 올랐다. 임무를 넘겨줄 때까지 약 9개월, 272일이 걸렸다.

그 9개월을 정상적인 배치 주기라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USNI News에 따르면 링컨함은 당초 5월에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이란전으로 배치가 연장됐다. 승조원과 가족들은 보급 부족과 식수, 정신건강 문제를 제기했다.

링컨함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항모가 9개월을 버틸 수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교대가 늦어질수록 전력을 유지하는 일 자체가 비싸진다는 사실이다.

이번 출항에는 이미 교대의 이유가 있었다

루스벨트함의 중동 파견은 이번 공격 재개 발언과 함께 처음 등장한 계획도 아니다.

9월 9일 Stars and Stripes는 루스벨트함이 워싱턴함을 교대하기 위해 출항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 해군은 장기 배치의 경험을 반영해 루스벨트함의 식량과 위생용품 적재 공간을 늘리고, 승조원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시함의 배치 기간을 보면 부시함과의 교대도 검토할 만하다. 다만 어느 항모를 대신할지는 출항 날짜만으로 확정할 수 없다. 최신 보도 역시 루스벨트함이 기존 항모 가운데 하나를 대체하거나, 두 척과 함께 배치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하나다.

이번 파견에는 확전을 하지 않아도 필요한 교대의 이유가 있다.

전쟁을 더 크게 벌이지 않더라도, 지금의 봉쇄와 군사적 압박을 계속하려면 배와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따라서 약 1만 명이 출항한다는 숫자를 중동 병력의 순증으로 곧바로 읽을 수는 없다. 기존 병력이 얼마나 돌아가는지까지 봐야 한다.

세 척이 되는 순간과 세 척을 유지하는 능력

물론 교대라고 해서 공격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루스벨트함이 도착한 뒤 기존 항모가 바로 떠나지 않으면, 미국은 일시적으로 세 척을 운용할 수 있다. 그 기간에 집중적인 공격을 할 수도 있다.

트럼프에게는 유용한 선택이다.

평소에는 두 척을 유지하면서, 필요할 때 교대가 겹치는 기간을 이용해 화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첫 공격 이후에도 이란이 미국이 원하는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한 척을 돌려보내 다시 두 척으로 작전할 것인가.

돌아갈 항모의 배치를 연장할 것인가.

아니면 그 항모를 대신할 다음 전력을 보낼 것인가.

세 척으로 공격하는 것과, 공격 이후에도 세 척을 유지하는 것은 다른 결정이다.

첫 번째에는 교대가 겹치는 시간이 있으면 된다.

두 번째에는 다음 교대까지 이어지는 계획이 필요하다.

배치를 연장하면 승조원과 정비가 부담을 진다. 다음 항모를 보내면 그 항모가 맡을 다른 지역의 임무를 조정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비용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파병의 의미를 판단하려면 루스벨트함 다음을 봐야 한다.

미국이 항모를 한 대 더 보내야 한다는 뜻

이 제목은 미국이 추가 항모 없이는 이란을 공격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미국은 이미 배치된 전력으로도 공격할 수 있다. 확전의 규모와 방식에 따라 필요한 전력도 달라진다.

여기서 묻는 것은 세 척의 항모를 활용한 강화된 작전을 얼마나 지속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이다.

루스벨트함이 기존 두 척 가운데 하나를 교대하면 항모는 두 척으로 남는다. 세 척을 계속 유지하려면 다른 항모를 더 보내거나, 기존 항모의 귀환을 미뤄야 한다.

추가 교대 항모를 곧바로 보내지 않는다고 해서 공격 의지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력 증강을 지속할 계획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이번 출항을 본격적인 장기 확전의 증거로 삼기도 어렵다.

교대 병력의 이동은 전쟁을 계속할 준비를 보여준다. 그것만으로 전쟁을 더 크게 벌일 준비까지 입증하지는 않는다.

트럼프도 기다리지만 이란도 기다린다

루스벨트함의 이동 일정은 중간선거 이후라는 정치적 시간표와 겹친다.

그렇다고 이동에 필요한 시간을 전부 선거를 피하기 위한 지연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전력을 준비하고 이동시키는 군사적 시간도 필요하다.

다만 이란은 그 시간을 자기 계산에 넣을 수 있다.

미국이 새 항모를 보내는 동안 기존 항모는 더 오래 임무를 수행한다. 새 전력이 도착해도 한 척이 돌아가면 항모 수는 늘지 않는다. 세 척이 남더라도 그 상태를 얼마나 유지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이란이 미국이 받기 어려운 조건을 계속 제시하는 이유를 이것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급해도 국내 정치 때문에 양보하지 못할 수 있고, 어려운 사정을 숨기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란이 미국의 압박을 계산할 때 공격 능력만 볼 이유도 없다.

미국이 얼마나 강하게 때릴 수 있는지와, 얼마나 오래 그 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함께 볼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트럼프의 네 선택지는 쓸어버리기, 협상하기, 한 번 더 압박하기, 버티기였다.

이번 항모 출항만으로 트럼프가 첫 번째 답을 골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선택을 계속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 이동일 수도 있다.

그가 실제로 첫 번째 답에 더 가까이 갔는지를 보려면, 새 항모가 도착한 뒤 기존 항모를 어떻게 할지 확인해야 한다.

돌려보내는가.

더 붙잡아두는가.

그다음 교대를 준비하는가.

전쟁의 방향은 출항하는 항모 한 척의 이름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돌아갈 항모를 대신할 다음 한 척까지 준비했는지에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