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 종전안 받은 트럼프…6월 MOU보다 더 어려워진 출구

6월 미국·이란 MOU를 사실상 무력화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더 까다로운 선택지 앞에 섰다. 이란은 전쟁 종식, 해상봉쇄 해제, 동결자산 해제를 먼저 이행해야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요구하고 있는데, 미국이 이를 수용해도 핵합의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다시 핵 문제를 놓고 추가적인 거래를 시작해야 한다. 결국 미국은 기존 압박카드 일부를 먼저 내려놓은 뒤 핵협상에서 또 다른 제재 완화나 경제적 보상을 제시해야 할 수 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비용과 군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이번에는 이란이 내민 출구를 택할지, 아니면 협상력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이어갈지가 새로운 분기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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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도 휴짓조각으로 만든 트럼프, 이번 출구는 빠져나가볼까?

지난 6월 17일 미국과 이란은 가까스로 MOU에 서명했다. 전쟁을 멈추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며, 이후 60일 동안 핵 문제와 제재 문제를 협상한다는 일종의 ‘징검다리 합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이를 중동의 평화로 이어질 수 있는 합의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상황은 뒤집혔다.

트럼프는 7월 MOU가 “끝났다”고 선언했고,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를 다시 시작했다. 인터뷰에서는 이란과 같은 상대와 맺은 MOU는 “큰 의미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놓았다. 이란은 미국이 합의를 위반했다고 맞섰다. 결국 불과 한 달 전 두 정상이 서명했던 MOU는 사실상 휴짓조각이 됐다.

그로부터 두 달이 흘렀다.

이번에는 이란이 먼저 출구를 제시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모흐센 레자이는 카타르를 통해 미국에 협상 재개 조건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공개적으로 확인된 핵심 조건은 세 가지다.

모든 전선에서 전쟁을 끝낼 것. 이란의 동결자금을 풀 것. 그리고 미국의 해상봉쇄를 끝낼 것.

이 세 가지를 받아들이면 이란은 다시 협상장에 앉겠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이란이 상당한 것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6월 MOU와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6월에는 미국의 해상봉쇄 해제와 동결자산 문제뿐 아니라 석유 제재 완화와 추가적인 제재 문제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었다. 핵 프로그램과 고농축 우라늄의 처리 문제는 그 대가로 이란이 협상해야 할 핵심 사안이었다. 다시 말해 당시에는 미국의 경제적 양보와 이란의 핵 양보를 하나의 패키지 안에서 맞바꾸는 구조였다.

이번 제안은 다르다.

이란은 핵 문제를 먼저 꺼내지도 않았다.

전쟁을 끝내고, 봉쇄를 풀고, 동결된 이란 자산을 돌려놓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핵 문제를 포함한 본협상을 시작하자는 구조다.

바로 여기에 트럼프의 고민이 있다.

미국이 이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면 핵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제 겨우 협상장이 열린다.

그 협상장에서 미국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제한이나 고농축 우라늄 처리,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 강화 등을 요구한다면 이란은 당연히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있다.

“그걸 원한다면 미국은 무엇을 더 줄 것인가.”

석유 제재가 될 수도 있고 금융 제재가 될 수도 있다. 2차 제재나 장기적인 안보보장이 협상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원카드에 비유한다면 묘한 판이다.

이란은 미국에 이렇게 말하는 셈이다.

“지금 들고 있는 좋은 카드 몇 장부터 내려놓아라. 그러면 새 게임을 시작하겠다.”

미국은 전쟁이라는 군사적 압박카드, 해상봉쇄라는 경제적 압박카드, 동결자산이라는 금융카드를 먼저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그 대가로 당장 받는 핵 양보는 없다.

핵협상은 그다음 판이다.

그 때문에 이번 이란의 조건은 액수나 범위만 놓고 보면 6월보다 후퇴했지만, 협상의 ‘순서’만 놓고 보면 미국에 까다롭다.

미국은 선불을 해야 하고 이란은 후불로 협상한다.

문제는 트럼프에게도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이란전쟁으로 발생한 미국의 추가 국방비용은 8월 1일까지 약 380억 달러에 달했다. 최근과 같은 수준의 충돌이 계속되면 매달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더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일부 핵심 미사일 방어체계 재고를 회복하는 데 적어도 5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 자신도 최근 “우리가 전쟁의 끝을 향하고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7개월 가까이 이어진 전쟁을 계속 끌고 가는 것과 출구를 찾는 것 사이에서 계산이 복잡해진 시점이다.

그래서 지금 상황은 역설적이다.

6월의 트럼프는 이란과 MOU에 서명했다가 한 달 만에 이를 사실상 폐기했다. 당시에는 합의를 접고 다시 압박하면 더 좋은 조건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지금, 다시 나타난 협상안은 미국에 더 편리한 형태가 아니다.

이란은 요구의 절대량을 줄였지만 협상 순서를 바꿨다.

6월에는 “미국이 제재를 풀어주면 이란이 핵을 양보한다”는 거래를 한꺼번에 논의했다면, 지금은 “전쟁과 봉쇄부터 끝내라. 핵 문제의 가격은 그다음에 다시 정하자”는 것이다.

트럼프가 이를 받아들이면 전쟁에서 빠져나올 통로는 열린다.

하지만 통로를 통과하는 순간 미국은 자신이 갖고 있던 압박카드 일부를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통로 끝에는 평화협정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핵협상 테이블이 기다리고 있다.

반대로 거부한다면 전쟁은 계속된다. 미국은 군사비와 탄약을 계속 소비해야 하고, 호르무즈와 홍해를 둘러싼 불안 역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와 후티 간 충돌까지 확대되면서 전쟁의 주변부도 넓어지고 있다.

결국 이번 이란의 제안은 트럼프에게 좋은 합의냐 나쁜 합의냐를 묻는 제안이라기보다,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 지금 가진 카드를 먼저 쓸 것인가. 아니면 그 카드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더 계속할 것인가.

6월의 MOU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에는 그보다 좁아진 문이 다시 열렸다.

트럼프가 그 문을 통과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문은 6월처럼 들어간 뒤 협상하는 문이 아니다.

카드 몇 장을 문 앞에 내려놓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