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이란 전쟁, ‘위대한 MOU’는 왜 몇 달 만에 종잇값도 못 하게 됐나

트럼프는 결국 6월 MOU로 돌아가지 않는 쪽을 택했다. 문제는 그가 불과 몇 달 전 그 문서를 “위대한 문서”, “내가 원한 것의 99.9%”라고 평가했다는 점이다. 지금 트럼프의 판단이 맞다면 6월 MOU는 애초부터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 당장의 전쟁을 봉합하기 위한 사탕발림식 미봉책이었다는 뜻이 되고, 그렇다면 당시 이를 역사적 성과처럼 포장한 자신의 설명 역시 흔들린다. 반대로 6월의 평가가 맞았다면 지금 그 합의를 버리는 이유와 전쟁을 더 이어가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해야 한다. 트럼프는 용단을 내렸지만, 그 결정은 결국 과거 자신의 판단을 함께 심판대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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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용단을 내렸다 — ‘위대한 문서’를 버리기로 했다

트럼프는 결국 용단을 내렸다.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미국이 지난 6월 MOU의 약속으로 돌아오면 이란도 즉각 상응하겠다고 제안했다. 새로운 조건을 요구한 것도 아니었다.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한 것도 아니었다.

미국과 이란이 이미 합의했던 곳으로 돌아가자는 제안이었다.

트럼프는 답했다.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란과의 합의에 대해 이제 그 종이에 쓰인 가치조차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미국은 이란에 충분히 많은 기회를 줬다고도 했다.

적어도 이제 모호함은 줄었다.

미국은 6월로 돌아가는 대신 현재의 압박과 군사적 우위를 계속 밀어붙이는 쪽을 선택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용단이다.

협상으로 돌아가면 전쟁 이전의 조건으로 되돌아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협상을 거부하면 전쟁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 알 수 없다.

트럼프는 후자를 택했다.

이란 경제가 미국의 정치적 인내심보다 먼저 무너질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지금 미국이 더 유리한 위치에 있으니 굳이 과거 합의로 돌아갈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 판단이 옳다면 결과로 증명하면 된다.

문제는 하나다.

그가 지금 버리기로 한 문서를 만든 사람 역시 트럼프라는 것이다.

시간을 불과 몇 달 전으로 돌려보자.

6월 트럼프는 기자들 앞에서 이란과의 MOU를 설명하며 말했다.

“위대한 문서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내용을 설명한 뒤, 자신이 원했던 것의 “약 99.9%”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그 문서를 “매우 중요한 문서”라고 불렀다.

그랬던 문서가 이제 종잇값도 못 하는 문서가 됐다.

물론 국제정치는 변한다.

상대방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고,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으며,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문제가 드러날 수도 있다.

대통령이 과거의 판단을 수정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잘못된 판단이었다면 고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조금 더 불편한 문제가 생긴다.

지금 트럼프의 평가가 옳다면 6월 MOU는 애초에 무엇이었는가.

정말 미국이 원했던 것의 99.9%를 담은 위대한 합의였는가.

아니면 당장의 전쟁을 멈추기 위해 핵심 갈등을 뒤로 미룬 사탕발림식 미봉책이었는가.

지금 와서 그 문서를 사실상 아무 가치도 없는 것으로 평가한다면 둘 중 하나는 인정해야 한다.

6월에 그 문서의 가치를 잘못 판단했거나,

아니면 당시에도 불완전한 임시방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그것을 미국 국민에게 “위대한 문서”, “99.9%의 성과”라고 포장했거나.

후자라면 지금의 발언은 뜻밖에도 일종의 자인이 된다.

6월 MOU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당장의 전쟁을 멈추기 위한 사탕발림이자 미봉책에 가까웠다는 것을, 몇 달 뒤 트럼프 자신이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시의 화려한 수사는 무엇이었는지도 다시 묻게 된다.

“위대한 문서.”

“내가 원한 것의 99.9%.”

그것이 냉정한 협상 결과의 평가였는가.

아니면 단기적인 휴전을 정치적 승리로 보이게 만들기 위한 포장이었는가.

이 질문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트럼프가 지금 선택한 것은 단순히 과거 합의 하나를 폐기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과거 설명도 함께 폐기하고 있다.

6월의 설명이 맞았다면 지금 그 합의를 걷어찰 이유가 부족하다.

지금의 설명이 맞다면 6월의 “위대한 문서”라는 평가는 과장이었다.

두 평가를 동시에 참으로 만들기는 어렵다.

그리고 여기서 더 흥미로운 질문이 생긴다.

6월에 이미 99.9%를 얻었다면 지금 트럼프가 전쟁을 계속하며 얻으려는 것은 무엇인가.

남은 0.1%인가.

아니면 그사이에 미국의 목표 자체가 달라진 것인가.

이 질문은 말장난이 아니다.

전쟁에서는 목표가 중요하다.

목표가 분명해야 승리도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무기 금지와 호르무즈의 자유로운 통항이 목표였다면 트럼프 자신이 6월에 거의 모든 것을 얻었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그 합의를 이제 거부한다면 미국은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무엇을 더 원하는지 말해야 한다.

이란의 더 큰 군사적 약화인가.

더 강한 핵 통제인가.

더 큰 경제적 양보인가.

정권의 행동 변화인가.

아니면 이란 체제 자체의 약화인가.

목표가 높아졌다면 전쟁의 비용과 기간도 다시 계산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트럼프의 이번 결정은 정말로 ‘용단’이 된다.

6월 MOU로 돌아가면 적어도 자신이 이미 성공이라고 선언했던 지점에서 다시 협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

트럼프는 그것을 거부했다.

자신이 몇 달 전 위대하다고 평가했던 합의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책임도 명확하다.

앞으로 얻는 결과는 6월 MOU보다 좋아야 한다.

적어도 자신이 “99.9%”라고 평가했던 것보다 나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설명하기 곤란해진다.

미국은 왜 몇 달을 더 싸웠는가.

왜 더 많은 돈을 썼는가.

왜 호르무즈의 불안과 유가 상승, 미군의 부담과 추가적인 군사충돌을 감수했는가.

그리고 결국 얻은 것이 6월에 이미 손에 넣었다고 주장했던 것보다 나은 것은 무엇인가.

트럼프는 결정을 내렸다.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는 대신 힘의 우위를 더 밀어붙이기로 했다.

그 판단이 성공한다면 그는 자신이 옳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이번에는 이란 탓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돌아갈 수 있는 합의가 있었고,

그 합의를 한때 누구보다 높게 평가했던 사람도 자신이었으며,

그럼에도 그것을 버리고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 역시 자신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 그의 말이 옳다면, 그가 버린 것은 한때의 위대한 성과가 아니다.

애초부터 오래 버티기 어려웠던 미봉책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왜 그런 문서를 위대하다고 불렀는가.

왜 그것을 99.9%의 성공이라고 선언했는가.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탁 하나만 하고 싶다.

6월에는 “위대한 문서”라고 했다.

몇 달 뒤에는 그 문서가 가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신을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평가하는 일만큼은 조금 미뤄두시라.

몇 달 뒤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