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금리 갱신 시기, 중도상환수수료 내고 대환대출하는 게 이득일까?

지난 40년 동안 세계화와 저금리, 중국의 고성장은 한국경제가 안고 있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도 버틸 수 있게 해줬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부채의 위험을 줄이는 대신 가계신용과 부동산이 내수의 한 축이 되었고, 미래소득을 당겨 현재의 성장을 떠받치는 구조가 굳어졌다. 그러나 중국 특수는 약해지고 세계화는 후퇴하며 장기금리까지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경기침체가 오면 기준금리는 내려갈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지난 시대의 저금리 환경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영끌족에게 돌아오는 이자 청구서는 한 개인의 실수라기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래로 미뤄온 비용이 현실로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상징에 가깝다. 우리는 오랫동안 문제 해결을 미래로 미뤄왔고, 이제 그 미래가 왔다. 이제는 갚아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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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갚아야 할 시간

2021년 9월, 연 3.11%의 금리로 3억 원을 빌린 사람이 있다.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이라면 매달 내야 할 돈은 약 128만 원이었다.

5년이 지났다.

고정금리 기간이 끝나고 금리가 연 5.9% 수준으로 다시 정해진다면 월 상환액은 약 178만 원으로 올라간다. 한 달에 50만 원, 1년에 600만 원이다.

누군가는 이것을 영끌족의 문제라고 부른다.

낮은 금리를 믿고 무리하게 집을 산 사람들의 선택이 이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장면을 개인의 잘못된 선택으로만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그들이 빚을 냈던 시대에는 빚을 내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세상 전체가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돌아오는 것은 어느 개인의 5년짜리 대출 만기만이 아니다.

지난 30년, 어쩌면 지난 40년 동안 미래로 미뤄두었던 청구서가 돌아오고 있다.

이제 갚아야 할 시간이다.

1980년대 초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두 자릿수였다.

그 이후 약 40년 동안 금리는 큰 방향에서 내려왔다.

물론 그 사이 수많은 경기순환이 있었다. 금리가 오를 때도 있었고 금융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긴 흐름은 분명했다.

돈의 가격은 점점 싸졌다.

그 배경에는 세계화가 있었다.

기업은 가장 싼 곳에서 생산했고, 자본은 가장 높은 수익을 찾아 국경을 넘었다. 중국이 세계경제에 편입되면서 값싼 노동력과 대규모 생산시설이 세계시장으로 들어왔다.

상품 가격은 낮아졌다.

물가가 안정되니 중앙은행은 높은 금리를 유지할 이유가 줄었다.

금리가 내려가자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돈이 싸질수록 자산 가격은 올랐다.

부동산도, 주식도, 채권도 마찬가지였다.

미래에 벌어들일 돈의 가치가 낮은 할인율로 계산되면서 자산의 현재가격은 높아졌다.

세계화와 저금리는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었다.

한 시대를 구성했던 두 개의 축이었다.

한국은 그 시대의 가장 큰 수혜자 가운데 하나였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국 경제는 오래전부터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는 그 취약성을 보여줬고, 이후 찾아온 3저 호황은 반대로 외부 환경이 얼마나 강력한 순풍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저유가, 저금리, 유리한 환율.

기업들은 투자했고 공장을 늘렸다.

고용이 증가했고 중산층이 두꺼워졌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자 더 많은 투자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호황이 끝나면서 문제가 드러났다.

호황기에 만들어진 투자는 수익을 내지 못하면 부채가 된다.

기업은 차입을 통해 몸집을 키웠고,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부실이 쌓였다.

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외환위기는 치료됐다.

기업은 구조조정을 했고 금융기관은 정리됐다. 외환보유액을 쌓았고 기업의 부채비율도 낮아졌다.

그러나 치료에는 대가가 있었다.

경제의 체질이 달라졌다.

외환위기 이전 한국경제의 부채 중심에는 기업이 있었다.

기업이 돈을 빌려 공장을 지었다.

성공하면 그 뒤에는 생산설비가 남았고 고용이 남았으며 수출이 남았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은 점차 다른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가계였다.

신용카드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소비자금융이 확대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드대란이 왔다.

그것은 단순한 금융사고가 아니었다.

한국경제에서 신용의 중심축이 기업에서 가계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였다.

이후 그 흐름은 부동산과 결합했다.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고, 집값이 오르면 담보가치가 증가하고, 늘어난 자산가치는 다시 소비와 추가 대출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수출이 약하면 부동산이 내수를 받치고, 부동산이 움직이면 건설과 금융과 소비가 따라 움직였다.

“빚내서 집 사라”는 말은 어느 한 정권의 구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 넓게 보면 우리는 오랫동안 가계의 미래소득을 당겨 현재의 수요로 사용하는 경제를 만들어왔다.

30년짜리 주택담보대출은 결국 앞으로 벌어들일 소득의 일부를 오늘의 집값으로 바꾸는 일이다.

미래를 현재로 가져오는 것이다.

처음에는 효과가 좋다.

거래가 늘고 건설이 살아난다.

중개업과 금융업이 움직이고 소비가 증가한다.

GDP가 올라간다.

하지만 미래의 수요를 오늘 가져왔다면 언젠가는 반대편에서 빈자리가 생긴다.

원리금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에는 또 하나의 거대한 엔진이 있었다.

중국이었다.

중국은 세계화의 정점으로 향하던 시기에 세계의 공장이 됐다.

공장을 짓고 도시를 만들고 도로와 항만을 건설했다.

그리고 그 공장에는 한국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제품과 철강, 기계와 각종 중간재가 들어갔다.

미국인이 소비하면 중국이 만들고, 중국이 만들면 한국이 중간재를 공급했다.

한국경제에는 놀라운 조합이었다.

안에서는 가계신용과 부동산이 수요를 만들고,

밖에서는 중국이 수요를 만들어줬다.

그리고 그 위에는 계속 내려가는 세계의 금리가 있었다.

한국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잘 보이지 않았다.

세계화가 덮어주고 있었고 중국의 성장이 덮어주고 있었으며 낮아지는 금리가 덮어주고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해결보다 연장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중국은 더 이상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중간재를 사서 조립했지만 이제는 중간재도 직접 만든다.

한국 기업의 고객이었던 중국 기업이 경쟁자가 됐다.

중국 경제가 성장한다고 한국 수출이 자동으로 함께 성장하는 관계도 약해지고 있다.

세계화 역시 방향을 틀었다.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한때 이것이었다.

어디에서 만드는 것이 가장 싼가.

지금은 다르다.

어디에서 만들어야 가장 안전한가.

반도체에는 수출통제가 붙고, 핵심광물에는 국가안보라는 이름표가 붙는다.

기업은 하나의 가장 효율적인 공장 대신 두 번째와 세 번째 공급망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제조업을 국내로 돌리고 국방비를 늘리며 에너지망을 새로 짓는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에도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효율을 희생하고 안전을 사는 시대다.

그리고 안전에는 보험료가 붙는다.

그 보험료가 물가이고 금리다.

지난 세계화 시대는 물가를 낮추는 힘이 강했다.

지금은 그 반대의 힘이 생기고 있다.

공급망을 중복해서 만들어야 하고, 가장 싼 에너지 대신 가장 안전한 에너지를 선택해야 한다.

국방비를 늘리고 핵심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

정부가 부담하면 재정적자가 늘어난다.

국채 발행도 늘어난다.

돈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아진다.

그런 세상에서 돈의 가격만 과거처럼 계속 싸야 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 지금의 고금리를 단순한 중앙은행의 긴축 사이클로만 보면 충분하지 않다.

물론 침체가 오면 금리는 내려간다.

실업이 늘고 소비가 무너지며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중앙은행은 더 이상 수요를 억제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수요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면 기준금리는 내려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거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금리를 내린다는 것과 저금리 시대가 돌아온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내리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내려가느냐다.

지난 40년 동안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큰 방향에서 하락했다.

세계화와 안정적인 물가, 값싼 에너지, 중국의 생산능력, 낮은 지정학적 비용이 그 흐름을 뒷받침했다.

만약 그 조건들이 사라지고 있다면 앞으로의 경기침체에서도 금리는 내려갈 수 있지만 이전 사이클의 저점까지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3%에서 1%로 내려가는 세계와 6%에서 4%로 내려가는 세계는 전혀 다르다.

두 경우 모두 “금리 인하”라고 부르지만, 부채가 많은 사람에게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한국의 영끌족이 마주한 것도 바로 그것이다.

5년 전 3%대 금리로 감당할 수 있었던 집이 6% 금리에서는 전혀 다른 가격의 집이 된다.

집은 그대로다.

월급이 두 배가 된 것도 아니다.

달라진 것은 돈의 가격이다.

그리고 돈의 가격이 달라지면 자산의 가격도 결국 다시 계산되어야 한다.

부동산 가격에는 두 가지가 섞여 있다.

하나는 그 집에서 살아가는 가치다.

다른 하나는 앞으로 더 비싸질 것이라는 기대에 지불하는 투자 프리미엄이다.

주거는 필수재다.

하지만 투자 프리미엄은 필수재가 아니다.

돈이 싸고 자산가격이 계속 오를 때는 미래의 상승을 미리 사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고금리가 오래 지속되고 소득이 정체되며 부채상환 부담이 커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사람들은 더 이상 미래의 가격상승에 큰돈을 지불할 여유가 없다.

그 순간 투자 프리미엄은 일종의 사치재가 된다.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장가격은 언제나 모두가 파는 가격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몇 퍼센트만 버티지 못해도 된다.

몇 퍼센트의 집주인이 급매를 내놓고, 몇 퍼센트의 투자자가 반대매매를 당하며, 몇 퍼센트의 기업이 부도를 맞으면 시장가격은 움직인다.

부채가 많은 사람에게 시간은 비용이다.

현금이 많은 사람은 기다릴 수 있지만 빚이 많은 사람은 매달 이자를 내야 한다.

높은 금리가 6개월이면 견딜 수 있다.

3년이 되고 5년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기가 돌아오고 차환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문제가 없었던 대출이 새로운 금리로 다시 계산된다.

지금 영끌족에게 날아오는 600만 원짜리 추가 이자 청구서는 그래서 상징적이다.

그것은 한 가계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시대의 가격으로 산 자산을 새로운 시대의 금리로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몇 년 안에 모두 끝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

40년에 걸쳐 만들어진 구조가 한 번의 경기침체와 몇 차례 금리 인하로 사라질 수는 없다.

부채는 갚아야 한다.

소득이 늘어 부채비율을 낮추거나,

오랜 시간 원금을 상환하거나,

인플레이션이 실질 부채가치를 낮추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누군가는 손실을 인정해야 한다.

어느 방법도 빠르지 않다.

자산가격 역시 반드시 한 번에 폭락하며 조정될 필요는 없다.

10년 동안 가격이 그대로인 것도 조정이다.

그동안 물가와 임금이 30% 오른다면 실질가격은 그만큼 내려간다.

가격조정 대신 시간조정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벌어질 일을 단순히 “부동산 폭락이 올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보면 너무 좁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 경제가 얼마나 긴 시간 동안 과거에 당겨 쓴 미래소득을 다시 채워 넣어야 하는가.

세계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세계화가 만들어준 값싼 상품과 안정적인 공급망, 낮은 금리와 평화의 배당을 우리는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중동의 질서는 흔들리고 있고 각국은 공급망과 에너지, 국방에 돈을 쏟고 있다.

누가 챔피언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미국이 계속 가장 강한 국가로 남을 수도 있고 중국이 영향력을 더 키울 수도 있다.

둘 사이에 승패가 나지 않고 긴 무승부가 이어질 수도 있다.

오히려 그 가능성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승부가 끝나지 않으면 보험료도 계속 내야 하기 때문이다.

공급망을 두 개 만들고 국방비를 늘리고 전략산업을 보호하는 비용은 경쟁이 계속되는 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의 고금리는 어느 순간 경기침체와 함께 내려가더라도, 그 고금리를 만들어낸 세계의 구조적 비용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그 변화 앞에서 특히 어려운 위치에 서 있다.

자원은 부족하다.

가계부채는 많다.

인구는 늙고 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성장시장의 성격도 달라졌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내부의 수요를 상당 부분 부채와 부동산을 통해 미래에서 끌어왔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시간을 사왔다.

기업부채 문제를 가계부채가 대신했고,

수출이 약하면 부동산이 받쳤으며,

부채 부담은 저금리가 덮었다.

그리고 중국과 세계화가 그 모든 시간을 벌어줬다.

문제를 없앤 것이 아니다.

미래로 보낸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 미래가 왔다.

그래서 영끌족에게 도착한 연 600만 원의 추가 이자 청구서를 보면서 단순히 누가 무리하게 집을 샀는지를 따질 일은 아니다.

그 청구서는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문장을 담고 있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것을 이제 처리하라는 것이다.

세계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다.

낮은 금리가 해결을 미뤄줬고,

세계화가 비용을 낮춰줬으며,

중국이 성장을 제공했고,

부동산이 내수를 떠받쳤다.

그 시대에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었다.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성장하지 않는 자산을 높은 가격으로 사는 대신 생산성을 높여야 하고,

미래소득을 당겨 소비하는 대신 현재소득을 늘려야 하며,

부동산 가격 상승을 중산층의 성장으로 착각하는 대신 실제 소득과 고용을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상당한 비용도 필요할 것이다.

누군가는 자산가격으로 지불하고,

누군가는 이자로 지불하며,

누군가는 낮은 수익률과 느린 성장으로 지불할 것이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는 돈의 가격이 계속 내려가는 세상을 살았다.

그 긴 시대가 정말 끝난 것이라면 앞으로 필요한 것은 다음 금리 인하를 기다리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새로운 금리와 새로운 세계화, 새로운 중국과 새로운 인구구조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경제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미래로 미뤄왔다.

그리고 이제,

그 미래가 왔다.

이제 갚아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