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호재, 나를 위한 정보일 거라는 착각을 버려야 살아남는다
주식시장에서 먼저 자산을 산 뒤 다른 사람의 매수를 유도하고 자신은 파는 행위가 불공정거래의 문제로 인식되듯, 부동산시장에서도 호재·신고가·품귀·키 맞추기 같은 이야기가 끊임없이 생산되는 동안 실제 매매와 분양이 이루어진다. 문제는 모든 정보가 거짓이라는 데 있지 않다. 교통망이나 산업단지 같은 호재는 실제일 수 있지만, 미래의 기대가 이미 현재 가격에 반영됐다면 그 혜택을 먼저 실현한 사람은 매수자가 아니라 매도자일 수 있다. 더구나 전국 모든 지역이 동시에 인구와 수요를 끌어들일 수는 없는데도 각 지역의 홍보에서는 언제나 자기 지역이 승자가 되는 미래만 제시된다. 따라서 소비자는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거나 무조건 의심하기보다, 누가 그 정보를 만들었고 자신이 매수했을 때 그 사람이 어떤 경제적 이익을 얻는지 살펴야 한다.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광고는 광고라고 쓰인 광고가 아니라 정보의 얼굴을 한 광고일 수 있으며, 현명한 소비자는 호재를 믿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호재를 말하는 사람의 이해관계까지 함께 계산하는 사람이다.
주식으로 100% 돈 버는 방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 내가 산다.
- 다른 사람이 사게 만든다.
- 내가 판다.
농담이지만 웃고 넘기기에는 구조가 너무 정확하다. 실제 주식시장에서는 먼저 주식을 사놓고 유튜브나 SNS에서 종목을 추천한 뒤, 매수세가 들어오면 자신은 팔아 차익을 얻는 행위가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번이나 3번보다 2번이다.
누군가가 자산을 가진 것은 이상하지 않다. 자산을 파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문제는 그 사이에서 다른 사람의 판단을 움직이는 정보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상하게도 이 문제를 주식시장에서는 쉽게 이해하면서 부동산시장에서는 잘 의심하지 않는다.
부동산에서는 오랫동안 수많은 ‘사야 할 이유’가 생산되어 왔다.
GTX가 들어온다. 산업단지가 생긴다. 대기업이 이전한다. 학군이 좋아진다. 상권이 커진다. 재건축이 된다. 서울 접근성이 좋아진다. 주변과 키 맞추기가 시작된다.
각각의 이야기는 사실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사실인가 아닌가만이 아니다.
그 이야기를 누가 하고 있으며, 왜 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전국의 부동산 기사를 한꺼번에 모아놓고 보면 재미있는 문제가 생긴다. 거의 모든 지역에 사람이 들어온다고 한다.
A지역은 교통 호재 때문에 사람이 들어오고, B지역은 산업단지 때문에 사람이 들어오고, C지역은 신도시 개발 때문에 사람이 들어오고, D지역은 학군 때문에 사람이 들어온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인구는 정해져 있다.
물론 가구 수가 늘 수도 있고 소득과 신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 외부에서 새로운 수요가 들어올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지역의 ‘인구 유입’은 새로운 사람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 살던 사람이 이동하는 것이다.
한 지역이 사람을 얻는다면 어딘가는 사람을 잃는다.
그러나 부동산 홍보에서 그 반대편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 지역으로 1만 명이 들어옵니다”라는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그 1만 명은 어느 지역에서 빠져나옵니까?”라는 질문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것이 판매의 언어다.
판매자는 자신이 질 가능성까지 포함한 전국의 균형을 설명할 이유가 없다. 자신이 파는 지역이 이기는 미래를 설명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미래의 호재는 현재의 가격으로 변환된다.
10년 뒤 교통이 좋아진다고 하자. 그 기대 때문에 오늘 아파트 가격이 2억원 올랐다면, 10년 뒤의 좋은 미래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미 오늘의 매도자가 가져간 것이다.
매수자는 호재를 얻은 것이 아니다.
어쩌면 호재의 예상가치를 매도자에게 선불로 지급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부동산에서 “호재가 있다”와 “지금 사면 돈을 번다”는 전혀 다른 명제다.
호재가 실제로 실현되더라도 이미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면 새로 산 사람에게 돌아갈 초과수익은 거의 없을 수 있다. 오히려 예상했던 개발이 늦어지거나 규모가 줄어들면 그 위험은 고스란히 매수자가 부담한다.
판 사람은 이미 현금화했다.
이 때문에 시장이 꺾이기 시작했을 때 나오는 이야기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핵심지역 가격이 오를 때는 “역시 핵심지가 선도한다”고 한다.
핵심지가 너무 비싸지면 “상승 온기가 주변으로 확산된다”고 한다.
주변까지 오르면 “외곽이 저평가됐다”고 한다.
그러다 핵심지역이 먼저 약해져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핵심지는 잠시 쉬어가지만 이제 외곽의 차례다.”
사실은 같아도 이야기는 계속 만들어질 수 있다.
강남이 오르면 강남 상승이 호재이고, 강남이 꺾여도 다른 지역으로 상승세가 확산된다는 것이 호재가 된다면 소비자는 한 가지 질문을 해야 한다.
도대체 어떤 상황이 와야 이 이야기는 틀린 것이 되는가.
어떤 결과가 나와도 결국 “사야 한다”는 결론으로 돌아오는 분석이라면 그것은 분석이라기보다 판매 논리에 가까울 가능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반드시 누군가의 음모를 상정할 필요는 없다.
모든 기자가 집을 팔기 위해 기사를 쓰는 것도 아니고, 모든 유튜버가 건설사로부터 돈을 받는 것도 아니며, 모든 중개업자가 매수자를 속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더 단순한 사실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자신의 이해관계와 완전히 무관한 일을 위해 장기간 시간과 노력을 쓰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스스로를 돌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아파트가 오를 이유를 찾아보는 일에는 관심이 간다. 그러나 내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어느 지방 도시의 아파트가 오를 이유를 몇 달간 연구해서, 영상까지 만들어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특정 자산의 장점을 조사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있다면 적어도 한 번은 물어봐야 한다.
이 사람은 내가 이 말을 믿었을 때 무엇을 얻는가.
직접적인 분양수수료일 수도 있다.
중개보수일 수도 있다.
광고비나 협찬일 수도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의 가격 상승일 수도 있다.
조회수와 구독자일 수도 있다.
업계에서의 영향력이나 다음 사업을 위한 관계일 수도 있다.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마지막 경우라고 가정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광고를 보면 경계한다.
“이 아파트를 지금 사십시오”라는 광고를 보면 판매자가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듣는다.
그런데 같은 내용이 기사와 전문가 인터뷰와 유튜브 분석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면 이상하게도 경계심을 내려놓는다.
“매물 나오면 바로 팔려요.”
“국민평형 20억원 시대가 열렸다.”
“키 맞추기가 시작됐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이런 말들은 사실을 전달하는 문장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사람의 행동을 움직이는 문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장 위험한 광고는 광고라고 적혀 있는 광고가 아닐지도 모른다.
정보의 얼굴을 하고 있는 광고다.
그렇다고 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불신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반대로 정보는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다만 한 단계 더 생각하면 된다.
누가 말했는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거래가 이루어졌을 때 누가 돈을 버는지, 반대되는 정보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사람이 제시한 전망이 틀렸음을 확인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정보의 내용을 평가하는 것과 정보 생산자의 이해관계를 평가하는 것은 별개의 작업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이제 이 문제를 점점 중요하게 본다.
먼저 사놓고 다른 사람에게 열심히 사야 할 이유를 설명한 뒤 그들에게 파는 행위가 과연 공정한가를 묻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부동산시장만 인간의 이해관계에서 해방된 특별히 순수한 시장이라고 생각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부동산은 한 번의 거래금액이 크고 거래빈도는 낮으며, 몇 건의 신고가가 새로운 기준가격으로 받아들여지고, 대부분의 소비자가 평생 몇 번밖에 거래하지 않는 시장이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보다 정보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사람이 훨씬 숙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규제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소비자의 습관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여기가 좋아집니다”라고 말하면 우선 “정말 좋아질까?”를 묻는다.
그리고 반드시 하나를 더 묻는다.
“그런데 이 사람은 왜 이 좋은 정보를 굳이 나에게 알려주고 있을까?”
그 사람의 말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그 사람을 믿지 말라는 뜻도 아니다.
단지 그 정보가 순전히 나를 위해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전제를 버리라는 이야기다.
시장은 친절한 곳이 아니다.
누군가는 사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팔고 싶어 하며, 누군가는 거래가 이루어져야 돈을 번다. 그리고 그 이해관계 속에서 정보가 만들어진다.
현명한 소비자는 호재를 믿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호재를 말하는 사람의 이해관계까지 함께 계산하는 사람이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해서 귀한 투자정보를 만들어 주는 사람은 물론 존재할 것이다.
다만 그런 사람이 언제나 내 앞에 나타나 주리라고 믿고 수억원짜리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세상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나를 위한 정보일 거라는 착각을 버려야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