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벌써 재건축 대상이 되었어요? 아직 더 쓸 수 있는데

특별정비구역 지정은 새로운 수익이 생겼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다시 지을 수 있는 절차가 본격화됐다는 뜻에 가깝다. 재건축에서 기존 건물값을 제3자가 보상해주는 것은 아니며, 조합원 스스로 시행자가 되어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축비를 부담한다. 그 비용은 대지지분 일부의 개발가치를 일반분양자에게 넘겨 충당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추가분담금으로 메운다. 과거에는 토지가격 상승과 높은 일반분양 수익 덕분에 대지지분을 줄이고도 환급금이 남아 재건축 자체가 돈을 버는 사업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토지를 줄이고도 돈을 더 내는 사업이 늘고 있다. 아직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이라면 조기 철거로 잔존 사용가치까지 포기하게 된다. 따라서 특별정비구역 지정 소식에 호가부터 올리기보다, 얼마나 많은 토지 권리를 내놓고 얼마의 건축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재건축의 경제적 실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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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정비구역 지정되어 호가를 올린다고? 건물보상은 제3자가 아닌 스스로 하는 것

분당에서 특별정비구역으로 선정된 단지의 집주인이 호가를 5천만원 올렸다는 기사를 봤다. 재건축이 한 걸음 앞으로 갔으니 가격이 오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그런데 재건축의 구조를 조금만 자세히 보면 이 장면은 꽤 신기하다.

재건축은 누군가가 낡은 건물을 비싸게 사주는 사업이 아니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 소유자들이 자기 비용으로 다시 건물을 짓는 사업이다. 형식적으로는 종전자산 평가 과정에서 토지와 건물을 모두 평가하지만, 사업 전체를 놓고 보면 기존 건물의 가치를 외부의 제3자가 보상해주는 것이 아니다. 결국 조합원이 자기 건물을 스스로 철거하고, 다시 자기 돈으로 건물을 짓는다.

재건축에서 조합원은 단순한 보상 대상자가 아니다. 조합을 구성한 시행자이기도 하다. 시공사는 공사비를 받아가는 주체이고, 일반분양자는 새로 공급되는 주택을 돈을 내고 사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사업비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크게 보면 기존 조합원이 가진 자산과 일반분양대금에서 나온다.

과거 재건축의 사업성이 좋았던 시기에는 이 구조가 잘 보이지 않았다. 기존 토지에 더 많은 주택을 짓고, 새로 만들어진 일반분양분을 높은 가격에 팔면 공사비를 충당하고도 돈이 남는 경우가 있었다. 조합원이 신축주택을 받고 환급금까지 받아가는 사업도 적지 않았다. 이때 많은 사람은 환급금을 재건축을 통해 새롭게 창출된 수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보면 그 환급금의 상당 부분은 원래 가지고 있던 토지자산 일부를 현금화한 결과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재건축 전에는 조합원 1명이 넓은 대지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재건축 후에는 같은 토지 위에 훨씬 많은 세대가 들어온다. 일반분양자가 새로 들어온 만큼 기존 조합원의 대지지분은 감소한다. 이것은 단순한 숫자 변화가 아니다.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토지의 일부 경제적 권리를 새로운 소유자에게 넘기고 그 대가를 받는 과정이다.

적금을 깨서 돈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 적금 1억원을 해지한 뒤 그중 7천만원으로 물건을 사고 3천만원이 남았다고 해서, 그 3천만원을 수익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원래 내 자산의 형태가 바뀐 것뿐이다. 재건축의 환급금도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 기존 대지지분이 줄어든 대가까지 고려한 뒤 무엇이 실제 개발이익이고, 무엇이 기존 자산의 현금화인지 구분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의 재건축은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예전에는 대지지분을 줄이고 일반분양을 해도 공사비를 충당한 뒤 환급금이 남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은 대지지분을 줄이고 일반분양까지 했는데도 조합원이 추가분담금을 내야 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대지지분 감소와 일반분양, 추가분담금 부담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인은 단순하다. 토지가치나 개발가치의 상승폭이 둔화됐거나,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크게 올랐거나, 일반분양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줄었거나,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정비구역 지정만으로 호가를 올리는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 일일까.

특별정비구역 지정은 수익이 생겼다는 판정이 아니다. 오히려 이제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지을 수 있는 제도적 경로가 구체화됐다는 의미에 가깝다. 입주민 입장에서는 이제부터 진짜 계산을 시작해야 한다. 기존 건물을 얼마나 더 사용할 수 있는가. 새 건물을 짓기 위해 대지지분을 얼마나 줄여야 하는가. 일반분양을 얼마나 할 수 있고, 그 일반분양이 실제로 잘 될 것인가. 공사비와 금융비용을 모두 감당하고도 부족하지 않은가. 그래도 모자라면 추가분담금은 얼마인가. 이 질문들이 먼저 나와야 한다.

특히 아직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을 규정 완화로 조기에 철거하게 된다면 또 하나의 비용이 발생한다. 기존 건물의 잔존가치다. 아파트가 오래됐다고 해서 건물의 가치가 갑자기 0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고 앞으로 10년, 15년을 더 사용할 수 있다면 그 기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는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재건축을 앞당기면 그 남은 사용가치를 포기하게 된다. 아직 쓸 수 있는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짓는 것이다.

재건축 규제가 완화됐다는 것은 공짜로 새 아파트가 생겼다는 뜻이 아니다. 아직 남아 있는 기존 건물의 경제적 수명을 더 일찍 포기하고 새 건물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구조를 제대로 인식하게 된다면, 앞으로는 재건축 대상이 되었다는 소식에 반색하기보다 “왜 벌써 재건축 대상이 되었어요? 아직 더 쓸 수 있는데”라는 볼멘소리가 오히려 나와야 할지도 모른다. 재건축이 가능해졌다는 사실만으로 서둘러 철거할 이유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건축의 경제성을 따질 때는 단순히 ‘신축주택 가치에서 공사비를 뺀 금액’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신축으로 얻는 추가가치에서 공사비와 사업비를 빼고, 일반분양자에게 넘기는 토지가치도 고려하고, 기존 건물에서 포기하는 잔존 사용가치와 이주비용, 금융비용, 시간비용까지 함께 봐야 한다. 그 계산이 끝난 뒤에도 이익이 남는다면 재건축은 경제적으로 좋은 사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계산을 하기 전부터 “특별정비구역이 됐으니 호재”라고 단정하는 것은 순서를 거꾸로 세운 것이다.

재건축 사이클이 빨라질수록 확실히 좋은 쪽은 따로 있다. 시공사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공사 주기가 짧아지고 착공이 빨라지면 매출 회전이 빨라진다. 물론 공사원가와 사업위험이 있으므로 모든 사업이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공사를 더 자주 수주하고 더 빨리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은 매출 사이클 측면에서 유리하다.

반면 입주민은 다르다. 기존 건물이 아직 사용할 만하다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더 오래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새 건축비 지출을 뒤로 미룰 수 있고, 기존 건물의 남은 사용가치를 더 소비할 수 있으며, 토지지분 감소 역시 더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유자에게 최적의 재건축 시점은 ‘가능한 가장 빠른 시점’이 아니다. 기존 건물을 계속 사용하는 가치보다 재건축을 통해 얻는 순편익이 더 커지는 시점이어야 한다.

그런데 재건축을 돈 버는 사업이라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조급해진다. 남보다 빨리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하고, 빨리 정비구역이 되어야 하고, 빨리 조합을 만들고, 빨리 철거하고, 빨리 신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이상한 현상이 생긴다. 아직 살 수 있는 집이 재건축 대상이 되었다는 이유로 갑자기 더 비싸진다. 재건축이 확정되었다고 하면 마치 외부에서 누군가 건물값을 보상해주고 새 아파트까지 얹어주는 것처럼 받아들인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에 가깝다. 기존 건물은 내가 철거한다. 새 건물의 공사비도 결국 내가 부담한다. 그 비용을 줄이기 위해 내가 가진 토지의 일부 개발가치를 일반분양자에게 넘긴다. 그래도 부족하면 현금을 더 낸다. 과거에는 토지가격 상승과 높은 일반분양 수익이 이 구조를 가려줬다. 대지지분을 줄이고도 환급금을 받는 사업이 가능했기 때문에 재건축 자체가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은 그 착시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토지를 줄이고도 돈을 더 내야 하는 사업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은 “얼마나 오를까”가 아니다. “이제 정말 다시 지어야 하는 단계로 가는구나. 기존 건물은 얼마나 더 쓸 수 있었을까. 대지지분은 얼마나 줄어들까. 일반분양으로 공사비를 얼마나 충당할 수 있을까. 그래도 부족하면 나는 얼마를 더 내야 할까.” 오히려 이런 걱정이 먼저 나오는 것이 재건축의 경제적 실질에 더 가깝다.

특별정비구역 지정은 이익의 확정이 아니다. 낡은 건물을 없애고, 필요하면 자기 토지 일부의 개발가치를 팔고, 부족한 돈은 추가로 내서 새 건물을 짓는 사업의 시작이다. 과거에는 그 토지를 일부 팔고도 돈이 남았다. 이제는 토지를 팔고도 돈을 더 내야 하는 사업이 늘고 있다. 그런데도 정비구역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호가부터 올린다면, 아직도 우리는 재건축을 ‘비용이 드는 자산교체’가 아니라 ‘저절로 돈이 생기는 사업’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