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강 월세 300만원의 역설…상급지 임대공급은 늘어난다

노도강의 고액 월세 증가는 서울 임대차시장의 활력보다 상급지의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한 수요가 외곽으로 밀려난 결과일 수 있다. 노도강 집주인이 상급지 전세를 떠나 자기 집에 들어간다면 주택 수 기준으로 임대공급은 중립이고, 공급된 주택의 시장가치로 보면 오히려 상급지 임대공급이 늘어난다. 더욱이 서울은 생산성이 높은 도시이지만 생산성이 주거비만큼 계속 향상되는 도시는 아니다. 소득과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월세 상승은 결국 임차인을 서울 밖으로 밀어내 자신의 수요 기반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외곽까지 번진 불길은 새로운 상승의 시작이 아니라, 중심부의 열기가 옆으로 퍼지며 연료를 소진하는 과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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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은 번졌지만, 불은 더 커진 것일까

서울 외곽의 월세가 심상치 않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주택 평균 월세가 처음으로 130만원을 넘어섰고, 노원·도봉·강북에서도 월 300만원 이상의 아파트 월세 계약이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숫자만 보면 서울 부동산의 열기가 외곽까지 번진 것처럼 보인다. 중심부에서 시작된 불길이 마침내 서울 전역을 뒤덮는 장면처럼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불길이 옆으로 번진다고 해서 불 자체가 더 커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가운데서 활활 타던 불이 새로운 연료를 만나 확산될 때도 있지만, 남은 열기를 주변에 옮겨 붙이며 서서히 사그라들 때도 불길은 옆으로 번진다.

지금 서울 주택시장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는 노도강에서 월세 300만원짜리 계약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우선 월 300만원 이상 계약은 올해 노원·도봉·강북을 합쳐 12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건보다 크게 늘었지만, 이를 해당 지역의 일반적인 월세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신축이나 대형 평형, 낮은 보증금과 결합한 특수한 계약일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월 150만원과 200만원 이상 계약까지 함께 증가했다는 사실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일부 고가주택만의 예외라기보다 서울 외곽에서도 임차인이 부담해야 하는 가격의 경계선이 위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원인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일부에서는 집주인들이 세제 변화에 대응해 자기 집으로 들어가면서 전월세 매물이 줄었고, 그것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개별 지역만 떼어놓고 보면 가능한 이야기다. 임대하던 노원 아파트에 집주인이 들어가면 노원의 전월세 매물은 한 채 줄어든다.

그러나 집주인이 그동안 어디에서 살았는지를 생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노원에 집을 보유하고도 다른 곳에서 전세나 월세로 살았다면, 자기 집에 들어가는 순간 그가 거주하던 주택은 다시 임대차시장에 나온다. 노원의 임대주택은 한 채 줄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한 채가 늘어나는 것이다.

더구나 자기 집보다 직장·교육·생활환경이 좋은 지역을 선택해 살고 있었다면, 새롭게 나오는 주택은 노원에서 사라진 주택보다 시장가치가 높은 상급지 주택일 가능성이 크다.

주택 수만 세면 한 채가 빠지고 한 채가 들어와 공급은 중립이다. 그러나 임대시장에 나와 있는 주택의 가치를 합산한 일종의 ‘임대주택 공급 시가총액’으로 보면 오히려 공급이 늘어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원 주택이 임대시장에서 빠지고 더 비싼 상급지 주택이 나오기 때문이다.

집주인의 이동으로 서울 임대시장에서 공급되는 주거서비스의 가치가 감소한 것이 아니라 증가한 셈이다. 상급지 주택의 추가 공급은 그 지역의 수요를 흡수하고, 기존 임차인의 연쇄적인 하향 이동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노도강에서 사라진 임대주택만 세고 집주인이 비워준 상급지 주택은 세지 않는다면 시장의 절반만 보는 것이다. 집주인은 임대주택 공급자인 동시에 다른 집의 임차인이었다. 자기 집으로 돌아가면서 공급 한 채를 거두지만, 동시에 임차 수요 한 명도 시장에서 빠져나간다.

이런 이동만으로 서울 전역의 전월세 상승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임대료가 광범위하게 오르고 있다면 그 배경에는 개별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보다 더 큰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 힘은 서울에서 감당할 수 있는 주거 선택지가 줄어드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강남이나 도심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가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한다. 그 수요가 다시 해당 지역의 임대료를 밀어 올리면 기존 거주자는 더 외곽이나 더 작고 오래된 주택을 찾게 된다. 새로운 수요가 생겼다기보다 기존 수요가 가격에 밀려 연쇄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외곽 지역이 마지막에 가장 뜨거워 보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유로 여러 지역에서 밀려난 수요가 한꺼번에 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반드시 시장에 새로운 에너지가 공급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임대료가 지속해서 오르려면 그것을 부담할 소득과 생산성도 함께 증가해야 한다.

서울은 분명 생산성이 높은 도시다. 기업과 일자리, 자본과 인재가 집중돼 있고 다른 지역보다 높은 소득을 얻을 기회도 많다. 그렇다고 서울의 생산성이 주택가격과 임대료를 따라 계속 더 빠르게 높아지는 도시는 아니다.

높은 생산성과 생산성의 지속적인 상승은 다른 문제다.

도시가 만들어내는 소득과 부가가치가 정체된 상태에서 주거비만 계속 오른다면, 임대료 상승은 어느 순간 자신의 수요 기반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서울에서 벌 수 있는 추가 소득보다 서울에 머무르기 위해 내야 하는 추가 주거비가 커지면 가구와 근로자는 서울 거주의 경제적 이점을 다시 계산하게 된다.

처음에는 더 저렴한 자치구로 이동한다. 그곳도 오르면 경기도로 나간다. 출퇴근 비용과 시간을 감수하더라도 서울에 거주하는 것보다 유리해지는 지점이 오기 때문이다. 기업도 근로자가 요구하는 임금과 사무공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 서울 바깥을 검토하게 된다.

월세 상승은 수요가 강하다는 증거이지만, 그 자체로 수요를 밀어내는 힘이기도 하다.

생산성이 함께 높아지는 도시라면 비싼 임대료를 더 높은 소득으로 받아낼 수 있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은 임대료 상승은 거주자에게서 더 많은 몫을 가져오는 데 그친다. 그렇게 임차인을 외곽으로 밀어내고 신규 진입자를 줄이다 보면, 결국 수요가 약해져 임대료도 다시 후퇴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도강의 월세 300만원을 서울 임대차시장의 새로운 활력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서울이 더 많은 고소득 수요를 만들어냈다는 증거가 아니라, 상급지에서 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수요가 마지막으로 접근할 수 있는 지역에 모였다는 신호일 수 있다.

만약 노도강의 월 300만원이 일반적인 가격대로 자리 잡았다면, 다른 지역에는 이미 그만큼 강한 압력이 먼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같은 비용으로 더 선호하는 지역과 주택을 선택할 수 있다면 굳이 노도강에서 월 300만원을 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른 지역에서는 비슷한 상승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몇 건에 불과한 고액 계약을 지역 전체의 변화로 확대해석한 것이 된다.

결국 두 가능성 중 하나다.

노도강 월세 300만원이 예외적인 거래라면 제목이 시장을 과장한 것이고, 그것이 보편적인 흐름이라면 서울 임대차시장 전체에서 훨씬 강한 가격 상승과 수요의 하향 이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어느 쪽이든 몇 건의 고액 계약과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만으로 충분히 설명되지는 않는다.

서울 부동산시장의 열기가 외곽까지 도달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 열기가 새로운 연료를 만나 더 큰 불로 번지는 것인지, 중심부의 높은 가격을 견디지 못한 수요가 바깥으로 밀려나며 남은 불꽃을 옮기는 것인지는 구분해야 한다.

가운데서 활활 타던 불이 옆으로 번지면 멀리서 볼 때는 불길이 더 커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중심의 불은 이미 약해지고 있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까지 주거비가 오르면 불길은 더 멀리 번진다. 동시에 그 불길을 지탱하던 사람들도 서울 밖으로 밀려난다. 생산성과 소득이라는 새로운 연료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외곽으로 번진 불은 더 큰 화재의 시작이 아니라 연료를 소진하며 사그라드는 마지막 불꽃일 수 있다.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불길이 어디까지 번졌는지가 아니다.

그 불을 계속 태울 생산성과 소득이 남아 있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