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은 생산성의 결과인가, 신용 팽창의 결과인가

레이 달리오의 경제 모형으로 보면 현재 서울 주택시장은 장기 부채 사이클 후반부, 레버리지 확대 이후 조정 가능성을 점검하는 구간으로 볼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는 저축 중심에서 차입 중심으로 이동했고, 낮은 금리와 신용 확대는 주택 가격을 소득과 생산성보다 빠르게 끌어올렸다. 서울은 분명 높은 생산성을 가진 공간이지만, 그 가치가 임금·저축·재투자로 충분히 연결되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재건축이 세대수 증가와 미래 개발 기대에 의존하는 현실은 이미 형성된 자산 가치가 다음 주거를 재생산할 만큼 축적되었는지 묻게 한다. 결국 앞으로 서울에 누가 살 수 있는가는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이 만들어내는 생산성이 주거 비용과 미래 재생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인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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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시장은 장기 부채 사이클의 어디에 와 있는가

레이 달리오는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생산성 성장, 단기 부채 사이클, 그리고 장기 부채 사이클이다.

생산성은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 기반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신용이 경제를 확대한다. 사람과 기업은 미래의 소득을 담보로 현재의 지출을 늘리고, 그 지출은 다시 다른 사람의 소득이 된다.

문제는 신용이 생산성 증가보다 빠르게 확대될 때 발생한다.

달리오의 관점에서 현재 한국, 특히 서울 주택시장을 위치시키면 하나의 해석이 가능하다.

장기 부채 사이클의 후반부, 레버리지 정점 이후 조정 국면의 초입.

물론 이는 경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분석 틀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주택시장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 유용한 질문을 던진다.

저축사회에서 차입사회로

과거 주택 구매의 기본 공식은 비교적 단순했다.

소득을 얻고, 저축하고, 그 축적된 자산으로 집을 산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금융 시스템이 확대되고, 저금리 환경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공식이 자리 잡았다.

미래 소득을 현재로 가져오는 것.

즉 대출을 활용해 먼저 주택을 확보하고, 이후 소득으로 상환하는 방식이다.

대출은 경제 발전에 필요한 도구다.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라면 신용은 경제를 성장시킨다.

하지만 주택시장에서는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출 확대가 주택 공급이나 생산성 향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 가격 상승은 실질 가치보다 금융 조건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누군가는 말했다.

"대출도 능력이다."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안정적인 소득과 신용은 금융 접근성을 결정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그 능력이 특정한 금리 환경과 신용 팽창기에만 유효했던 것이라면, 환경 변화 이후에는 다시 평가받아야 한다.

저금리 시대에 많은 대출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 능력이었다면, 고금리 시대에는 많은 부채 없이 버틸 수 있는 구조 역시 능력이 된다.

고온에서 분자 운동이 활발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온도가 바뀌면 같은 움직임이 유지될 수 없다.

경제 환경도 마찬가지다.

집값 상승은 생산성인가, 신용인가

서울은 분명 생산성이 높은 공간이다.

기업이 모이고, 일자리가 모이고, 교육과 의료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다.

서울이라는 공간이 만들어내는 가치는 실제로 존재한다.

하지만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 가치가 어디로 갔는가.

생산성이 높다면 그 결과는 일반적으로:

더 높은 소득, 더 많은 저축, 더 나은 재투자 능력

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다른 현상이 나타났다.

주택 가격은 임금 상승보다 빠르게 상승했다.

미래 소득을 기반으로 한 신용이 현재 주택 가격을 끌어올렸고, 상승한 자산 가격은 다시 더 큰 신용을 가능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명목 자산 가치는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명목가격 상승과 실제 재생산 능력은 다르다.

20억 원짜리 주택이 40억 원이 되었다고 해서 그 주택이 만들어내는 주거 서비스가 두 배가 된 것은 아니다.

가격 상승에는 생산성뿐 아니라 희소성, 기대, 금융 조건이 함께 들어 있다.

재건축이 던지는 질문

이 문제는 재건축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목동 재건축 논의를 보자.

최고 49층 규모 계획, 고도제한 문제, 세대수 증가, 일반분양 물량 확보.

표면적으로는 도시 개발의 문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본질적인 질문은 다르다.

왜 좋은 입지에서 오랫동안 높은 가치를 만들어낸 주택이, 스스로 다음 주거를 만들 비용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했는가.

주택은 자본재다.

단독주택에 살면서 가까운 직장에 다니고 높은 소득을 얻는다고 해도, 그 집이 낡아가는 비용까지 감당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그 선택이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

기업이 기계를 사용할 때 감가상각을 비용으로 반영하는 이유와 같다.

기계가 매출을 만든다고 해서 그 기계의 교체 비용을 무시하지 않는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건축물은 낡고, 언젠가는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좋은 입지의 가치는 현재 가격뿐 아니라 미래 주거 재생산 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재건축이 세대수 증가와 일반분양 확대에 의존한다면 질문이 생긴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대지지분을 줄이는 것을 언제까지 사업성이라고 부를 것인가.

더 많은 세대를 넣는 것은 당장의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미래 세대에게 더 적은 토지 몫과 더 높은 밀도를 넘기는 방식일 수도 있다.

앞으로 서울에는 누가 살 수 있는가

결국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앞으로 서울에는 누가 살 수 있는가.

답은 단순히 부자가 사는 도시라는 문제가 아니다.

서울이라는 공간이 제공하는 생산성이 주거 비용을 감당할 만큼 유지되는가의 문제다.

가능한 구조는 세 가지다.

첫째, 서울에서 얻는 생산성과 임금이 주거비를 감당하는 경우.

둘째, 과거에 축적한 자산으로 거주하는 경우.

셋째, 미래 소득을 당겨오는 대출로 현재 비용을 감당하는 경우.

하지만 세 번째 방식은 영원하지 않다.

부채는 미래의 소비를 현재로 가져오는 것이다.

언젠가는 미래에서 가져온 몫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

서울 주택시장이 지금 맞닥뜨린 문제는 서울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서울은 가치가 높은 공간이다.

문제는 그 높은 가치가 실제 생산성, 소득, 저축, 재투자로 연결되는 구조였는가이다.

레이 달리오의 표현을 빌리면, 중요한 것은 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앞서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성이다.

서울의 미래 역시 여기에 달려 있다.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서울이라는 공간이 만들어내는 가치가 다음 세대가 그곳에 살고, 일하고, 다시 주거를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지속 가능한가.

그것이 지금 서울 주택시장이 던지는 진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