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거래절벽
2006년 버블세븐의 호가 하락과 매물 증가는 최종 고점 이전에 나타난 거품 붕괴의 전조였으며, 정치권의 규제 완화 신호는 조정을 없애기보다 마지막 상승을 연장했다. 2021년에도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은 통화량과 GDP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한 반면 서울의 주택구매력은 역사적 저점으로 떨어졌고, 수도권 거래량은 패닉바잉 이후 급감했다.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의 근거로 제시됐지만 공급이 갑자기 늘지 않은 상태에서도 금리와 대출 여건이 바뀌자 가격은 조정됐다. 서울 인구는 이미 감소하고 가구 수도 정점을 향하는 가운데 2020년의 비상 저금리가 되풀이될 가능성은 작다. 최근에는 강남·서초가 약해지고 후발지역이 뒤늦게 오르고 있지만, 소수의 신고가는 가격을 높일 수 있어도 시장을 지속시키는 것은 다수의 구매력이다. 이제 부족한 것은 집이 아니라 현재 가격으로 집을 사줄 수요일 수 있으며, 또 한 번의 조정 파도가 다가오고 있다.
2006년 6월, 한 신문은 「꺼지는 ‘부동산 거품’ 여당이 살리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서울 목동과 개포, 잠실 등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에서 호가가 수천만원씩 떨어지고 매물이 두세 배로 늘어나던 때였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와 보유세·양도소득세 강화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지방선거가 끝나자 정치권에서는 곧바로 규제 완화론이 등장했다. 그러자 잠실에서 급매물이 회수되고 며칠 사이 호가가 다시 올랐다. 실제로 규제가 완화된 것도 아니었다. 정부가 끝까지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시장이 움직였다.
이 기사가 너무 일렀던 것은 아니다. 당시 가격이 최종 고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품 붕괴의 진단이 성급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거품은 가격지수가 꼭짓점을 찍은 다음 날 갑자기 꺼지는 것이 아니다. 먼저 거래가 둔해지고 매물이 늘어난다. 호가가 내려가고 급매가 나타난다. 그 뒤 정책 완화 기대와 뒤늦은 매수세가 결합해 다시 반등할 수도 있다. 마지막 상승과 최종 고점은 그다음에 나타난다.
2006년의 기사는 바로 그 첫 번째 균열을 포착했다. 정치권의 완화론은 거품 붕괴를 막은 것이 아니라 이미 나타난 전조를 잠시 가리고 마지막 상승을 연장했다. 이후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자 버블 세븐의 상당수 지역은 오랜 조정에 들어갔다. 가격은 기사 이후에도 한동안 올랐지만, 그렇다고 기사에서 확인한 매물 증가와 수요 약화가 잘못된 신호였던 것은 아니다. 파도는 이미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로부터 15년 뒤인 2021년, 서울 주택시장은 다시 한 번 극단적인 지점에 도달했다. 통화량과 국내총생산, 주택구매력과 거래량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아파트 가격은 경제의 평균적인 능력보다 너무 멀리 앞서 있었고, 그 간격을 메운 것은 소득이 아니라 저금리와 신용, 그리고 뒤처질지 모른다는 공포였다.
2004년 약 1,000조원 수준이던 M2 통화량은 2021년 약 3,500조원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은 약 900조원 수준에서 4,500조원을 훌쩍 넘는 수준까지 불어났다. 통화량도 크게 늘었지만 아파트 시가총액은 그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2017년 이후 상승 속도가 가팔라졌고 2020년과 2021년에는 두 수치 사이의 간격이 급격히 벌어졌다.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이 M2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약 90%였다. 2006년과 2007년의 급등기에는 120%를 넘어섰다. 이후 부동산시장 조정과 통화량 증가가 이어지면서 2009년에는 110% 아래로 내려왔고 2013년부터 2015년 사이에는 100%를 밑돌았다. 2004년 이후 장기평균은 약 107%였다.
그러나 2016년을 지나면서 방향이 다시 바뀌었다. 이 비율은 2017년 105% 안팎에서 2018년 110%대, 2019년 115% 이상으로 올라갔다. 2020년에는 120%대 후반에 도달했고 2021년 6월에는 약 142%까지 상승했다. 당시에는 이를 두고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이 통화량과 비교해 기준치보다 약 42% 고평가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비율 하나만으로 적정가격을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다. M2에는 주택시장으로 직접 흘러가지 않는 기업과 금융 부문의 자금도 포함되고, 금리와 금융구조에 따라 정상적인 비율도 달라질 수 있다. 42% 고평가됐다는 표현을 가격이 42% 하락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그러나 당시 흔히 제시됐던 “돈이 많이 풀렸으니 집값 상승은 당연하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돈도 많이 풀렸지만 아파트의 평가액은 그보다 더 빠르게 불어났다.
국내총생산과 비교하면 괴리는 더욱 두드러졌다. 2004년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은 연간 GDP의 약 3.9배였다. 2005년에는 3.6배 안팎으로 잠시 낮아졌지만 2006년과 2007년의 급등을 거치며 5배를 넘어섰고, 2007년에는 약 5.6배까지 올라갔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는 대체로 5배 안팎에서 움직였다. 아파트 가격이 조정을 받는 동안 GDP는 계속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7년 약 5.9배를 시작으로 다시 상승해 2018년에는 6배를 넘어섰고 2019년에는 7배 부근까지 올라갔다. 2020년에는 8배에 접근했으며 2021년에는 약 9.5배에 이르렀다. 2004년과 비교하면 같은 나라의 연간 생산능력에 비해 아파트 시가총액이 두 배 이상 무거워진 셈이다.
GDP는 1년 동안 만들어낸 소득이라는 유량이고 아파트 시가총액은 여러 해에 걸쳐 축적된 자산가치라는 저량이다. 따라서 두 값을 단순 비교해 적정가격을 결정할 수는 없다. 토지의 희소성과 금리 하락, 주택의 질적 향상도 비율 상승의 일부를 설명한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5배 부근에서 움직이던 비율이 불과 몇 년 만에 9배를 넘어선 것은 가볍게 볼 변화가 아니었다. 나라 전체의 소득창출 능력은 완만하게 증가했는데 아파트의 평가액만 급격히 불어난 것이다.
통화량과의 비교는 시중에 풀린 돈보다 아파트 가격이 더 빠르게 올랐음을 보여줬고, GDP와의 비교는 경제가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아파트 가격이 훨씬 빠르게 올랐음을 보여줬다. 2021년의 가격은 통화량 증가만으로도, 경제성장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평균적인 가구가 실제로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주택구매력지수, HAI다. 소득과 주택가격, 대출금리를 종합해 중간소득 가구가 중간가격 주택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측정한다. 수치가 높을수록 집을 사기 쉽고 낮을수록 구매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서울의 HAI는 2004년 50선에서 출발했다. 2005년에는 55를 넘어섰지만 2006년부터 빠르게 하락했고 2008년 무렵에는 30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당시 집값 상승과 대출 여건 악화가 구매력을 크게 낮춘 것이다. 이후 가격조정과 금리 하락이 이어지면서 구매력은 회복됐다. 2012년에는 다시 50을 넘어섰고 2013년부터 2016년 사이에는 60대를 유지했다. 2015년 무렵에는 70을 넘어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7년 이후 방향이 다시 바뀌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소득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HAI는 60대에서 50대로 내려왔고 2018년에는 장기평균인 50.9 부근까지 떨어졌다. 2019년에는 40대 중반, 2020년에는 40 안팎으로 내려갔다. 2021년 2분기에는 34.7을 기록했다. 17년간 평균 50.9보다 약 16포인트 낮았고, 2015년 고점과 비교하면 구매력이 절반 가까이 약화된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KB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2004년 50대였던 지수는 2007년 80 부근까지 올랐고 이후 오랫동안 80 전후에서 정체됐다. 2015년 이후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2018년에는 90을 넘어섰고 2020년부터 상승 속도가 더욱 가팔라졌다. 2021년 2분기에는 126.2까지 올라갔다. 집값은 2004년 이후 가장 높았고 평균적인 가구의 구매력은 가장 낮았다.
이것은 통화량이나 GDP와의 비교보다 더 직접적인 의미를 갖는다. 아파트시장 전체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넘어 실제 가구가 그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HAI 34.7은 본격적인 금리 인상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나타난 수치였다. 이후 금리가 오르면 같은 소득으로 빌릴 수 있는 돈은 줄고 원리금 부담은 늘어난다. 구매력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럼에도 거래는 폭발했다. 2006년부터 2022년 초까지 수도권 아파트의 월평균 거래량은 약 2만2,391건이었다. 평상시에는 대체로 월 1만5천건에서 3만건 사이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두 시기에는 거래량이 이 범위를 뚫고 유난히 높게 치솟았다.
첫 번째는 2006년과 2007년이었다. 2006년 하반기부터 월 거래량이 4만건대로 뛰었고 일부 달에는 5만건을 넘어섰다. 정점에서는 약 6만건에 도달했다. 당시의 패닉바잉이었다. 그러나 폭발적인 거래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2007년 말에는 2만건 아래로 내려왔고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09년에는 일부 시기에 1만건 아래까지 떨어졌다. 가격이 최종 고점에 도달하기 전에 거래량이 먼저 폭발했고, 뒤이어 거래가 말라붙었다.
두 번째는 2020년과 2021년이었다. 수도권 월 거래량은 다시 4만건과 5만건을 넘어섰고 정점에서는 2006년과 비슷한 6만건 안팎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폭발적인 거래는 계속되지 않았다. 2021년 하반기부터 거래량이 급격히 줄었고 2022년 초에는 3,429건까지 내려갔다. 장기 월평균 2만2,391건의 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고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두 차례의 패닉바잉은 단순한 거래 호황이 아니었다. 미래의 수요가 현재로 앞당겨져 소진되는 과정이었다. 집을 사야 할 사람들이 여러 해에 걸쳐 나누어 사는 대신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공포 때문에 같은 시기에 몰려들면 거래량은 폭발한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집을 사줄 사람이 줄어든다. 2006년과 2020년의 거래량 정점은 놀랍도록 비슷했고, 두 경우 모두 뒤이어 거래절벽이 나타났다.
패닉바잉 이후 1년 반에서 2년이 지나면 가격의 변곡점이 나타나는 모습도 반복됐다. 2006년의 패닉바잉 뒤 수도권시장은 2007년을 전후해 고점을 형성했다. 2020년의 패닉바잉 뒤에는 2021년 말부터 2022년 중순 사이에 변곡점이 나타났다. 이를 기계적인 법칙으로 볼 수는 없다. 패닉바잉 자체가 가격하락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거래량 폭증이 미래 수요의 조기 소진을 뜻한다면 이후 금리와 대출 여건이 바뀔 때 시장을 지탱할 다음 매수자가 부족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일련의 흐름을 연결하면 의미가 선명해진다. 통화량보다 아파트 시가총액이 빠르게 늘었고 경제 전체의 소득보다도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 그 결과 평균적인 가구의 주택구매력은 조사 기간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두 차례의 역사적 패닉바잉 가운데 하나를 만들었다. 가격을 감당할 능력은 약해졌는데 거래는 폭발했다. 경제적 여유가 아니라 두려움이 수요를 움직인 것이다.
당시에도 가격 급등을 설명하는 가장 익숙한 말은 공급 부족이었다. 입주물량이 부족하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고, 서울의 좋은 집은 한정돼 있으니 높은 가격도 정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공급이 갑자기 늘어나지 않았는데도 2022년 가격은 조정됐다. 달라진 것은 주택 수가 아니라 금리와 대출, 그리고 기대였다. 집은 그대로 있었지만 그 가격을 받아줄 구매력이 약해지자 거래가 끊기고 가격이 내려갔다.
공급 부족은 가격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부족이 영구히 계속된다는 주장은 시장원리와 맞지 않는다. 가격이 충분히 오르면 건설사와 시행사가 달려들고 재건축과 재개발의 사업성이 높아진다. 주택은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시적인 입주 공백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높은 가격은 결국 공급을 부르고 동시에 수요를 밀어낸다. 더 작은 집을 선택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독립과 결혼을 늦추며, 서울 진입 자체를 포기하게 만든다.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를 때는 공급 부족을 강조하면서, 입주가 늘거나 수요가 줄어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은 좀처럼 말하지 않는다. 몇 년 뒤의 입주 부족은 현재 가격에 미리 반영하면서 몇 년 뒤의 인구와 가구 감소는 먼 미래의 일로 밀어낸다. 공급 부족이 모든 상승을 설명하면서도 공급 증가가 하락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분석이라기보다 가격이 계속 올라야 한다는 결론을 보호하는 서사에 가깝다.
이제 서울의 장기 문제는 공급 부족보다 수요 부족에 가까워지고 있다. 서울 인구는 이미 감소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로 전체 가구 수는 당분간 늘 수 있지만 그마저도 2038년경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가구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고가 아파트를 구매할 가구가 같은 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1인 고령가구의 증가는 주거수요일 수는 있어도 수십억원짜리 아파트의 구매수요와 같지 않다.
주택가격을 지탱하는 것은 단순한 인구와 가구 수가 아니라 유효수요다. 집을 원하는 마음만으로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는다. 소득과 금융자산, 대출 가능액과 구매 의사가 함께 있어야 한다. 고령화와 실질소득 정체, 높은 주택가격과 과거보다 높아진 금리가 겹치면 실제 구매수요는 가구 수보다 먼저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 앞으로 물어야 할 것은 서울에 살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가 아니라 현재 가격으로 서울의 집을 사줄 사람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다.
강남도 이 질문에서 예외가 아니다. 강남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고 희소성도 분명하다. 그러나 강남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과 그들이 현재 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적은 수의 신고가 거래는 시장가격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몇 채가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 같은 단지의 수백 채가 모두 그 가격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 가격에 모든 집을 사줄 자금이 시장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신고가 한 건이 보여주는 것은 가장 높은 가격을 지불한 한 사람의 능력이다. 시장을 오래 지탱하는 것은 그 뒤를 이어 같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수요의 두께다. 가격이 오를수록 대출에 의존하는 실수요자와 상급지 진입 수요는 차례로 이탈한다. 마지막에는 많은 현금을 가진 자산가와 기존의 비싼 주택을 처분한 갈아타기 수요가 남는다. 이들은 신고가를 만들 수 있지만 시장에 나오는 매물을 계속 받아낼 만큼 넓은 수요층은 아니다.
2022년 조정 이후 실제 거래가격의 회복 과정도 지역별로 크게 갈렸다. 강남은 가장 먼저 반등해 2021년 고점을 넘어섰다. 반면 노원은 2021년 고점에서 훨씬 크게 하락한 뒤 2025년과 2026년에 반등했지만 여전히 이전 고점에 미치지 못했다. 서울 평균은 둘 사이에서 움직였다. 거품은 함께 형성됐지만 회복은 가장 희소한 지역에 집중됐다. 강남의 상승이 다시 서울 전체의 기준가격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역으로 자금이 이동했다.
그런데 지금은 강남과 서초가 다시 약해지는 가운데 다른 지역이 뒤늦게 오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상승장의 확산인지, 선도지역의 열기가 후발지역으로 마지막 전달되는 과정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강남과 서초가 반등하지 못한 채 하락하고 나머지 지역만 뒤따라 오른다면 시장 전체의 상승 동력은 오래가기 어렵다. 후발지역의 가격은 그 지역의 독립적인 구매력만으로 형성되기보다 “강남보다 아직 싸다”는 비교를 통해 정당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준점이 내려가면 그 논리도 함께 약해진다.
2006년에도 시장 전체가 최종 고점에 도달하기 전에 일부 핵심지역에서 호가가 내려가고 매물이 늘었다. 이후 완화 기대가 가격을 다시 끌어올렸다고 해서 앞서 나타난 전조가 잘못된 신호였던 것은 아니다. 거품 말기의 시장에서는 첫 번째 균열과 마지막 상승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전조가 보였다는 말과 내일부터 모든 가격이 폭락한다는 말은 다르다.
앞으로 2020년과 같은 조건이 돌아올 가능성도 크지 않다. 금리는 어느 정도 내려갈 수 있지만 코로나19 당시의 제로금리와 대규모 유동성 공급은 정상적인 경제환경이 아니었다. 세계 경제가 멈춘 비상사태가 만들어낸 예외였다. 같은 수준의 금리가 다시 등장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위기가 먼저 발생해야 한다. 그때는 금리만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고용과 소득, 기업실적과 신용도 함께 악화된다. 금리 하락이 언제나 부동산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은 금리가 내려가는 이유를 생략한다.
다음 조정은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오지 않을 수 있다. 급격한 폭락보다 거래절벽과 장기간의 가격 정체로 나타날 수도 있다. 강남과 일부 핵심지가 버티는 동안 외곽부터 약해질 수도 있고, 명목가격은 유지되지만 물가와 소득이 오르는 동안 실질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다. 지역별로 시점과 폭이 다르다고 해서 시장 전체의 구매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책은 파도가 밀려오는 시간을 늦출 수 있다. 매물을 거두게 하고 마지막 매수자를 다시 시장으로 불러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책으로 인구를 영구히 늘릴 수 없고 평균적인 가구의 소득을 단숨에 높일 수도 없다. 소수의 거래로 가격을 올리는 일과 다수의 구매력으로 그 가격을 유지하는 일은 전혀 다르다.
정점은 지나간 뒤에야 확인된다. 그러나 전조를 말하기 위해 정점이 공식적으로 확인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2006년의 기사는 가격의 최종 고점을 맞히려 한 것이 아니라 시장 안에서 이미 시작된 균열을 기록했다. 2021년에도 통화량과 GDP를 앞질러 커진 시가총액, 역사적 저점에 이른 구매력, 두 번째 패닉바잉과 그 직후의 거래절벽이 같은 경고를 보냈다.
지금도 보아야 할 것은 최고가 몇 건이 아니다. 매물과 거래량, 선도지역의 방향, 그리고 그 가격을 이어받을 수요의 깊이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말은 다시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제 부족해지고 있는 것이 정말 집인지 물어야 한다. 서울에 살고 싶은 사람은 여전히 많다. 문제는 그들이 현재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느냐다.
소수의 거래는 파도의 높이를 잠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파도를 계속 밀어가는 것은 다수의 구매력이다. 그 힘이 약해지고 있다.
또 한 번 파도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