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들이여, 계산기를 꺼내라 ①

아파트는 영원히 가치가 유지되는 주택이라는 완성품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낡아가는 건물이 올라가 있는 토지를 구매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토지는 입지와 희소성에 따라 가치가 상승할 수 있지만, 건물은 감가상각되고 언젠가는 수선이나 재건축 비용이 발생한다. 과거에는 일반분양자에게 대지지분 일부를 넘기는 대가로 건축비를 충당하면서 이러한 비용이 가려졌지만, 이제는 조합원이 직접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로 아파트를 구매한다면 대출이자와 자기자본의 기회비용뿐 아니라 건물의 감가상각비와 미래 교체비용까지 고려한 비용편익계산이 필요하다. 서울에 거주할 경제적 가치는 충분할 수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현재 가격에 아파트를 소유해야 할 이유는 아니다. 감당할 수 있는 대출금액과 경제적으로 지불할 가치가 있는 가격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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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람들이여, 계산기를 꺼내라

40년짜리 빚으로 우리는 무엇을 사고 있는가

채권은 굉장히 정직한 금융상품이다. 시장 이자율이 오르면 기존 고정금리 채권의 가격은 내려간다. 앞으로 받을 이자와 원금이 정해져 있으니, 시장금리에 맞춰 현재가치가 조정되는 것이다.

주식은 조금 다르다. 현재의 배당수익만으로 주가를 설명할 수는 없다. 기업이 미래에 창출할 이익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가격에 반영된다. 사람들은 지금의 수익뿐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에도 돈을 지불한다.

토지 역시 그렇다. 토지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이나 직접 사용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편익을 이자에 비유한다면, 그 기대수익으로 토지의 현재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토지가격에는 희소성과 미래의 수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도 반영된다.

그렇다면 서울의 아파트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나는 아파트를 영원히 유지되는 주택이라는 완성품이 아니라, 이미 건물이 올라가 있는 토지를 구매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가격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토지와 건물을 분리해 보아야 한다. 토지는 시간이 흘러도 물리적으로 소모되지 않지만, 그 위에 세워진 건물은 계속 낡아간다. 토지는 입지와 희소성에 따라 가치가 상승할 수 있지만, 건물은 언젠가 대규모 수선이나 교체가 필요하다.

더욱이 아파트의 토지는 이미 공동주택이 건설된 상태다. 수많은 구분소유자가 대지지분을 나누어 가지고 있으며, 각자가 자신의 토지를 자유롭게 처분하거나 그 위에 별도의 건물을 지을 수도 없다. 결국 아파트를 구매한다는 것은 이러한 제약이 있는 토지의 지분과 수명이 있는 건물을 함께 취득하는 행위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토지지분에 얼마의 가치를 부여해야 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낡아가는 건물에는 얼마의 가격을 지불해야 할까.

서울에 거주하는 데에는 분명한 경제적 가치가 있다.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서는 생활의 근거지가 필요하고, 직장과 가까운 곳에 살면 시간과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다. 좋은 입지의 주거환경이 제공하는 편익은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서울에 거주할 가치가 있다는 것과 서울의 아파트를 현재 가격에 소유할 가치가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거주에는 대안이 있다. 전세나 월세로 살 수도 있고, 다른 지역에 거주할 수도 있다. 주택 구입에 투입할 자기자본을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선택도 가능하다. 결국 주거 편익과 소유비용, 그리고 포기하는 다른 선택의 기회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과연 이러한 비용편익계산을 하고 있는가.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매달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는 쉽게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이 알려주는 원리금 상환액은 그 아파트를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했는지까지 설명해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5억 원을 연 4%의 고정금리로 40년 동안 원리금균등상환하면 매달 약 209만 원을 갚고, 총이자만 약 5억 원을 부담한다. 여기에 세금과 유지관리비, 자기자본의 기회비용까지 더해진다. 원금 상환은 부채를 줄이는 행위이므로 그 자체가 비용은 아니지만, 이자는 분명한 금융비용이다.

그리고 이 계산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건물의 감가상각비다.

기업이 기계를 구입할 때 내용연수와 감가상각비를 계산하듯, 아파트를 구매할 때에도 건물의 경제적 가치가 매년 얼마나 감소하는지를 비용편익계산에 반영해야 한다. 토지가격의 상승 가능성과 건물의 가치 감소를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 신축 아파트를 40년 대출로 구매한다면 대출 만기에는 건물도 40년을 사용한 상태가 된다. 이미 20년 된 구축 아파트라면 만기에 건물의 나이는 60년이다. 대출을 모두 상환했다고 해서 건물의 수명이 새롭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한국의 아파트 시장에서는 이러한 감가상각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과거에는 저층 아파트를 재건축하면서 늘어난 세대를 일반분양해 건축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조합원들은 추가 분담금 없이 새 아파트를 받거나 환급금까지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공짜는 아니었다.

새로 늘어난 아파트에도 대지지분이 필요하다. 일반분양자에게 토지의 지분을 나누어 주고 그 대가로 받은 분양대금을 건축비에 충당한 것이다. 기존 소유자들이 자신의 토지에 대한 몫을 일부 넘기고 새 건물을 얻은 셈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지지분이 감소한다는 사실보다 새 아파트를 얻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 결과 아파트는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재건축이 가까워질수록 비싸지는 자산처럼 인식되었다.

실제로는 건물의 감가상각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토지가치의 상승과 재건축을 통해 얻을 것으로 기대한 이익이 이를 가려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높은 용적률로 지어진 아파트는 과거처럼 일반분양을 통해 충분한 건축비를 충당하기 어렵다. 결국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기 위해서는 소유자들이 상당한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재건축은 일종의 '유상 AS'인 셈이다. 자신이 소유한 건물이 낡아 교체해야 한다면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이는 특별한 손실이 아니라 건물이라는 자산의 수명에서 비롯되는 경제적 비용이다.

따라서 아파트를 구매할 때에는 미래의 재건축 가능성뿐 아니라 그때 부담해야 할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감가상각에 따른 자산가치 감소와 미래의 교체비용을 계산할 때 동일한 비용을 이중으로 반영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말이다.

이제 아파트를 매수하는 사람은 질문을 바꿔야 한다.

앞으로 집값이 얼마나 오를 것인가에 앞서, 내가 구매하는 대지지분의 가치는 얼마이며 건물의 남은 경제적 수명은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매년 발생하는 감가상각비와 장래의 수선 및 재건축 비용도 따져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비용을 감안했을 때 소유가 임차보다 얼마나 유리한지 비교해야 한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반드시 하락한다는 뜻은 아니다. 토지가격은 상승할 수 있고, 좋은 입지에 대한 수요도 계속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가능성은 계산해야 할 대상이지 계산을 생략해도 되는 이유가 아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대출금액이 곧 내가 경제적으로 지불해도 되는 아파트 가격은 아니다.

40년 동안 대출금을 갚아 소유권을 온전히 확보하더라도, 그때 남아 있는 건물은 이미 40년 더 낡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동안 지불한 금액이 아니라, 그 비용에 비해 얼마의 주거 편익을 얻었고 최종적으로 얼마의 자산가치가 남았느냐는 것이다.

서울 사람들이여, 계산기를 꺼내라.

아파트를 영원히 가치가 유지되는 재산으로 바라보지 말고, 이미 건물이 올라가 있는 토지를 구매하는 것으로 바라보라. 대지지분의 가치와 건물의 감가상각, 금융비용과 주거 편익을 각각 계산하라.

40년짜리 빚을 내어 산다는 것은 40년 동안 가치가 보장되는 재산을 얻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 기간 동안 건물은 낡아가고, 토지의 미래가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서울에 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의 아파트를 지금 그 가격에 사야 할 이유는 비용편익계산으로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