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들이여, 계산기를 꺼내라 ③
아파트의 건물은 시간이 흐를수록 감가상각되지만, 그 손실을 토지가격 상승이 상쇄할 것이라는 믿음이 한국 부동산 시장을 지탱해 왔다. 그러나 토지는 감가상각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토지가격이 계속 상승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서울의 토지는 희소성과 입지에 따른 경제적 가치가 있지만, 그 가격은 결국 사람들이 얻는 주거 편익과 소득, 금리, 자금조달 능력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 강남 아파트 평당 매매가격의 하락 사례는 높은 입지 가치가 가격 상승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더욱이 명목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물가상승률과 금융비용, 건물의 감가상각비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아파트를 구매할 때에는 건물의 감가상각은 비용으로 계산하면서 토지가격 상승은 확정된 수익처럼 가정하는 모순에서 벗어나야 한다. 건물은 확실하게 늙어가지만, 땅값이 확실하게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땅값은 영원히 오르는가
앞선 두 글에서 나는 아파트를 영원히 가치가 유지되는 완성품이 아니라, 건물이 올라가 있는 토지를 구매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아파트의 매매가격을 토지와 건물로 구분하고, 건물의 감가상각비를 비용편익계산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남는다.
건물은 낡아가더라도 토지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결국 괜찮은 것 아닌가.
실제로 한국의 아파트 시장은 오랫동안 이러한 믿음 위에서 움직여 왔다. 건물이 낡아가는 동안에도 토지가격이 상승했고,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까지 더해졌다. 건물의 감가상각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토지는 감가상각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토지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주장은 전혀 다르다.
최근 흥미로운 통계가 발표되었다.
2026년 5월 MBC와 한국도시연구소가 발표한 아파트 실거래가 분석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강남3구의 아파트 평균 평당 매매가격은 9,067만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8만 원 하락했다. 1분기 기준으로 이러한 하락이 나타난 것은 2013년 이후 13년 만이었다.
물론 이 수치를 곧바로 강남 부동산의 장기 하락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평균 평당가는 어떤 아파트가 거래되었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실제로 당시 분석에서도 초고가 아파트의 거래가 줄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의 거래 비중이 높아진 영향이 지적되었다.
그러나 이 통계가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중요하다.
우리는 왜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장기적으로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믿는가.
토지에는 분명한 경제적 가치가 있다. 서울의 중심부에는 직장과 교육시설, 교통과 생활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 거주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고, 한정된 토지를 원하는 수요가 많을수록 가격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토지가 희소하다는 사실만으로 그 가격이 무한히 상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토지의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그 토지가 창출하는 경제적 편익을 살펴보는 것이다.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면 그 수익을, 직접 사용한다면 임대료를 절약하는 편익을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편익을 얻기 위해 얼마를 지불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매년 2,000만 원의 순수익을 창출하는 토지가 있다고 가정하자. 요구수익률이 연 4%이고 수익이 영구히 일정하다면 그 토지의 이론적 현재가치는 5억 원이다.
그런데 누군가 그 토지를 10억 원에 사겠다고 한다면 어떨까. 현재의 순수익만으로 계산한 수익률은 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10억 원을 지불하는 이유는 앞으로 임대수익이 늘어나거나 토지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미래 수익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면 높은 가격도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대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구매자는 낮은 수익률을 감수해야 한다.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서울에 거주함으로써 얻는 편익은 분명하지만, 그 편익에 얼마를 지불할 수 있는지는 결국 사람들의 소득과 자금조달 능력에 영향을 받는다.
아무리 좋은 입지라도 사람들이 무한한 임대료를 지급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희소한 토지라도 매수자들이 무한한 가격을 지불할 수는 없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매하는 시장에서는 금리가 중요하다. 금리가 상승하면 같은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대출금액이 줄어든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어도 마찬가지다.
채권의 가격이 시장 이자율에 따라 조정되듯, 토지가격 역시 미래 편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금리와 요구수익률의 영향을 받는다.
토지는 영원히 남을 수 있지만, 그 토지를 구매하기 위해 사람들이 지불할 수 있는 돈은 무한하지 않다.
더욱이 아파트의 대지지분은 일반적인 나대지와 다르다.
이미 공동주택이 건설되어 있고 수많은 구분소유자가 토지를 나누어 가지고 있다. 토지 위의 건물을 마음대로 철거하거나 자신의 지분만큼 따로 개발할 수도 없다.
과거 재건축에서 발생했던 일반분양 수익 역시 공짜로 창출된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입주자에게 대지지분을 나누어 주고 그 대가로 건축비를 충당했던 것이다.
따라서 재건축을 통해 현금 부담 없이 새 아파트를 받았다는 경험을 근거로 토지가격이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여기에 물가상승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분명해진다.
아파트 가격이 10년 동안 20% 상승했다고 가정해 보자. 겉으로는 상당한 자산가치 상승처럼 보인다. 하지만 같은 기간 물가가 30% 올랐다면 실질 구매력으로 평가한 아파트의 가치는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여기에 대출이자와 보유세, 유지관리비까지 고려하면 소유자가 얻은 실제 경제적 성과는 명목 가격 상승률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투자수익률을 계산할 때에는 그동안 얻은 주거 편익이나 임대수익도 함께 반영해야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그러나 가격이 물가보다 얼마나 더 올랐는지, 보유하는 동안 얼마의 비용을 지불했는지, 그 과정에서 건물의 가치가 얼마나 감소했는지는 상대적으로 주목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강남의 가격 움직임은 눈여겨볼 만하다.
2026년 10월 8일 발표된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에서는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9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은 같은 주에도 상승했다. 지역에 따라 가격 흐름이 서로 달랐던 것이다.
이것이 장기 하락의 시작인지 일시적인 조정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강남이라고 해서 금리와 금융규제, 매수자의 자금 여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제 아파트 구매자는 계산을 더욱 엄격하게 해야 한다.
건물의 감가상각비를 계산한 뒤 그 비용을 토지가격 상승으로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가정해서는 안 된다.
토지가격이 앞으로도 상승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상승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 물가상승률을 초과할 것인가. 대출이자와 자기자본의 기회비용, 건물의 감가상각비까지 감당할 만큼 충분할 것인가.
그리고 토지가격이 오르지 않거나 하락하더라도 현재의 구매가격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한 주거 편익을 얻을 수 있는가.
바로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
토지가격 상승은 아파트 구매의 경제성을 계산할 때 고려할 수 있는 기대이익이지, 처음부터 확정된 수익으로 넣어도 되는 숫자가 아니다.
40년짜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매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 40년 동안 건물은 계속 낡아가고, 대출이자는 실제로 지출된다. 그러나 토지가격이 얼마나 상승할지는 아무도 보장하지 않는다.
토지는 감가상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토지가격은 하락할 수 있다.
이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아파트의 경제성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서울 사람들이여, 계산기를 꺼내라.
건물의 감가상각비는 비용으로 계산하면서 토지가격의 상승은 당연한 수익으로 가정하는 모순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울에 거주할 가치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가치가 현재의 아파트 가격을 얼마나 정당화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건물은 확실하게 늙어간다. 그러나 땅값이 확실하게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가 40년짜리 빚을 내기 전에 반드시 계산해야 할 것은 바로 그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