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들이여, 계산기를 꺼내라 ②
아파트의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매매가격을 토지와 건물의 가치로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장 전문적인 방법은 감정평가를 받는 것이지만, 일반 매수자는 비용 부담을 고려해 세법상 기준시가 산정방식을 참고하거나 대지지분의 가치를 추정한 뒤 차액을 건물가격으로 보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국세청 홈택스의 건물 기준시가 계산방법을 참고하면 일정한 기준에 따라 건물가치를 추정할 수 있다. 다만 공동주택에 일반건축물 기준시가를 적용하는 것은 법정 평가방법이 아니라 참고용 추정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렇게 구분한 건물가격에 남은 경제적 내용연수를 적용하면 연간 감가상각비를 추정할 수 있다. 아파트를 구매할 때에는 대출이자와 세금뿐 아니라 건물의 감가상각비까지 비용편익계산에 포함해야 한다. 매매가격은 시장이 제시한 숫자일 뿐, 그 가격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지는 매수자가 직접 계산해야 한다.
당신이 산 아파트, 땅값은 얼마이고 건물값은 얼마인가
앞선 글에서 아파트는 영원히 가치가 유지되는 완성품이 아니라, 건물이 올라가 있는 토지를 구매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이제 실제로 계산해 볼 차례다.
우리가 15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한다면 그중 얼마가 토지가격이고, 얼마가 건물가격일까. 이 둘을 구분할 수 있어야 건물의 감가상각비를 계산하고, 아파트를 소유하는 데 들어가는 경제적 비용도 추정할 수 있다.
가장 정확한 방법에 가까운 것은 감정평가를 받는 것이다.
감정평가사는 부동산의 입지와 거래사례, 토지와 건물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치를 평가한다. 토지와 건물의 가액을 구분하는 목적을 명확히 전달하면 전문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아파트를 구매할 때마다 별도의 감정평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일반 매수자에게 현실적인 선택이 아닐 수 있다.
두 번째는 세법에서 사용하는 평가방법을 참고하는 것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1조에는 토지와 건물의 기준시가를 평가하는 방법이 규정되어 있다. 토지는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고, 일반 건물은 신축가격과 구조, 용도, 위치, 경과연수 등을 반영하여 가액을 산정한다.
토지는 해당 아파트의 대지지분 면적에 개별공시지가를 곱하여 기준금액을 구할 수 있다. 건물은 국세청 홈택스에서 제공하는 건물 기준시가 계산방법을 참고할 수 있다. 홈택스의 건물기준시가(상속·증여) 안내에는 건물의 구조와 용도, 신축연도 등에 따른 계산방법이 공개되어 있다.
다만 여기에는 주의할 점이 있다. 아파트는 토지와 건물을 합쳐 공동주택가격을 공시하므로, 일반건축물의 건물 기준시가를 아파트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법정 평가방법이 아니다. 따라서 여기서 소개하는 방식은 세법상 평가원리를 빌려 건물의 가치를 추정하는 참고용 계산이다.
그렇더라도 국가가 정한 공개된 평가요소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임의로 숫자를 정하는 것보다는 일관된 계산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어떤 아파트의 시세가 15억 원이고, 대지지분에 해당하는 개별공시지가 기준금액이 3억 원, 건물 기준시가 산식을 참고해 추정한 금액이 2억 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토지와 건물의 상대적인 평가비율은 3대 2다.
이를 실제 아파트 시세 15억 원에 적용하면 토지가격은 9억 원, 건물가격은 6억 원으로 안분할 수 있다.
물론 이 금액이 실제 토지와 건물의 시장가치라는 보장은 없다. 공시지가와 기준시가 산식 자체가 시세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파트 가격 전체를 하나의 숫자로만 바라보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출발점이 된다.
세 번째는 토지가격을 최대한 정확하게 추정하고 나머지를 건물가격으로 보는 방법이다.
인근 토지의 실거래가격과 공시지가, 입지와 토지의 이용조건 등을 검토하여 해당 아파트의 대지지분에 귀속되는 가치를 추정하는 것이다. 그 금액을 아파트 시세에서 차감하면 건물의 가치를 역산할 수 있다.
가령 15억 원짜리 아파트의 대지지분 가치가 11억 원이라고 판단했다면 나머지 4억 원을 건물가격으로 보는 것이다.
이 방법은 토지가격의 추정이 정확할수록 유용하지만, 공동주택의 대지지분은 나대지처럼 독립적으로 처분할 수 없다는 한계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토지가격 자체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어느 방법을 선택하든 핵심은 같다. 아파트 시세를 토지와 건물의 가치로 나누어 보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건물의 남은 경제적 내용연수를 추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15억 원짜리 아파트에서 건물의 현재가치를 6억 원으로 추정했고, 앞으로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30년으로 가정해 보자. 30년 후 건물의 잔존가치가 없고 가치가 매년 균등하게 감소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감가상각비는 2,000만 원이다.
한 달로 환산하면 약 167만 원이다.
이것은 당장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건물이라는 자산에서 감소한다고 추정한 경제적 가치다. 감가상각은 반드시 매년 일정하게 발생하는 것도 아니므로, 실제 분석에서는 남은 내용연수와 잔존가치에 관한 가정을 달리하여 계산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제 이 감가상각비를 아파트 소유의 비용편익계산에 포함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주택담보대출 이자와 보유세, 유지관리비, 자기자본의 기회비용에 더해 건물의 가치 감소까지 고려하고, 그 대가로 얻는 주거 편익과 예상되는 최종 자산가치를 비교해야 한다. 다만 미래 재건축 비용이나 매각 시점의 건물 잔존가치를 별도로 반영한다면 동일한 가치 감소를 중복해서 계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계산을 해보면 같은 15억 원짜리 아파트라도 전혀 다른 자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떤 아파트는 가격의 대부분이 토지지분의 가치로 설명될 수 있다. 반면 다른 아파트는 건물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 건물의 가격과 남은 내용연수가 다르다면 매년 부담하는 경제적 감가상각비 역시 달라진다.
따라서 신축이냐 구축이냐, 역세권이냐 아니냐만으로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없다. 내가 얼마의 토지를 취득하고, 얼마의 건물가치를 구매하며, 그 건물을 앞으로 몇 년이나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계산으로 미래의 아파트 시세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토지가격도 변하고, 건물의 유지보수 상태와 재건축 시점도 불확실하다.
그러나 불확실하다고 계산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기업이 기계를 구매할 때 앞으로 얻을 수익과 감가상각비를 추정하듯, 아파트를 구매하는 사람도 같은 일을 해야 한다. 가정이 달라지면 결과가 얼마나 바뀌는지 확인하는 것 역시 계산의 일부다.
15억 원이라는 매매가격은 계산의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그중 토지가 얼마이고 건물이 얼마인지, 건물이 앞으로 얼마나 낡아갈 것인지 알아야 비로소 그 가격에 아파트를 소유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판단할 수 있다.
서울 사람들이여, 계산기를 꺼내라.
남들이 얼마에 샀고 앞으로 얼마에 팔 수 있을지만 계산하지 말고, 내가 구매하는 자산이 무엇이며 그 자산을 보유하는 동안 얼마의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는지부터 계산하라.
가격을 아는 것과 가치를 아는 것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