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합병작전도 한계에 부딪치다
새마을금고의 부실 정리를 위한 합병작전이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재무상태가 양호하고 인수 여력이 큰 금고들이 먼저 부실금고를 떠안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앞으로 합병을 감당할 수 있는 금고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먼저 합병한 금고들의 경과가 좋지 않았다면 다른 금고들이 합병을 거부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우량금고라는 이름이 반드시 구조적인 건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사업구조에서 비슷한 위험을 감수해 온 금고들 사이에서 부실을 이전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제는 합병 건수를 구조조정의 성과로 내세울 것이 아니라, 합병 이후 인수금고의 건전성이 실제로 개선됐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우량아(優良兒)'라는 말이 있다. 보통 또래보다 월등히 큰 몸집으로 태어난 아이를 가리킨다. 하지만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해서 반드시 건강한 아이인 것은 아니다. 그저 몸집이 클 뿐일 수도 있다. 이처럼 '우량'이라는 말에는 상대적이고 표피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에 '우량'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람들은 우량금고라고 하면 재무적으로 건전하고, 위험관리 능력이 뛰어나며, 앞으로도 안정적인 금융기관이라 믿는다. 새마을금고의 부실 정리 과정에 등장하는 '우량금고'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중앙회는 부실금고를 인근 우량금고에 합병시킨다. 부실한 금고가 건전한 금고에 흡수되면 문제가 깨끗이 해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새마을금고에 과연 얼마나 많은 우량금고가 남아 있는가.
최근 광명동부새마을금고와 제일새마을금고의 합병이 무산됐다. 부실금고의 자산과 부채를 떠안았다가 인수금고의 건전성까지 함께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는 단순한 개별 금고의 합병 실패로 넘길 일이 아니다. 그동안 새마을금고가 추진해 온 부실 정리 방식 자체에 커다란 균열이 생겼음을 보여준다.
새마을금고는 2023년 하반기 5개, 2024년 12개, 2025년 25개, 2026년 상반기에만 21개 금고를 합병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하반기에도 30개 금고를 추가로 합병하겠다고 발표했다. '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이 부실 정리의 사실상 유일한 핵심 수단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합병은 어떤 순서로 진행되었을까. 부실금고를 인수할 곳을 찾는다면 당연히 재무상태가 좋고 손실 흡수 여력이 있는 금고부터 순차적으로 차출했을 것이다. 이는 곧 그동안의 합병이 상대적으로 튼튼했던 우량금고의 체력을 순서대로 소진해 온 과정이었을 가능성을 뜻한다.
가장 튼튼했던 금고들이 이미 부실을 떠안았다면, 남아있는 금고들은 과연 그보다 안전할까? 게다가 부실채권을 매입하고 조직을 통합하는 부담은 중앙회의 손실 보전금 몇 푼으로 모두 해결되지 않는다. 합병이 반복될수록 부실을 받아줄 수 있는 '진짜 우량금고'의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먼저 합병에 동참했던 금고들의 '경과' 역시 후발 금고들에게 강한 학습효과를 남겼을 것이다. 합병 이후 인수금고의 건전성이 실제로 유지되고 영업권 확대의 실익이 컸다면 다른 금고들도 선뜻 나섰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부실채권 관리 부담과 조직 갈등에 시달렸다면, 후발 금고들이 합병을 거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다.
실제 건전성 지표를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올해 6월 말 기준 자본잠식 상태인 금고는 34곳에 달하며, 순자본비율이 최소 규제비율(4%)에 미치지 못하는 금고는 2023년 25곳에서 올해 6월 153곳으로 급증했다. 내년부터는 출자금 일부가 자본금 산정에서 제외되어 순자본비율의 추가 하락도 예견되어 있다.
중앙회가 지원책으로 제시하는 '예금자보호준비금' 역시 무한하지 않다. 2025년 말 기준 적립률은 1.11%로 목표 하한선(1.40%)에 한참 미달한다. 부실을 받아줄 우량금고도 모자란데, 부실을 메워줄 실탄마저 부족한 총체적 난국이다.
그럼에도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구조조정의 성과를 말할 때 '몇 개 금고를 합병했는가'라는 숫자만 제시해 왔다. 하지만 지점 통폐합 형태인 시중은행과 달리, 새마을금고의 합병은 독립된 법인이 타 법인의 부실을 인수하는 위험한 거래다. 합병 건수는 실적이 될 수 있을지언정 구조조정의 성공을 입증하는 지표가 될 수 없다.
두 금고를 합친다고 해서 부동산 대출의 위험이 사라지거나 연체 대출이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합병은 부실을 처리하는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 부실의 원인을 제거하는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이제 새로운 인수금고를 찾아 나서는 '돌려막기식 합병작전'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다음 질문들에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미 합병을 완료한 인수금고들은 지금 정말로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는가?
앞으로 터질 추가 부실을 감당할 우량금고가 과연 얼마나 남아 있는가?
우량금고에 부실금고를 합병시키는 작전은 우량금고가 충분히 존재할 때나 가능한 전략이다. 그 전제마저 흔들리기 시작한 지금, 중앙회가 해야 할 일은 합병 건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합병할 필요가 없는 건전한 구조"를 만드는 근본적 개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