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의 지방금고 진출, 부족한 현금을 세금으로 채우려는가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지방금고 시장 진출을 위해 자본비율 요건을 10%에서 6%로 낮추고 흑자 유지기간도 단축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2026년 상반기 6,76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총수신이 12조 1,000억 원 감소한 상황에서 공공자금을 취급하기 위한 건전성 기준부터 완화하자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 특히 수신 감소를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자금으로 보충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 지방금고는 금융기관의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주민의 세금과 공공자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제도다. 경쟁 촉진과 지역금융 활성화라는 명분만으로 안전기준을 낮출 수는 없다. 새마을금고가 지방금고에 진출하고 싶다면 제도를 자신의 사정에 맞추려 할 것이 아니라 먼저 건전성과 관리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건전성 기준이나 달성해라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지방자치단체 금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자본비율 요건을 현행 10%에서 6%로 낮추고, 3년 연속 흑자 요건도 2년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제3금고를 허용하고 은행과 새마을금고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도 함께 내놓았다. 명분은 지방금고 시장의 경쟁 촉진과 지역금융 활성화다.
그런데 순서가 이상하다. 지방자치단체의 돈을 맡고 싶다면 먼저 그 돈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기존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것이 먼저다. 그런데 지금 나온 제안은 자신의 건전성을 기준에 맞추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들어올 수 있도록 기준을 낮추자는 쪽에 가깝다.
지방금고는 금융기관의 영업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주민이 낸 세금과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기금, 특별회계 자금을 보관하고 지급하는 곳이다. 금융기관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공공자금을 위한 제도다. 따라서 지방금고를 선정할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지역 기여도도, 경쟁 활성화도 아닌 자금의 안전성이다.
물론 현행 자본비율 10%가 절대적으로 옳은 기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실제 위험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규제라면 조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 금융기관이 그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준을 낮추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면 먼저 10%가 왜 과도한지, 6%에서도 공공자금의 안전성이 충분히 보장되는지를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은행은 7%도 안 되는데 우리는 왜 10%냐”는 식의 단순 비교만으로는 부족하다. 은행과 새마을금고는 자산구조도 다르고 감독체계도 다르며 위험관리 체계도 동일하지 않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이번 요구가 나온 시점이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잠정 실적을 보면 새마을금고의 총수신은 243조2천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2조1천억 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총대출은 1조3천억 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전체 연체율은 지난해 말 5.08%에서 올해 6월 말 6.34%로 상승했고, 상반기 순손실도 6,768억 원이었다. 순자본비율은 7.96%였다. 행안부는 예수금과 유동성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므로 이를 곧바로 유동성 위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신이 불과 반년 만에 12조 원 넘게 빠져나간 사실 자체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새마을금고가 지방금고 시장 진출에 이토록 적극적인 이유가 단순히 경쟁 촉진과 지역금융 활성화 때문일까. 아니면 줄어드는 수신을 보충할 안정적인 자금원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지방자치단체의 특별회계와 기금은 금융기관 입장에서 매우 매력적인 자금이다. 일반 예금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르게 이동하는 자금과 달리 일정한 공공업무와 연결되어 있고, 금고로 선정되면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새마을금고의 지방금고 진출이 확대된다면 수신 기반을 확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실제 관련 연구용역 역시 지방금고 진출 확대가 새마을금고의 수신 기반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문제는 그 목적과 수단이다.
새마을금고의 수신 기반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자. 그렇다고 지방자치단체가 자격기준을 낮춰가며 공공자금을 맡겨야 할 이유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문제는 해당 금융기관이 해결해야 할 경영상의 문제이고, 지방금고의 재무건전성 기준은 주민의 돈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둘을 섞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현행 제도가 새마을금고의 지방금고 참여를 전면적으로 막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일정한 재무요건을 충족하면 특별회계와 기금을 취급하는 지방금고로 참여할 길은 이미 열려 있다. 따라서 이번 논의의 본질은 “새마을금고도 참여하게 해달라”기보다 “현재 기준으로는 참여가 어려우니 기준을 낮춰달라”는 데 가깝다.
그렇다면 질문은 단순해진다.
왜 기준을 낮춰야 하는가.
지방금고 시장에서 농협은행의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별도로 논의할 수 있다. 독과점적인 구조가 문제라면 금고 선정 절차를 개선하고 경쟁을 촉진하면 된다. 평가기준을 투명하게 만들고 다른 은행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독과점 해소와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기준 완화 사이에는 필연적인 관계가 없다. 농협은행이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으니 새마을금고의 자격기준을 낮춰줘야 한다는 결론은 논리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지역금융 활성화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에 기반을 둔 금융기관이 지역경제에 기여하도록 지원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그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반드시 지방자치단체의 금고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 금융기관을 육성하고 싶다면 별도의 지원정책을 마련하면 된다. 금융기관 육성을 위해 공공자금 관리의 안전기준을 낮추는 것은 정책 목적과 수단을 뒤섞는 일이다.
오히려 지방금고만큼은 다른 금융사업보다 더 엄격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금고에 들어가는 돈은 금융기관의 경영 정상화를 돕기 위한 돈이 아니다. 주민에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복지사업을 하고 공무원 급여를 지급하고 각종 공공사업을 집행하기 위한 돈이다. 이런 자금을 맡는 기관이라면 평상시에 괜찮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자금을 안전하게 관리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자본비율과 흑자 지속기간 같은 요건은 바로 그런 상황을 대비해 만들어진 최소한의 문턱이다. 물론 기준 하나만으로 금융기관의 안전성을 완벽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자본적정성, 연체율, 유동성, 내부통제, 전산망, 손실흡수능력 등을 더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그런데 그 반대 방향으로 기존 재무요건부터 완화하자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지금 새마을금고는 “기준을 낮춰달라”고 말할 때가 아니라 “우리가 그 기준을 충분히 넘어설 만큼 건전해졌다”고 보여줄 때다. 상반기에 6,768억 원의 순손실을 냈고, 총수신이 12조1천억 원 감소했으며, 연체율도 전년 말보다 상승한 상황이다. 물론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순손실과 연체율이 개선된 측면도 있다. 행안부 역시 부실금고 구조조정과 건전성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더욱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부실을 정리하고 신뢰를 회복해 현행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다.
그 뒤에 지방금고 시장의 문을 두드리면 된다.
더구나 현재 제안대로 자본비율을 10%에서 6%까지 내리는 것은 작은 조정도 아니다. 현행 기준의 40%를 한꺼번에 낮추자는 것이다. 흑자 지속기간까지 3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제3금고를 만들고, 여러 새마을금고의 점포 수를 합산하고, 은행과 컨소시엄까지 구성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다. 개별적으로 보면 각각 나름의 논리가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지방금고에 들어올 수 있도록 기존 제도의 문턱을 여러 곳에서 동시에 낮추자는 것이다.
그 정도의 제도 변경을 요구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공익적 필요가 있어야 한다.
새마을금고가 지방금고에 들어오면 주민에게 무엇이 얼마나 좋아지는가. 그 편익이 건전성 기준을 완화하면서 감수해야 할 위험보다 큰가. 새마을금고가 지방금고에 참여하지 못하면 지방자치단체에 어떤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부터 나와야 한다.
단순히 새마을금고의 영업기회가 늘어나고 수신 기반이 넓어진다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특히 수신이 크게 감소한 시점에서 지방금고 진출을 추진한다면 더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공공자금이 새마을금고의 새로운 안정적 수신원이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문제를 지방자치단체의 돈으로 보완하려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정책 당국과 새마을금고가 먼저 그 점을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현금이 부족하니 지방금고에 들어가려 한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총수신이 반년 만에 12조1천억 원 감소한 금융기관이 공공자금을 취급하기 위해 기존 재무건전성 요건까지 낮춰달라고 요구한다면, 그 요구의 배경과 목적을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리고 원칙은 간단하다.
공공자금을 맡기 위해 존재하는 기준이라면, 금융기관의 사정에 맞춰 기준을 낮출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이 기준에 맞춰야 한다.
새마을금고가 지방금고 시장에 진출하는 것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충분히 건전하고, 안정적이며, 공공자금을 관리할 능력이 있다면 다른 금융기관과 똑같이 경쟁하면 된다. 지역밀착성이 강하다면 그것 역시 선정 과정에서 장점으로 평가받으면 된다.
그러나 경쟁할 자격을 갖추는 것과 경쟁할 수 있도록 자격을 낮춰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지방금고 시장에 들어오고 싶은가.
그러면 자격요건부터 낮추라고 할 것이 아니라,
건전성 기준이나 먼저 달성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