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들고 들어간 재개발이 10년 뒤 비극이 되는 이유
부동산 시장의 달콤한 상술과 달리 현금 6억 원을 들고 진입하는 재개발은 연 소득 8,000만 원 직장인에게 소득의 40%를 10년간 저축하는 극단적 절약을 요구함은 물론 이주 기간의 전세 보증금 및 이자 부담 등 심각한 현금 유출을 야기하며, 공사비 폭등으로 최소 5억 원에서 10억 원까지 치솟는 추가분담금 청구서는 수용 범위를 넘어 파산의 절벽으로 내몰고, 천신만고 끝에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더라도 사업성을 위해 대지지분이 7~8평으로 쪼개져 훗날 고밀도 아파트가 다시 노후화되었을 때 재건축이 불가능한 지분 기아 단지로 남게 되므로, 당장의 신축 착시에 속아 미래 가치와 전 재산을 거는 무모한 도박을 경계하고 현실적인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는 여전히 달콤한 상술이 떠돌아다닌다. 현금 6억 원을 들고 재개발 구역에 들어가 '돈 대신 시간을 파는 몸테크'로 버티면 10년 뒤 신축 아파트를 손에 쥐게 된다는 조언이다. 그러나 정작 같은 전문가들의 입에서는 "이제 정비사업 추가분담금은 최소 5억, 평균 10억 시대"라는 말이 서슴없이 나온다. 이 두 주장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셈을 해보면, 공사비 폭등기의 재개발은 더 이상 차곡차곡 자산을 키우는 투자가 아니라 내 인생과 전 재산을 건 위험천만한 도박에 불과하다.
우선 소득 대비 저축의 현실성부터 따져봐야 한다. 연 소득 8,000만 원을 버는 직장인 가구가 있다고 치자. 세금과 4대 보험을 떼고 나면 실수령액은 월 500만 원 남짓이다. 여기서 세전 소득의 무려 40%인 연 3,200만 원, 즉 매달 266만 원을 떼어 저축하는 것이 과연 말처럼 쉬운가. 월 500만 원 벌어 266만 원을 무조건 저축하고, 남은 230여 만원으로 온 가족 식비와 자녀 양육비, 세금, 경조사비를 충당하며 노후 빌라의 녹물을 견뎌야 한다. 일상생활을 거의 포기해야만 가능한, 말 그대로 피를 말리는 극단적 절약이다. 그렇게 숨도 쉬지 않고 억시로 10년을 모아봐야 손에 쥐는 현금은 겨우 3억 2,000만 원이다.
더 큰 문제는 10년의 버티기 과정 중에 이주 기간이라는 거대한 현금 구멍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철거와 공사가 진행되는 3~4년 동안 조합원은 밖으로 나와 전세나 월세를 살아야 한다. 6억 원짜리 노후 빌라의 감정평가액은 낮아 이주비 대출만으로는 서울의 전세 보증금을 턱없이 채우지 못한다. 결국 부족한 전세 보증금을 보태거나 매달 월세, 이주비 대출 이자를 내야 한다. 10년 동안 쥐어짜듯 모은 3억 2,000만 원 중 상당수가 공사 기간 동안 주거비와 금융 비용으로 공중분해되는 것이다.
이 모든 고통을 감내하고 입주 시점에 다다랐을 때 날아올 추가분담금 청구서가 얼마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담금이 최소치인 5억 원일 때는 모아둔 저축액에서 이주비 비용을 빼고 남은 현금에, 모자란 2억 원 안팎을 대출로 끌어와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극심한 영끌의 고통은 따르겠지만 신축 입주라는 결과로 겨우 이어지긴 한다. 그러나 공사비 폭등과 시장 분위기에 따라 분담금이 7억 원, 10억 원으로 치솟는 순간, 이는 연 소득 8,000만 원 직장인의 수용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다. 소득의 40%를 10년간 쥐어짜며 몸테크를 버텨낸 노동의 대가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원리금 상환 불능과 대출 거절이라는 파산의 절벽으로 바뀐다.
백번 양보해 모든 풍파를 견디고 마침내 신축 아파트에 입주했다고 해도 비극은 끝나지 않는다. 소위 사업성이 좋다는 명목으로 내 대지지분을 잘게 쪼개 일반분양으로 대량 매각당했기에, 내가 손에 쥔 아파트의 대지지분은 겨우 7~8평 남짓에 불과하다. 당장의 공사비를 메우기 위해 미래에 가질 토지의 본질 가치를 영구히 소진해버린 탓이다. 용적률을 마구 끌어올려 지은 고밀도 아파트 역시 30~40년이 지나면 반드시 노후화된다. 그때가 되면 남은 용적률이나 토지 여유가 전혀 없어 다시는 재건축을 추진할 수도 없는 지분 기아 상태의 노후 단지로 남게 된다. 당장의 신축이라는 껍데기를 얻기 위해 먼 미래의 마지막 자산 가치까지 털어 넣은 셈이다.
결국 현금 6억 원을 들고 재개발에 진입하는 것은 10년 뒤 분담금이 딱 5억 원까지만 나오기를 기도해야 하는 위험한 도박에 전 재산과 10년의 청춘, 그리고 아파트의 미래 가치까지 모조리 걸라는 소리와 다름없다. 소득의 40%를 10년 내내 모으는 것조차 아득한 현실인데, 이주비로 현금이 새어나가고 그 끝이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공사비와 조합의 사업성에 좌우되는 도박판이라면 그 투자는 이미 틀렸다. 가격을 올려도 시장이 받아주지 않는 시대, 그리고 공사비가 현금을 집어삼키는 시대다. 소득에서 40%를 따로 떼어내는 일의 아득함, 이주 비용의 현실, 그리고 훗날 영구히 소멸해버릴 대지지분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정비사업 착시 속에서 내 피 같은 6억 원을 지키는 가장 냉정한 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