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권 매수 시 오직 토지가액만 줘야 하는 이유 : 판매가로 물건을 떼오는 '사업성'은 없다.

재개발·재건축 입주권의 기초자산 가치는 결국 토지에서 출발한다. 종전자산 평가액과 권리가액은 조합원 간 권리와 부담을 배분하기 위한 계산상의 금액일 뿐, 실제 건설원가를 결정하거나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또한 조합원 분담금이 적다는 것은 높은 사업이익 때문이 아니라 기존 토지의 일부를 일반분양자에게 처분한 결과일 수도 있다. 재건축은 토지라는 비상각자산의 일부를 건물이라는 상각자산으로 전환하는 사업이며, 토지가치 이상의 수익은 시간과 비용, 손실 가능성을 감수해야 얻을 수 있는 미래의 사업성과다. 따라서 사업성이 좋다는 말이 반드시 투자수익성이 좋다는 뜻은 아니며, 입주권 매수자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개발이익을 확정된 자산처럼 평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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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입주권을 소개할 때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설명은 해당 구역의 사업성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다. 넓은 대지지분과 풍부한 일반분양 물량, 그리고 적은 조합원 분담금이 강조되고, 여기에 조합이 산정한 권리가액과 주변 신축 아파트의 시세까지 더해지면 입주권은 매우 매력적인 투자상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매수자는 사업성이 좋다는 말이 나에게도 확실한 수익을 보장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권리가액의 본질과 정비사업이 갖는 경제적 실질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권리가액이나 종전자산 평가액은 사업이 새로 만들어낸 실질 재산이 아니다. 철거를 앞둔 정비구역 내 노후 건축물은 입주권 거래 시점에 이미 경제적 잔존가치가 대부분 소멸한 경우가 많다. 이주 전까지 임대나 거주를 통해 얻는 한시적인 사용가치를 제외하면, 신축 사업이라는 맥락에서 기존 건물의 경제적 가치는 0원에 가까울 수 있다. 심지어 철거비용까지 감안하면 음(-)의 가치를 가질 수도 있다. 따라서 기존 건물의 사용가치가 사실상 소멸한 정비사업에서는 조합이 평가한 건물가액을 별도의 경제적 자산처럼 인정하기 어렵다. 결국 그 사업의 기초를 이루는 핵심 자산은 토지다.

종전자산 평가액이 커진다고 해서 조합원의 실질적인 부담이나 신축건물의 취득원가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극단적으로 조합원 전체의 종전자산 평가액을 일률적으로 10배 높여 평가한다고 가정해 보자. 종전자산 평가액을 높인다고 해서 시공사가 투입하는 공사비가 줄어들지도 않고, 일반분양 수입이 늘어나지도 않는다. 동일한 사업계획과 공사조건이라면 정비사업에 필요한 실제 비용은 달라지지 않는다. 전체 종전자산 평가액이 10배로 증가하더라도 사업의 순수입이 동일하다면 비례율은 그에 반비례하여 조정된다. 조합원 간 상대적인 권리 비율이 유지되는 한 개별 권리가액과 분담금 역시 변하지 않는다. 결국 종전자산 평가액이라는 숫자는 사업에 필요한 실제 비용을 결정하거나 자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성과와 부담을 조합원들 사이에 배분하기 위한 정산 기준이다.

이를 더욱 극단적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종전자산의 명목상 평가액을 모두 0원으로 가정하더라도 신축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공사비와 각종 사업비, 일반분양을 통해 회수할 수 있는 수입, 그리고 그 차액으로서 조합원들이 조달해야 할 현금 총액은 변하지 않는다. 물론 실제 관리처분계획에서는 종전자산 평가총액이 0원이면 통상적인 비례율 계산이 성립하지 않으므로 별도의 권리배분 기준이 필요하다. 그러나 경제적 실질은 분명하다. 종전자산을 얼마로 평가하느냐는 사업의 실제 원가를 결정하지 않는다. 토지 자체의 경제적 가치는 존재하지만, 이를 평가한 숫자가 별도의 자산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신축건물을 취득하는 경제적 원가 역시 종전자산 평가액과 무관하게 결정된다. 정비사업에서 조합원의 신축건물 취득에 필요한 재원은 조합원이 직접 납부하는 분담금과 일반분양을 통해 확보하는 순재원 등으로 마련된다. 여기서 일반분양은 단순히 건물을 지어 판매하는 행위가 아니다. 기존 조합원들이 보유하던 토지지분의 일부를 외부에 매각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일반분양을 통해 회수하는 경제적 가치에는 조합원들이 처분하는 토지지분의 가치와 그 토지를 개발하여 창출한 사업마진이 함께 포함된다. 이를 조합원 몫의 신축건물에 투입되는 재원이라는 관점에서 단순화하면 토지지분 감소분의 가치 + 일반분양 사업마진 + 조합원 분담금이라는 구조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 사업마진은 일반분양분의 건설비와 사업비, 토지의 기회비용을 차감한 순이익을 의미한다. 결국 조합원 분담금이 적어 보이는 것은 반드시 신축건물을 저렴하게 취득했기 때문이 아니라,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토지자산의 일부를 처분하여 건설재원으로 충당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결국 재건축은 토지라는 비상각자산의 일부를 건물이라는 상각자산으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철거되는 기존 건축물은 사용가치를 상실하지만, 토지는 일반적으로 감가상각되지 않는 자산으로 남는다. 물론 토지 역시 시장가격이 하락할 수 있으므로 가치가 영원히 보장된다는 뜻은 아니다. 재건축 과정에서 조합원은 토지지분 일부를 일반분양자에게 이전하고 그 대가를 신축건물의 건설재원으로 활용한다. 시간이 흐르면 새 아파트도 노후화되어 언젠가 다시 수선이나 재건축을 고민해야 하지만, 그 시점에 조합원이 보유한 토지지분은 이전보다 줄어들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분담금이 적고 신축 아파트 시세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경제적 이익이 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전체 자산의 규모만 볼 것이 아니라, 장기간 활용할 수 있는 토지자산을 얼마나 처분하여 시간이 흐르면서 노후화되는 건물자산으로 전환했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처럼 일반분양 수입으로 사업비를 충당하여 분담금을 줄이는 ‘사업성’과 투자자가 실제로 얻는 ‘경제적 수익성’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분담금이 적다는 것은 당장 추가로 투입해야 할 현금이 적다는 뜻일 뿐, 사업 자체에서 순수한 부가가치가 많이 창출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일반분양 수입에는 본래 조합원들이 보유하고 있던 토지의 경제적 가치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반분양 매출 전체를 새롭게 창출한 이익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매출에서 토지의 기회비용과 공사비, 금융비용을 비롯한 제반 사업비를 차감하고 남는 잔여 가치가 비로소 경제적인 개발이익이다. 기존 토지를 팔아 확보한 돈과 개발사업을 통해 새롭게 벌어들인 돈은 구분해야 한다. 이러한 구분이 없다면 자산을 처분해 조달한 재원까지 사업이익으로 착각하게 된다.

장사나 사업의 기본은 최종 판매가격보다 충분히 낮은 가격에 상품이나 자산을 조달하고, 필요한 비용을 모두 부담한 후에도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세상에 최종 판매가로 도매 물건을 떼어오는 장사꾼은 없다. 물건을 매입한 후에는 운송비와 보관비, 인건비와 금융비용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예상한 가격에 판매하지 못할 위험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입주권을 매수하면서 주변 신축 아파트 시세를 기준으로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미래의 개발이익까지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매도자에게 전부 지급한다면, 그것은 최종 판매가격으로 물건을 떼어오는 것과 다름없다. 앞으로 공사비를 부담하고 사업 지연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매수자에게는 정작 마진을 남길 여지가 거의 없게 된다.

물론 입주권 가격이 현재의 토지가치를 초과한다고 해서 그 차액이 언제나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이미 납부한 분담금이나 진행된 공사의 가치, 확보된 인허가와 사업 진척에 따른 위험 감소 등은 실제 경제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 미래 개발이익 역시 발생 가능성과 소요기간, 사업위험을 합리적으로 반영한다면 현재가치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투자에 대한 기대가치이지, 조합에서 산정한 권리가액처럼 숫자로 표시되었다고 해서 확정되는 재산은 아니다. 미래의 사업이익을 현재의 매매가격으로 지급한다는 것은 매수자가 앞으로 벌어야 할 돈을 매도자에게 미리 나누어 주는 것과 같다. 사업이 예상대로 진행되더라도 이미 지급한 프리미엄만큼 매수자의 수익은 줄어들며, 사업이 실패하거나 지연될 경우 그 손실은 매수자가 감당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업이라는 행위가 반드시 이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업에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그 결과는 불확실하다. 공사비가 상승하거나 일반분양 수입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고, 사업기간이 길어지면서 금융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가격이 하락하면 사업 자체가 계획대로 완료되더라도 투자자는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발생하지 않은 개발이익을 입주권 매입 단계에서 매도자에게 모두 지급해 버린다면, 정작 위험을 부담하는 매수자에게는 합당한 보상이 남지 않을 수 있다. 아무리 사업성이 뛰어난 재건축이라도 매입가격이 지나치게 높으면 수익성 없는 투자가 될 수 있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입주권 투자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명확한 접근은 조합의 권리가액이나 종전자산 평가액이 아니라, 그 입주권의 기초자산인 토지의 현재 경제적 가치를 매수가격 판단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토지가치는 단순한 공시지가가 아니라 입지와 이용조건, 개발 가능성 등을 반영한 실질적인 가치다. 이미 형성된 공사 자산이나 납부된 분담금이 있다면 그 가치도 구분하여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기존 건물의 잔존 사용가치가 미미하고 별도로 인정할 만한 사업성과도 없다면, 종전자산의 평가액이나 권리가액을 이유로 토지가치 이상의 가격을 지급할 근거는 약하다. 권리가액은 토지와 별도로 주어지는 자산이 아니며, 개발이익은 아직 벌지 않은 돈이기 때문이다.

입주권 매수자는 사업성이 좋다는 설명보다 먼저 해당 사업의 실질적인 자산가치와 앞으로 투입해야 할 비용을 따져야 한다. 그리고 토지가치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하려 한다면 그만큼의 사업이익을 실제로 얻을 수 있는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위험을 감수하고도 충분한 마진이 남는지를 계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사업이 성공할 가능성만이 아니라, 그 사업이 성공했을 때의 이익 중 얼마가 실제로 나에게 남는가 하는 문제다.

입주권은 땅값을 기준으로 사야 한다. 그 이상의 금액을 지급한다면 그것은 확정된 자산의 대가가 아니라 앞으로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업성과에 대한 투자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투자자는 아직 벌지도 않은 미래의 돈을 매도자에게 미리 지급하지 말고, 자신이 감수하는 시간과 위험에 상응하는 이익을 남겨 놓고 매수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좋은 사업이 반드시 좋은 투자는 아니다. 판매가로 물건을 떼어오는 장사꾼이 없듯, 미래의 개발이익까지 모두 지불하고 입주권을 매수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