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테크 좋아하다 평생 몸테크한다
재건축 기대감에 낡은 아파트를 비싸게 매수하는 '몸테크'가 자칫 평생의 고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건축은 기존 소유자의 대지지분 일부를 일반분양자에게 이전하고, 멸실기간 동안 대체주거비와 금융비용을 부담하며, 공사 지연과 미분양에 따른 사업성 악화까지 감수해야 하는 과정이다. 특히 예상보다 추가분담금이 늘어나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정작 새 아파트에는 입주하지 못한 채 입주권을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손실까지 발생한다면 줄어든 자산으로 다시 낡은 주택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재건축 발표가 곧 투자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몸테크의 진짜 위험은 낡은 집에서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생을 끝낼 자산마저 잃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재건축 대박을 꿈꾸며 낡은 아파트를 샀다가, 새 아파트 문턱에도 못 가볼 수 있다
낡은 아파트가 비싸게 팔리는 시대다.
주차장은 부족하고, 배관은 낡았고, 겨울이면 외풍이 들어오는 아파트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한다. 이유는 하나다. 재건축을 하면 새 아파트가 된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런 아파트를 사서 불편함을 견디며 재건축을 기다리는 것을 흔히 '몸테크'라고 부른다. 당장의 주거환경을 희생하는 대신 미래의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 방식이다.
하지만 몸테크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할 가능성이 있다.
낡은 집에서 몇 년만 고생하면 새 아파트에 들어갈 줄 알았는데, 정작 새 아파트는 구경도 못 하고 평생 낡은 집만 전전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 땅을 내주고 새 아파트를 받는 사업
재건축을 마치 마법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낡은 아파트를 허물고 그 자리에 새 아파트를 지으면 기존 소유자의 재산도 저절로 불어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재건축은 공짜로 새집을 만들어 주는 사업이 아니다.
기존 1,000세대 아파트가 재건축을 통해 1,500세대로 늘어난다고 가정해 보자. 전체 대지면적이 그대로이고 각 세대에 동일한 대지지분을 배정한다면, 기존 소유자의 대지지분은 3분의 1 감소한다.
줄어든 대지지분에 해당하는 토지 권리는 새로운 일반분양자들에게 이전된다.
물론 일반분양자들은 대가를 지급한다. 조합은 이 분양수입을 공사비와 사업비에 사용하고, 그만큼 기존 조합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수입이 하늘에서 떨어진 돈은 아니다. 기존 소유자가 보유하던 토지 권리의 일부를 제공하면서 확보한 돈이다.
따라서 일반분양 수입을 전부 새로운 이익처럼 계산해서는 안 된다. 기존 소유자가 어떤 자산을 제공하고 어떤 대가를 받는지 함께 따져야 한다.
땅을 일부 내주고, 돈도 더 내고, 몇 년간 집까지 비워야 새 아파트를 받는 사업. 그것이 재건축의 실제 모습이다.
집이 사라진 기간에도 삶은 계속된다
몸테크를 결심한 사람들은 낡은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불편함 정도는 감수할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진짜 고생은 재건축이 시작된 뒤에 찾아올 수 있다.
철거가 시작되면 집이 사라진다. 내 명의로 된 아파트는 있지만 정작 그 집에서는 살 수 없다.
다른 곳에 전세를 구하거나 월세를 내야 한다. 이주자금이 부족하면 대출을 받아야 하고, 거기에 이자까지 붙는다.
물론 이주하지 않았더라도 주거비용은 발생한다. 따라서 대체주거비 전액을 재건축 손실로 계산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기존 집의 거주 기능이 사라지면서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과 금융비용은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이 기간이 언제 끝날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상했던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사업비가 늘어나고, 입주가 지연되면 그동안의 비용은 계속 쌓인다.
재건축을 통해 미래에 받을 아파트의 가치는 열심히 계산하면서, 그 아파트를 받을 때까지 몇 년의 삶을 다른 집에서 보내야 하는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도 비용이다. 특히 주거를 위한 자산이라면 그 기간에 잃는 주거의 효용을 무시할 수 없다.
일반분양만 잘되면 된다고? 안 팔리면 누가 책임지나
재건축 사업성의 핵심은 일반분양이다.
조합원들이 보유한 토지 권리 일부를 기반으로 일반분양 물량을 만들고, 외부 매수자로부터 받은 분양대금으로 사업비를 충당한다.
그런데 이 계산에는 흔히 낙관적인 전제가 들어간다.
일반분양이 계획한 가격에 성공한다는 것이다.
500세대를 세대당 12억원에 일반분양하면 6,000억원이 들어온다. 하지만 시장이 식어 미분양이 발생하고, 할인분양과 지연손실까지 감안한 실질 수입이 10% 줄어들면 600억원이 사라진다.
조합원 1,000명이 균등하게 부담한다고 단순 계산하면 한 사람당 6,000만원이다.
여기에 공사비 인상까지 겹치면 당초 예상한 추가분담금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처음에는 2억원이면 될 줄 알았던 분담금이 3억원, 4억원으로 불어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공사비가 올랐다고 신축 아파트 시세도 반드시 함께 오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장이 침체돼 일반분양이 부진하고 주변 신축 아파트 가격마저 떨어질 수도 있다.
수입은 예상보다 줄어드는데 비용은 예상보다 늘어나는 상황. 그 손실은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돌아간다.
도급제 재건축에서는 그 부담이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이나 환급금 감소로 나타날 수 있다.
가장 무서운 것은 결국 새 아파트에 못 들어가는 경우다
여기까지는 그저 투자수익이 예상보다 낮아지는 문제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생각해야 할 것은 그다음이다.
한 사람이 재건축을 기대하며 무리해서 낡은 아파트를 매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처음에는 몇 년만 불편하게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파트가 철거되면 전세로 나가 살다가, 완공 후 새 아파트에 입주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사업이 지연됐다. 이주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졌고, 대출이자와 주거비용도 쌓였다.
여기에 추가분담금까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났다.
이미 집을 사느라 대출을 최대한 활용한 사람에게는 수억원의 추가분담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을 수 있다.
새 아파트는 거의 완성되어 가는데 정작 본인은 입주할 돈이 없는 것이다.
결국 입주권을 처분하는 선택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때 시장이 좋지 않다면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거래제한이나 대출 여건까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물론 모든 경우가 손실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입주권 처분으로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매입가격과 금융비용, 거주비용, 처분가격에 따라 실제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정말 손실을 보고 처분해야 한다면 그때부터 더 큰 문제가 시작된다.
처음 아파트를 매입할 때보다 보유 자산은 줄었고, 그동안 시간도 흘렀다. 이제 다시 살 집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남은 자산으로는 과거에 살 수 있었던 수준의 아파트조차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다시 낡고 작은 집을 찾아야 한다.
새 아파트에 들어가려고 시작한 몸테크가, 자산을 잃고 다시 구축 아파트를 찾아다니는 몸테크로 끝나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재건축 투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실패다.
집값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은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주거환경을 개선하려고 시작한 투자가 오히려 자신의 주거 선택권을 줄여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발표가 났다고 왜 수억원을 더 줘야 하나
재건축은 성공하면 분명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과 투자수익이 커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재건축 가능성이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던 아파트라면 그 기대감은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특별정비구역 지정이나 재건축 추진 소식이 나올 때마다 구축 아파트 가격이 크게 뛰는 현상을 보면 의문이 생긴다.
실제로 추가로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가 그만큼 증가한 것일까? 아니면 막연한 미래의 신축 아파트 가격을 현재의 구축가격에 앞당겨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재건축 추진이 확정됐다는 사실은 앞으로 치러야 할 비용과 기다려야 할 시간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지출해야 할 돈과 감수해야 할 위험이 구체화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이미 상당한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매수한 사람이라면 사정은 더 나쁘다.
미래의 개발이익을 기대하며 높은 매수가격을 지불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분담금을 내고도 분양이 부진하거나 입주가 지연되면 그 기대이익은 쉽게 사라질 수 있다.
재건축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과, 재건축 기대감이 잔뜩 반영된 가격에 집을 사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은 다르다.
몸테크에도 출구는 있어야 한다
몸테크 자체가 잘못된 투자는 아니다.
충분한 자금 여력이 있고, 사업성을 보수적으로 검토했으며, 예상보다 긴 사업기간과 높은 추가분담금까지 감당할 수 있다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재건축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무리한 대출까지 동원해 높은 가격에 구축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적어도 몇 가지 질문에는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공사가 예상보다 3년 늦어져도 버틸 수 있는가? 추가분담금이 예상보다 2억원 더 나와도 납부할 수 있는가? 일반분양이 부진해도 사업수지가 유지되는가? 그리고 최악의 경우 입주권을 팔아야 한다면, 남은 자산으로 어디에서 살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재건축 기대감만 믿고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면, 그것은 개발이익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에 자신의 주거 안정을 거는 일이 될 수 있다.
재건축 발표는 새 아파트 입주를 보장하는 당첨 통지서가 아니다. 더구나 투자수익을 보장하는 수표는 더욱 아니다.
낡은 집에서 몇 년만 고생하면 신축 아파트를 얻고 부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낡은 집에서 고생하고, 멸실기간에도 고생하고, 늘어난 분담금 때문에 고생한 끝에 결국 새 아파트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자산마저 줄어들었다면 다시 시작할 곳은 또 다른 낡은 아파트일 수밖에 없다.
몸테크의 가장 큰 위험은 몸이 고생하는 것이 아니다. 고생을 끝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고생을 끝낼 돈마저 잃는 것이다.
재건축의 꿈을 비싼 값에 매수하기 전에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한다.
몸테크 좋아하다 평생 몸테크할 수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