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의 함정… 사업성(매출 외형)과 수익성(실질 마진)은 다르다
재건축의 용적률 상향은 조합원의 '유형자산(토지 지분)'을 '재고자산(일반분양 상품)'으로 전환해 사업 외형을 키우는 작업일 뿐이며, 미분양 및 기부채납 리스크와 조합원 1인당 실질 수익성 훼손, 향후 재개발 가능성 상실 등을 고려할 때 '사업성(매출 외형)'이 높다고 해서 '수익성(실질 마진)'까지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재건축 ‘사업성’의 착시… 대지지분을 재고자산으로 바꾼 대가
최근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언론과 전문가들의 시선이 한층 차분해졌다. 정부의 정비사업 완화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지정만 되면 무조건 돈이 된다”는 식의 맹목적 기대감 대신, 옥석 가리기와 선별적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대다수 기사나 분석이 집중하는 단골 지표는 단연 ‘사업성’이다. 공사비 인상, 추정 분담금, 일반분양가 책정과 세대수 확보 여부가 재건축의 성패를 가르는 절대적 기준으로 언급된다. 그러나 이 수치들의 행간을 들여다보면 정작 가장 본질적인 요소 하나가 빠져 있다. 바로 ‘용적률 상향에 따른 대지지분의 감소’다.
회계적 관점에서 본다면 용적률을 높여 일반분양을 늘리는 행위는 조합원이 보유한 핵심 ‘유형자산(토지 지분)’을 깎아 ‘재고자산(일반분양 상품)’으로 전환하는 비율을 극대화하는 작업과 같다. 용적률을 200%에서 300%, 혹은 500%로 끌어올릴수록 조합원이 미래에 쥐게 될 토지의 실질 지분은 대폭 축소된다. 내 땅의 일부를 시장에 상품으로 쪼개 내놓음으로써 공사비와 사업비를 충당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용적률을 올려 세대수를 많이 빼냈으니 사업성이 높다”는 말 자체는 논리적으로 성립한다. 유형자산을 재고자산으로 전환해 전체 매출 규모(Top-line)와 사업판의 외형을 키웠다는 의미에서의 ‘사업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성이 높다(매출 외형이 크다)’는 말이 곧 ‘수익성이 좋다(내실과 마진이 높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공장을 증설해 물건을 많이 만들어냈다고 해서 그 물건이 다 잘 팔린다는 보장은 없다. 유형자산을 쪼개 재고자산으로 전환하는 순간, 시장 변화에 따른 미분양과 할인판매라는 거대한 재고 리스크가 시작된다. 분양 시장이 경색되어 재고가 남거나 할인 분양에 들어가면, 이미 소진해 버린 대지지분(유형자산)의 손실은 회수되지 않은 채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이라는 직접적인 적자로 귀결된다.
게다가 재고자산을 만들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대가도 만만치 않다. 용적률 인센티브의 반대급부로 내놓아야 하는 기부채납, 임대주택 배정, 고층화에 따른 공사비 증액 등을 차감하고 나면, 조합원 1인당 돌아오는 실질 자산수익률(ROA)이나 마진은 외형 성장에 비해 대폭 훼손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재건축 이후’의 미래다. 대지지분이 토막 난 고밀도 신축 아파트는 30~40년 뒤 건물이 노후화되었을 때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남은 용적률’이나 ‘토지 여유’가 전혀 없다. 이번 재건축이 해당 부지가 가질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대규모 개발이 되는 셈이다. 당장의 신축 공사비를 메우기 위해 미래에 가질 토지의 본질 가치를 당겨쓴 결과다.
가변적이고 외부 변수에 취약한 일반분양가나 세대수 같은 ‘외형적 사업성’에만 매몰되어서는 재건축의 진가를 알아볼 수 없다. 내 유형자산을 얼마나 내놓아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담보하는 실질 수익성과 자산 안정성은 어떠한지 따져보는 ‘지분 당 가치’의 시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