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비용이 늘었는데 집값이 오른다는 이상한 경제학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이 커지면 집값이 오른다는 주장은 경제적으로 순서를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재초환은 우선 해당 재건축 자산의 미래 순가치를 줄이는 비용이며, 중고차에 수리비와 환경규제 비용이 추가되면 그만큼 가격을 깎는 것이 상식인 것처럼 재건축 아파트도 공사비·추가분담금·재초환이 늘어나면 먼저 재건축 프리미엄이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은 보유자의 자산가치 하락 가능성보다 “공급이 줄어 결국 무주택자가 더 비싼 집을 사게 된다”는 간접효과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보유자의 이해를 수요자 보호의 언어로 번역하는 프레임일 수 있다. 재초환 때문에 공급이 실제 줄고 그 결과 시장가격이 오른다면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며, 비용이 늘었다는 사실 자체가 가격 상승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저금리 시대가 끝나가는 지금 부동산 시장도 이제 “얼마나 오를까”보다 “앞으로 얼마가 들어갈까”를 먼저 묻는 쪽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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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8000만원을 내라고?”

머니투데이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다루면서 뽑은 제목이다. 서울의 재건축 사업장 46곳에 예상되는 부담금이 총 2조1690억원에 이르고, 용산 한강맨션의 경우 조합원 1인당 예상 부담금이 약 6억8000만원에 달한다는 내용이다. 반포3주구 역시 조합원 1인당 평균 약 3억2000만원의 부담금이 예상된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사실의 영역이다. 재건축 조합원 입장에서 수억원의 추가 부담은 당연히 큰 문제다. 재건축의 기대수익이 줄어들고 사업성도 낮아질 수 있다. 그런데 기사 제목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집값 잡으려다 되레 올리나”라고 묻는다.

본문은 그 논리를 더욱 직접적으로 전개한다. 반포3주구를 재건축한 래미안 트리니원 전용 84㎡ 입주권이 7월 약 50억4000만원에서 8월 57억원으로 상승했다면서, 정비업계에서는 재초환 부담금이 더해져 집값이 단기 급등했다는 해석이 나온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집값 상승이 재초환 부담금을 키우고, 커진 부담금이 다시 집값을 밀어 올리는 ‘재초환 악순환’ 가능성을 제기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조금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중고차 한 대를 팔려고 한다고 생각해보자. 정비소에서 점검을 받아보니 미션이 조금 둔해졌다. 타이밍벨트도 곧 갈아야 한다. 어디선가 미세한 누유도 있다. 그런데 거기에 새로운 환경규제까지 생겨 값비싼 정화장치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고 한다.

정상적인 중고차 시장이라면 결론은 간단하다.

“앞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겠네요.”

그리고 그만큼 차값을 깎으려고 할 것이다.

미션 수리비가 300만원 더 들고 정화장치 장착비가 500만원 추가된다고 해서 판매자가 “앞으로 800만원이 더 들어가니 이 차 가격을 800만원 더 받아야겠습니다”라고 한다면 매수자는 황당해할 것이다.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 자체는 그 자산의 가치 상승 요인이 아니라 감가 요인이다.

그런데 부동산에만 들어오면 이 간단한 산수가 뒤집힌다.

공사비가 올라간다. 추가분담금이 늘어난다. 재초환으로 몇억원을 더 내야 한다.

그러자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걱정한다.

물론 현실의 부동산 시장은 중고차보다 복잡하다. 재초환 때문에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고 장기간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든다면, 공급 감소를 통해 다른 주택의 가격을 높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것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논리다.

그러나 그것은 두 번째, 세 번째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간접효과다.

가장 먼저 일어나는 효과는 훨씬 단순하다.

재건축을 통해 미래에 얻게 될 자산가치가 같다면 앞으로 지불해야 할 비용이 5억원 늘어난 순간 그 재건축 자산의 순가치는 5억원 감소한다. 적어도 다른 조건이 같다면 그렇다.

노후 아파트의 현재 가격에는 이미 미래의 새 아파트 가치가 상당 부분 들어 있다. 앞으로 받을 새 아파트의 예상가격에서 공사비와 추가분담금, 금융비용, 세금과 각종 부담금을 빼고 남는 가치가 현재의 재건축 프리미엄을 구성한다.

그런데 비용이 늘었다.

그렇다면 첫 번째 질문은 “집값이 얼마나 더 오를까”가 아니라 “기존에 붙어 있던 재건축 프리미엄이 얼마나 줄어들까”여야 한다.

이 점에서 재초환을 둘러싼 언론의 프레임은 흥미롭다.

재건축 조합원이 “예상했던 이익 중 6억원을 부담금으로 내게 됐으니 내 아파트 가치가 떨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하면 그것은 명백히 자산 보유자의 이해관계로 들린다.

그러나 이야기를 이렇게 바꾸면 전혀 달라진다.

“이 부담 때문에 재건축이 늦어지고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 앞으로 집을 살 무주택자들이 더 비싼 가격을 치러야 합니다.”

갑자기 사익은 공익의 언어를 얻는다.

보유자의 재산가치 하락이라는 직접적인 문제는 뒤로 물러나고, 미래의 공급 부족과 수요자의 피해라는 간접적인 문제가 전면에 등장한다.

나는 이것이 반드시 어느 언론사가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위해 기사를 쓴다는 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동기를 입증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적어도 기사에서 어떤 효과를 먼저 보여주고 어떤 효과를 뒤로 숨기는지는 분석할 수 있다.

그리고 부동산 기사에서 이런 구조는 매우 익숙하다.

재산세를 올리면 집주인이 힘들다는 이야기보다 “결국 세입자에게 전가된다”고 말한다. 보유세를 높이면 자산가치에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보다 “임대료가 올라 서민이 피해를 본다”고 말한다. 재건축 부담금을 부과하면 조합원의 개발이익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보다 “공급이 줄어 무주택자의 집값 부담이 커진다”고 말한다.

최적의 논리는 언제나 비슷하다.

수요자를 위하는 것처럼 말하면서 보유자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재초환 기사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인과관계다.

재초환은 재건축 종료 시점의 주택가격에서 사업 개시 시점의 가격, 정상적인 주택가격 상승분, 개발비용 등을 제외하여 초과이익을 계산하는 구조다. 따라서 재건축 후 주택가격이 많이 오르면 부담금이 커질 수 있다.

여기까지는 분명하다.

집값이 올랐기 때문에 부담금이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다시 “부담금이 커졌기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고 주장하려면 별도의 증명이 필요하다.

A가 B를 증가시킨다는 사실만으로 B가 다시 A를 증가시킨다고 말할 수는 없다.

특히 특정 입주권이 한 달 사이 50억원대에서 57억원으로 거래됐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이 재초환 부담금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강남권 신축 가격, 거래량, 입주 시점, 시장 전체의 상승세, 개별 거래조건 등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기사 역시 이것을 확정된 인과관계가 아니라 정비업계의 해석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시 중고차로 돌아가보자.

자동차 가격이 많이 올라 환경부담금이 커졌다.

여기까지는 이해된다.

그런데 그 다음에 “환경부담금이 커졌기 때문에 자동차 가격이 다시 올랐다”고 주장한다.

가능할 수도 있다. 부담금 때문에 신차 생산이 중단되고 공급이 크게 줄어든다면 시장 전체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입증해야 한다.

단순히 부담금이라는 비용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개별 자산을 평가하는 관점에서는 반대가 기본값이다.

앞으로 들어갈 돈이 많아지면 가격은 깎인다.

이 단순한 원칙이 부동산에서는 유독 자주 사라진다.

왜 그럴까.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부동산에서는 비용보다 가격 상승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공사비가 올라도 집값이 더 많이 올랐다. 재건축 분담금이 늘어도 신축 프리미엄이 더 크게 상승했다. 이자가 늘어도 자산가격 상승이 그것을 덮었다. 토지가격이 오르고 용적률을 높여 일반분양을 늘리면 기존 소유자의 건축비까지 새로운 소유자의 자본으로 상당 부분 충당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부동산의 비용을 비용답게 생각하지 않는 독특한 습관을 갖게 됐다.

건물이 낡으면 감가상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재건축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다.

공사비가 늘어나면 자산가치의 차감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분양가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담금이 생기면 기존 소유자의 순이익이 감소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그것마저 미래 가격에 얹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격은 공급자가 자신의 비용을 더해서 정하는 숫자가 아니다.

매도자가 “나는 이 집에 30억원을 썼으니 35억원을 받아야 한다”고 말할 수는 있다.

시장이 그 가격을 지급해야 할 의무는 없다.

수요자가 그만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 거래되지 않거나 가격이 내려간다.

결국 비용을 누구에게 전가할 수 있느냐는 시장 상황의 문제다.

모든 비용을 다음 매수자에게 넘길 수 있다는 믿음은 결국 “내 뒤에 더 비싸게 사줄 사람이 계속 나타난다”는 믿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바로 그 믿음이 지난 저금리 시대의 부동산 시장을 지배했다.

지난 글에서 나는 건물을 다시 짓는 것이 비용인데도 왜 재건축 연한을 30년에서 사실상 20년 수준까지 줄이지 못해 안달이었는지를 물었다.

이번 재초환 논쟁은 그 질문의 다음 장면이다.

그때는 비용을 빨리 발생시키는 것을 호재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비용이 실제 숫자로 등장하자 그것조차 다시 가격 상승의 근거로 해석하려 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장부가 맞아야 한다.

건물은 감가상각된다.

다시 짓는 데 돈이 든다.

추가분담금도 비용이고, 금융비용도 비용이며, 재초환 역시 조합원에게는 비용이다.

그 비용이 커졌는데도 자산가격이 계속 올라갈 수는 있다. 토지가격이 더 많이 오르거나 수요가 폭발하거나 공급이 극도로 제한된다면 가능하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가격을 올린 것은 비용이 아니다.

비용보다 더 강한 다른 상승 요인이 있었던 것이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중고차의 미션이 망가졌는데 중고차 가격이 올랐다면, 미션이 망가져서 오른 것이 아니다. 중고차 자체가 품귀가 됐든 신차 가격이 폭등했든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재초환도 마찬가지다.

재초환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것이 기본적인 경제 원리가 아니다. 재초환으로 공급이 실제 얼마나 줄어드는지, 그 감소가 시장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입증해야 비로소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다.

그 전까지 재초환 부담금 몇억원은 무엇보다 먼저 그 재건축 자산의 미래 순가치를 줄이는 숫자다.

그래서 나는 “6억8000만원을 내라고?”라는 탄식에서 조금 다른 것을 본다.

집값이 다시 오를까 두려워하는 수요자의 목소리보다,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재건축 프리미엄이 비용 앞에서 깎일까 두려워하는 보유자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그 두려움 자체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자기 재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그것을 이야기할 때는 정확한 언어를 쓰는 편이 낫다.

“재초환 때문에 내가 기대했던 재건축 이익이 줄어든다.”

그것이 가장 직접적인 사실이다.

그 대신 “이러면 공급이 줄어 결국 무주택자가 더 비싼 집을 사야 한다”는 긴 우회로를 먼저 꺼낼 필요는 없다.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있다면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믿음도 어쩌면 이것일 것이다.

어떤 비용이 생겨도 결국 다음 사람이 더 비싸게 사줄 것이라는 믿음.

미션도 손봐야 하고, 타이밍벨트도 갈아야 하고, 누유도 잡아야 하고, 새 환경규제 때문에 정화장치까지 달아야 하는 중고차라면 우리는 그 비용부터 계산한다.

이제 오래된 아파트를 볼 때도 그렇게 계산해야 할 시대가 오고 있다.

앞으로 얼마가 오를지를 묻기 전에, 앞으로 얼마가 들어갈지를 먼저 묻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