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시영이 묻는 주택 소유의 비용… 재건축은 보너스가 아니다
마포 성산시영은 1986년 준공 후 약 40년이 지나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기존 3,710가구를 4,823가구로 늘리는 계획을 세웠지만, 서울시 환경영향평가에서 12개 항목 301건의 지적을 받으며 제동이 걸렸다. 재건축에 우호적인 오세훈 시장 체제에서도 이런 판단이 나온 것은 재건축 자체와 도시·환경 기준 준수는 별개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재건축에서 세대수를 늘리는 것은 누군가가 조합원의 비용을 대신 내주는 구조가 아니라, 기존 조합원이 가진 토지 소유권 지분을 더 많은 세대가 나누도록 재편하고 그 대가로 들어온 분양대금으로 건축비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행정 허가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추가 물량이 실제 시장에서 분양돼야 성공한다. 이제 우리 사회도 재건축을 ‘규제를 풀어 적은 돈으로 새집을 얻는 기회’로만 볼 것이 아니라, 주택 역시 언젠가 큰 교체비용이 발생하는 자산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장기적인 자산계획 속에서 대비하는 문화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마포 성산시영아파트가 재건축 절차의 초입에서 서울시로부터 강한 제동을 받았다. 1986년 준공된 3,710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최고 46층, 4,823가구로 재건축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해 서울시는 12개 항목에서 무려 301건의 지적을 내놓았다. 특히 기부채납 공원 등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자연지반녹지 감소를 눈가림하려 한 정황에 대해 “평가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이례적으로 강한 경고를 날렸다. 재건축에 우호적인 오세훈 시장 체제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시가 재건축을 막는다기보다, 아무리 주택 공급이 시급해도 도시와 환경의 기본 기준마저 건너뛸 수는 없다는 선을 그은 것이다.
우리는 왜 재건축을 할 때마다 세대수를 늘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까. 성산시영만 해도 1,000가구가 넘는 주택을 추가하려 한다. 일반분양 수입으로 조합원 분담금을 낮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구조의 실상을 정확히 봐야 한다. 일반분양이 늘어난다는 것은 기존 소유자들이 가진 토지 소유권(대지권)을 나누어 팔아 새 집 건설비를 충당하는 지분 교환이다. 현금 부담은 줄어들지 몰라도, 단지 내 인구밀도가 높아져 녹지·조망·일조·교통을 놓고 더 많은 사람과 경쟁해야 한다. 더욱이 추가된 물량이 시장에서 제값에 팔리지 않으면 장부상 존재하던 ‘사업성’은 순식간에 신기루가 된다. 세대수 확대는 무적의 보너스가 아니라 시장 위험을 동반한 하나의 전략일 뿐이다.
자동차는 오래될수록 교체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영원한 건물은 없으며, 30~40년이 지나면 막대한 재건축 비용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주택의 가격 상승에만 민감했을 뿐, 물리적 수명과 미래 교체비용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무관심했다. 그리고 막상 재건축 때가 되면 오직 ‘얼마나 세대수를 늘려 내 돈을 안 들일 것인가’만 계산한다. 꼼수를 써서라도 세대수를 늘려야만 공사가 가능한 구조, 이것이 과연 정상인가. 아파트를 산다는 것은 수십 년 후 재건축 비용이 발생하는 자산을 보유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래의 교체비용을 자산계획에 반영하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재건축을 바라보는 태도도 달라질 수 있다.
1980~90년대에 공급된 아파트들이 차례로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그때마다 용적률을 쥐어짜고 세대수를 늘려야만 재건축이 가능하다면, 그 모델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필요하다면 조합원 스스로 비용을 더 내더라도 쾌적한 단지를 유지하는 선택지가 열려야 한다. 재건축을 규제를 풀어 얻어내는 일종의 '공짜 보너스'로 여길 것이 아니라, 내 오래된 자산을 새로 만드는 '비용의 문제'로 직시해야 할 때다. 이제는 주택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틀 자체를 바꿀 시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