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비의 역설…공인중개사협회가 중개수수료를 스스로 쪼개기 시작했다

공인중개사협회가 임장비 도입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거래 감소와 수익성 악화가 있다. 그동안 중개업계는 거래 성사 때 받는 중개보수로 상담과 임장, 실패한 거래의 비용까지 함께 충당해왔지만, 부동산 거래가 줄고 폐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임장 자체에 가격을 붙이려는 것이다. 문제는 소비자에게 당근부동산 같은 직거래·온라인 플랫폼이라는 대체재가 이미 생겼다는 점이다. 당근 이용자 조사에서는 실제 거래자의 43.7%가 직거래를 이용했고, 계약 전 평균 3.8곳을 방문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비용을 더 받는 것이 수익 개선책이 될지, 오히려 소비자의 중개서비스 이탈을 부추길지는 시장이 판단할 일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임장에 별도 가격표를 붙이는 순간 기존 거래금액 연동 중개보수 역시 “도대체 무엇의 대가인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임장비가 기존 중개보수 체계를 지키는 카드가 아니라 오히려 서비스별 가격 경쟁을 촉발하는 시작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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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부동산 중개업에는 나름 잘 작동하는 가격 체계가 있었다.

거래가 성사되면 거래금액에 일정 요율을 적용해 중개보수를 받았다. 법적으로는 상한요율이고 당사자 간 협의가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상한요율이 사실상 시장의 기준가격처럼 기능해온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담합 논란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됐다. 그것을 공인중개사협회의 역량이라고 불러도 좋고, 업계의 관행이라고 불러도 좋다.

중요한 것은 그 가격 체계가 그동안은 굴러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굴러갈 수 있었던 이유도 단순하다. 거래가 성사됐을 때 받는 중개보수 안에서 임장을 비롯한 여러 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 집을 다섯 채 보여줬는데 계약하지 않았다고 다섯 번의 비용을 청구하지 않았다. 상담을 해주고, 매물을 찾고, 차를 타고 돌아다니고, 몇 번이나 집을 보여줬는데 결국 다른 중개사무소에서 계약해도 돈을 받지 않았다.

그 비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결국 계약에 성공한 거래에서 받은 중개보수가 계약에 실패한 수많은 상담과 임장 비용까지 함께 메워주는 구조였다.

거래가 활발할 때는 그럭저럭 굴러갔다.

부동산 활황기에는 거래가 많았고 중개업에 새로 뛰어드는 사람도 많았다. 특히 몇 년 전 집값과 거래량이 함께 뜨거웠던 시기에는 중개사무소도 우후죽순 생겼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2025년 전국에서 새로 문을 연 공인중개사는 9,150명이었다. 반면 폐업은 1만1,297명, 휴업은 1,198명이었다. 신규 개업자는 1998년 이후 가장 적었고, 2025년 말 실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도 10만9,320명으로 1년 전보다 2,474명 줄었다. 폐·휴업이 신규 개업보다 많은 상태는 2023년 2월 이후 계속되고 있다.

2026년 1월에도 신규 개업은 871곳이었는데 폐·휴업은 972곳이었다. 순감소 흐름이 36개월째 이어진 것이다.

몇 년 전 활황기에 시장에 들어왔던 사람 가운데 일부는 이미 떠났고, 남아 있는 사람 중 상당수도 예전 같은 거래량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니 협회도 뭔가는 해야 할 것이다.

거래가 줄었는데 지금까지처럼 계약이 성사될 때만 돈을 받자니 힘들다. 그렇다면 계약과 관계없이 실제 노동력이 투입되는 서비스에 별도의 가격을 붙여보자는 생각이 나올 수 있다.

마침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가장 어려워 보이는 서비스가 하나 있다.

사람을 데리고 실제 집에 가서 문을 열고 보여주는 일, 바로 임장이다.

그래서 임장비라는 카드를 꺼낸 모양이다.

나는 이걸 굳이 비난할 생각은 없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서비스에 가격을 매기겠다는데 그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무료로 제공하던 것을 앞으로는 유료로 제공하겠다는 것도 사업자의 선택이다.

받고 싶으면 받아보면 된다.

다만 잘 될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중개업계의 상황이 나빠졌다고 해서 소비자의 중개서비스 수요가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거래 자체가 줄어든 데다 소비자에게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대체재가 생겼다.

대표적인 것이 당근 같은 플랫폼이다.

당근부동산에서는 공인중개사가 올린 매물과 개인이 올린 직거래 매물을 함께 볼 수 있다. 집주인 인증과 등기부등본 조회 같은 기능도 제공한다. 당근은 자사 지역생활 플랫폼을 매달 약 900만 명이 이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조금 더 흥미로운 숫자도 있다.

당근이 2026년 5월 자사 서비스를 통해 실제 부동산 거래를 마친 이용자 971명을 조사했더니 공인중개사를 통한 거래는 56.3%, 직거래는 43.7%였다.

물론 당근을 이용해 거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따라서 대한민국 전체 부동산 거래의 43.7%가 직거래라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적어도 중개서비스의 대체재가 이론 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보여준다.

이들은 집을 구하는 데 평균 2.4개월을 사용했고 계약하기 전에 평균 3.8곳을 직접 방문했다. 매매 계약자는 평균 4.3곳, 전세 계약자는 4.1곳, 월세 계약자는 3.5곳을 방문했다.

임장비가 생긴다면 소비자는 당연히 그 숫자에 가격을 곱하기 시작할 것이다.

임장 한 번에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한 번으로 집을 결정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 결국 총비용을 계산하게 된다. 그 비용보다 중개사를 이용해 집을 보는 편익이 크다고 생각하면 이용할 것이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방문 횟수를 줄이거나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것이 시장이다.

오히려 임장비 도입에서 내가 더 흥미롭게 보는 것은 다른 부분이다.

지금까지 중개사가 여러 차례 집을 보여줬다면 소비자에게도 어느 정도의 심리적 부채가 생겼다.

몇 시간씩 함께 돌아다니며 집을 보여준 중개사를 놔두고 집주인과 직접 계약하거나 다른 중개사를 통해 계약하는 것이 어딘가 미안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왜냐하면 소비자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개사는 내가 여기서 계약해야 돈을 받는다는 것을.

그런데 임장에 정식으로 가격표를 붙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임장의 대가는 이미 지불했다.

그렇다면 중개사를 통해 집을 보고 설명을 들은 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으면 계약은 당사자끼리 직거래로 해도 된다. 적어도 그 중개사에게 미안할 이유는 지금보다 훨씬 줄어든다.

집을 보여준 값은 이미 냈기 때문이다.

“임장은 중개사에게 돈을 내고 이용했으니, 계약은 내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논리적으로 이상할 것이 없다.

임장이라는 서비스와 계약 중개라는 서비스를 업계 스스로 분리해서 각각 가격을 매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임장부터 계약까지 하나의 중개 과정으로 묶여 있었다. 중간 과정에서는 돈을 받지 않는 대신 마지막 거래가 성사됐을 때 비교적 큰 중개보수를 받는 구조였다.

그런데 앞단의 서비스에 하나씩 가격표를 붙이기 시작하면 소비자 역시 중개서비스를 하나의 묶음 상품이 아니라 개별 상품으로 보기 시작한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중개업계가 스스로 원스톱 플랫폼의 성격을 포기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공인중개사의 가장 큰 강점 가운데 하나는 매물을 찾고, 집을 보여주고, 권리를 확인하고, 가격을 협상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거래를 마무리하는 전 과정을 한곳에서 처리한다는 데 있었다.

소비자는 중개사무소 하나만 찾아가면 됐다.

그런데 임장에는 임장료, 권리분석에는 분석료, 계약에는 중개보수라는 식으로 각각의 서비스를 분리하기 시작하면 소비자도 굳이 모든 과정을 한 중개사에게 맡길 이유가 없어진다.

플랫폼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매물을 보여주는 데서 시작해 집주인 인증을 붙이고, 등기 확인 기능을 붙이고, 직거래 기능을 붙이면서 가능한 한 많은 서비스를 한곳으로 모으려 한다.

플랫폼은 서비스를 하나씩 더 붙여 원스톱으로 가고 있는데, 중개업계는 서비스를 하나씩 떼어내 가격표를 붙이려는 셈이다.

물론 그것도 하나의 사업 전략이다.

다만 서비스가 쪼개지면 소비자의 구매 방식도 쪼개진다.

임장료는 얼마.

권리분석은 얼마.

계약서 작성은 얼마.

가격 협상은 얼마.

그리고 필요한 것만 골라서 구매하면 된다.

임장은 중개사에게 맡기고 계약서는 직거래로 작성할 수도 있다.

권리분석은 별도의 전문가에게 맡기고 계약만 중개사를 이용할 수도 있다.

계약서 작성만 필요한 사람은 그 서비스만 찾게 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거래가격에 비례해서 받는 기존 중개보수는 정확히 무엇의 대가인가.

지금까지 비교적 높은 중개보수를 설명할 수 있었던 논리 가운데 하나는 그 안에 계약 한 건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수많은 전화 상담과 매물 확인, 현장 방문,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은 임장까지 모두 포함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임장의 비용을 별도로 받는다면 기존 중개보수에서 그 비용은 빠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생기는 것도 자연스럽다.

임장에 돈을 받는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서비스마다 가격을 붙이는 것이 더 투명한 가격 체계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그렇게 하려면 소비자도 서비스를 분리해서 구매할 수 있다는 결과까지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 순간 거래가격 몇 억원짜리 집이니 중개보수도 그에 비례해야 한다는 기존 방식 역시 다른 서비스들과 가격 경쟁을 해야 한다.

그래서 임장비가 흥미롭다.

협회 입장에서는 거래 감소로 어려워진 중개업계에 새로운 수입원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일 것이다. 지금까지 공짜로 제공하던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받겠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그런데 그것이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거래 수요는 줄어들고 있고, 몇 년 전 늘어난 중개업소의 후유증은 아직 남아 있으며, 소비자에게는 온라인 플랫폼과 직거래라는 대체재까지 생겨났다.

그런 상황에서 기존 중개보수는 그대로 둔 채 새로운 가격표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 수익성 개선책이 될지, 아니면 소비자에게 중개사무소를 한 번 덜 찾아갈 이유를 하나 더 만들어줄지는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어쩌면 임장비 자체보다 더 큰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중개서비스를 하나씩 분리해 가격을 매기기 시작하는 순간, 지금까지 하나로 묶여 있던 중개서비스의 가격 구조 전체가 경쟁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장비를 받겠다고 만든 제도가 오히려 기존 중개보수 체계를 흔드는 첫 단추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것도 나쁠 것은 없다.

가격 체계가 정말 합리적이라면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어차피 부동산 시장은 유난히 수요와 공급을 좋아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임장비라고 예외일 이유도 없다.

가격을 붙여보면 된다.

소비자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낼 것이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안 낼 것이다.

나는 임장비를 환영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다.

그냥 알아서 해보면 된다.

다만 거래는 줄고 있고 대체재는 늘고 있다.

플랫폼은 원스톱을 향해 가고 있는데, 중개업계가 스스로 원스톱의 장점을 내려놓고 서비스를 쪼개는 선택을 하겠다면 그것 역시 시장에서 시험받을 일이다.

새로운 가격표 하나를 더 붙이는 것이 묘수가 될지, 회의실 안에서만 그럴듯했던 탁상공론이 될지는 수요와 공급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업계가 알아서 잘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