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과 부당이득 사이의 흐릿한 경계 - 가격은 원가만큼 오르지 않는다

물가는 원가 상승분만큼 정확히 오르지 않는다. 공급망 충격이 시작되면 원재료비·인건비·환율·운송비 같은 실제 비용 상승뿐 아니라 미래 비용에 대한 기대, 과거에 줄어든 마진의 회복, 경쟁 상황, 주변 업체의 가격 인상, 소비자의 수용 심리까지 함께 가격에 반영된다. 그래서 김밥 한 줄이 500원 올랐다고 해서 정확히 500원의 비용 증가가 있었던 것은 아니며, 그 500원 가운데 어디까지가 정당한 원가 전가이고 어디서부터가 과도한 마진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특히 수요가 비탄력적이거나 과점 시장에서는 이런 파동이 더 크게 증폭될 수 있다. 결국 인플레이션은 개별 비용의 단순한 합계가 아니라 공급망을 따라 퍼지고 증폭되는 사회적 가격 조정의 파동이며, 우리가 ‘부당함’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대개 그 거대한 파동 가운데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 일부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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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는 정확히 오르지 않는다

물가는 정확히 오르지 않는다.

김밥 한 줄 가격이 500원 올랐다고 해보자. 그 김밥 한 줄에 들어가는 쌀과 김, 단무지와 계란, 인건비와 임대료, 전기료와 배달비를 모두 합산했더니 정확히 500원의 인상 요인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제 장사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원가가 137원 올랐다고 가격을 137원 올리는 식으로 시장은 반응하지 않는다. 가게 주인은 주변 가게의 가격을 보고, 손님이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지를 가늠하고, 앞으로 원가가 더 오를 가능성을 생각한다. 지난 몇 년 동안 가격을 올리지 못해 줄어든 마진까지 한꺼번에 회복하려 할 수도 있다. 그래서 4,000원짜리 김밥은 4,137원이 아니라 4,500원이 된다.

이 500원 가운데 얼마가 원가 상승이고, 얼마가 미래의 위험에 대한 대비이며, 얼마가 마진 회복이고, 얼마가 단순히 “지금은 올려도 되는 분위기”에 편승한 것인지 정확히 분해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가 상승기에는 이런 일이 사회 전체에서 동시에 벌어진다.

처음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환율이 뛰고, 운송비가 증가한다. 공급망이 흔들리고 원재료가 부족해진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설명하기 쉽다.

그러나 그 충격이 경제 전체로 퍼지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식당은 재료비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고, 납품업체는 인건비와 운송비 상승을 이유로 단가를 올린다. 건물주는 관리비 상승을 말하고, 서비스업자는 임금과 임대료를 말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실제 비용의 변화를 하나하나 계산하기보다 “요즘은 다 오른다”는 사실 자체를 가격 결정의 근거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물가 상승은 그렇게 원인에서 결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한 번 형성된 물가 상승의 분위기가 다시 새로운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된다.

평소라면 500원 인상을 망설였을 김밥집도 주변 가게가 모두 가격을 올렸다면 부담이 줄어든다. 소비자 역시 예전 같으면 민감하게 반응했을 가격 인상을 “요즘 물가가 다 그렇지”라며 받아들인다. 가격을 올렸을 때 잃게 될 고객의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이때부터 물가는 단순한 원가의 합계가 아니다. 기대와 심리, 경쟁 상황과 시장구조, 미래 위험에 대한 판단이 모두 가격에 들어간다.

그래서 물가 상승에는 일종의 파동이 있다.

외부 충격이 물가를 밀어 올리면 그 충격이 공급망을 따라 전달된다. 그런데 각 단계에서 그 충격은 정확히 같은 크기로 전달되지 않는다. 어떤 곳에서는 일부가 흡수되고, 어떤 곳에서는 더 크게 증폭된다. 가격을 오랫동안 동결했던 업체는 이번 기회에 한꺼번에 가격을 조정한다. 미래의 비용 상승을 걱정하는 업체는 미리 가격을 올린다. 경쟁이 약한 시장에서는 비용 하락분이 소비자 가격에 늦게 반영되기도 한다.

결국 최초의 충격보다 더 크고 불규칙한 가격의 파동이 경제 전체를 통과할 수 있다.

여기에서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

우리는 그 파동 속에서 종종 ‘부당함’을 발견한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관세를 낮춰줬는데도 수입업체가 판매가격을 내리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제유가가 떨어졌는데 주유소 가격은 왜 빨리 내려가지 않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원재료 가격은 이미 안정됐는데 식품 가격은 왜 그대로냐는 질문도 반복된다.

이런 문제 제기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거나 공급자가 소수인 시장에서는 가격을 높게 유지해도 소비자가 쉽게 구매를 줄이거나 다른 공급자로 이동하기 어렵다. 경쟁시장의 자정 기능이 약해지는 것이다. 정부의 세제 지원이나 관세 인하로 발생한 비용 절감이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고 기업의 추가 마진으로 남을 가능성도 커진다.

이런 경우에는 분명 ‘부당하다’는 평가가 가능한 영역이 존재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조심해야 한다.

부당하다는 것과 불법이라는 것은 다르다. 높은 이윤과 탈세도 다르고, 비용 절감분을 가격에 모두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과 담합 역시 전혀 다른 문제다.

사업자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영업의 영역이다. 재고를 언제 팔지, 가격을 얼마에 정할지, 향후 비용 상승을 얼마나 선반영할지를 판단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사업자의 몫이다.

다만 그 영업의 영역과 사회적으로 부당하다고 평가되는 영역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합법적인 행동이면서 동시에 부당하다고 느껴질 수 있고, 영업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면서 사회 전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의 파동이 격렬할수록 이 두 영역의 경계가 더욱 흐려진다는 데 있다.

김밥집의 500원 인상 가운데 얼마까지가 정당한 가격 인상이고 어디에서부터 부당한 인상인지 말하기 어렵듯이, 거대한 공급망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정유사도, 식품회사도, 수입업체도, 유통업체도 각자의 원가와 위험, 재고와 경쟁 상황을 고려해 가격을 결정한다. 그 결과 일부 기업은 예상보다 많은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익 전체를 사후적으로 바라보면서 “원래 소비자에게 돌아갔어야 할 돈”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것은 대개 이 거대한 물가 파동의 일부다.

수많은 가격 결정 가운데 증거가 명확하거나 설명하기 쉬운 사례에 조명이 비춰진다. 허위 수입가격 신고가 발견되기도 하고, 관세 혜택을 받은 뒤에도 가격을 유지한 업체가 지목되기도 한다. 시장지배력을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 조명이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조명을 받은 일부가 파동 전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물가 상승기에 발생하는 초과이익의 상당 부분은 한 명의 악의적인 사업자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수많은 경제주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동시에 가격을 재설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물가 문제는 도덕의 언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누군가 탐욕스러워서 물가가 올랐다는 설명은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경제는 훨씬 복잡하다. 어떤 가격 인상은 비용 때문이다. 어떤 가격 인상은 위험 때문이다. 어떤 가격 인상은 마진 회복이고, 어떤 것은 시장지배력의 결과이며, 또 어떤 것은 단순히 다른 사람들이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가능해진 가격 인상이다.

그 모든 것이 같은 시기에 같은 가격표 위에 나타난다.

따라서 물가 상승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누가 얼마나 부당하게 벌었는가”라는 질문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최초의 비용 충격이 공급망을 지나면서 어디에서 확대되었는가. 경쟁은 왜 그 확대를 억제하지 못했는가. 비용이 내려간 뒤에도 가격은 왜 유지되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 가운데 어느 부분이 정상적인 위험의 대가이고, 어느 부분이 시장구조가 만들어낸 초과이윤인가.

물가는 정확히 오르지 않는다.

정확한 원가만큼 오르지도 않고, 정확한 시점에 오르지도 않는다. 그리고 원가가 내려간다고 같은 속도로 내려오지도 않는다.

물가는 수많은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가격을 다시 정하는 과정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숫자의 상승인 동시에 하나의 사회적 파동이다.

그리고 우리가 ‘부당함’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개 그 거대한 파동 전체가 아니라, 그 안에서 잠시 조명을 받은 일부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