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원유 수출 98% 회복, 그런데 왜 유가는 100달러인가

JP모건은 중동 원유 수출량이 전쟁 이전의 98%까지 회복됐다고 추산했지만, 브렌트유는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 괴리는 현재의 고유가가 단순한 원유 물량 부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회 수송에 따른 운임·보험료 상승, 정제제품 공급 부족, 전쟁 기간 줄어든 재고, 실제 생산량 회복 지연, 그리고 호르무즈가 다시 막힐 수 있다는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동시에 가격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심 질문은 ‘정말 98%까지 회복됐는가’보다 ‘98%가 맞는데도 왜 유가는 100달러인가’이며, 이는 원유 흐름의 정상화와 석유시장 전체의 정상화가 서로 다른 문제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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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량은 정상화, 유가는 비정상…중동 원유시장의 새로운 위험

JP모건은 최근 중동의 원유 수출량이 하루 1,750만 배럴로 전쟁 이전의 98%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추산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상당한 정상화다. 실제로 이 발표 직후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브렌트유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시장에서 더 흥미로운 질문은 “정말 98%까지 회복됐는가”만이 아니다. 오히려 “98%가 맞다면, 유가는 왜 아직도 100달러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하다.

JP모건의 수치를 그대로 인정한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현재의 고유가는 단순히 원유 몇 배럴이 부족해서 생긴 현상이라고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남아 있는 2%의 수출을 복구한다고 해서 브렌트유가 전쟁 이전 가격으로 곧장 돌아간다는 보장도 없다. 문제의 중심이 이미 단순한 ‘수출량’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첫째, 수출량의 회복과 공급망의 정상화는 같은 말이 아니다.

지금 중동의 원유는 전쟁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호르무즈 통항이 제약되면서 홍해, 오만 해역, 파이프라인과 선박 간 환적 등 다양한 우회로가 동원되고 있다. JP모건 역시 호르무즈를 지나는 흐름이 상당 부분 회복됐지만, 이를 단순한 안전성 개선으로 보기보다 업계가 지속적인 위험 속에서 운항하는 능력을 키운 결과로 보고 있다.

같은 1배럴이 수출되더라도 운송거리와 시간이 늘어나고, 유조선 운임과 보험료가 상승하며, 환적 과정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런 비용이 브렌트 선물가격에 그대로 1대1로 붙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간 가격차와 원유 조달비용을 높이고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급을 제약한다.

즉 물량의 98% 회복이 공급체계 효율의 98% 회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둘째, 더욱 중요한 것은 원유와 석유제품 시장의 괴리다.

JP모건의 같은 분석에서 원유는 전쟁 전의 98%까지 회복했지만 디젤과 휘발유 등 석유제품 수출은 전쟁 전 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 원유 수출이 정상에 가까워졌다고 해서 에너지 시장 전체가 정상화됐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경제가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원유 그 자체가 아니라 상당 부분 휘발유, 경유, 항공유 같은 정제제품이다. 원유가 충분히 들어와도 정제시설이나 제품 운송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이용 가능한 에너지 공급은 여전히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병목은 상류 원유 공급에서 정유와 제품 공급이라는 하류 부문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전쟁을 견디는 과정에서 재고라는 완충장치가 약해졌다.

공급 충격이 처음 발생했을 때 시장은 기존 상업재고와 각국의 전략비축유를 이용해 부족분을 메울 수 있다. 그러나 충격이 몇 달 지속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재고를 계속 사용하면 결국 다음 공급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줄어든다.

전쟁 초기에는 수출 감소를 재고 방출로 보완하면서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고가 충분히 줄어든 뒤에는 수출량이 상당 부분 회복되더라도 시장이 쉽게 안심하지 못한다.

수도관에서 물이 다시 정상에 가깝게 나오기 시작했더라도 그동안 저수조를 상당히 비워버렸다면, 수도관이 다시 한 번 막힐 가능성에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넷째, 수출과 생산도 구별해야 한다.

최근 며칠간 수출 흐름이 전쟁 이전 수준에 가까워졌다는 사실과 세계 원유 생산능력이나 산유국의 실제 생산이 완전히 정상화됐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수출량이 빠르게 회복된 데에는 이미 생산해놓은 원유, 저장시설의 재고, 물류경로 전환 등 여러 요소가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수출량만 보고 중동의 원유 공급능력 전체가 전쟁 전으로 돌아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마지막으로 가장 눈에 보이지 않는 변수는 미래의 공급위험이다.

석유 가격은 오늘 항구를 떠나는 원유만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다. 내일 호르무즈가 다시 막힐 가능성, 유조선이 공격받을 가능성, 파이프라인이 다시 파괴될 가능성, 협상이 실패할 가능성까지 함께 거래한다.

물리적 공급이 회복되더라도 시장이 “언제든 다시 끊길 수 있다”고 판단하면 위험 프리미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 공급량뿐 아니라 공급의 안정성 자체가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은 역설적이다.

만약 JP모건의 98%가 과대평가된 숫자라면 설명은 비교적 간단하다. 실제 공급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유가가 높은 것이다. 수출이 추가로 정상화되면 가격이 내려갈 여지도 남아 있다.

하지만 98%가 정말 정확하다면 질문은 더 무거워진다.

시장에는 이미 대부분의 원유가 다시 들어오고 있는데도 브렌트유가 100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가격을 떠받치는 힘은 단순한 원유 물량 부족을 넘어 비정상적으로 높은 운송비용, 부족한 석유제품, 감소한 재고, 낮은 실제 생산량, 그리고 재차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위험 프리미엄의 결합일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98%’라는 숫자보다 ‘98%인데도 왜 100달러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다.

수출량이 정상화되고도 가격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시장이 겪고 있는 문제는 단순한 호르무즈 봉쇄만이 아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전쟁이 세계 석유 공급망의 비용구조와 재고, 정제능력, 위험평가 자체를 바꾸어놓았을 가능성을 봐야 한다.

그렇다면 호르무즈가 완전히 다시 열리는 날이 오더라도 유가가 전쟁 전 수준으로 즉시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원유의 ‘흐름’이 회복되는 것과 석유시장의 ‘정상’이 회복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