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입지의 가치, 목동은 왜 다음 집을 만들지 못하는가
목동 재건축 논란은 단순히 49층 건축과 고도제한의 문제가 아니다. 좋은 학군과 입지로 오랜 기간 높은 가치를 만들어낸 지역이라면, 그 가치가 낡은 주거를 다시 만드는 비용으로 얼마나 축적되었는지 묻는 문제다. 재건축 과정에서 세대수 증가와 일반분양 확대가 사업성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되지만, 세대를 거듭할수록 대지지분을 줄이는 방식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한 해법인지 고민해야 한다. 주택은 소비재이면서 동시에 자본재이며, 감가상각과 재투자 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장기적인 주거 가치가 완성된다.
목동 사람들은 자기 돈으로는 재건축을 못 하나
목동 재건축을 둘러싼 이야기를 보면 반복해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사업성, 용적률, 세대수 증가, 일반분양 물량, 그리고 고도제한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일대는 현재 최고 49층 규모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2030년 11월 21일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국제 기준인 장애물 제한표면(OLS)이 변수로 떠올랐다. 새로운 기준이 적용되면 기존에 계획한 건물 높이나 배치를 다시 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업시행인가 등 인허가 절차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근본적인 질문 하나가 생긴다.
"오랫동안 높은 주거 가치를 누려온 지역이라면, 왜 자기 돈으로 낡은 집을 다시 짓지 못하는가?"
목동은 대표적인 학군지다. 많은 가정이 자녀 교육을 위해 이 지역을 선택했고, 목동이라는 이름에는 교육 환경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었다.
그렇다면 그 프리미엄의 경제적 결과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교육의 목적은 단순히 지식 습득에만 있지 않다. 많은 가정은 더 나은 대학, 더 좋은 직업, 더 높은 소득 가능성을 기대하며 교육에 투자한다.
경제적으로 보면 소득에서 소비를 뺀 것이 저축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어떤 선택이 경제적으로 의미가 있으려면, 그 선택이 만들어낸 편익이 현재의 소비뿐 아니라 미래의 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주택도 예외가 아니다.
단독주택에 살면서 직장과 가까워 더 높은 소득을 얻고, 좋은 생활 환경을 누린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그 집에서 얻는 편익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집은 시간이 지나면 낡는다.
지붕은 교체해야 하고, 외벽은 보수해야 하며, 언젠가는 다시 지어야 한다. 따라서 그곳에 계속 머물 가치가 있으려면, 그 공간이 주는 편익이 생활비뿐 아니라 감가상각과 미래 교체 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
회계에서 기업이 기계를 사용할 때 감가상각을 비용으로 반영하는 이유도 같다. 기계가 만들어낸 매출만 보고 수익이라고 하지 않는다. 언젠가 교체해야 할 비용까지 반영해야 실제 수익성을 알 수 있다.
주택 역시 하나의 자본재다.
그런데 목동 재건축 논의에서는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낡은 아파트를 새로 짓는 비용을 기존 소유자가 부담하기보다는, 최고 49층 규모로 높이고 세대수를 늘려 일반분양 물량을 확보해야 사업성이 나온다는 설명이 나온다.
결국 질문은 여기로 돌아온다.
그동안 목동이라는 지역이 만들어낸 가치 중에서, 다음 주거를 재생산하기 위한 비용은 얼마나 축적되어 있었는가.
물론 서울 주택 가격 상승을 교육 효과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서울이라는 공간의 희소성, 토지 가치 상승, 교통과 생활 인프라, 공급 제한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작용했다.
하지만 토지가 높은 가치를 만들어냈다면, 그 가치는 어디에 남아 있는가라는 질문은 가능하다.
목동 거주자는 교육 환경이라는 편익을 얻었다. 주택 소유자는 오랜 기간 자산 가치 상승을 경험했다.
그렇다면 그 가치 중 일부는 낡은 주거를 다시 만드는 비용으로 연결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재건축은 결국 비용의 문제다.
조합원이 부담금을 더 내는 방식도 있고, 일반분양 수익으로 일부를 충당하는 방식도 있다. 용적률 완화와 세대수 증가는 부족한 재원을 보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세대수를 늘리는 방식이 언제까지 사업성이라는 이름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세대를 거듭할수록 한 사람이 차지하는 대지지분을 줄여가며 새 아파트를 만드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 재건축인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더 많은 세대를 넣으면 사업비는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개인에게 돌아가는 토지의 몫은 줄어든다. 미래 세대는 더 높은 밀도의 주거를 받아들이는 대신, 더 적은 토지 지분을 갖게 된다.
즉 지금의 재건축 논쟁은 단순히 "몇 층까지 올릴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발생한 입지 가치와 토지 지대가 어떻게 축적되고, 어떻게 다시 주거 공간을 유지하는 비용으로 돌아가는가의 문제다.
좋은 지역에 사는 것은 분명 편익이 있다.
하지만 좋은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미래 비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택은 언젠가 낡는다.
그리고 낡은 주택을 다시 만드는 비용은 결국 누군가가 부담해야 한다.
재건축의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그 땅이 오랫동안 만들어낸 가치가 과연 다음 주거를 스스로 만들어낼 만큼 축적되어 있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