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시작한 단기전의 역설… 이란은 왜 6월 MOU를 꺼냈나

미국은 이란을 군사·금융·원유 압박으로 단기간에 굴복시키고 더 유리한 협상조건을 얻으려 했지만, 트럼프가 “몇 주면 끝난다”고 공언하면서 장기전을 원치 않는다는 약점을 스스로 드러냈다. 이란은 군사적으로 미국을 이기기보다 오래 버티며 호르무즈 불안과 제한적 보복으로 미국의 정치적·경제적 비용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고, 결국 전쟁은 장기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페제시키안이 “6월 MOU로 돌아가자”고 제안한 것은 단순한 휴전 요청이 아니다.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면 지난 수개월의 전쟁과 압박으로 무엇을 더 얻었는지 설명해야 하고, 거절하면 이미 합의했던 평화를 왜 거부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미국이 이란에게 사용하려 했던 ‘선택지를 줄여 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는 방식’을 이제 이란이 미국에게 되돌려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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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MOU로 돌아가자”는 말의 진짜 의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최근 반복하는 제안은 단순하다. 미국이 지난 6월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를 준수하면 이란도 즉각 상응하겠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휴전 제안이지만, 지난 6개월의 전쟁을 돌아보면 의미는 훨씬 무겁다. “6월 MOU로 돌아가자”는 말은 단순히 총을 멈추자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이란이 이미 한 차례 도달했던 거래의 지점으로 돌아가자는 제안이다.

그래서 미국은 이를 받기도 어렵고, 거절하기도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을 선택해도 트럼프가 처음 약속했던 단기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이다.

6월 MOU는 단순한 정전문서가 아니었다. 미국의 해상봉쇄 해제와 이란의 호르무즈 안전통항 보장, 이란산 원유 수출과 제재 완화, 핵·안보 문제 협상이 서로 묶여 있었다. 미국은 호르무즈와 핵 문제에서 양보를 얻고, 이란은 원유와 금융에서 숨통을 얻는 교환이었다.

이 구조는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무엇을 원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해관계는 처음부터 완전히 같을 필요가 없었다. 이스라엘에게 이란의 군사능력 자체를 장기간 훼손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미국은 이란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고도 핵을 억제하고 호르무즈를 안정시키며 미국 중심의 경제질서 안으로 다시 밀어 넣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었다.

여기서 달러패권의 의미가 드러난다.

달러패권은 단순히 세계가 달러를 많이 쓰는 현상이 아니다. 미국은 달러와 금융망, 시장 접근권, 제재, 해운과 군사력을 결합해 상대국의 경제적 선택지를 줄일 수 있다.

이란이 원유를 가지고 있어도 팔 수 없으면 의미가 없다. 팔더라도 대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면 마찬가지다. 중국 기업이 이란산 원유를 사는 순간 미국 금융시장 접근을 잃을 수 있다면 미국은 석유를 직접 소유하지 않고도 거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의 행동은 이 구조와 상당히 일치한다.

이란 원유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압박하고, 중국에는 이란산 원유 의존을 줄이라고 요구하면서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제안했다. 이란의 동결자산을 풀어주는 문제와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연결하려는 발언도 나왔다.

강하게 압박하고, 상대의 자산을 자유롭게 현금화하지 못하게 하고, 거래 상대방까지 압박한 뒤 그 압박을 풀어주는 것을 협상상품으로 만든다.

목표는 반드시 상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힘의 격차를 최대한 벌린 뒤 그 격차를 거래조건으로 바꾸는 것이다.

마두로 사건 역시 이 연장선에서 볼 여지가 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전혀 다른 사례지만, 미국의 행동을 경제적 결과라는 측면에서 보면 공통점이 있다. 중요한 것은 원유를 누가 소유하느냐만이 아니라 누가 사고, 어떤 금융망으로 돈이 이동하며, 그 돈을 어디에 쓸 수 있느냐다.

그런데 미국은 이번 전쟁을 시작하면서 결정적인 약점 하나를 스스로 공개했다.

시간이다.

트럼프는 개전 초기에 전쟁이 몇 주면 끝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국 청중에게 이는 중요한 약속이었다. 또 하나의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때리고 원하는 것을 얻은 뒤 빠르게 끝내는 전쟁이어야 했다.

하지만 그 말을 테헤란도 듣고 있었다.

미국은 사실상 이렇게 말한 셈이다.

“우리는 압도적으로 강하지만 오래 싸우고 싶지는 않다.”

군사력의 격차는 이란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장기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중요한 정보였다.

그 순간 이란은 미국을 군사적으로 이길 필요가 없어졌다. 미국이 예상한 몇 주보다 오래 버티면 됐다.

미국은 이란의 경제적 인내심이 먼저 무너질 것이라고 계산했고, 이란은 미국의 정치적 인내심이 먼저 무너질 수 있다고 계산했다.

미국은 이란의 경제적 시간을 공격했다. 원유수출을 막고 금융망을 조였다.

이란은 미국의 정치적 시간을 공격했다. 호르무즈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제한적인 군사행동을 이어가며 미국이 전쟁을 지속하는 비용을 높였다.

미국은 강한 이란과 싸운 것이 아니라, 오래 버티는 이란과 싸우게 된 것이다.

그래서 최근 미국이 다시 먼저 군사공격에 나선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정말 이란을 경제적으로 고사시키면 되고 시간이 미국 편이라면 기다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이란의 원유수출과 경제상황이 악화될수록 미국의 협상력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은 기다리지 않았다.

이란의 발사대를 다시 공격했고, 이란이 보복하자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이는 간단한 질문을 남긴다.

고사시키면 되는 쪽이 왜 먼저 때렸는가.

이란을 기다리게 만드는 동안 미국도 비용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불안은 유가와 물가를 자극하고, 미군을 중동에 묶으며, 전쟁이 길어질수록 국내정치적 부담도 커진다.

결국 이 전쟁은 미국이 이란을 일방적으로 고사시키는 게임이 아니다.

미국은 이란의 경제적 시간을 공격하고 있고, 이란은 미국의 정치적 시간을 공격하고 있다.

바로 이때 페제시키안이 6월 MOU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 제안이 영리한 것은 새로운 양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패배를 인정하라고 하지도 않고, 배상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말한다.

“당신도 이미 동의했던 곳으로 돌아가자.”

그러나 미국이 이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문제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6월 MOU가 흔들린 이유부터가 단순하지 않았다. 호르무즈 통항의 범위, 봉쇄 해제의 수준, 이란 원유 수출의 허용 범위, 제재 완화의 순서와 핵·안보 조건 등 구체적인 이행방식을 두고 양측의 해석이 충돌했다.

따라서 미국이 “MOU 복귀”를 받아들이더라도 곧바로 평화가 오는 것이 아니다.

다시 세부조항을 놓고 실랑이가 시작될 것이다. 누가 먼저 무엇을 이행할 것인지, 어느 수준까지 양보할 것인지, 상대가 약속을 지켰다고 누가 판단할 것인지가 다시 문제가 된다.

그리고 그 협상이 실패하면 다시 봉쇄와 회색지대 충돌, 제한공습과 보복이 반복될 위험도 있다.

즉 미국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선택은 지난 6월로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지난 6월부터 풀지 못했던 문제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6개월 동안 군사공격과 봉쇄, 제재에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다시 6월 조건으로 돌아간다면 또 다른 질문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지난 6개월 동안 무엇을 더 얻었는가.

강하게 압박하면 더 나은 조건으로 이란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했는데, 결국 다시 처음의 협상 테이블에서 세부조항을 놓고 씨름해야 한다면 전쟁의 성과를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거절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MOU를 거부하면 현재의 봉쇄와 군사적 긴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이란 경제가 더 큰 고통을 받겠지만 미국 역시 호르무즈 불안, 유가와 물가, 군사비, 무기 재고, 중동 주둔 부담을 계속 떠안아야 한다.

그리고 이란은 시간이 흐르는 것 자체를 미국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결국 미국 앞에는 편한 선택지가 없다.

MOU를 받으면 긴 협상이 시작되고, 협상이 깨지면 다시 무력충돌로 돌아갈 수 있다.

MOU를 받지 않으면 지금의 경제적·군사적 비용을 계속 치러야 한다.

둘의 공통점은 하나다.

장기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것이 트럼프에게 특히 아픈 지점이다.

전쟁을 시작할 때 그가 미국 국민에게 약속한 핵심은 단순히 승리가 아니었다.

빠른 승리였다.

그런데 지금 이란이 내놓은 선택지에는 빠른 해결책이 없다.

합의해도 긴 협상이 남는다.

합의하지 않아도 긴 대치가 남는다.

군사적으로 더 강하게 공격하면 이란의 보복과 확전이라는 또 다른 장기전의 문이 열린다.

결국 미국이 처음 상대에게 공개했던 약점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미국은 강하지만 오래 싸우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이제 이란은 그 약점을 이용해 미국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

이란의 제안은 외교적으로도 정교하다.

“새로운 조건을 달라”가 아니라 “미국이 이미 합의한 것을 지키면 우리도 지키겠다”고 말한다.

미국이 거절하면 이런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왜 6월에는 동의했고, 지금은 왜 합의를 거부하는가.

반대로 받아들이면 지난 6개월의 전쟁으로 무엇을 더 얻었으며, 이번에는 지난번과 달리 합의를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원래 상대의 선택지를 줄이는 것은 트럼프가 즐겨 사용해온 협상법이었다.

군사력과 제재, 금융과 시장을 이용해 상대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미국에 유리한 상황을 만든 뒤 협상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지금 이란이 그 방식을 미국에게 되돌려주고 있다.

이란이 미국을 이겼다는 뜻은 아니다. 군사력의 격차는 압도적이고 경제적으로 더 큰 고통을 받는 쪽도 이란이다.

하지만 패권국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목표물을 파괴했느냐만이 아니다.

그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의 행동을 얼마나 빠르고 적은 비용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바꿨느냐가 더 중요하다.

몇 주면 끝난다고 했던 전쟁은 6개월을 넘어섰다.

그리고 지금 미국에 남은 선택지는 MOU로 돌아가 긴 협상을 계속하거나, MOU를 거부하고 긴 대치를 계속하는 것이다.

어느 쪽도 트럼프가 처음 약속했던 전쟁의 모습이 아니다.

그래서 6월 MOU는 더 이상 지나간 휴전문서가 아니다.

미국이 받아들이면 해결되지 않은 협상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고, 거절하면 전쟁과 봉쇄의 비용을 계속 부담해야 한다.

이란이 미국에게 내민 가장 불편한 선택지는 결국 이것이다.

평화를 선택해도 시간이 필요하고, 전쟁을 선택해도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이 이란에게 사용하려 했던 협상법을 이란이 미국에게 되돌려주고 있는 동시에, 미국이 처음부터 가장 피하고 싶어 했던 것까지 강요하고 있다.

장기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