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공실이 보여준 것, 좋은 입지도 시장 변화는 피할 수 없다

투자 실패를 사후적으로 해석하면 모든 원인은 선명해 보인다. 그러나 2017년 청담동의 낮은 공실률과 저금리 환경에서 통임대 건물을 매입한 판단은 당시 기준으로 충분히 합리적일 수 있었다. 문제는 이후 상권과 임대수요, 소비 방식, 금리와 코로나까지 시장의 조건이 달라졌다는 데 있다. 투자자는 임차인을 구하고 건물을 관리할 수는 있어도 시장의 수요 자체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결국 투자의 핵심은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예상과 다른 세상이 왔을 때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의지와 희망은 사람에게는 중요한 덕목이지만 시장에서는 자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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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와 희망만으로 되지 않는 일

투자의 결과를 설명하는 일은 언제나 쉽다. 성공한 뒤에는 안목이 있었다고 말하고, 실패한 뒤에는 처음부터 위험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결과를 알고 과거를 돌아보면 모든 원인이 선명해 보인다.

최근 한 유명 연예인의 빌딩 투자 사례를 다룬 기사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2017년 청담동의 한 건물을 약 100억원에 매입했다. 건물 전체에는 한 업체가 들어와 있었고 매달 상당한 임대료를 지급하고 있었다. 이후 임차인이 빠져나가면서 공실이 발생했고, 결국 몇 년 뒤 건물을 매각했다. 반면 이후 매입한 상수동 건물에는 여러 업종의 임차인이 나누어 입주해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이야기는 간단하다. 첫 투자에서는 한 임차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했고, 실패를 경험한 뒤 두 번째 투자에서는 임차인을 분산했다. 투자자가 시행착오를 통해 위험관리의 중요성을 배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당시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면 조금 다른 모습이 보인다.

2017년의 청담동과 몇 년 뒤의 청담동은 같은 시장이 아니었다.

건물을 매입할 당시 청담동 주요 상권의 공실률은 매우 낮았다. 좋은 입지에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 임차인이 있었고, 금리도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통임대가 반드시 위험한 구조라고만 볼 수 없다. 건물주는 여러 임차인을 각각 관리하지 않아도 되고, 임대료는 안정적으로 들어온다. 설령 기존 임차인이 나가더라도 좋은 입지라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할 수 있다는 기대 역시 당시에는 비합리적인 생각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청담과 강남 일대 상권의 공실이 빠르게 증가했다. 소비의 중심이 이동했고, 오프라인 상업공간을 사용하는 방식도 변했다. 여기에 코로나까지 겹쳤다.

처음 투자할 때 전제했던 조건들이 하나씩 사라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흔히 투자자의 판단을 평가한다.

“왜 한 임차인에게 건물 전체를 빌려줬을까.”

“공실 위험을 생각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은 결과를 알고 난 뒤의 질문이다.

공실률이 1%대인 시장에서 임차인 한 명에게 건물을 빌려주는 것과 공실률이 10%를 넘는 시장에서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계약의 형태는 같아도 그것을 둘러싼 시장의 위험은 완전히 달라진다.

결국 이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실수보다 그 사이 일어난 시장의 변화일지도 모른다.

투자를 할 때 우리는 언제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 지역은 좋아질 것이다.

임대수요는 계속 있을 것이다.

금리는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다.

가격은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투자자는 자신이 세운 가정이 합리적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투자 당시에는 상당히 합리적인 경우도 많다.

하지만 시장은 우리의 판단을 존중해주지 않는다.

합리적인 가정이라고 해서 현실이 그대로 움직여야 할 의무는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경영자가 최선을 다해도 산업 자체가 쇠퇴하면 어려워질 수 있다. 반대로 평범한 경영자가 좋은 산업의 성장기에 올라타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사람들은 결과를 보고 능력을 평가하지만, 실제 결과에는 개인의 능력과 환경의 변화가 뒤섞여 있다.

부동산 역시 다르지 않다.

건물주는 임차인을 모집할 수는 있지만 임차수요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임대료를 낮출 수는 있지만 거리의 유동인구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건물을 리모델링할 수는 있지만 도시의 상권 이동을 멈출 수는 없다.

그래서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말 가운데 하나가 “버티면 된다”는 말인지도 모른다.

버틸 수 있는 것은 투자자이지 시장이 아니다.

시장이 다시 돌아와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내가 원하는 가격에 임차인이 나타날 이유도 없고, 내가 산 가격을 시장이 기억해줄 이유도 없다.

의지와 희망은 인간에게는 중요한 덕목이지만 시장에서는 자산이 아니다.

오히려 좋은 투자자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이 투자자가 이후 상수동에서 여러 임차인이 들어선 건물을 선택한 것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흥미롭다. 그것이 첫 투자에서 얻은 교훈 때문인지, 변화한 서울 상권에 대한 판단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결과적으로 임대수익원이 여러 곳으로 분산된 구조를 선택했다.

분산의 의미는 실패를 없애는 데 있지 않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다.

어쩌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능력이 아닐지도 모른다. 미래는 본질적으로 맞히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내가 틀렸을 때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이다.

좋은 입지를 골라도 상권은 변할 수 있고, 좋은 임차인을 받아도 떠날 수 있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도 금리는 오를 수 있다. 지금의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투자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희망의 문제도 아니다.

내가 생각했던 세상이 오지 않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두는 일이다.

그리고 때로는 아무리 좋은 판단을 했더라도 세상이 먼저 변한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투자는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