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연고가 된 시대, 새 은마아파트 재건축 비용은 누가 내야 하나

강남 고가 아파트가 새로운 ‘연고’로 불릴 만큼 주거 가치와 상징성을 강조하는 시대가 됐지만, 그 가치를 만들어온 자산 보유자라면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 역시 함께 감당해야 한다. 은마아파트 사례는 이를 보여준다. 소유자들은 40년 전 건물뿐 아니라 대지지분이라는 토지 자산을 함께 취득했고, 그 땅의 가치는 크게 상승했다. 재건축 과정에서 일반분양 확대를 통해 분담금을 낮추는 선택은 가능하지만, 그 결과와 비용 구조 역시 받아들여야 한다. 높은 입지 가치와 아파트의 상징성을 말하면서 새 건물을 짓는 비용 부담만 외부화하려는 태도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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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연고’라는 것도 바뀌었다고 한다.

예전 한국 사회에서 사람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기준은 학교와 고향이었다.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어디에서 태어나 자랐는지가 사람을 설명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사는 곳이 새로운 연고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한 기사는 강남의 한 고가 아파트에서 같은 단지에 거주하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모임을 만들고, 아파트가 새로운 관계망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파트 이름이 단순한 주소가 아니라 하나의 정체성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환경에서 살고, 비슷한 생활 수준을 가진 이웃들과 교류하고 싶다는 생각은 자연스럽다. 좋은 주거 환경이 삶의 질과 연결되고, 특정 지역과 단지가 사람들에게 선호되는 것은 시장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그렇게 아파트의 이름과 입지가 하나의 가치가 되고, 그곳에 사는 것이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이야기한다면 그 가치를 유지하는 비용 역시 함께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이 질문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은마다.

은마아파트의 가치는 낡은 건물에 있지 않다.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사람들이 주목한 것은 대치동이라는 입지와 그 땅이 가진 가치다.

처음 은마를 매입한 사람들은 건물만 산 것이 아니다. 자신의 집과 함께 그 아파트가 올라선 토지의 지분도 함께 샀다. 자기 돈을 냈고, 부족하면 대출도 받았다. 그렇게 건물과 땅이라는 자산을 취득했다.

시간이 흘렀다.

건물은 낡았다. 배관과 설비는 오래됐고, 주차 공간과 평면 구조도 지금의 생활 수준에는 부족하다. 이제 새 건물을 지어야 할 시점이 됐다.

그런데 여기서 묘한 장면이 나온다.

수십 년 동안 보유한 땅의 가치가 크게 상승한 사람들이, 정작 그 땅 위에 새 건물을 올리는 비용 앞에서는 부담을 이야기한다.

물론 재건축 비용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오른 것은 사실이다. 인건비도 올랐고, 자재비도 올랐으며, 각종 건축 기준도 훨씬 까다로워졌다.

하지만 지난 40년 동안 오른 것은 공사비뿐만이 아니다.

토지 가치도 올랐고, 소유자의 자산 가치도 커졌다.

그렇다면 언젠가 건물이 낡아 다시 지어야 한다는 사실 역시 장기 보유 과정에서 함께 고려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재건축은 마술이 아니다.

새 아파트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결국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세대수를 늘리고 일반분양을 받아 건축비를 충당하는 방식은 하나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 선택에는 결과도 따른다.

기존보다 더 많은 세대가 같은 땅을 사용하게 되고, 기존 조합원이 가진 대지지분 일부가 새로운 소유자에게 넘어간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부동산 자산을 활용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하지만 동시에 인정해야 할 부분도 있다.

내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일반분양을 늘리는 선택을 했다면, 그 결과로 인한 밀도 증가와 공간 변화 역시 받아들여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살면서도 넓은 조경, 넉넉한 동 간 거리, 뛰어난 조망, 고급 커뮤니티까지 모두 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비용을 줄이는 선택과 최고 수준의 결과를 원하는 욕심 사이에는 항상 긴장이 존재한다.

은마는 특히 그렇다.

대치동이라는 대한민국 대표 교육·주거 입지를 가진 곳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은마의 미래 가치를 이야기해왔다. 그렇다면 그 미래 가치를 현실로 만드는 비용 역시 자산 보유자의 계획 안에 있어야 한다.

자동차도 오래 타면 교체 비용을 준비한다. 주택은 오히려 다르다. 건물은 낡아도 땅은 남는다. 그리고 좋은 입지의 땅은 시간이 지나며 가치가 상승해왔다.

40년 동안 보유한 토지가 있다면, 그 위에 새로운 건물을 올리는 비용 역시 언젠가는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아파트가 연고가 되는 시대라고 한다.

어느 단지에 사는지가 사람을 설명하고, 그 단지의 이름이 하나의 가치가 되는 시대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가치의 이면에 있는 책임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강남이라는 이름, 대치동이라는 입지, 은마라는 상징성을 이야기하면서 새 건물을 짓는 비용만큼은 누군가 대신 부담해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좋은 자산에는 혜택이 따른다.

하지만 좋은 자산을 유지하는 데에는 비용도 따른다.

은마 재건축에서 필요한 것은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현실적인 계산이다.

40년 전 땅과 건물을 함께 샀던 사람들이라면, 40년 뒤 새 건물을 만드는 비용 역시 자신의 자산 계획 안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