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59㎡마저 떨어지는데, 설마 이것도 청약 대기 때문?

강남 아파트 시장에서 중대형에 이어 소형 59㎡마저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그동안 고가 아파트의 거래 부진이나 가격 조정을 두고 청약 대기 수요 때문이라는 설명이 종종 등장했는데, 이제는 상대적으로 실수요층이 두터운 소형 평형까지 같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을까? 설마 소형 아파트를 사려던 사람들까지 모두 청약을 기다리느라 매수를 미뤘다는 것일까. 청약 대기가 일부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잠재 수요를 내세워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사람들이 왜 청약을 기다리는지보다, 왜 현재 가격에 아파트를 사지 않는지를 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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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평수 가격 떨어지는 것도 청약 하려고 그런 거겠네?

강남 아파트 시장에서 그나마 가격을 방어하던 전용 59㎡ 소형 평형마저 하락세를 보인다는 소식이다.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워낙 비싼 집들이니 매수자가 줄어들 수도 있고, 대출 규제와 세금 부담에 관망세가 짙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제는 59㎡까지 떨어진단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소형 평수 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청약하려고 그런 거겠네?

그동안 강남 아파트 시장의 거래 부진을 설명할 때마다 등장하던 만능 해법이 있다. 바로 '청약 대기 수요'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거래가 줄어도 청약을 기다리기 때문이고, 고가 아파트의 매수세가 약해져도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를 노리는 현금부자들이 매수를 미루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소형 평형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같은 논리로 설명하면 되겠다.

강남에 진입하려던 실수요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을 바꿔 모두 청약 대기자로 변신한 모양이다.

참으로 편리한 설명이다.

가격이 오르면 강남의 수요가 탄탄하기 때문이고, 가격이 떨어지면 그 탄탄한 수요가 잠시 청약시장으로 외출했기 때문이란다.

이 논리대로라면 강남 아파트 가격은 사실상 떨어질 이유가 없다.

오르는 것은 수요가 많다는 증거이고, 떨어지는 것은 앞으로 수요가 몰려올 것이라는 증거가 되니 말이다.

청약 대기자가 그렇게 많다면 기존 아파트는 누가 사나

물론 청약을 기다리느라 기존 아파트 매수를 미루는 사람이 실제로 있을 것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강남 신축 아파트에 당첨된다면 상당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으니, 자금과 청약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면 충분히 고려할 만한 선택이다.

문제는 그것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하려 한다는 점이다.

재건축 아파트도 청약을 기다리느라 안 사고, 고가 신축 아파트도 청약을 기다리느라 안 사고, 이제는 소형 아파트마저 청약을 기다리느라 안 산다면 도대체 기존 아파트는 누가 산다는 말인가.

더구나 강남의 인기 단지 청약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당첨될 수 있는 시장도 아니다.

높은 청약 가점과 까다로운 자격 요건, 막대한 자금 조달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당첨 가능성이 희박한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기존 아파트 거래가 줄고 가격이 내려가는 현상을 모조리 청약 대기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청약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냥 지금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아닌가.

왜 이 단순한 가능성은 좀처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일까.

59㎡마저 떨어진다는 것의 의미

소형 평형은 중대형과 수요층이 다르다.

물론 강남의 59㎡도 이미 상당한 자금력을 요구하는 고가 주택이다. 그렇지만 같은 지역의 중대형에 비해 필요한 자금이 적어 상대적으로 다양한 수요층이 접근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신혼부부와 자녀가 있는 젊은 가구, 강남 진입을 희망하는 실수요자, 자녀에게 주택을 마련해 주려는 자산가 등 수요층이 비교적 폭넓다.

그래서 소형 평형의 가격 흐름은 의미가 있다.

중대형 아파트의 매수세가 약해지는 것과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소형 아파트의 매수세까지 약해지는 것은 시장에 주는 신호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단지의 가격 하락만으로 강남 전체의 수요가 무너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소형 평형에서도 가격 조정이 확산되고 거래가 부진하다면, 적어도 현재 가격을 받아들이려는 매수자가 충분한지 의문을 제기할 이유는 있다.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과 그 수요가 현재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강남에 살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강남에 살고 싶다는 사람 모두가 지금의 가격에 아파트를 사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 차이를 무시하면 가격이 아무리 높아도 언제나 수요가 충분하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가격이 떨어지면 이유가 필요해지는 시장

부동산 시장에서는 가격이 오를 때와 떨어질 때의 설명이 묘하게 다르다.

가격이 오르면 대체로 시장의 힘이라고 한다.

입지가 좋고, 공급이 부족하고, 수요가 많고, 앞으로도 가치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가격이 떨어지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거래절벽은 일시적 관망세이고, 매수세 감소는 대기 수요의 증가이며, 가격 하락은 더 좋은 아파트를 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가 된다.

하락은 하락대로 받아들이면 될 일인데, 굳이 하락이 아니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특히 '청약 대기론'에는 묘한 모순이 있다.

매수자들이 기존 아파트보다 신규 분양 아파트를 선택하려 한다면, 그것은 현재 기존 아파트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오히려 기존 아파트의 잠재 수요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근거로 사용한다.

생각해 보자.

수요자가 기존 아파트를 사지 않고 청약을 기다린다는 것은, 적어도 당장은 그 아파트를 그 가격에 사는 것보다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중요한 사실은 청약을 기다리는 이유가 아니라 지금의 매매가격이 매수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든 그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청약 대기가 끝나면 모두 돌아와서 사줄까

청약 대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더 묻고 싶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청약을 기다리고 있다면, 청약이 끝난 뒤에는 모두 기존 아파트 시장으로 돌아오는가?

누군가는 당첨될 것이고, 누군가는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청약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기존 아파트를 현재의 호가에 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계속 기다릴 수도 있고, 다른 지역을 선택할 수도 있으며,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매수를 미룰 수도 있다.

청약 대기 수요가 곧바로 기존 아파트의 확정적인 매수 수요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마치 청약이 끝나기만 하면 대기하던 수요가 일제히 기존 아파트 시장으로 몰려와 가격을 떠받칠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청약 대기자가 줄어들 때 실제로 기존 아파트 거래가 얼마나 늘어나는지부터 확인해야 할 일이다.

미래의 매수 가능성을 오늘의 가격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이제는 가격이 떨어진다는 사실 자체를 봐야 한다

강남 아파트가 언제나 오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입지가 좋고 희소성이 높아도 매수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는 한계가 있다.

미래 가치가 아무리 높다고 생각하더라도 현재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판단하면 매수를 미루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것이 시장이다.

그런데 강남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새로운 이유를 찾아내고, 그 이유를 다시 향후 상승의 근거로 해석한다면 시장의 가격 신호를 제대로 읽기 어려워진다.

청약 대기 때문에 거래가 줄었다고 해도 좋다.

그 설명이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현재의 가격 수준까지 정당화해 주는 것은 아니다.

청약을 기다리든, 가격 하락을 기다리든, 다른 지역을 알아보든, 매수자들이 지금의 가격에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중대형이 떨어지면 청약 대기 때문이고, 재건축 아파트가 떨어져도 청약 대기 때문이고, 이제 소형 59㎡마저 떨어져도 청약 대기 때문이라면 참으로 이상한 시장이다.

강남에는 아파트를 사고 싶은 사람만 가득한데 정작 지금 가격에 사려는 사람은 부족하다는 이야기 아닌가.

집값은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그 가격을 지불하는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니 소형 평형의 가격 하락 소식을 듣고도 또 청약 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면 이렇게 되묻고 싶다.

"그래, 소형 평수 가격 떨어지는 것도 청약하려고 그런 거겠네?"

그런데 청약을 기다리느라 안 사는 것이든, 비싸서 안 사는 것이든 결국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지금 그 가격에 사겠다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까지 굳이 그렇게 많은 핑계가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