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을 갚았는데 원금은 그대로? 주담대 금리 전환의 부담
2021년 무렵 5년 고정금리·40년 원리금균등상환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금리 변경 시점을 앞두고 있다. 긴 상환 기간 때문에 첫 5년간 갚은 원금은 생각보다 적다. 따라서 새 금리가 적용되면 여전히 큰 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월 상환액이 늘 수 있다. 금리의 향방을 예측하기보다 자신의 금리 변경일과 남은 원금, 변경 후 월 상환액을 확인할 때다.
2021년 무렵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에게 ‘5년 고정금리’는 긴 안도감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처음 5년의 금리를 확정하고, 원리금은 40년에 걸쳐 나눠 갚는다. 매달 낼 돈이 감당할 만하다면 금리가 바뀌는 날은 먼 미래의 일처럼 보인다. 그 미래가 이제 다가오고 있다.
당시와 지금의 금리 환경은 다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1년 상반기 연 0.50%였고, 2026년 8월에는 연 3.00%였다. 기준금리가 곧바로 개인의 대출금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적용 금리는 대출 약정에 따라 결정된다. 다만 5년 고정 기간이 끝나는 차주가 과거의 낮은 대출금리를 당연히 이어받을 수는 없다.
부담을 키우는 것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원금이다. 원리금균등상환은 매달 비슷한 금액을 내지만, 초기에는 그중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만기가 길수록 같은 월 상환액으로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는 대신, 원금이 줄어드는 속도는 느려진다.
가령 1억 원을 연 3%, 40년 원리금균등상환으로 빌렸다고 해보자. 월 상환액은 약 35만 8천 원이다. 5년 동안 약 2,148만 원을 냈어도 남은 원금은 약 9,302만 원이다. 처음 빌린 돈의 약 93%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렇다면 30년 만기로 빌렸다면 나았을까. 같은 1억 원을 30년 동안 갚는다면 월 상환액이 약 42만 2천 원으로 올라간다. 처음부터 매달 약 6만 4천 원을 더 낼 수 있었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월 35만 8천 원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면, 비교의 출발점은 달라야 한다. 만기를 줄이는 만큼 처음 빌리는 돈도 줄이는 것이다.
연 3%에서 월 35만 8천 원을 갚는다는 같은 조건으로 계산하면, 30년 만기로 빌릴 수 있는 돈은 약 8,491만 원이다. 20년 만기라면 약 6,455만 원, 10년 만기라면 약 3,707만 원이다. 만기가 짧아질수록 살 수 있는 집의 가격이나 필요한 자기자금도 달라진다. 대신 처음부터 빚을 적게 지고, 그 빚도 더 빠르게 줄일 수 있다.
5년 뒤 잔액을 보면 차이가 선명하다. 40년 만기로 1억 원을 빌린 경우 약 9,302만 원이 남는다. 같은 월 상환액에 맞춰 빌린다면 30년 만기는 약 7,549만 원, 20년 만기는 약 5,184만 원, 10년 만기는 약 1,992만 원이 남는다. 각각 처음 빌린 돈의 약 93%, 89%, 80%, 54%다.
이때 금리가 연 5%로 바뀌고 각 대출의 남은 만기에 맞춰 월 상환액을 다시 계산하면, 40년 만기 대출은 약 46만 9천 원을 내야 한다. 30년 만기는 약 44만 1천 원, 20년 만기는 약 41만 원, 10년 만기는 약 37만 6천 원이다. 출발할 때의 월 상환액은 모두 약 35만 8천 원으로 같았지만, 5년 뒤 금리 변경에 따른 부담은 같지 않다. 이는 비교를 위한 계산이며 실제 대출 가능 금액과 상환액은 상품 및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서 돌아볼 것은 ‘40년 대신 30년으로 갚았어야 했다’는 만기 선택만이 아니다. 매달 갚을 수 있는 돈을 기준으로 30년 만기에 맞는 금액만 빌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이다. 자금 사정이 허락했다면 20년, 더 허락했다면 10년 안에 갚을 수 있는 범위로 대출을 줄이는 선택도 가능했을 것이다. 긴 만기는 당장의 월 납입액을 낮춰 주지만, 그 여유를 더 큰 대출을 받는 데 모두 쓰면 5년 뒤에도 큰 원금이 남는다.
물론 필요한 주거 공간과 보유한 자기자금, 소득의 안정성은 사람마다 다르다. 더 짧은 만기에 맞춰 대출액을 줄이려면 집의 가격대를 낮추거나 자기자금을 더 마련해야 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10년 만기가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번 달에 얼마를 낼 수 있는가’만큼 ‘언제까지 갚을 수 있는 금액만 빌리는가’도 중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앞으로 금리가 반드시 더 오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더라도 개별 대출금리가 같은 폭으로 즉시 내려가는 것도 아니다. 5년 고정 기간이 끝나가는 차주라면 금리 변경일과 변경 후 적용 방식, 남은 원금과 만기를 확인하고 금리가 달라질 때의 월 상환액을 미리 계산해야 한다.
5년 동안 꼬박꼬박 갚았는데도 원금이 크게 줄지 않았다는 사실은 허탈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긴 만기로 빌린 원리금균등상환 대출의 구조다. 5년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때의 선택에서 얻을 교훈은 있다. 긴 만기로 얼마까지 빌릴 수 있는지보다, 감당할 수 있는 기간 안에 갚으려면 얼마만 빌려야 하는지를 먼저 물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