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는 3억 내고, 잠실은 5억 받는다?…조합원 분담금, 대지지분까지 봐야 하는 이유
은마아파트 조합원은 약 3억원을 추가로 내는 반면 잠실주공5단지 조합원은 약 5억원을 환급받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 차이를 단순히 분담금이나 사업성만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 재건축은 기존 아파트와 대지지분 전체를 신축 아파트와 새로운 대지권으로 바꾸는 과정인 만큼, 실제 이익을 따지려면 종전자산 평가액과 권리가액뿐 아니라 재건축 전후 대지지분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서울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가 조합원 분양신청에 들어가면서 분담금 차이가 주목받고 있다.
같은 전용 84㎡ 신축 아파트를 신청해도 은마아파트 기존 34평형 소유자는 약 3억200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반면, 잠실주공5단지 기존 34평형 소유자는 오히려 약 5억650만원을 돌려받는 것으로 추산됐다.
겉으로 보면 잠실 조합원은 기존 아파트를 새 아파트로 바꾸면서 현금 5억원까지 받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재건축의 경제적 구조를 이해하려면 분담금뿐 아니라 기존 조합원이 가지고 있던 ‘대지지분’까지 함께 봐야 한다.
재건축은 단순히 낡은 아파트 건물 한 채를 새 아파트 한 채와 맞바꾸는 사업이 아니다. 조합원이 가지고 있던 기존 건물과 그에 딸린 토지 지분 전체가 재건축 사업에 투입되고, 사업이 끝나면 새로운 아파트와 그 아파트에 배정된 새로운 대지권으로 바뀐다.
따라서 ‘5억원 환급’이라는 숫자만으로 조합원이 얼마를 얻었는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조합원의 기존 권리는 먼저 감정평가를 통해 돈으로 환산된다. 기존 주택과 토지를 평가한 종전자산평가액에 사업성을 나타내는 비례율을 곱하면 조합원의 권리가액이 나온다.
조합원 분양가가 권리가액보다 높으면 그 차이를 추가분담금으로 내고, 권리가액이 더 높으면 차액을 환급받는다.
현재 제시된 잠실주공5단지의 추정비례율은 86.15%다. 기존 34평형 소유자가 3종 일반주거지역의 신축 전용 84㎡를 신청할 경우 권리가액이 조합원 분양가 30억3078만원보다 약 5억원 많아 그만큼을 환급받는 구조다. 반면 은마아파트 기존 34평형 소유자는 전용 84㎡ 조합원 분양가 32억3000만원에 비해 권리가액이 낮아 약 3억2010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봐야 한다.
잠실주공5단지 기존 34평형의 대지지분은 약 22.54평, 약 74.5㎡로 알려져 있다. 재건축 전에는 이 정도의 토지 지분과 기존 아파트 건물이 하나의 부동산 권리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재건축이 끝나면 이 74.5㎡의 기존 대지지분을 그대로 가진 채 새 아파트를 하나 더 받는 것이 아니다. 기존 토지권리는 재건축 사업 속으로 들어가고, 새로 지어진 아파트에 해당하는 새로운 대지권으로 다시 배분된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잠실주공5단지의 가구 수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단지는 3,930가구이지만 서울시 정비계획상 재건축 후에는 6,491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정비구역 전체 면적은 약 35만8077㎡이고, 이 가운데 공동주택 등이 들어서는 주요 획지는 약 27만㎡ 규모다. 토지는 크게 늘어나지 않는데 주택 수는 2,500가구 이상 증가하는 구조다.
따라서 모든 기존 조합원의 토지권리가 현재와 동일한 면적으로 유지될 수는 없다.
물론 신축 아파트의 대지권은 주택형과 배분방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히 전체 토지를 새 가구 수로 나눈 값을 개별 조합원의 대지지분이라고 볼 수는 없다. 특히 대형 주택은 소형 주택보다 더 많은 대지권을 배정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재건축 전후의 경제적 거래를 이해하려면 기존 대지지분과 신축 후 대지권을 비교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존 잠실주공5단지 34평 소유자가 약 74.5㎡의 토지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면, 재건축 이후 전용 84㎡를 받았을 때 새 아파트에 배정되는 토지 지분이 얼마인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만약 신축 주택의 대지권이 기존보다 작아진다면, 조합원이 받는 현금 5억원 가운데 일부는 단순한 ‘재건축 이익’이 아니라 기존에 보유했던 토지권리가 다른 형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산금이라는 의미가 강해진다.
반대로 신축 아파트의 대지권 가치와 건물 가치가 충분히 커 기존 권리를 웃돈다면 현금 환급까지 포함해 실제 재건축 이익이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정확한 비교식은 단순한
‘기존 아파트 → 신축 84㎡ + 5억원’
이 아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기존 아파트 건물 + 기존 대지지분 → 신축 아파트 건물 + 새 대지권 + 정산금’
으로 봐야 한다.
은마아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은마의 기존 전용 76㎡는 대지지분이 약 48.3㎡, 전용 84㎡는 약 53.9㎡다. 높은 기존 용적률과 상대적으로 작은 대지지분은 오래전부터 은마 재건축의 사업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따라서 은마의 3억원 추가분담금과 잠실의 5억원 환급 차이는 단순히 어느 조합이 조합원 자산을 더 후하게 평가했느냐의 문제만은 아니다.
각 단지가 기존에 얼마나 많은 토지를 가지고 있었는지, 그 토지에서 몇 가구를 새로 공급하는지, 일반분양으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얻는지, 공사비와 공공기여로 얼마가 지출되는지, 그리고 기존 조합원의 토지권리가 신축 아파트의 토지권리로 어떻게 다시 배분되는지가 모두 합쳐진 결과다.
특히 잠실주공5단지처럼 기존 세대당 대지지분이 큰 저밀도 단지는 ‘5억원을 돌려받는다’는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기존의 상당한 토지지분을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함께 봐야 한다.
재건축에서 환급금은 공짜로 생긴 돈이 아니다.
조합원이 가지고 있던 기존 부동산 전체를 평가하고, 그것을 신축 부동산으로 바꾼 뒤 남거나 부족한 가치를 돈으로 정산한 결과다.
따라서 은마와 잠실의 사업성을 제대로 비교하려면 분담금표 옆에 한 가지 표가 더 필요하다.
‘재건축 전 대지지분은 얼마이고, 재건축 후 같은 조합원이 받게 될 대지권은 얼마인가.’
그 숫자가 있어야 ‘3억원을 더 낸다’와 ‘5억원을 돌려받는다’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