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응에는 경제성을 엄격하게 요구하면서 화성 이주에는 훨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는 자원배분의 모순
화성에 사람 한 명을 보내는 일은 단순히 100kg의 몸을 운반하는 문제가 아니다. 수개월간 필요한 식량과 물, 산소, 생활공간과 생명유지장치를 합치면 사람 한 명당 수 톤의 추가 질량이 발생하고, 이를 움직이기 위한 연료와 착륙장치까지 연쇄적으로 커진다. 화성에 집 한 채를 지을 정도의 정수·에너지·농업·재활용 기술과 예산이라면 지구에서는 황폐한 토지를 복원하고 물과 전기가 부족한 수많은 사람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 기후협약과 환경투자는 비효율적인 비용으로 취급하면서 막대한 공공자원이 필요한 화성 이주와 우주산업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부르는 것이 과연 일관된 판단인지 물어야 한다. 우주탐사는 가치가 있지만 화성을 지구의 대체재로 말하기 전에, 이미 대기와 물과 생태계를 갖춘 지구를 지키는 일이 훨씬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생존전략임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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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한 명을 화성에 보내는 자원으로 지구에서 할 수 있는 일
일론 머스크는 인류가 언젠가 여러 행성에 사는 종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구에 거대한 재난이 닥치더라도 인류 문명을 보존하려면 화성에 자립 가능한 도시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매력적인 이야기다. 붉은 행성에 첫 도시를 건설하고 새로운 문명을 시작한다는 상상은 사람을 흥분시킨다. 인간이 아프리카를 떠나 지구 곳곳으로 퍼져나갔듯, 이제는 지구를 떠나 우주로 진출해야 한다는 서사도 그럴듯하다.
하지만 잠시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다른 생각이 든다.
일론 머스크 형, 화성에 사람을 보내기 전에 그 자원으로 지구의 황폐한 땅에 나무부터 심어보는 것은 어떨까.
화성에 거대한 도시를 건설하는 경우까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조건을 극단적으로 낮춰보자.
사람 한 명과 삽 한 자루만 화성에 보낸다. 귀환 우주선도 없다. 화성에 도착한 뒤 먹을 식량과 거주 시설도 싣지 않는다. 목표는 단 하나다.
한 사람이 지구를 떠나 화성 표면에 착륙하는 순간까지 살아 있는 것.
이렇게까지 조건을 낮춰도 계산을 시작하면 화성 이주라는 말이 얼마나 무거운 말인지 곧 드러난다.
화성행 우주선에서 사람 한 명은 100kg이 아니다
사람의 몸무게를 70kg이라고 하자. 우주복과 개인 장비를 더하면 100kg 남짓이다. 삽 한 자루는 3kg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화성행 우주선에서 사람 한 명의 무게를 103kg이라고 계산할 수는 없다. 살아 있는 사람은 가만히 실어 나를 수 있는 화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먹어야 하고 마셔야 하며 숨을 쉬어야 한다. 열을 내고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를 배출한다. 잠을 자고 몸을 씻고 배설물을 처리해야 한다. 아프거나 다쳤을 때 사용할 약과 의료장비도 필요하다.
화성까지 가는 데 약 8개월이 걸린다고 가정해보자. 하루에 약 1.5~2kg의 식량과 포장재가 필요하다면 한 사람이 비행 중 먹을 식량만 400kg 안팎이 된다. 여기에 마실 물과 식품을 복원할 물, 호흡용 산소, 위생용품과 의약품이 추가된다.
물을 재활용하려면 정수장치와 필터, 펌프와 저장탱크를 실어야 한다. 재활용하지 않는다면 그만큼의 물을 처음부터 싣고 가야 한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무게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이 한 명 늘어나면 좌석 하나만 추가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움직이고 잠을 잘 압력 공간이 필요하고, 냉난방과 환기, 전력과 통신 설비의 용량도 늘어나야 한다. 생명유지장치가 고장 났을 때 사용할 예비품도 필요하다.
방사선 문제도 있다. 지구의 자기장 밖에서는 태양입자와 우주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된다. 최소한의 대피공간을 만들려면 물과 식량, 장비를 사람 주위에 배치하거나 별도의 차폐물을 추가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합치면 몸무게 100kg인 사람 한 명을 착륙 순간까지 살려서 보내는 데 필요한 추가 질량은 대략 1.5~3톤까지 커질 수 있다.
정확한 수치는 우주선의 구조와 물 재활용 방식, 안전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핵심은 분명하다.
화성행 우주선에서 사람의 무게는 몸무게가 아니라 생존환경의 무게로 계산해야 한다.
사람 한 명이 추가되면 로켓은 몇 톤씩 무거워진다
사람 한 명 때문에 화성까지 가져가야 할 물자가 2톤 늘었다고 해서 우주선 전체가 2톤만 무거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 2톤을 지구 중력권 밖으로 밀어내려면 추진제가 필요하다. 추진제가 늘어나면 그것을 담을 탱크가 커진다. 탱크가 커지면 구조물과 엔진도 무거워진다.
화성에 도착한 뒤에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 무거운 우주선을 감속하려면 더 큰 열차폐장치와 더 많은 착륙용 연료가 필요하다. 감속장치가 무거워지면 다시 그것을 운반할 추진제가 추가된다.
질량이 질량을 부르는 구조다.
이를 단순화해 계산하면 화성까지 전달해야 할 물자가 1.5~3톤 늘어날 때, 지구 저궤도에서 출발해야 할 우주선과 추진단의 질량은 대략 4~8톤 증가할 수 있다.
사람의 몸은 100kg이지만, 사람 한 명을 더 보내기 위해 지구 궤도에 추가로 올려놓아야 하는 물체는 수 톤인 셈이다.
승무원이 열 명이라면 사람의 몸무게를 모두 합쳐도 약 1톤이다. 그러나 이들을 화성 착륙 순간까지 살려서 보내기 위한 추가 운송질량은 수십 톤으로 늘어난다.
이것이 화성 이주에서 사람 한 명의 한계비용이다.
좌석 하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식량과 물, 산소, 생활공간, 폐기물 처리장치와 예비품으로 구성된 작은 지구 하나가 함께 추가된다.
기계에게는 시간이 싸지만 사람에게는 비싸다
무인 탐사선은 연료를 아끼기 위해 천천히 날아갈 수 있다. 다른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여러 번 방향을 바꾸는 스윙바이를 사용해도 된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데 몇 년이 걸려도 기계는 굶지 않는다.
사람을 태운 우주선에서는 시간이 곧 질량이다.
비행기간을 늘리면 추진제를 줄일 가능성은 있지만 식량과 물, 산소와 소모품이 더 필요하다. 무중력 생활이 길어지면서 근육과 뼈가 약해지고 방사선 노출량도 증가한다. 장비가 고장 날 가능성 역시 누적된다.
반대로 비행기간을 줄이려면 더 많은 추진제가 필요하다. 더 빠른 속도로 화성에 도착하므로 감속과 착륙도 어려워진다.
무인 우주선은 시간과 연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유인 우주선은 어느 쪽을 선택해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인간은 오래 날아도 비싸고, 빨리 날아도 비싼 화물이다.
착륙은 종착점이 아니라 가장 위험한 관문이다
화성에는 대기가 있지만 지구보다 매우 희박하다.
대기가 있기 때문에 우주선은 진입할 때 뜨거워진다. 그런데 대형 우주선을 낙하산만으로 충분히 감속할 만큼 대기가 두껍지는 않다. 열은 열대로 견뎌야 하고, 마지막 속도는 로켓을 분사해 줄여야 한다.
소형 무인 탐사선을 착륙시킨 경험은 있지만, 사람과 대형 생존장비를 실은 우주선을 안전하게 착륙시키는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다만 착륙장치 자체만 강조하면 사람 한 명의 부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착륙장치는 여러 승무원이 공유하는 고정비용에 가깝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이 추가될 때마다 착륙시켜야 할 질량이 계속 증가한다는 데 있다. 식량과 물, 산소와 생활공간이 늘어나면 착륙선이 커지고, 착륙선이 커지면 다시 열차폐장치와 감속용 연료가 늘어난다.
사람 한 명이 만든 생존질량이 우주선 전체를 연쇄적으로 키운다.
같은 자원으로 지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앞선 개념계산에서는 화성행 우주선에 사람 한 명을 추가하면 지구 저궤도 출발 질량이 약 4~8톤 늘어날 수 있다고 보았다.
우주수송 단가를 1kg당 수천 달러 수준으로만 잡아도, 이 질량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데 수천만 달러가 든다.
그것도 화성까지 가는 비용이 아니다.
사람을 태울 우주선을 개발하고 시험하는 비용, 화성으로 보내는 추진단, 생명유지장치와 착륙선 비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단지 추가 질량을 지구 궤도까지 올려놓는 가장 낮은 단계의 운송비만 계산한 것이다.
이 돈을 지구의 황폐한 건조지역 복원에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건조지 복원비용을 1헥타르당 수천 달러 수준으로 가정하면 수천만 달러로 수만 헥타르의 토지를 관리할 수 있다. 면적으로는 100㎢를 훌쩍 넘을 수 있다.
건조지역에 나무를 1헥타르당 100~150그루 정도 심고 장기간 관리한다고 가정하면 수백만 그루 규모의 사업이 된다.
물론 돈을 주고 묘목을 심는다고 곧바로 숲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막 한가운데 아무 나무나 꽂으면 대부분 죽는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사막을 무조건 숲으로 바꾸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복원이 필요한 대상은 무리한 경작과 벌목, 방목과 토양침식으로 황폐해진 건조지다.
제대로 복원하려면 빗물이 흘러가 버리지 않도록 작은 둑과 물길을 만들어야 한다. 토양 유실을 막고 가축의 접근을 조절해야 한다. 현지 기후에 맞는 나무와 풀, 관목을 선택하고 주민들이 여러 해 동안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수백만 그루라는 수치는 보장된 결과가 아니다. 같은 규모의 자원이 지구에서 얼마나 넓은 사업을 움직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비교다.
그럼에도 차이는 선명하다.
화성 이주민 한 명 때문에 추가되는 질량을 지구 궤도에 올리는 비용만으로도, 지구에서는 수백 제곱킬로미터의 황폐지를 복원하고 수백만 그루의 나무가 자랄 환경을 만드는 사업을 시도할 수 있다.
화성에 나무를 심는 것보다 지구의 나무를 살리는 일이 쉽다
화성에 나무 한 그루를 심으려면 먼저 밀폐된 시설을 지어야 한다.
기압과 온도를 유지하고 물과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 강한 방사선을 차단하고 화성 토양에 포함된 유해물질도 처리해야 한다. 발전기가 멈추거나 밀폐시설이 파손되면 나무뿐 아니라 사람도 생존하기 어렵다.
지구의 황폐한 건조지에는 이미 중력과 대기가 있다. 햇빛과 물의 순환이 있고 토양 속에는 미생물과 유기물이 남아 있다. 밖으로 나갈 때 우주복을 입을 필요도 없다.
화성에서는 생명이 살 환경 전체를 기계로 만들어야 한다. 지구에서는 손상된 환경이 다시 작동하도록 도와주면 된다.
둘 다 어려운 사업이지만 난도의 차이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화성을 지구 환경문제의 대안처럼 이야기한다. 지구가 망가지면 화성으로 가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물과 대기가 있는 지구의 황폐한 땅도 되살리지 못하는 문명이 물과 대기가 사실상 없는 화성에 지속가능한 도시를 건설할 수 있을까.
지구에서 자원배분과 환경관리에 실패한 사회가 화성에 도착한다고 갑자기 현명해지는 것도 아니다. 지구에서 발생한 정치와 경제, 불평등과 갈등은 우주선에 탑승한 사람들과 함께 화성으로 이동할 것이다.
화성은 지구 문제를 피할 수 있는 탈출구가 아니다.
탐사와 이주는 구별해야 한다
그렇다고 우주개발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화성 탐사는 가치가 있다. 무인 탐사선을 보내 화성의 지질과 기후, 생명의 흔적을 조사하면 태양계와 지구의 역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우주탐사 과정에서 개발된 통신과 소재, 에너지와 생명유지 기술은 지구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언젠가 소수의 과학자가 화성에서 장기간 탐사하는 날도 올 수 있다.
그러나 과학 탐사와 대규모 이주는 전혀 다른 문제다.
탐사는 제한된 목적을 달성하면 끝날 수 있다. 이주는 사람들이 계속 먹고 마시며 아이를 낳고 사회를 유지해야 한다. 발전소와 식량생산시설, 병원과 공장, 통신망과 행정체계가 필요하다.
핵심 장비 하나가 고장 나도 사람들이 죽지 않도록 모든 시설에 중복장치를 갖춰야 한다. 예비부품을 생산할 산업기반도 필요하다. 지구에서 보급선이 오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어야 비로소 자립도시라고 부를 수 있다.
사람 한 명과 삽 한 자루를 착륙시키는 일은 화성 이주의 완성이 아니다. 시작선에도 미치지 못한다.
착륙 다음 날부터는 앞선 계산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했던 식량과 물, 거주지와 발전소, 의료시설과 예비부품이 모두 필요해진다.
화성에 집 한 채 지을 기술이면 지구에서 할 수 있는 일
화성에 사람이 살 집 한 채를 짓는다고 생각해보자.
그 집은 단순히 벽과 지붕으로 이루어진 건물이 아니다. 외부 대기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내부 기압을 유지해야 하고, 극심한 온도 차이를 견뎌야 한다. 물을 반복해서 정화하고 산소를 생산하며, 전력망이 끊겨도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식량을 생산하려면 적은 물로 작물을 재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생활폐기물과 배설물도 최대한 다시 자원으로 바꿔야 한다. 고장이 나더라도 지구에서 수리기사를 부를 수 없으므로 장비는 단순하고 튼튼해야 하며, 현지에서 부품을 만들거나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건설 과정도 쉽지 않다. 사람보다 로봇이 먼저 도착해 땅을 고르고 구조물을 세워야 한다. 현지의 흙과 자원을 건축재료로 바꾸고, 먼지와 방사선으로부터 거주자를 보호해야 한다.
그 기술을 모두 갖추면 우리는 화성에 집 한 채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정도의 기술이라면 지구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물이 부족한 지역에 소규모 정수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전력망이 닿지 않는 마을에 독립형 발전설비를 공급할 수 있다. 사막과 건조지에서 물을 적게 사용하는 농업을 발전시키고, 재난지역에 신속하게 설치할 수 있는 모듈형 주택을 만들 수 있다.
폐기물을 자원으로 바꾸는 순환시설, 폭염과 한파를 견디는 고효율 건물, 외부 지원이 끊겨도 작동하는 병원과 대피소도 만들 수 있다. 극한환경에서 사용하는 로봇은 산불과 홍수, 원전 사고와 붕괴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
화성에 집 한 채를 지을 기술은 지구에서는 마을과 도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다.
화성에서는 그 모든 기술을 동원하고도 몇 사람을 간신히 살린다. 지구에서는 같은 기술로 수천 명, 수만 명의 삶을 바꿀 수 있다.
그렇다면 화성 이주에서 개발되는 기술이 쓸모없다는 뜻일까. 그렇지는 않다. 우주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지구에서 활용될 수도 있다. 극한환경용 에너지와 재활용, 원격의료와 로봇 기술은 분명 가치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순서가 뒤바뀌어서는 안 된다.
지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그 기술이 화성 탐사에도 사용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반대로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거대한 사업을 먼저 벌여놓고, 언젠가 그 부산물이 지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비싼 우회로다.
물을 정화하려면 지구에서 정수시설을 만들면 된다. 건조지를 복원하려면 현지에서 물길과 토양을 관리하면 된다. 에너지 빈곤을 해결하려면 전력망과 분산형 발전설비에 투자하면 된다.
지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화성을 거쳐서 배울 필요는 없다.
효율성을 말하면서 왜 지구만 비용으로 보는가
더 이상한 것은 비용과 효율성을 둘러싼 태도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협약과 환경규제, 재생에너지 투자에는 흔히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며 시장의 효율성을 해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화성에 도시를 세우고 사람을 이주시키는 계획에는 전혀 다른 언어가 사용된다.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공공계약, 발사시설과 우주산업 지원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부른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미래를 위한 도전이며, 인류 문명을 보존하기 위한 보험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우주산업에 대한 투자가 모두 낭비라는 뜻은 아니다. 인공위성과 통신, 기상관측과 지구관측, 우주과학 연구는 현실적인 공익을 제공한다. 우주산업에 정부 예산이 투입될 이유도 충분히 있다.
문제는 우선순위다.
지구의 기후를 안정시키기 위한 국제적 협력은 비효율적인 규제로 취급하면서, 지구보다 훨씬 열악한 행성에 두 번째 생존환경을 만드는 사업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효율적인 투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로 인류 문명이 위험하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미 존재하는 생존환경을 지키는 것이다.
지구에는 대기와 바다, 토양과 생태계가 있다. 태양에너지는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물과 산소는 거대한 순환체계 안에서 움직인다. 우리는 이 시스템을 처음부터 만들 필요가 없다. 훼손되는 속도를 줄이고 무너진 부분을 복원하면 된다.
화성에서는 이 모든 것을 기계로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인류의 생존을 보험에 비유한다면, 지구의 기후와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확실한 보험이다. 화성 이주는 집에 불이 날까 걱정된다며 소화기를 마련하는 대신, 사람이 살 수 없는 산꼭대기에 두 번째 집을 짓겠다는 것에 가깝다.
그 두 번째 집을 짓는 연구가 의미 없다는 말이 아니다. 첫 번째 집에 불이 번지고 있는데 두 번째 집의 설계도를 인류의 주된 생존대책처럼 말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뜻이다.
특히 우주산업은 순수한 민간 모험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발사장과 연구시설, 정부의 우주개발 사업과 공공계약, 군사·통신 수요가 산업을 지탱한다. 결국 상당한 사회적 자원과 공공의 선택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그 자원이 어디에 사용되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의 생존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지도 물어야 한다.
화성에 거주지 하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폐쇄형 생명유지 기술과 에너지, 건설과 재활용 기술을 지구에 먼저 적용하면 물 부족과 에너지 빈곤, 재난 대응과 주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화성에서 몇 사람을 살리는 기술은 지구에서 수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
효율성을 진지하게 따진다면 답은 오히려 단순하다.
일론 머스크 형, 지구부터 살려보자
화성 이주가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거리가 멀기 때문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끊임없이 먹고 마시고 숨을 쉬어야 한다. 사람 한 명이 늘어날 때마다 그 사람을 둘러싼 생존환경도 함께 늘어나야 한다. 그 환경을 움직이기 위한 추진제와 구조물, 착륙장치도 다시 커진다.
화성 이주에서 가장 무거운 화물은 우주선도 연료도 아니다.
인간 그 자체다.
화성에 집 한 채를 지을 수 있는 기술만 있어도 지구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적은 물로 식량을 생산하고, 폐기물을 재활용하며, 외부 전력망 없이 에너지를 공급하고, 극한의 환경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는 주택을 만들 수 있다.
그런 기술과 자원을 가지고도 지구의 문제는 비효율적이고 비싸다며 외면하면서, 화성 이주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앞뒤가 맞을까.
기후협약과 환경투자는 비용으로만 보고, 우주산업에 들어가는 공공자원은 언제나 혁신과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보는 기준도 공정하지 않다.
우주개발의 꿈을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화성을 지구의 대체재로 말하기 전에 지구가 얼마나 압도적으로 좋은 생존환경인지 인정하자는 것이다. 화성에 도시를 건설할 능력이 있다면 우리는 그보다 먼저 지구의 에너지와 물, 주거와 환경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 쉬운 일을 외면하면서 더 어려운 일을 인류의 탈출구라고 부르는 것은 기술적 낙관이라기보다 우선순위의 실패에 가깝다.
그러니 일론 머스크 형.
화성에 집을 짓기 전에 지구의 황폐한 땅에 숲 하나부터 제대로 만들어보자. 화성에 보낼 정수시설과 발전설비, 농업기술이 있다면 물과 전기가 부족한 지구의 마을에 먼저 설치해보자.
그 숲을 수십 년 동안 살아남게 하고, 그 마을을 외부 지원 없이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때 화성의 자립도시를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
인류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가장 먼 행성보다 먼저, 우리가 이미 살고 있는 행성에 투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