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축아파트, 벌써 누수라니 축하드립니다

새 아파트에서 누수가 발생하면 하자라며 분노하면서, 오래된 아파트에서는 균열과 누수마저 재건축의 호재로 받아들이는 이상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재건축에서 추가분담금 없이 새 아파트를 받거나 환급금까지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일반분양으로 큰 이익을 남겼기 때문이 아니다. 조합원들이 원래 소유하던 대지지분의 일부를 일반분양자에게 처분하고 그 대금으로 건축비를 충당했기 때문이다.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가상각되지만 토지가격 상승이 그 손실을 가려왔고, 사람들은 건물이 낡는 것마저 이익이라고 착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건축비가 오르고 재건축 부담이 커지는 시대에는 건물을 얼마나 빨리 허물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건물이 낡아서 돈을 번 것이 아니라, 건물이 낡는 동안 오른 토지의 가치를 사용해 새 건물을 지었던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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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누수라니 축하드립니다.”

새 아파트에 입주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인사를 건넨다면 아마 제정신이냐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수억원을 주고 산 집에서 물이 샌다면 당연히 화가 날 일이다. 시공사에 하자보수를 요구하고, 제대로 고쳐주지 않으면 항의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재건축을 바라보는 방식대로라면 이 축하 인사가 그렇게 이상한 말만은 아닐 수도 있다. 어차피 언젠가는 재건축할 건물이라면 빨리 낡을수록 좋은 것 아닌가.

최근 대구의 한 신축 아파트에 ‘누수지옥’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는 기사를 보았다. 올해 2월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라고 한다. 새 아파트에 이런 현수막이 걸렸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부실하게 지었으면 벌써 물이 새느냐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기사에 따르면 사정은 조금 달랐다. 실제 누수 피해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시행사의 할인분양에 반대하는 입주민들의 시위라는 것이다. 기존 수분양자들은 비싼 가격에 분양받았는데 미분양 물량을 최대 15%까지 할인해 팔자 이에 반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집을 비싸게 산 사람들이 집값 하락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자기 아파트에 ‘누수지옥’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실제 누수 여부와는 별개로 누수가 있는 아파트라는 인상을 주는 것 자체가 항의 수단이 된 것이다. 새 아파트에 누수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는 뜻이다. 당연하다. 수억원을 들여 새집을 샀는데 벌써 물이 샌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런데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조금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아파트가 신축이 아니라 30년 된 재건축 추진 단지였다면 어땠을까.

“이 정도면 재건축해야겠네요.”

“건물이 많이 낡았다는 증거가 생겼군요.”

“안전진단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어쩌면 누수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반가운 소식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얼마 전 분당의 한 아파트 주민이 재건축을 앞두고 “갈라진 아파트 벽이 예뻐 보여요”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벽에 금이 간 것이 예뻐 보일 정도라면 천장에서 물이 새는 것은 얼마나 반갑겠는가. 균열이 재건축의 희망이라면 누수는 그 희망을 더욱 확실하게 만들어주는 경사일지도 모른다.

물론 누수가 발생한다고 곧바로 재건축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법적인 요건과 절차가 있고 건물의 상태와 사업성도 따져야 한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실제 재건축 가능성이 아니라 건물이 낡아가는 현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다. 새 아파트에서 물이 새면 하자이고, 오래된 아파트에서 물이 새면 호재가 된다. 새 아파트에서는 건물이 망가지면 재산가치가 떨어질까 걱정하지만 오래된 아파트에서는 건물이 망가지면 재산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똑같은 누수인데 어느 순간부터 의미가 정반대로 바뀌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일이다. 건물이 낡는다는 것은 내가 가진 재산의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새 아파트든 오래된 아파트든 다를 이유가 없다. 5년 된 자동차에서 엔진오일이 새면 고장이고, 15년 된 자동차에서 엔진오일이 새도 고장이다. 자동차가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고장이 갑자기 호재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수리해서 몇 년을 더 탈 수 있을지, 새 차로 바꾸려면 얼마를 더 지불해야 할지 계산하게 된다.

그런데 아파트에서는 조금 다른 계산이 등장한다. 건물이 멀쩡하면 재건축이 늦어질까 걱정하고, 건물이 낡으면 재건축이 빨라질까 기대한다. 심지어 아직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인데도 빨리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아마도 그동안 재건축을 통해 큰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된 아파트를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지으면 집값이 크게 올랐다. 기존 아파트보다 용적률을 높이고 세대수를 늘려 일반분양을 하면 그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어떤 조합원은 추가분담금 없이 새 아파트를 받았고, 어떤 조합원은 환급금까지 받았다. 그러니 재건축이 돈을 버는 사업이라고 생각할 만도 하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해보자. 그 환급금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돈일까.

일반분양을 많이 해서 돈을 벌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다. 물론 일반분양가격이 높고 사업비가 적게 든다면 사업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분양대금 전부가 이익인 것은 아니다. 일반분양자에게 공급하는 아파트도 건축비가 들고 금융비용과 각종 사업비가 발생한다. 순수한 분양이익만으로 조합원들이 새로 받을 아파트의 건축비까지 모두 충당하고 환급금까지 지급할 수 있었을까. 일부 사업에서는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재건축의 경제적 구조를 생각하면 그보다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조합원들이 원래 소유하고 있던 토지다.

재건축을 하기 전에도 조합원에게는 건물과 대지지분이 있었다. 그 대지지분은 막연한 개발 가능성이나 장래의 기대이익이 아니다. 각 조합원이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재산이다. 등기되어 있고, 거래할 수 있으며, 상속할 수도 있다. 아파트가 오래되어 건물의 가치가 줄어들더라도 그 아래에 있는 토지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재건축을 하면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그 토지 위에 새로운 아파트를 짓는다. 용적률을 높여 세대수를 늘리면 기존 조합원들이 소유하던 토지 위에 일반분양자들의 아파트도 함께 들어서게 된다. 그리고 일반분양자들은 건물만 취득하는 것이 아니다. 새 아파트에 딸린 대지지분도 함께 취득한다.

그렇다면 일반분양대금에는 무엇이 포함되어 있을까. 새로 지은 건물의 가격뿐 아니라 그 아파트에 딸린 토지의 가격도 포함되어 있다. 그 토지는 어디에서 왔는가. 원래 조합원들이 가지고 있던 토지다.

결국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소유하던 대지지분의 일부를 일반분양자들에게 넘기고 그 대가를 받아 사업비에 사용하는 것이다. 일반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했다는 말은 맞지만, 그 돈이 모두 새롭게 창출된 이익이라는 뜻은 아니다. 상당 부분은 원래 조합원들이 가지고 있던 토지를 처분한 대가다.

그렇게 보면 과거 재건축에서 환급금이 나왔던 이유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조합원들이 소유한 토지의 가치가 높았고, 그 일부를 일반분양자들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들어온 돈이 전체 사업비와 조합원들의 부담액을 충당하고도 남았기 때문에 환급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실제 환급 여부와 금액은 사업마다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환급금이 반드시 순수한 사업이익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가진 토지의 일부를 팔고 그 대금으로 새 건물을 지은 뒤 돈이 남았다면 그것을 전부 재건축으로 벌어들인 이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내가 가진 땅의 일부를 팔아 집을 새로 짓고도 현금이 남았다고 생각해보자. 물론 새집도 생기고 현금도 남았으니 기분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처음 가지고 있던 토지를 일부 처분했다는 사실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새집을 얻었고 현금도 받았지만 그 대신 내 토지는 줄었다. 재산의 형태가 달라진 것이지, 받은 현금 전부가 하늘에서 떨어진 이익은 아니다.

재건축도 마찬가지다. 추가분담금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공사비를 부담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진 대지지분의 일부를 처분한 대가로 공사비를 충당했을 수도 있다. 심지어 환급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환급금에는 내가 원래 소유하던 토지를 처분한 대가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현금으로 지출한 금액만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추가분담금이 없으면 공짜로 새 아파트를 받은 것처럼 생각하고, 환급금까지 받으면 재건축으로 돈을 벌었다고 생각한다. 정작 내가 소유하던 대지지분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에는 별 관심이 없다.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면 손해라고 생각하지만 토지의 일부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것은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대지지분도 돈이다. 정확히 말하면 돈으로 평가할 수 있는 내 재산이다. 현금으로 건축비를 내는 것과 내 토지를 처분한 돈으로 건축비를 내는 것은 자금 조달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어느 쪽이든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재산이 투입된다.

그렇다면 재건축으로 얼마나 벌었는지를 알려면 단순히 새 아파트의 시세와 추가분담금만 비교해서는 안 된다. 재건축 전 내가 소유하던 건물과 토지의 가치가 얼마였는지, 그중 얼마나 많은 토지를 일반분양자에게 넘겼는지,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얼마를 지출했는지, 재건축 후 내가 가진 재산의 가치가 얼마인지 모두 따져야 한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개념이 등장한다. 바로 감가상각이다.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낡는다. 아무리 튼튼하게 지어도 사용하면서 설비가 노후화되고 수선비가 증가한다. 건물의 경제적 가치는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지지만, 사용하면서 노후화되고 남은 수명이 줄어든다는 사실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건물에 투입한 건축비는 그 건물을 사용하는 기간에 걸쳐 소비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수억원을 들여 지은 건물을 수십 년 동안 사용하는 과정에서 그 가치를 조금씩 누리고 소모하는 셈이다.

반면 토지는 다르다. 토지는 건물처럼 사용했다고 해서 물리적으로 닳아 없어지는 재산이 아니다. 물론 토지가격도 오르내리고 입지의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지만, 건물의 노후화와 토지의 가치변동은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오래된 아파트의 가격이 높다고 해서 그 건물 자체의 가치가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다. 건물은 낡았지만 그 아래에 있는 토지가 비싸기 때문에 아파트의 가격이 높은 경우도 많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않고 아파트라는 하나의 가격으로만 바라보았다. 건물이 낡아도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건물이 낡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생각했다. 심지어 건물이 더 낡아서 재건축할 수 있게 되면 그 자체로 재산가치가 높아진다고 믿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가격이 오른 것은 건물이 아니라 토지일 수 있다. 건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가 감소했는데 토지가격이 그보다 더 크게 올랐기 때문에 아파트 전체의 가격이 높아진 것이다. 건물의 감가상각으로 발생한 손실을 토지가격 상승이 가려온 셈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지금까지 재건축을 호재라고 부르던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건물이 낡아서 가치가 줄어들었더라도 토지의 가치가 크게 올랐다면 그 토지의 일부를 처분해 새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돈을 더 내기는커녕 환급금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니 사람들은 건물의 노후화를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어차피 토지가격이 올라 그 손해를 덮어주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건물이 낡는 것이 이익이라는 뜻은 아니다. 건물의 감가상각으로 발생한 손실과 토지가격 상승으로 발생한 이익은 서로 다른 것이다. 토지가격이 크게 오르는 동안에는 그 차이가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그런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공사비는 계속 오르고 있다. 오래된 아파트의 용적률이 이미 높아 일반분양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과거에는 적은 추가분담금으로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수억원의 추가분담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흔해지고 있다. 조합원들이 가지고 있는 대지지분을 일부 처분해도 건축비를 충당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건물이 낡았다는 사실은 더 이상 무조건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없다. 건물이 낡아 재건축해야 하는데 내가 가진 토지의 일부를 처분하고도 추가로 수억원을 내야 한다면, 건물의 수명이 빨리 끝나는 것이 왜 좋은 일인가. 오히려 처음부터 건물을 더 튼튼하게 지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면 그만큼 새로 지어야 할 비용을 아낄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 30년이 지나면 사람들이 지금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그때에는 건물의 감가상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이 왜 경제적으로 유리한지, 재건축의 추가분담금뿐 아니라 대지지분의 감소도 실제 재산의 처분이라는 사실을 더 분명하게 인식하게 될 것이다.

아마 그때쯤에는 아파트가 30년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재건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건물이 앞으로 몇 년을 더 사용할 수 있는지, 수선해서 사용하는 비용과 새로 짓는 비용 중 어느 쪽이 경제적인지, 재건축을 한다면 내가 가진 토지를 얼마나 내놓아야 하는지부터 계산할 것이다. 건물을 허물 수 있다는 사실보다 허물지 않고 얼마나 더 사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어쩌면 그때에는 사람들이 지금의 재건축 문화를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수억원을 들여 지은 건물이 30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낡았다고 기뻐하고, 건물에 균열이 생겼다고 좋아하며, 그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지을 돈은 자신이 부담하면서도 재건축을 호재라고 불렀던 시대 말이다.

물론 재건축이 필요한 건물은 언제나 있을 것이다. 안전에 문제가 있거나 건물을 유지하는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면 철거하고 다시 짓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입지가 좋은 토지를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재건축 비용보다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업의 경제성을 계산한 결과이지 건물이 낡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익이기 때문은 아니다.

여기서 다시 대구의 신축 아파트로 돌아가 보자.

입주한 지 몇 달밖에 되지 않은 아파트에 ‘누수지옥’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실제 누수 문제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할인분양에 항의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한다. 누수라는 말이 신축 아파트의 가치를 훼손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용된 것이다.

나는 이 장면이 오히려 우리가 잊고 있던 당연한 사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집을 산 사람에게 가장 좋은 것은 그 집이 고장 나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누수가 발생하지 않고, 벽에 균열이 생기지 않으며, 배관과 설비가 오래도록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야말로 집주인에게 좋은 일이다.

이것은 새 아파트에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다. 10년 된 아파트에도, 20년 된 아파트에도, 30년 된 아파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건물이 오래도록 제 기능을 유지한다면 그만큼 새 건물을 짓기 위해 돈을 지출할 시기를 늦출 수 있다. 기존 건물을 계속 사용하는 동안 내가 가진 대지지분도 굳이 처분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다. 새 아파트에서 물이 새면 화를 내지만 오래된 아파트에서 물이 새면 재건축이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새 아파트에서는 하자보수를 요구하면서 오래된 아파트에서는 오히려 그 하자를 재건축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건물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반가워하는 셈이다.

나는 이것이 그동안 재건축의 수익을 잘못 이해해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토지가격이 오르면서 생긴 이익과 기존 대지지분을 처분해 마련한 돈을 재건축으로 새롭게 벌어들인 돈처럼 받아들이고, 정작 건물이 낡으면서 잃어버린 가치는 제대로 계산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언젠가 오래된 아파트의 누수를 보고도 사람들이 더 이상 반가워하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이제 재건축할 수 있겠네요”라는 말보다 “왜 벌써 수리해야 하죠”라는 말이 먼저 나올 것이다. 건물은 오래 사용할수록 좋고, 대지지분은 함부로 처분할 재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지금의 재건축 문화를 조금 비꼬고 싶다.

“벌써 누수라니 축하드립니다. 이제 가지고 계신 건물을 철거하고, 대지지분의 일부를 처분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수억원을 더 내서 새 아파트를 지으실 명분이 생겼군요.”

물론 축하할 일이 아니다. 건물이 낡는 것은 건물의 가치가 소모되고 있다는 뜻이고, 재건축을 위해 내놓는 토지는 원래부터 내 재산이었기 때문이다.

건물이 낡아서 돈을 번 것이 아니다. 건물이 낡는 동안 토지가격이 올랐고, 그 토지의 일부를 처분해 새 건물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차이를 이해하는 순간, 균열이 예뻐 보이고 누수마저 반가워지는 이상한 풍경도 조금씩 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