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안 산 사람’에게 비상이라는 언론, ‘진짜 영끌족’의 벼랑 끝은 보이지 않는가
최근 주담대 금리 6% 돌파 보도가 매수를 관망 중인 예비 수요자까지 '영끌족'으로 포장해 공포를 유발하는 언론의 상업적 태도를 비판한다. 정작 실질적인 위기에 처한 이들은 5년 전 2%대 혼합형 대출을 받아 이제 5~6%대 변동금리로의 전환 및 원리금 폭등을 맞닥뜨린 차주들이지만, 언론은 이들의 만기 도래 충격과 DSR 규제 등 구체적 현실 및 대안을 외면한 채 무책임한 흥미 위주 보도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언론의 부동산·금융 기사를 읽다 보면 심심치 않게 발견하는 전형적인 헤드라인 문법이 있다. 바로 ‘영끌족 비상’, ‘이자 폭탄 어쩌나’류의 공포 유발형 제목이다. 최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6%를 넘어서자 어김없이 비슷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사의 내용을 조금만 뜯어보면 논리적 모순과 심각한 본질 왜곡이 드러난다.
우선 대상 설정부터 틀렸다. 현재 6%대 금리를 보고 매수를 포기하거나 관망하는 사람들은 ‘영끌족’이 아니라 단순히 시장 진입을 미룬 ‘예비 수요자’일 뿐이다. 금리가 높으면 안 들어가면 그만인 이들에게 ‘비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조회수를 노리고 시장 전체에 막연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클릭베이트(Clickbait)에 불과하다.
정작 진짜 비상이 걸린 집단은 언론의 조명 뒤편에 방치되어 있다. 바로 약 5년 전인 2020~2021년, 초저금리 기조 속에서 2%대 ‘혼합형(5년 고정 후 변동금리 전환)’ 대출을 받았던 차주들이다.
2026년 현재, 이들의 5년 고정금리 만기는 차례로 도래하고 있다. 고정기간이 끝나는 순간 연 2%대였던 금리는 즉각 현재 시세인 5~6%대로 껑충 뛰게 된다. 대출 잔액 4억 원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월 원리금 상환액은 기존 140만 원대에서 220만 원 이상으로 폭등한다. 가계 소득은 제자리인데 매달 70~100만 원의 순지출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다.
이들이 느끼는 충격은 단순히 "금리가 올랐다" 수준이 아니라 가계 경제의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적 폭탄에 가깝다. 더욱이 강해진 스트레스 DSR 규제와 집값 조정으로 인해 타 은행 대환(갈아타기)조차 가로막힌 사각지대에 몰려 있다.
그럼에도 언론은 이 시급한 시나리오를 심도 있게 다루지 않는다.
5년 전 혼합형 대출 차주들의 만기 도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기존 은행 내 금리 주기 변경이나 정책모기지 연계 등 차주들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무엇인지,
금융당국의 제도적 완충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지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금리 6% 돌파, 영끌족 어쩌나"라는 상투적인 한탄으로 기사를 마무리할 뿐이다. 질문만 던지고 답은 내놓지 않는 무책임한 중계 방송이다.
언론이 자극적인 단어로 공포를 파는 동안, 정작 정책적 조명과 구체적인 가이드가 필요한 실질적 피해자들은 아무런 정보도 없이 변동금리 전환이라는 절벽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금 언론에 필요한 것은 시장 유권자를 향한 얕은 공포 마케팅이 아니라, 벼랑 끝에 선 차주들의 현실을 송곳처럼 파헤치는 정교하고 책임감 있는 분석이다.